[천자춘추] 중국이 본 ‘韓流’

지난 8일에 K팝 전용공연장 건립지로 고양시 한류월드가 최종 결정됐다고 발표됐다. 그 동안 한류가 전 세계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쳤는데도 불구하고 전용공연장은 하나도 없었다. 이제 그 아쉬움 뒤로 하고 2016년 오픈될 K-POP 아레나 공연장은 한류를 대표할 공연장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필자가 처음 한국에 온 이유도 한류 때문이었다. 그만큼 한류는 중국에서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컸다. 한류라는 단어는 90년대 초 중국의 바둑계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한국바둑은 국제대회에서 매번 승리를 거두자 중국 바둑계가 한류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에 한국이 제작된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이 중국에 들어오면서 중국매체가 한류라는 단어를 전파시켰다. 나중에 유럽까지 확장되면서 Hallyu,K-POP 등의 단어가 만들어졌다. 한류가 중국에서 먼저 열풍을 일으킨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과 중국은 역사와 문화가 비슷하며, 유교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국드라마가 보여준 연 평균수입 2만 달러의 한국국민 일상생활이 중국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생활이기도 해 한류열풍을 부추겼다. 작년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KBS와 중국 CCTV의 공동기획으로 제작된 3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동방의 별, 아시아의 마음을 훔치다, 아시아의 할리우드에서는 중국내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는 내용이 그려졌다. 이제 한류는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분야에도 세계에서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상승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07년 4월 중국 원자바오 총리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한류스타 장나라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류의 결정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한중의 우호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었다. 한류로 인해 한국산 화장품, 의류, 음식, 전자제품 등도 중국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어 한국의 수출성적도 역시 고공행진이다. 이처럼 한류의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통신기술과 과학기술이 발전한 때에는 그 힘이 더욱 커진다. 한국에 처음 오게 됐을 때처럼 필자는 오늘도 한류에 푹 빠져 있다. 앞으로 한류를 통해 활발한 교류가 이뤄져 더 많은 한인(人)과 한인(人)이 서로 소통하고 좋은 문화를 공유하길 바란다. 후 홍 염 경기도 다문화가족과

[천자춘추] ‘전화위복’을 통해 ‘진화’하라

내게는 문학관이 없다. 그러나 인생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삶의 성장호르몬이자 상처로부터의 백신 역할을 하는 과대망상을 지니고 전화위복을 겪어내면서 꾸준히 진화하는 것이라고. 내가 문학관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지게 된 건 습작하던 시절부터였다. 은사님들은 작품을 쓴 작가의 재능이나 스타일에 맞는 평가와 지지를 했던 것이 아니라, 은연 중에 자신의 문학관을 제자들에게 강요하셨던 것이다. 그때 나는 화가 나 있었다. 학교와 등단제도와 이 세상과 결혼, 모두에 대해서. 어쨌든 당선전화가 걸려왔을 때, 나는 잠시 학교와 등단제도와 불친절한 세상을 용서했다. 전화위복 이었다. 나는 요즘 읽기 쉬운 로맨스 소설을 쓰고 있다. 나름대로 진화하려는 몸부림이다. 일반 독자들은 내 소설이 힘들다면서 좀 더 쉽게 쓰라는 주문을 한다. 심지어 내 배우자라는 사람은 공모씨의 소설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알겠다는 등의 말로 비난(?)을 하기까지 한다. 그런 말들은 내게 격려와 지지로 들리지 않고 비난으로 들리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대화법을 공부해서 상대방의 말 속에 숨은 속뜻을 조금은 헤아릴 줄 안다 해도, 그 순간만큼은 맥이 빠진다. 저런 말들을 들었을 때, 나는 내 소설의 밀도가 높은데 비해서 당신들이 독서를 안 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항변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난 INFP유형이다. 간단히 말하면, 내향에 직관형이며, 감정적이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유형이다. 내가 한 남자와 두 번 결혼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와 반대유형인 독자들은 내가 구사하는 은유나 사유에 공감하기는커녕, 왜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들이 많은가라고 화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정확히 내 남편의 유형이 그렇다! 그들은 자신과 다르면, 틀린 것으로 판단하고 지적을 한다. 그런 남편이 두 번째 결혼에서는 사뭇 달라진(주변과 타협하려는) 것을 보면, 우리의 이혼이 전화위복인 것은 틀림이 없다. 우리는 그렇게 결혼이라는 관계를 갱신했다. 그러니 남편의 지적질과 독자들의 조언이 내게는 상처가 아니라,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한 지 수 소설가

[천자춘추] ‘우리 아이’로 키우기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 기르는 문제를 많이 고민할 것이다. 양육철학이 사람마다 다르고 개별 가정마다 처한 사회ㆍ경제적 상황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키우는 것이 나와 아이,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행복할까. 10여 년 전 연구의 일환으로 한 육아공동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공동주택에 일곱 가구가 모여 살고 있는 이 공동체는 맞벌이 가정으로 육아문제로 고민하던 지역 내 중학교 여교사 몇 분이 중심이 되어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들면서 출발했다. 몇 년 후 아이들이 성장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방과 후 보육문제가 생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래위층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오해와 갈등도 있었고 갖가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모여 산 지 6년이 지난 당시에는 만족하며 지내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육아공동체의 핵심 전제, 즉 공동체 안에 있는 13명의 초ㆍ중학생 아이들을 네 아이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로 키운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은 서로 형제자매로 생각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인터뷰 중 만난 이 공동체의 한 아버지는 아이들이 친아버지에게 배울 점이 별로 없어도 공동체 내의 다른 아버지한테 좋은 점을 배울 수 있어서 안심이 된다며 웃었다. 또 한 엄마는 혼자 책읽기만 좋아하는 딸이 아래층 장난꾸러기 친구와 어울리는 것을 보면서 흐뭇해했다. 간혹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주려고 사온 과자를(우리 손자가 더 많이 먹어야 하는데) 이 아이도 집어가고 저 아이도 집어가는 모습을 보며 애를 태우기도 한다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동체의 엄마 아빠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아이가 오늘 덜 먹더라도 다음에는 달라질 수 있으며 그러면서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최근 함께 살지는 않아도 부모협동조합 형태의 공동육아가 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만 해도 39개의 부모협동어린이 집이 있으며, 부모협동조합방식으로 운영되는 방과 후 교실도 증가추세란다. 물론 이러한 공동육아 방식이 확산되는 데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을 것이고, 특정계층의 전유물이라는 우려도 있으며, 공동육아가 추구하는 철학이나 이상이 실제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아이 키우기는 데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육아를 목적으로 형성됐지만 지금은 막연하게나마 노후까지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는 10년 전 그 육아공동체의 이야기가 새삼스레 다시 생각난다. 김 영 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부모의 마음

