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나눔, 착한가게

작년 말 2011사회조사의 기부에 관한 통계청 발표를 보면 기부경험자는 36%에 불과했다. 기부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63%였다. 기부경로는 현금인 경우 모금단체(47%)를 많이 이용하였고, 물품인 경우는 종교단체(36%)를 통한 기부가 가장 높았다. 기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서(43%)였고, 대상은 주로 사회복지분야(82%)에 기부한다고 했다. 절반 가까이 앞으로도 계속 기부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향후 유산을 기부 하겠다는 경우도 37%나 되었다. (1만7천 표본가구에 상주하는 만 13세 이상 가구원 약 3만8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1사회조사 통계청 자료) 기부문화를 넓혀 나가는데 힘이 되는 큰 요인으로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증대가 가장 필요하다는 답이 대세를 이루었으나 기부를 경험하지 못한 개인이나 기업을 어떻게 기부에 첫 발을 디디게 하느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흔히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영역을 복지사각지대라고 한다. 기부문화에도 사각지대가 있다. 기부문화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모든 국민이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더불어 동참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인식이 필요한 때이다. 그 과정의 일례로 모금회에서는 기업들에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공익연계 마켓팅(CRM) 등을 통한 기부를 유도하는 반면, 월급을 받는 직장인들에게는 직장인 나눔 프로그램(한사랑 캠페인)이 준비되어 있다. 그들은 매월 급여에서 일정액을 기부하고 있으며 모금 진행은 순조로운 편이다. 또한 착한가게 프로그램을 통한 기부방법도 있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에는 중소자영업자들이 유달리 많다. 그러다보니 그들의 상황은 열악하고 힘들다. 하지만 와중에도 일부 자영업자들은 나름 수익의 일정액을 매월 기부하는 착한가게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 한다. 전국에 약 4천여개의 착한가게가 있다. 모금회는 이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지역일간지를 통한 홍보와 스마트폰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앱을 지원하고 있다. 여름 휴가의 끝자락이지만 여행지역에서 착한가게를 찾아 지역 특색 음식과 쇼핑도 즐기고 더불어 기부에 동참도 하는, 작은 의미를 두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방법으로 다수의 기부경험을 늘이다보면 나눔문화도 일상에 정착되어 가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조심스럽게 품어 본다. 강학봉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다리 밑 갤러리

올 4월 수원천이 복원되면서 전보다 많은 주민들이 수원천을 이용하고 있다. 수원에 새로운 명소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천을 따라 걷다보면 다소 어둡고 침침한 다리 밑을 지나게 된다. 우리 구에서는 주민들의 건의에 따라 시민이 손수 그린 타일 5천장을 벽면에 붙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했다. 여기에 조명을 설치하여 갤러리 공간으로 바꾸기로 한 뒤 다리밑 갤러리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시민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요즘 팔달구에 다리 밑 교각과 같은 공간이 너무 많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소외되기 쉬운 구도심권의 도시기반시설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불편사항을 정비 중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팔달구의 주민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요즈음 공직자들도, 시민들도 각 동마다 한창인 마을 르네상스에 거는 기대와 관심이 지대하다. 마을 르네상스는 주민 스스로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문화와 복지, 자연과 환경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만들어가며 실천하는 마을 공동체 시민운동으로, 시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민관협력 파트너십 시스템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구도심권이 많은 팔달구는 마을 르네상스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수원화성 복원사업이 장기화되면서 행정에만 의지하기보다 주민 스스로 움직여 예전 도심지의 명성을 되찾고자 하는 주민 의식이 강한것도 한가지 이유일 것이다.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각종 규제로 주거환경과 생활환경의 개발이 늦어진 행궁동과 지동의 주민들은 좁은 길목에 벽화를 그려 추억의 골목길로 변화시켰다. 상권이 위축되어 빈 가게가 많았던 로데오시장의 상인회는 빈 공간에 예술작품과 조명을 설치하여 썰렁했던 상가의 거리를 아름다운 갤러리로 바꾸었다. 또 화성 복원사업으로 건물이 철거되고 주민들이 하나둘씩 떠났던 행궁동은 금빛합창단, 문화재지킴이 마을,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마을안내소 등 마을 르네상스 사업을 활발히 펼치며 문화예술마을로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마을 르네상스를 통해 그동안 다소 일방적으로 추진되어온 행정이 시민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지역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고민과 열정에 적극적인 행정력이 뒷받침이 계속된다면 팔달구는 과거 속에 남아있는 구도심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살아 움직이는 역사와 문화의 도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수원형 마을르네상스를 통해 활기 넘치는 팔달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윤건모 수원시 팔달구청장

