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공짜는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의 최고 통치자든 기업의 CEO든 리더에게는 그에 걸맞은 지식과 덕목을 갖추기를 기대했다.

지식과 덕목을 갖추는 수단으로서 독서가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는데 옛날 중국의 왕에게 신하가 한 수레의 서책을 추천하자 왕이 요약해라는 명을 하여 몇 권으로 신하들이 요약하여 상신하자 왕이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슨 뜻이냐고 묻자 신하가 답하였다.

‘공짜는 없다’라고. 이것이 일언이폐지하여 세상의 진리이자 삶의 요체임에도 흔히들 간과된다.

삶에 있어서 의식주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료와 교육이다. 공짜 옷은 대개 제복으로서 규율에 복속되는 신분을 나타내는데 조종사 제복은 선망의 대상이지만 이를 입어보기 위해서는 많은 땀과 열정을 치러야 한다. 반면에 죄수복은 사기나 치고 도둑질이나 하면 입을 수 있지만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

먹는 데 있어서 무상급식(공짜점심)의 회오리에서 경험했듯이, 자원의 분배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주거에는 영구임대주택의 규모와 공급을 둘러싸고 역시 자원의 분배 논쟁이 같이한다.

무상교육은 권리이자 의무로서 국가나 학부모에게 서로 얽매이니 양자 간에는 형평성이 있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그 교육기간을 몇 년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분배논쟁이 지속된다.

의무교육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대학 등록금은 치열한 논쟁이 더할 수밖에 없다.

 

무상의료는 재원 규모가 의식주나 교육의 경우 수조원 정도이지만 무상의료의 재원은 수십조원으로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논쟁이 더 치열함이 당연하다. 의료개혁과 관련해서는 선진국의 역사에서도 정권의 명운이나 그 나라의 역사 흐름을 바꿀만한 핫이슈였다.

공짜를 둘러싼 논쟁은 잘 살든 못 살든 똑같이 혜택받느냐와 있는 사람은 조금만 받고 없는 사람은 많이 혜택을 받느냐는 논쟁이고 이는 곧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의 이데올로기 다툼이다. 더 나은 혜택은 재원이 더 필요하고 그 재원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덜 내고 덜 받든가, 더 내고 더 받든가 하는 것은 국민이 판단할 몫이고 똑같이 혜택받을 것인지 생활 정도에 따라 혜택의 차이를 둘 것인지 하는 것 또한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9일이면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이들의 공약을 찬찬히 살펴보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의 잘못은 뽑은 국민 스스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하고 올바른 선택은 뽑은 국민 자신이 혜택을 받는 것이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최 유 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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