산부인과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딸이에요라고 알려준 뒤 사라지는 간호사를 보며 대뜸 무척이나 실망하실 장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장모님은 외동딸이 시집가서 위로 딸을 낳은 뒤 매일 기도와 보약을 챙겨주시면서 다음엔 꼭 아들을 낳아서 시가에서 대접받고 떳떳하게 살라고 강조하셨는데, 소원을 이뤄 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1984년 모질게도 추웠던 겨울날 대전에서 둘째로 태어난 딸이 몸무게도 2.8㎏으로 약하게 태어나 항상 엄마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하며 자라던 딸이 지난 16일 결혼식을 올리고 부모 곁을 떠나 한 가정을 이뤘다. 우리 집에서 어쩌면 큰 축복도 못 받고 귀여움도 못 받았던 딸이 30년간 함께 생활하다 이제 완전히 독립을 선언한 기념일이다. 둘째딸이 먼저 독립을 선언하니 큰딸 보기가 어색하기도 하고 기뻐해야 하는데 마냥 기쁘지도 않고 기분이 좀 서글프다. 딸을 가진 부모는 다 이런 마음일 것이다. 문득 둘째딸의 중학교 3학년 때 일이 기억난다. 어느 날 누군가 찾아와서 나가보니 커다란 꽃다발을 든 잘생기고 착해 보이는 남학생이 딸의 남자친구라며 찾아왔다. 나는 그 아이를 붙잡고 고맙다고 말하며 서로 좋은 대학가서 사귀면 좋을 것 같다고 점잖게 일러주고 돌려보낸 적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딸인지라 대학에서도 인기가 있었는지 대학 때 만났던 친구를 평생 살아갈 배필로 정하였다. 이제 생을 같이할 한 남자를 만났으니 내 마음의 여유로움이 자리 잡을 만 하련만 딸의 손을 잡고 식장에 입장할 때는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기쁨과 서운한 마음이 교차하면서 마음이 아려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예식을 마쳤다. 텅 빈 딸의 방에 들어가 남겨놓은 물건들을 살펴보면서 이제서야 고인이 되신 장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외동딸을 나에게 보내면서 두 분이 마음속으로 얼마나 우셨을까. 그토록 귀한 딸을 필자에게 시집 보낸 장모님이 한평생 살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속죄하고 싶다. 혼자 남은 장인어른을 제대로 돌보아 드리지도 못하고 있으니 그것 또한 큰 죄가 아닐까 싶다. 늦었지만 두 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사위의 깊은 사죄를 드린다. 이제 부모 곁을 떠난 나의 딸이 그리고 세상 모든 딸들이 나이를 먹고 성장하면서 자식을 낳아 출가시킬 때가 되면 지금의 부모 마음을 그대로 이어받으리라. 텅 빈 마음을 위로하며 소박한 소원을 빌어본다. 딸아 딸아 부디 행복하게 살아다오. 임 재 욱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천자춘추] “그래 그래”

겉으로만 봐도 성격 좋게 생긴 젊은 남자를 알게 됐다. 십년지기 친구들과 알음알음으로 엮어서 만들어진 행복한 자리. 잘 차려지진 않았지만 행복이 소박하게 흐르는 상을 가운데 두고 좌석의 연장자에게 건배사를 제안하려는 때에 그 젊은 남자가 제안한다. 오늘은 누가 어떤 말을 해도 그래 그래 해주자고. 그날 밤 이야기가 샘솟는 듯 뿌려졌다. 모임에 참석이 적어 서운하다로 시작해서 앞으로는 좀 더 자주 만나자고도 했고 심지어 어떤 이는 대놓고 자신은 일이 최우선이라며 친구 만남은 2등도 아닌 3등이라는 정직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음에도 모두는 그래 그래로 화답했다. 그 여세를 몰아 롱다리 미모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주책을 부려봤는데 그래 그래가 바로 돌아왔다. 물론 스스로도 인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갈수록 말이 험해지고 커뮤니케이션이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으로 되어가는 세상에서 대화를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하게 할 수 있는 용어가 있다는 걸 알았다. 수사학(Rhetoric)의 대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에토스(전달자의 신뢰도), 파토스(정서적 소구), 로고스(논리적 소구)의 세 가지 요소를 들어 대화에 필요한 증거의 유형을 발전시켰다. 커뮤니케이터의 저명성이나 신뢰도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높아진다는 에토스. 청자의 감정 상태를 평가하여 그에 맞는 상황을 파악하는 파토스. 논리적인 방법으로 자료나 사례를 제시해 삼단논법(Syllogism)으로 대표되는 로고스. 그래 그래는 이 중 파토스의 성격을 담고 있는 기교적 소구라고 볼 수 있다. 청자의 심리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적절한 열정과 의지를 끌어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기분 좋은 만남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래 그래가 늘 통하지 않는 데 있다. 그래도 해보자는 것이다. 대화할 때 일단은 긍정적으로 들어줄 마음이 준비되어 있다면 입이 독해지지 않는다. 말의 위력은 대단하여 긍정적으로 반응을 보일 때 화자의 기분이 좋아지게 돼 있다. 말 한마디는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입에서 나온 말의 주술적인 작용으로 생각된다. 각박한 세상에 뿌려지는 두 글자 그래 그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주문이 될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무조건 한번 써보시라. /이미숙 (사)한국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