[천자춘추] 가축들의 여름나기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지역에서는 지난 7월31일까지 22명이 쓰러지고 10여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는 뉴스가 들린다. 살인 폭염이라는 말이 몸소 느껴진다. 사람이야 선풍기를 틀고 찬물 속에 들어가 더위를 식혀본다 해도 온 몸을 털로 감싸고 있는 가축들의 경우 스스로 더위를 식히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렇게 더운 여름을 보내기 위해선 사람의 손길이 필수적이다. 가축이 생활하기 적합한 온도는 1525℃ 이다. 요즘처럼 27℃ 이상의 고온이 지속될 경우 가축은 혈류나 호흡수 증가 등으로 열 발산을 높이려는 생리기능이 촉진되며 사료섭취량이 줄고 생산성도 저하된다. 실제 한우나 육우의 경우 기온이 25℃이상으로 올라가면 사료 섭취량이 310% 감소하고 35℃ 이상이면 1035% 감소한다. 또한 기온이 올라가면 적정 온도에 비해 소화율도 2030% 떨어진다. 젖소도 기온이 올라가면 사료 섭취량이 714% 정도 감소하며, 유량도 1020% 정도 감소한다.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교배시킨 어미돼지의 분만율은 연평균 분만율에 비해 1530% 떨어지며 닭 역시 기온이 32℃ 이상으로 올라가면 사료섭취량이 16%정도 줄고, 산란율도 6% 정도 떨어진다. 부모들은 여름철 아기를 돌볼 때 수시로 아기를 살핀다. 사람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가축을 키울 때도 이처럼 아기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가짐으로 돌봐야 한다. 우선 그늘막이나 송풍기 등을 통해 축사 내 온도를 낮춰주고 축사내 적절한 환기를 통해 열과 습기를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실제 젖소의 경우 고온기 그늘막 설치나 지붕단열을 할 경우 설치하지 않았을 때 보다 산유량이 약 5% 증가한다. 사료는 아침, 저녁 시원할 때 급여하고 조금씩 자주 주는 것이 좋다. 평상시보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므로 신선한 물을 수시로 공급해 주고, 필요에 따라 비타민 등을 추가로 공급해줘 영양보충을 해준다. 사료는 무더위에 부패되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이젠 더위도 국가적 재난이고, 더위 먹는 것도 큰 병이 되었다. 더위쯤 하며 가볍게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점점 따뜻해진다 하니 이젠 여름이 오기 전에 미리미리 여름나기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주인이 얼마나 신경써서 가축들을 돌봤는지에 따라 내가 키우는 가축들의 생산성이 달라진다. 자기 전 오늘은 내가 몇 번이나 축사에 가서 가축들의 상태를 살펴보았는지 생각해보자. 축산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축을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의무임을 잊지 말자. 장원경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천자춘추] 전과(全科) 한권의 추억