[천자춘추] 새정부 출발을 기대하며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새 정부의 조직안을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2개부를 신설하고, 5개부를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부, 안전행정부로 개편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격상하는 등 기존의 15부2처18청에서 17부3처17청으로 개편했다. 이는 개정된 정부조직법이 국회에 통과되면 확정된다. 우리나라 체육업무는 정부조직법과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를 근거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1981년, 88서울올림픽대회와 86아시아경기대회 유치에 성공한 우리 정부는 체육행정조직을 강화하기 위해서 1982년 체육업무를 담당할 전문부서인 체육부를 신설했다. 체육부는 86아시아경기대회와 88서울올림픽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이후 체육청소년부(1990년), 문화체육부(1993년), 문화관광부(1998년), 문화체육관광부(2008년)로 개편됐다. 의식 있는 많은 체육인은 새 정부에서 체육부가 신설되기를 바랐으나 결국 바람은 희망사항으로 끝나버렸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직과 기능이 축소ㆍ통합 없이 현 정부와 동일하게 유지하도록 돼 체육정책 및 행정 수행에 큰 변화는 없다는 점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오늘날의 체육은 과거의 체육이 아니다. 이전의 국위선양이나 볼거리를 제공하는 단순 국제 이벤트 개념으로나 건강과 체력강화를 위한 운동개념 또는 신체활동을 여가선용의 수단으로 보는 개념만으로는 이제 체육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체육은 진화되어왔고 체육의 패러다임은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우리의 체육은 스포츠강국에서 진정한 스포츠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미래의 융합산업으로서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 새 정부가 추구하는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육성해야 할 정책과제이다. 또한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등 국제경기의 성공적인 개최문제, 전문체육의 지속적인 경기력 유지와 생활체육의 정착화 문제, 학교체육 정상화 문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야 할 환경조성, 제도정비 및 구조적인 보완 문제 등 새 정부에서 풀어야 할 당면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효과적이고 비전 있는 체육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체육부의 독립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면, 차선책으로서 차후에라도 청와대의 체육수석제나 체육담당 차관제의 신설 등과 같은 정책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싶다. 손 석 정 남서울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천자춘추] 산재고용보험 보수총액신고

산재고용보험 보수총액신고를 실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주가 매월 납부하는 월별보험료가 근로자의 월평균보수에 기초해 산정된 보험료이므로 실제 보험료 산정기간(매년 1월1일~12월31일) 동안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한 보수총액에 따른 보험료를 정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보수총액신고는 사업자가 근로자들에게 전년도에 지급한 보수를 공단에 신고하는 것을 말하며, 매년 3월15일까지 신고해야 한다. 여기서 보수란 소득세법에 따른 근로소득에서 비과세 근로소득을 공제한 총 급여액의 개념이다. 연말정산에 따른 갑근세 원천징수대상 근로소득과 동일하다. 단 건설업, 벌목업은 보수총액신고가 아닌 개산확정보험료를 신고한다. 신고시 유의해야 할 점은 고용보험은 만 65세가 되는 달부터는 적용되지 않지만 산재보험은 나이와 상관없이 신고 대상이다. 3월15일까지 공단에 신고하지 아니하거나 신고한 보수총액이 사실과 달라 정산 결과 보험료에 추가징수액이 발생한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과거 2010년까지는 보수총액신고가 아닌 개산확정보험료를 통해 고용산재보험료를 징수 및 납부했지만, 2011년에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징수통합이 되면서 고용산재보험료 신고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것이 바로 위에 설명한 산재고용보험 보수총액신고이다. 과거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보험료가 보수총액을 기준으로 바뀌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의 범위에 포함되는 부분만 신고하는 방식에서 비과세를 제외한 과세로 인정되는 금액으로 바뀐 것이다. 또 납부방법이 연 단위로 자진납부에서 월 단위로 부과고지납부로 됐다. 이것은 징수통합의 과정에 따라 징수 및 고지의 편리성을 위해 변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고용보험법 제15조에 따라 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근로자 퇴직하는 경우에 그 사유발생일 다음달 15일까지 고용센터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즉시 부과하겠다고 했고 2013년7월부터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이는 산재고용보험 보수총액신고와 취득상실신고 및 일용직 근로내용확인신고에 대하여 정확하게 기한 내로 신고해야만 과태료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과태료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근로복지공단의 인가받은 보험사무대행기관에서 상시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무료로 보험사무업무를 대행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서 진 배 공인노무사손해사정사

[천자춘추] 2013년 달라지는 건강보험 소식

새해 보험료 인상은 국민과 기업 부담증가를 감안해 보험료율 인상을 최소화했으며 보장성 확대를 위해 약 1조5천억원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1월 건강보험료가 1.6% 인상됨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이 현행 5.8%에서 5.89%로 오른다.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부과 점수당이 현행 170원에서 172.7원으로 상향된다. 1월부터 보장성이 확대되는 내용으로는 중증질환으로 인한 고가의 간암 치료제인 넥사바가 50%에서 5%로, 위암치료제인 티에스원은 본인부담률이 100%에서 5% 대폭 인하되며, 간염치료제 1ㆍ2종 약제가 보험 적용된다. 4월부터 소아선천성 기형으로 1차 수술을 받았으나, 추가 수술의 경우 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던 만 6세 미만의 구순구개열 수술 아동은 본인부담 20%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만 75세 이상 노인의 부분틀니도 7월부터는 본인부담 50% 선에서 보험적용이 된다. 2012년 7월부터 병의원에만 적용된 수정체 수술, 충수절제술, 항문수술 등 포괄수가제 7개군도 올 7월부터는 종합병원이상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10월부터 암, 뇌혈관, 심장질환 등 초음파검사가 필수적인 대상자들의 본인부담률이 5~10%로 낮아지게 된다. 또한 만18세 이하 중증(1ㆍ2급) 뇌병변 및 지체장애인에게 자세유지보조기구 등을 건강보험 급여대상으로 정하고 구입비용의 8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 2013년 수가는 병원 2.2%, 의원 2.4%, 한방 2.7%, 약국 2.9%, 조산원 2.6%, 보건기관 2.1%가 인상되어 본인부담률도 이용하는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전망이다. 이 밖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적립금은 올해부터 국제회계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이 때문에 진료 시점부터 급여비용을 지급받는 시점까지 35일치에 해당하는 병의원에 지불해야하는 미청구금액(약 5조4천억원)을 부채로 계산하면 올해 약 9천억원의 적자가 추정된다. 또한 국민건강보험법 제38조에 따라 보험급여비용의 5% 이상을 총지출의 50% 달할 때까지에 해당하는 준비금 약 19조원을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공단이 보유한 현재 누적적립금 약 4조5천억은 법정준비금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끝으로 건강보험 공단의 정체성과 공공성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영문 명칭도 기존의 NHIC(National Health Insurance Corporation)에서 NHIS(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로 국제화 흐름에 맞추어 변경해 사용한다. 조 우 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장

[천자춘추] 브랜드 가치에 관심을

싸이(Psy)처럼 유명인을 소개할 때는 이름만 이야기 해도 반응이 뜨겁다. 그렇지만 아직 유명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분을 소개할 때는 수식어를 많이 붙여도 반응이 별로인 경우가 많다. 일요일 낮에 KBS 1TV에서 방영되는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아마추어들의 노래자랑이 이어지는 가운데 초대가수의 노래를 중간중간에 들을 수 있다. 노련한 명MC가 송대관, 태진아와는 달리 방송에서 자주 만나기 어려운 가수를 소개할 때는 특징 등의 수식어와 함께 이름을 소개해도 뭔가 부족해 보이기도 하다. 최고의 가수는 이미 브랜드(brand)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고, 신인이나 인기가 좀 떨어지는 가수들은 브랜드가 좀 약해서 그런 것 같다. 가수와 마찬가지로 기업도 성공의 여부를 브랜드로 연결하여 설명할 수 있겠다. 이름을 대면 사람들이 아는지 또 좋아하는지 등을 보면 그 기업이 얼마나 성공적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영국의 브랜드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Interbrand)는 매년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가치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여 측정한 결과를 발표한다. 주목한 만한 사실은 2012년 세계 100개 기업 브랜드 순위에서, 처음으로 10위 안에 삼성전자가 진입했다. 그것도 일본의 도요타를 누르고 9위를 차지하였다. 100위 안에 든 우리나라 기업은 현대(53위)와 기아(87위)다. 삼성보다 앞선 기업은 코카콜라, 애플, IBM 등 모두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인터브랜드는 어떻게 브랜드가치를 측정해 내는 것일까? 약간 어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브랜드가 미래에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수익 혹은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평가하여 브랜드가치를 계산해 낸다. 인터브랜드는 브랜드가치를 계산하기 위해서 브랜드수익, 브랜드강도를 측정하고 이 둘을 곱해서 브랜드자산가치를 산출한다. 브랜드수익과 브랜드강도를 높이면 브랜드자산가치는 높아지는 구조이다. 결국 기업이 가진 무형의 가치를 브랜드자산가치로 환산해 순위를 매기고 있어서, 브랜드자산가치가 높으면 앞으로 그 기업이 돈도 잘 벌고 사업도 잘될 것이라고 믿어도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이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세계인들은 잘 알고 있을까? 그저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학자들이나 아는 것은 아닐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류를 한층 확산시키며 대한민국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처럼, 삼성을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의 브랜드가 국가 브랜드를 더욱 높이는 역할을 더 많이 해 주길 기대한다. 김 연 성 인하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천자춘추] 정의란 무엇인가?

1984년 12월3일 새벽 인도 보팔시. 다국적기업 유니온 카바이드사에서 독가스가 유출돼 4천여명의 생명이 영문도 모른 채 쓰러졌고 2~3년 안에 2만여명이 더 목숨을 잃었다. 삼성전자 불산누출사고를 30년 전 인도 보팔참사와 비교해보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다. 규모만 달랐지 안전관리미비, 관리감독부실, 위기대응 혼선이 초래한 재앙이라는 점에서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불산사고의 환경 당국인 경기도와 김문수 지사도 시험대에 섰다. 부실한 안전점검으로 경기도의 관리감독에 구멍이 났고, 사고 신고를 접수한 즉시 보고해야 하는 국가비상대응 관련 법규도 지키지 않은 사실은 이미 드러났다. 국민의 관심은 인명피해가 난 2010년 불산누출 사고를 2년4개월이나 은폐한 채 신고하지 않은 삼성전자에 대해 김지사가 과연 제대로 행정처분을 내릴지에 쏠려 있다. 사고를 신고하지 않은 사업장은 법상 강제규정으로 유독물질 취급 사용등록을 취소하도록 돼 있고, 그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어디 법대로만 되는 사회였던가. 당장 이 문제는 법의 정의와 경제적기여라는 두 가지가 정면충돌한다. 김지사는 등록 취소와 면죄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김지사가 어떤 선택을 할지 예단하긴 힘들지만 아마도 법대로 하자니 공장을 멈춰야 하고 2만4천여명의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미 자기최면을 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가닥 기대를 품는 이유는 공인들의 말 때문이다. 김지사는 삼성 잘못이 드러나면 책임을 철저히 물을 것이며 확인될 경우 관계규정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박근혜 당선인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관행을 바로잡아야한다고 했다. 만약 김지사가 삼성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법의 정의, 기업의 윤리의식, 사회적 책임성이 하는 가치들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도지사가 나서 대통령 당선인의 말을 정면으로 뒤집는 역린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두고두고 우리 사회 유전무죄의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다. 법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핵심은 공평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대기업에게 쓰는 법 따로 있고, 약자인 서민에게 쓰는 법 따로 있어서야 누가 법을 믿고 따르려 하겠는가. 이런 사회에서는 법의 안정성도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정의냐, 경제냐의 갈림길에서 깊은 시름에 빠져 있을 김지사에게 로마의 법언을 꼭 들려주고 싶다. 세상은 망하더라도 정의는 세우라(Fiat justitia, et pereat mundus) 양 근 서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다문화’를 ‘글로벌’로 부르자