초등학교 4학년 초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무심히 교실 책상 사이를 지나가는데 뭔가 눈부신 광채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게 뭘까? 하며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하얀 바탕의 책자위에 선명히 새겨져 있는 네 글자 ○○전과(全科)였다. 학교에서 교과서만 뒤적이던 내게 전과, 즉 참고서가 있다는 사실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만큼의 일대 사건이었다. 친구가 넘기는 책갈피 사이로 나열되어있는 신지식의 보고(寶庫). 왠지 따분하고 건조하게 느껴지는 교과서와는 달리 중요한 대목은 별도의 단락으로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고, 교과서를 능가하는 편집과 연습문제 종합문제 등. 아 전과만 가질 수 있다면 교과서의 모든 내용을 내 머릿속에 전부 집어넣을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2학기가 시작되자 눈부신 광채는 교실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몇몇의 아이들이 전과를 구입한 것이다. 며칠 후 나는 학교 앞 문방구 주인아저씨와 마주 서 있었다. 아저씨, 아버지가 출장 중이신데 며칠 뒤에 돈 드릴 테니까 전과 좀 미리 가져가면 안 될까요? 주인아저씨가 약간 미심쩍은 눈길로 나를 쳐다봤지만 내가 이빨을 보이며 순진한 미소를 지어보이자 책을 내어주었다. 그날부터 난 그 전과를 닳도록 보고 또 봤다. 하지만 난 끝내 아버지에게 전과를 사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일주일정도 지났을까? 체육시간에 운동장에서 열심히 공을 차고 있는데 친구들이 나를 불렀다. 저기 아저씨가 너 찾어. 고개를 돌려보니 교문 앞에 문방구아저씨가 서 있었다. 석양을 등진 아저씨의 긴 그림자가 내 발 앞에 와 있는 듯 느껴졌다. 나는 알았다. 내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질 때가 왔다는 것을. 나는 교실로 들어가 전과를 들고 나왔다. 일주일새 내가 본 페이지는 표나게 손때가 묻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저씨 책값을 마련 못했어요. 아버지는 출장갔다 오셨니? 그게. 내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문방구 아저씨는 책을 받아들더니 책을 돌려받았으니 괜찮다 라며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날 유난히 빨간 석양 속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전과에 대한 생각은 별로 나지 않았다. 비록 전과는 사주지 못하시지만 나를 사랑하시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두 분이 너무 보고 싶어 달음박질치며 집까지 뛰어 갔다. 그날 석양속의 태양은 내가 본 태양 중 가장 컸다. 함진규 국회의원

[천자춘추] 부모의 심리 이해

부모가 자녀의 발달과 행동을 이해하고 부모 자신의 심리와 정서를 잘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는 자녀를 바람직하게 양육하기 위한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부모는 첫째로 부모의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 부모들은 종종 자녀들이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애를 태우고 화를 내게 되고, 화나는 감정 때문에 자녀의 행동을 통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녀에게 자유와 한계를 주고 자녀 스스로 행동을 선택하고 자기 행동의 결과를 통해 배우도록 한다면 애를 태우거나 화를 낼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부모는 자녀들이 잘못된 행동 목표를 이루어 내기 위해 그들의 정서를 사용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자녀가 부모를 조정하기 위해 화를 내거나 눈물을 흘리는 감정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부모는 자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화를 내거나 야단을 쳐서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고 부모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둘째는 부모 자신의 생활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녀의 생활방식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신념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형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녀의 생활 방식을 형성하는 요소를 이해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일단 이러한 요소를 이해한다는 것은 부모는 자녀에게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녀의 생활방식은 부모에 의해 형성된 인간관계의 유형인 가정 분위기와 자녀들이 부모의 가치관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하는 종교, 돈, 교육 등의 가치관, 부모로부터 남녀의 역할이 무엇인지 배우는 성 역할, 출생순위에 따라 신념과 태도 등의 발달은 달라진다. 그 위치 자체가 인성을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치에 따른 각 개인이 스스로 결정하는 가족 간의 위치, 부모가 자녀에 대한 양육하는 태도인 양육방법 등이 생활양식에 영향을 준다. 셋째는 완벽한 부모와 책임 있는 부모이다. 완벽한 부모에 의해 양육되어지는 자녀는 고통스럽다. 완벽한 부모는 자녀를 통제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부모 자신은 우월한 존재이며 완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는 반면, 책임 있는 부모는 자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며 부모 자신과 마찬가지로 자녀도 동등하며 인간인 이상 불완전한 것이 당연하다는 신념을 가진다. 완벽한 부모는 간섭 또는 감독과 과잉보호이며, 책임있는 부모는 부모의 책임과 자녀의 책임을 구분할 수 있다. 부모는 자신의 정서, 생활 방식, 책임 있는 역할이 자녀를 양육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장문규 한국부모아동연구소장