얘도 자라서 나라를 지키러 군대 갈 거고, 세금 낼 텐데, 왜 조선의 왕을 못해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 중에서 필자가 뽑은 명대사이다. 이 영화는 영광이라는 어린 배우가 다문화 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뮤지컬 제작사로부터 오디션에서 빠질 것을 종용당할 때 극 중 유일한이라는 뮤지컬감독이 했던 대사이다. 이 대사에서 보듯 한국사회는 다문화사회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적은 대한민국, 쓰는 언어는 한국어, 사는 곳도 한국. 이러한 것들이 한국 사람임을 증명해주는데도 불구하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조선의 왕 역할을 하지 못하게 어린 꿈을 꺾어 버린 것처럼 이 영화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좋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필자 또한 다문화 가정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 잘할께요. 잘할 수 있어요 다문화 가정 출신인 지대한군(영광 역)의 대사는 연기가 아닌 그동안의 한국사회에서 겪어왔던 편견과 외면에 대한 서러움을 그대로 보여 줘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현재 지군처럼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 수는 약 16만8천5백여 명에 달하며, 그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한국은 20세 이하 인구의 20%가 다문화 가정 자녀가 되리라는 결과도 나왔다. 이 아이들은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의 다문화라는 편견의 꼬리표로 인해 끊임없이 외면을 당하고 차별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걱정이 앞선다. 한국 사회의 많은 관심과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 다양한 문화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21세기 글로벌 시대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통계청의 자료를 따르면 국제결혼으로 한국으로 건너온 외국인 국가도 127개국에 다다랐다는 것은 그야말로 한국이 진정한 글로벌국가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다문화 가정을 글로벌(Global)가정이라고 바꾸어 부르고 싶다. 또한 인식개선에 있어 다문화라는 표현보다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글로벌이라는 표현으로 쓰이길 바란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 가정을 동등한 입장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준다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도 나는 한국 사람이다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올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편견과 차별이 없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국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오늘도 한다. 후 홍 염 경기도 다문화가족과

[천자춘추] 과대망상을 키워라

언젠가 제자 녀석이 내게 열등감이 있느냐고 물었다. 내 대답은 간단했다. 그 열등감 때문에 소설을 쓰고,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노라고. 어릴 적 내 별명은 양갈보였다. 곱실거리는 머리카락은 누렇다 못해 노랗게 바래 가는데다가 주먹만한 코를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지촌이라는 내 고장의 특성이 한 몫 했을 것이다. 마을의 오른쪽으로 미군부대가 있고, 왼쪽으로 나가도 미군공군기지가 있다. 나는 그 별명이 외국인처럼 생겼다는 단순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여겼지만, 양갈보라고 놀려대는 아이들의 손가락질을 피해 논둑길을 울면서 돌아온 적이 많았다. 그러나 그 별명의 부당함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성인이 되고나서 그 미군부대라는 거리의 분위기를 파악했을 때였다. 지금도 내 고장 평택에서는 특별하게 생산되는 것이나 유명한 문화시설 등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중부지방이어선지 양질의 중고차가 많고 전국적으로 거래량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 평택의 특산품은 중고차라는 말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 시골마을에서 빈농의 여식으로 태어났으니, 태생부터 우월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쇠죽을 쑤고 동생을 돌보면서 유년을 보냈다. 그렇게 자란 내게 사람들은 겸손하다고 칭찬을 했다. 그러나 내 속에는 겸손과 오만이 정확히 반반씩 들어 있었다. 취업을 위해 대학은 관광학과를 졸업했지만, 내 속의 오만함은 배고픔의 해결만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과대망상을 키우기로 했다. 소설가가 되려는 과대망상을 품고, 서른 중반에 다시 국문과에 입학했던 것이다. 유년시절부터 웅변원고를 쓰면서 문예반을 들락거리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작가가 되겠다는 오기를 품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서른 중반의 아줌마가, 졸업한 지 15년 만에, 어린 학생들 사이에 끼어서 그 민망한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던 힘은 과대망상이 아니면 힘든 것이었다. 그리고 5년 뒤에, 내 고장의 특산품인 중고차를 소재로 쓴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다. 열등감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사용하는 방향에는 차이가 있다. 사랑이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의도가 달라 보이는 것처럼. 내 열등감은 건강하고 좋은 에너지를 창조하는 데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그때의 과대망상은 분명히 내 속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씨앗이었을 것이다. 가끔 독자들이 습작시기를 어떻게 보냈느냐고 물으면, 나는 당연히 이렇게 대답한다. 괜찮은 과대망상 한 번 키워보세요! 한 지 수 소설가

[천자춘추] 가족이란

설 연휴가 끝이 났다. 명절이면 흩어져 있던 가족, 친척이 한데 모인다. 반갑고 푸근하고 즐겁다. 그런데 이런 만남에서 왜 결혼을 안 하느냐, 왜 자식이 없냐, 아직도 취직 못했냐? 등 적이고 민감한 질문이 오가기도 한다. 즐거워야 할 만남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불편해진다. 그래서 이혼했거나 특수한 상황에 처한 경우 명절이 두렵다는 지인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명절이면 유독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결혼, 혈연, 입양으로 맺어진 유대감 깊은 집단이라고 정의해보자. 과연 이것이 현대의 가족의 의미를 잘 담아냈을까. 우리들 대부분이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태어나서 성장하고 생활하므로 가족은 가장 원초적이고 친밀한 집단임이 틀림없지만 막상 가족을 정의해보라면 그리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는 결혼적령기가 없을 정도로 결혼시기가 다양해졌고, 자녀를 낳는 것 또한 당연하지 않다. 이혼ㆍ재혼의 증가는 이미 오래되었고, 조부모와 손자녀가 함께 사는 조손가족도 흔히 볼 수 있으며, 산업화와 함께 감소했던 확대가족 형태도 맞벌이 부부의 자녀양육을 도우며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드라마 소재로 등장할 만큼 생소하지 않은 동성커플의 경우, 서구에서는 정식결혼을 하고 자녀를 입양한 사례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과 사는 경우도 많은데, 필자의 외국친구는 오래 키워온 반려견이 혈연을 나눈 가족보다 더 친밀하다고 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가족이 존재한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가족(the family)을 가족들(families)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대에는 핵가족 외에 다양한 가족형태들이 존재하며, 개인의 선택이나 부모의 이혼으로 가족의 형태가 바뀔 수 있으므로 기존의 가족은 현대의 가족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늘날의 가족은 기존의 가족과 다르다는 것이다. 가족은 다양하다. 이혼이나 사별로 한 부모가 된 가족도 있고, 자녀가 없는 부부도 있으며, 독신가구 혹은 재혼해서 새 가족을 이룬 가족도 우리 사회 가족의 한 모습이다. 이제는 이러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특별하다 여기지 않으며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한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 속담이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무심코 한 말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피하고 싶은 명절이 아니라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명절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 영 혜 道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전원생활의 즐거움

며칠 전 안산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직접 텃밭에서 키운 것이고 몸에도 좋다며 색깔이 누런 현미를 1㎏을 보내주셨다. 나는 그것을 먹으며 그분의 정성과 노력을 생각하며 울컥해 지는 기분을 어떻게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분은 몸이 많이 불편한데도 전원생활을 잘하고 있으며 큰 선물을 나에게까지 선사하고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그러면서 나도 언제 저 푸른 초원에서 전원생활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누구나 전원생활에 대한 소망과 아쉬움을 지니고 산다. 저 푸른 초원 위에 집을 짓고, 님과 함께 같이 산다면? 도시문명에서 오는 하나의 향수가 그것이다. 탈무드에는 유대인이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유대인을 지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일상의 쳇바퀴 속에서 전원(田園)이 갖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전원생활이란 상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것은 물질문명에 찌든 도회지 사람에게 정신적 힐링(healing)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농경문화 사회였고 우리 몸속의 피도 선천적으로 농경문화 DNA가 흐르고 있다. 그래서 인지 712만명의 베이비부머 세대 중 2/3가 농어촌 이주를 희망하고 있으며, 10년 내로 14%가 이주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노후의 꿈을 전원생활에 두고 준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도회지보다 물질적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자연 속 전원생활이야말로 마음속에 쏙쏙 와 닿는다. 왜냐하면 씨 뿌리기에서 수확까지 모든 농사과정에서 얻어진 보람은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손수 가꾼 땀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소중한 경험은 전원생활의 밑거름으로 작용하여 정신적 안정과 풍요를 가져다준다. 또한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체험에서 오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큰 자산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푸른 농촌은 우리가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푸른 농촌에는 3터가 있다. 일터, 쉼터 그리고 삶터가 그것이다. 농촌에 가면 큰돈을 할애하지 않고 손쉽게 3터를 마련할 수 있다. 그 속에 가장 친환경적인 삶이며 환경부하를 가장 적게 주는 농업과 같은 1차 산업이 있기에 자연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행복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벌써 새해 입춘이 지났다. 새봄이 되면 주말 여가 시간을 활용하여 3터의 생활을 경험해보고, 때로는 일, 건강, 가족을 고르게 중시하는 균형적 가치를 농촌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임 재 욱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천자춘추] 멋들어지게 연애하기

#키스보다 깊은 열정으로 커피와 교감하며 커피 칸타타를 만들어 낸 바로크 음악의 최고봉 바흐는 커피가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다며 마시는 보석이라고 예찬했다. #소설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를 처음 본 백만장자 다르시는 그녀가 어디 한군데 잘난 데 없는 얼굴이라고 생각했으나 사랑이 씌워지니 그 못난 얼굴은 매혹적인 검은 눈동자가 되고 경망스럽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행동은 유쾌함으로 다가와 오만한 이 남자의 온 마음을 빼앗는다. 천재음악가의 커피 애음은 경건한 교회 칸타타를 세속에 들여앉히는 위력을 발휘해 코믹오페라의 장르를 탄생시켰고, 평민 출신 여인과의 연애는 까칠한 지주를 훈남으로 만들어 고상한척하는 귀족들을 위선으로 몰아붙인다. 당혹스럽겠지만 사랑의 힘이라고 인정해주자. 대인커뮤니케이션에 사랑이 근간이 되면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엊그제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 졸업 후 20년 만이다. 결혼, 아이, 부모님, 여고동창을 만나면 으레 생기는 천박한 호기심이 끓어올랐지만 상처되는 일이 있을까 싶어 선뜻 묻기도 좀 그랬다. 한때 파자마 바람으로 밤을 지새우던 사이가 가시적인 대화밖에 할 수 없다는 것에 무거워진 얼굴빛이 궁금하면 500원, 기분 좋을 땐 소고기 사먹는다는 것쯤에서 화색이 돈다. 미디어의 힘이다. 이를 미디어의 사회작용강화기능이라고 한다. 공통의 화제를 제공해 대화를 원활하게 해주는 미디어의 순기능 중 하나이다. 그러나 텔레비전을 매개로 한 사회관계에서 깊은 교감의 대화에는 한계가 있다. 학교폭력으로 고통당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가 깊은 대화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 고견이 적지 않다. 사랑을 담은 대화는 질책도 달다. 연애만큼 달달한 소통이 또 있을까. 여자가 앉고 싶어 하는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남자의 손은 벌써 벤치에 깔 손수건을 준비하고 있다. 연애의 법칙이다. 사람 사이의 소통이 연애할 때의 그것처럼 다정한 콩깍지가 내장되었으면 좋겠다. 사랑과 신뢰가 근간이 될 때 연애 같은 소통이 가능하다. 아직은 넉넉하게 남아 있는 계사년, 멋있는 연애 한번 어떠신지. 이 미 숙 (사)한국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