[천자춘추] 연수구의 행복한 이동목욕서비스

최근의 대중목욕문화는 단순히 몸을 깨끗이 하는 것 외에 찜질 등 휴식과 놀이기능을 갖춘 대형 공간에서 목욕을 즐기는 추세다. 요즘 같은 더운 여름에는 이런 곳은 고사하고 집에서 샤워만 해도 상쾌하다. 그러나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의 경우 혼자서는 집에서도 힘들고, 대중목욕탕에서도 미끄러지거나 혹시 모르는 사고를 우려해서 반기지 않는 편으로 목욕 위생관리가 소홀해 질수 있어 질병에 걸리기 쉽다. 이러한 배경에서 2007년부터 연수구 자원봉사센터에서는 관내 기초생활수급 독거노인 및 차상위 계층 등 혼자의 힘으로 목욕을 할 수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목욕시설이 잘 갖춰진 이동목욕버스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목욕서비스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대상자들은 처음에는 맨몸을 남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주저하다가 먼저 서비스를 받아본 이웃과 자원봉사자들의 권유로 몸을 맡기게 된다. 장애를 가진 40대 총각부터 100세의 어르신까지 각각의 인생사는 알 수 없지만 목욕 후 봉사자들의 두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자식보다 낫다는 한마디에 자원봉사자들은 가슴이 찡해지진다. 그리고 대상자를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이가 된다. 이처럼 삶의 애환을 담은 이동목욕버스는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시작한다. 봉사자와 대상자의 취향에 따라 클래식 선율, 신나는 트로트, 때로는 7080 음악이 나오는 이동목욕버스는 덩실덩실 춤을 추며 봉사자와 대상자를 한 가족으로 만들어 준다. 목욕이 끝난 후 버스의 뒷문이 열리면 땀으로 목욕한 봉사자와 새색시, 새신랑으로 변신한 대상자의 모습이 비교되지만 양쪽 모두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로 가득하다. 이렇듯 이동목욕서비스는 대상자들에게 정신적, 신체적 충만감을 드리려고 하나 여건이 원활한 것만은 아니다. 대상자들이 걷기가 힘든 분들이어서 집 가까운 거리에서 목욕서비스를 하는데, 차량이 버스인 관계로 이웃집 앞에 주차할 경우에 집주인들이 주차문제와 엔진소리가 시끄럽다고 항의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추운 겨울에는 대상자의 집까지 가는 길이 멀어지면 감기에 걸릴 수가 있어서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만이라도 목욕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목욕차량이라고 쓰인 버스가 집 앞에 오면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대상자의 환한 미소, 자원봉사자들의 지속적인 손길, 주차편의를 제공해 주시는 이웃 주민들의 마음이 모여 이동목욕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연수구 이동목욕서비스 영원하라. 황규옥 인천 연수구자원봉사센터장