[천자춘추]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인간

계사년(癸巳年) 새해를 맞이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필자는 신년 계획으로 하루에 30분이라도 매일매일 운동하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였건만 결국은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고 말았다. 인간이 어떠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를 변화한 환경에 적응시켜야한다. 그러나 우리 뇌는 변화된 환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행동이 쉽게 습관화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각과 다짐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뇌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소 의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의 뇌는 대뇌, 소뇌, 간뇌와 뇌간으로 구분된다. 대뇌에서는 감각 정보의 분석과 사고, 언어, 기억과 감정 등 고도의 정신활동을 담당한다. 소뇌는 몸의 균형과 운동기능을 조절하며 호르몬중추인 시상하부, 감정중추인 변연계에 영향을 미친다. 간뇌는 감각 정보가 통과하는 길목인 시상과 수면, 갈증, 식욕, 체온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로 구성돼 있다. 뇌간은 시각과 청각이 지나는 곳으로 대뇌가 중요한 일을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중간뇌 그리고 중간뇌와 연수, 소뇌를 다리처럼 연결해 주는 뇌교와 생리적인 반사의 중추로 작용하며 척수에 연결돼 있는 연수로 구성됐다. 운동효과를 잘 알고 있는 우리들 대부분은 운동효과에 대해 체력강화, 건강유지 등의 신체적 효과와 스트레스 해소, 긴장완화, 기분전환 등 정신적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작 많은 이들은 운동이 뇌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운동을 하면 소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 운동선수들이 일반 사람보다 신체능력이 뛰어난 것은 운동을 통해 소뇌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동은 소뇌뿐만 아니라 우리의 뇌세포를 살리기도 한다. 지속적인 운동은 건강한 성인의 새로운 뇌 신경세포를 만들고 오래된 신경세포 간에 새로운 연결망(시냅스)을 형성하고 강화한다. 또한 운동은 우울증과 충동성을 낮춰주며 혈류량을 증가시켜 뇌세포에 더 많은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고, 뇌 신경망을 만드는 뇌유리 신경 성장인자(BDNF)의 생성도 증가시켜 뇌기능이 향상된다고 한다. 이런저런 바쁘다는 핑계로 실천하지 못한 필자에게는 운동을 하지 않아서 실천력이 없는 것인지 실천력이 없기 때문에 운동을 안했는지 입증할 길은 없다. 하지만 운동은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행동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우리 삶을 축복해 주는 신비의 보약이며, 행복을 누리기 위한 필수 도구이다. 손 석 정 남서울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천자춘추] 새 정부의 노사관계 정책

과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던 당시에는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다가오기 전이라서 규제완화와 기업 위주의 성장 이후 분배를 목표로 한 시장중심주의 정책이 지배적이었고 이런 정책의 흐름에 따라 노사관계 정책이 추진됐다. 그러나 2008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찾아온데다가 경제 위기와 침체가 지속되면서 시장중심주의 노사관계 정책 및 노동정책은 한계를 드러냈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2013년에는 과거에 남겨진 노동정책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풀어야 할 노사관계 및 노동정책의 문제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점, 고용유지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 대립적인 노사관계의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새 정부에서는 대화ㆍ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정책과 일자리를 늘리고 일자리를 지키고, 일자리의 질을 올리는 정책을 중심으로 한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라는 정책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일자리 문제해결에 대해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전통산업과 융합한 창조적인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나누는 동반성장 전략 등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는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 관행 정착, 비정규직 차별에 징벌적 금전보상제도 적용, 공공부분부터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기준 마련과 근로감독 강화 등을 통한 일자리의 질 높이기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고용안정 문제는 경기변동 시 고용안정정리해고에 대한 요건을 강화, 대규모 정리해고 시 고용재난지역 선포 등을 통한 일자리 지키기 정책을 제시했다. 대립적 노사관계 관행 문제는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라는 정책비전으로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교섭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새 정부의 노동정책 공약은 현재 우리나라에 제기된 노동정책 과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정책의 특징과 구조를 갖게 되므로 정책진행 행보를 예상할 수 있다. 그 첫 단추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문제, 쌍용차 정리해고문제 등과 같은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노사관계의 문제들을 어떻게 접근해서 해결하느냐다. 새 정부가 당면한 노사관계의 문제에 대해 해결하는 방식은 앞으로 노사관계의 정책뿐만 아니라 노동정책의 방향과 방식을 일정하게 제시하고 형성하게 될 것이다. 서 진 배 공인노무사 손해사정사