[천자춘추] 법무사의 유래

우리나라는 고구려, 신라, 백제의 삼국시대부터 토지의 사유제도가 인정되어 왔다. 따라서 그 처분의 자유도 인정되었을 것이나 토지의 양도 방법이나 공시제도에 관해서는 조선 이후의 것만 알려져 있다. 경국대전 호전(戶典)에는 토지 관리 대장인 양안(量案)과 입안(立案) 등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 소유관계의 증명 등의 기능은 수행하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개항이후인 1893년 한성부에서 가옥 소유에 대한 공적 증명인 가계(家契)를 발급하였다. 그리고 조선초기 1893년(고종30년)까지는 매매에 의한 토지나 가옥의 양도는 서면에 의한 계약과 목적물의 인도에 의하였다. 문권은 양당사자와 증언, 집필인이 모여 작성했다. 문권의 직접작성은 집필인이 맡았는데 매도 연월일, 매수인, 매매이유 등을 적어 놓고 매도인과 증인 집필인이 기명날인 하였다. 이 사실은 매수인이 매도인 소재관청에 문기와 함께 소지(所持)라는 입안청구서를 제출 신고하면 일정 양식의 입안문을 작성해 교부하였다. 1906년 칙령 제65호로 토지 가옥 증명 규칙이 공포되어 근대적 공시제도의 효시인 부동산 증명제도가 도입됐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이 매매 계약에 있어서의 집필인의 역할이 오늘날 등기 대리인으로서 법무사 역할의 효시라 할 수 있다. 1924년 조선 사법 대서인령이 시행되어 1935년 사법서사로 명칭이 변경되어 오다가 1990년 현재의 법무사 명칭이 탄생되어 법무사 제도는 11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는 올해로 34년이 되며 실질적으로 한강이남의 경기도 18개 시군지부를 거느린 현재 726인이 넘는 전국에서 두번째로 큰 대단위 지방법무사회다. 법무사들은 일정기간 이상 법원 검찰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거나 법무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로 판검사 변호사와 함께 법조 4륜을 구성하고 있는 법률전문직이다. 법무사의 업무영역은 등기뿐만 아니라 소위 소송의 3단계인 보전처분(가압류 가처분 등)-본안소송-강제집행의 각단계에 걸쳐 위임인에게 필요한 법률적 조언과 함께 법원과 검찰청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작성 및 제출을 대행하고 있는 등 일반 서민 대중의 생활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문제의 해결과 관련된 광범위한 업무영역을 감당하고 있다. 주변의 생활 법률문제는 국가가 인정하는 법률전문가인 법무사로 하여금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접근이 용이하고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법무사의 조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앞으로도 항상 서민대중의 곁에는 그 소임을 성실히 수행할 법무사가 함께 할 것이다. 방용규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장

[천자춘추] 정조의 효심따라 62.2㎞

방학을 맞으면 아이들의 하루는 길어진다.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방학이면 시내(川)에 몸을 담그고 산이며 들이며 안가는 곳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하루 24시간이면 전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이니, 이 얼마나 호시절인가?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방학 생활은 그 시절 만큼 자유롭진 않은 것 같다. 放學(방학)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학원이며 과외며 선행학습에 바쁘기도 하지만 나가 뛰어놀 산도 들도 많지 않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알찬 방학을 위해 필자가 원장으로 있는 수원문화원에서는 매년 정조대왕 능행차길 체험순례를 개최해 청소년과 학부모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1789년 양주 배봉산에서 수원부 화산(현 화성시 태안읍)으로 옮긴 후 11년 동안 모두 13차례나 부친의 묘를 참배하러 서울에서 수원으로 능행을 하여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효심을 보였다. 이러한 정조의 능행길 속에 녹아 있는 효심을 따라 걸으며 효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능행의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는 기회를 갖고자 수원문화원에서는 매년 능행길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올해로 아홉번째를 맞은 능행차길 체험순례는 전국에서 모인 262명의 초중고 학생으로 구성된 순례단원들과 함께 창덕궁을 출발해 화성 융릉을 거쳐 수원 화성에 이르는 62.2km의 길을 3박4일 간의 일정으로 체험하고 지난 8월 1일 무사히 순례를 마쳤다. 이번 순례길은 이례적인 폭염 속에서 진행돼 아이들이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됐지만, 뜨거운 태양은 발걸음을 더디게 했을 뿐 순례단의 의지를 꺽지는 못했다. 아이들은 강했고 이번 순례를 통해 시련에 주저앉지 않고 넘어 서는 힘을 배우고 정조의 효심을 마음속 깊이 새겼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형제도 많지 않고 핵가족 속에서 자라 저만 알고 인내심도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창덕궁 돈화문 앞에서 처음 마주한 아이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정렬하고 바른 모습으로 듬직함을 보였고, 고된 순례길 속에서도 서로 격려해주고 뒤쳐지는 친구를 이끌어주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의젓한 모습에서 젊은세대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여름은 무덥지만 또한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이다. 방학을 통해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여름날 더욱 푸른빛을 띠는 나무들처럼 성장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참신한 사고를 통해 새 희망을 꿈꿀 수 있길 바래본다. 염상덕 수원문화원장

[천자춘추] 지상 최고의 여름 피서지 ‘도서관’

모두들 풍족한 자금을 갖고 많은 날들을 휴가로 보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들 삶이 그걸 허락하기는 쉽지 않다.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는 힘든 여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은행을 최고로 저렴하면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묘사해놨다. 하지만 은행보다 시원하고 즐길거리가 늘 있으며 최소의 비용으로 하루 종일 머무를 수 있는 특급 피서지가 있다.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 피서 매뉴얼을 한번 살펴보자. 우선 혼자이기 보다는 짝을 구성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가족이면 가장 좋고 아닐 경우 친구나 부부, 어르신과 손자, 손녀들이라도 좋다. 제일 먼저 휴게실에 들러 어른들은 차를, 아이들은 비탄산 음료를 한잔 들이키며 호흡을 고른다. 잠시 후 정기간행물실에 들러 어른들은 본인 취미에 적합한 잡지를 쥐고 등받이가 있는 안락한 의자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탐독에 들어간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일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정기간행물실의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디지털 자료실에서 최근에 나온 제일 재미있는 DVD를 빌려서 부모님과 비슷한 자세로 느긋이 관람하도록 한다. 아마 1~2시간은 아이 부모 상관없이 그 상태에 푹 빠져들 것이다. 그런 후 이제 즐기는 것도 격을 높일 필요가 있다. 어른들은 수많은 지혜의 보고인 자료실로 들어가서 그동안 시간이 없어 보기 힘들었던 따끈따끈한 신간들을 훑어보고, 아이들은 어린이실에서 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책과 친숙해질 기회를 제공해 주면 된다. 이 모든 것이 무료인 것은 물론 오히려 이용해 주신 것을 감사해주니 대접받는 기분까지 느끼게 된다. 오전 시간이 끝나 가면 출출한 시간이 다가온다. 도서관은 최저비용의 맛있는 메뉴로 이용자를 유혹한다. 가볍게 선택을 하여 식사를 한 후 주변의 벤치에서 후식도 맛보며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오후의 나른한 시간이 시작되면 가족끼리 함께 최신 영화를 보면서 휴식을 취해도 좋다.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어른들은 오전에 읽다만 책을, 아이들은 서가 사이를 누비며 책 찾는 놀이도 하고, 평상시 관심 많았던 여러 책들을 살펴보는 재미에 또 빠진다. 이러다 살짝 졸음을 느껴보는 것도 묘미이다. 무료함의 졸음이 아니라 잠시 충혈된 눈을 쉬게 해주는 정도이니 그도 괜찮다. 이제 마무리를 하면서 보다 만 책은 빌리고 새로이 집에서 볼만한 책을 또 빌려간다. 행복한 도서관 피서에 이어 그 여운을 집으로도 연장시켜 나간다. 도서관은 깊은 피서의 여운을 주는 행복한 피서지임이 분명하다. 배창섭 인천 율목도서관장