[천자춘추] 건강보험 보장성 80% 선택 아닌 필수

최근 급속한 저출산ㆍ고령화 추세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2013년 건강보험제도 운용의 목표는 의료비 걱정없는 세계 1등 건강 나라 실현을 위한 안정적인 건강보장체계 구축이라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보장성 80% 확대와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보장, 본인부담상한액을 소득계층에 따라 10단계 적용을 공약했다. 모름지기 보장성 80%는 지난 대선을 거치며 시대적 흐름이 됐다. 건강보험 보장성 80%를 위한 필요 소요재원으로 5년간 36조6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우리 공단은 추산했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의료취약계층 350만명을 지원하는데 본인부담률을 낮춰,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데 1조9천억원과 재난적 의료비를 해소하는데 6조8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택진료비와 병실료차액을 급여화하는데 11조2천억원, 간병인제도와 보호자 없는 병실 등에 6조8천억원, 기타 비급여 중 필수의료 항목인 MRI, 초음파, 검사료 등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하는데 9조9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 소요재원 36조6천억원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우리 공단은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23조3천억원을 확보하고, 430만 세대의 일부 필요소득 자료를 확보하여 소득파악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재원조달을 위해 0.51%의 소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OECD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현재 노인의료비가 33.3%인 것을 감안하면 부과기반을 넓혀서 재원을 조달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진료비를 억제하기 위해 지금의 치료 중심에서 예방건강검진건강증진으로 체계를 전환해 생애 주기별 맞춤형 통합 건강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5년간 8조5천억원의 지출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급여 결정구조 및 진료비 청구ㆍ심사ㆍ지급체계를 보험자인 공단 중심으로 합리화하면, 재정 누수를 방지하여 5년간 6조2천억원의 재정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이를 극복할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시대적 흐름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법률적 제도 보완, 정부의 실천 의지가 하나로 응집되어 건강보험 보장성 80% 달성에 초석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 조 우 현 국민건강보험 경인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싱크탱크의 순위와 내실

연말연시 즈음 언론 보도에서 자주 접하는 여러 가지 순위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다. 사람들의 살림살이나 기업의 경영상태도 들여다보기에 화제가 되지만, 최근에는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는 기관의 랭킹도 우리들의 흥미를 끌기 시작했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의 제임스 맥안 소장이 최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싱크탱크 중 베스트 50에는 하나도 포함이 안 되었고, 100위 안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55위), 한국개발연구원(KDI57위) 그리고 동아시아연구원(EAI, 65위) 세 개 기관뿐이었다. 182개국의 6천603개의 싱크탱크 중에서 100등 안에 3개면 좋은 성적인 것 같기도 한데,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에는 각각 50위 안에 2개, 3개가 있었다. 싱크탱크 숫자는 일본 108개, 중국 429개인데 비해 한국은 35개였다. 보고서를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의 위상에 비해 그 성적이 별로 좋지 않고 또 개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교육 분야나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사용 분야 등 우리가 강할 것 같아 들여다본 항목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은 것을 보면서 상당한 아쉬움이 들었다. 싱크탱크 중에는 국가 지원뿐만 아니라 개인, 기업, 대학이 설립하여 특정한 분야를 연구하고 결과를 제안하는 기관도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성장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많이 만들어 냈지만, 현재의 생활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미래를 개척하는 데 중요한 기반을 제공하는 싱크탱크는 많이 키우지 못한 것 같다. 그동안 적은 투자를 하였지만 그나마 몇 개의 정부지원 기관들이 상위에 자리 잡은 것만 해도 실속은 차린 것 같지만, 앞으로를 생각하고 중국과 일본의 약진을 살펴보면 상당히 근심스럽다. 좀 더 많은 개인과 기업이 싱크탱크 만들기에 가치있는 투자를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특히 그 어떤 조직보다도 전문가와 박사학위 소지자가 많이 모여 있는 대학이 교육이나 특정 정책 분야에 집중하여 싱크탱크를 육성할 필요가 있겠고, 새로운 정부에서는 이러한 의욕을 보이는 대학에 적극적인 지원으로 그 정착 기간을 단축하는데 도움을 줄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단지 순위에 연연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의미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내실 있는 싱크탱크를 육성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 몇 년 후 같은 랭킹에서 우리나라 싱크탱크가 50위 안에도 몇 개가 등장하여 세계의 정책 트렌드를 주도하는 분야가 꼭 생기길 희망한다. 김 연 성 인하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천자춘추] 미술관의 서비스

전시는 미술관의 성격과 위상을 평가할 수 있는 기본 상품이다. 공급시대의 미술관은 좋은 전시만으로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때로는 전시 내용이 좋지 않아도 전시 제목만으로도 장사진을 이루는 경우도 있었다. 관람객은 전시의 질과 내용을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여행 자유화 이후로 미술관 관람객은 풍부한 해외 미술관 체험과 미술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 미술관 전시의 내용에 대해 평가하기 시작하였다. 소비자로서의 요구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공급시대의 미술관 서비스도 토털 서비스가 제공해야 하는 소비시대로 변하였다. 서비스는 제공하는 자가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들의 필요성(need)과 요구(want)를 잘 이해할 때에 효율적으로 제공될 수 있다. 미술관이 사회적 공공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하여도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제공할 수 없다면 미술관 서비스는 일방성을 피하기 어렵다. 소비시대의 공공서비스는 일방적 제공에서 소비자를 섬기는 양방향의 상호작용이다. 유ㆍ무형 서비스가 공존하는 미술관의 서비스는 주차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전시를 관람하고 나갈 때까지의 전 과정이 경험이고 체험이며 기념이다. 이러한 체험과 기념은 오래오래 머릿속에 남는 것이므로 긍정성의 기억을 제공하는 것이 토털 서비스다. 미술관장, 학예실장, 큐레이터, 교육, 홍보 마케팅, 시설관리, 도슨트 등 미술관 사람들은 직위와 분야에 상관없이 전문지식과 낮은 자세가 필수이다. 전시와 같은 핵심 상품뿐 아니라 미술관의 색, 인쇄물, 편익시설, 부대사업 등의 잠재상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미적 기준이 적용되고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미술관은 가치와 경이로운 체험, 창의를 키우는 산 교육장이자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양평군립미술관을 통해 보면 미술을 생활화하는 보다 적극적인 미술관 사람들이 등장하였다. 참여하는 관람객이다. 작품을 관람하고 돌아가는 수동적인 관람객의 수준을 넘어 관람 소감과 의사를 블로그 등에 직접 표현하는 프로슈머형 관람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제3의 미술관 사람들은 미술관 여론을 주도하고 미술관의 성과를 평가하는 또 하나의 미술관 사람들이다. 신 미술관 서비스는 미술관 사람들, 작가, 관람객의 삼자 간 상호 작용이다. 이 철 순 양평군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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