[천자춘추] 아주 작은 일

꿈속에서 돌아가신 지 오래된 아버지를 보았다. 흰 남방 소매를 걷어 올리고 닭에게 모이를 주고 계셨다. 나는 여전히 철부지 소년으로 옆에서 열심히 부리로 모이를 쪼는 닭들을 보다가 아버지하고 다가서니 아무 말씀 안하시고 밤나무가 있는 재래식 뒷간을 지나 먼 길을 가신다. 꿈에서 깨어나니 아침 5시가 조금 넘었다. 요즘 부쩍 야근이다 각종 모임이며 행사에 참석하다 보니 입맛도 없고 공복이면 속이 아프다. 아내는 입에서 냄새도 심하다고 빨리 병원에 가보라 하지만 여전히 참을 만하여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왜 내시경 검사받으라고 하는데 속 썩이세요?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괜찮다. 아빠는 이젠 할아버지보다도 훨씬 오래 살았고 너도 시집보내고 또 병철이도 자리잡았으니, 이젠 살만큼 살았다. 아빠, 미워~ 아빠 죽으면 나도 죽을 거야! 이 무슨 부녀지간의 몹쓸 대화인가? 하는 수 없이 온가족의 성화에 떠밀려 대학병원엘 갔더니 내시경 예약이 한참 밀렸단다. 다음 날 가끔 다니는 동네 내과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아파도 2분 정도만 참으시면 됩니다. 2분이라~ 주기도문을 외울까? 아니면 춥고 배고팠던 어린 시절을 생각할까 하는데 의사의 지시가 떨어지고 참기 힘든 고통이 찾아왔다. 낯선 이물질의 침입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세상을 좀 더 착하게 살 수도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는 왜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이렇게 추한 모습으로 낯선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몸속 구석구석까지를 드러내어 놓아야 되는지 못난 자신이 후회가 된다. 살면서 속상하는 일들도 참 많았다. 하지만 속상하지 않아도 될 것들도 많았다. 꼭 가져야 할 것들도 있었지만 없어도 무방한 것들도 더 많았다. 불필요한 욕심, 부끄러운 질투와 증오, 그리고 가증스럽게 남을 속여 온 위선 등 온갖 치부들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아 부끄럽다. 잘 참으시네요. 상태가 좀 그래서 조직 2군데를 떼어냈습니다. 결과는 10일 후에 나오는데 크게 걱정은 마십시오. 처방전과 주의사항을 건성으로 들은 뒤 병원을 나오는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드디어 하셨다며. 잘했어요. 근데 수면내시경이야, 그냥 했어요? 사실 나는 수면내시경이 있는 줄도 몰랐다. 워낙 남의 말을 잘 듣는 모범생이라 의사의 지시대로 순순히 침대에 누웠으니까.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하늘이 저렇게 푸르고 또 산과 들은 얼마나 건강함으로 세상을 끌어안는가? 욕심을 버리고 좀 더 착하게 살아야 할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너무나 아름답다. 김남윤 한국폴리텍Ⅱ대학 남인천캠퍼스 교양학과 교수

[천자춘추] 아너소사이어티

고대 로마의 귀족들은 적이 쳐들어 왔을 때 앞장서서 싸우는 것을 당연시 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도로, 극장 등의 공공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명예로운 일로 여겼다. 이러한 것들은 자발적이며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영국은 프랑스의 도시 칼레가 영국군에 반항한 댓가로 6명의 목숨을 요구하였다. 이때 도시를 구하기 위해 목숨 바치기를 자처 한 것은 놀랍게도 가장 부자였던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 라는 인물과 상인, 법률가와 같은 귀족들이었다. 왕비의 간청으로 그들의 목숨은 건졌지만, 그들의 희생정신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것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칭하며 귀족의 의무를 말한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사회 지도층에게 그 위치에 맞는 높은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물론, 근래에도 이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철강왕 카네기. 그는 기부에도 왕이었다. 그의 기부로 미국 전역에 2천500여개의 도서관이 지어졌고, 기타 교육문화 분야에도 수억 달러를 기부하였다. 부자인 채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 이라고 말한 카네기는 미국 기부문화의 시초가 됐다. 워렌버핏은 자신의 재산 85%를 게이츠 재단에 기부함은 물론, 미국의 400대 부자들을 대상으로 재산의 절반이상을 기부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그와 오랜 친구사이인 빌 게이츠 역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였다. 워렌버핏과 빌게이츠의 경쟁적인 재산 기부는 아름다운 경쟁이라고 불리고 있다. 미국의 고액 기부자클럽인 토크빌 소사이어티 멤버는 2만명을 웃돌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위해 2008년부터 아너소사이어티 클럽(1억 원 이상 기부자클럽)을 창설했다. 6명의 아너로 출발하여 현재 137명의 기부자가 멤버로 가입했다. 그중 인천지역도 12명의 아너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기부는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기부액을 늘려가고 있으며, 또한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의 솔선수범은 분명 우리나라의 나눔 문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이들을 인정하고, 존경해줄 수 있는 문화 역시 뒷받침 돼야 한다. 사회의 지도층이 되기까지는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양보 혹은 희생도 있었을 것이다. 지도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인 사회에 자신의 능력을 환원하는 것, 이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지도층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 강학봉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생태 교통 페스티벌

2005년 2월16일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탄산가스 배출량의 국가별 감량목표수치를 제시한 교토기후협약이 발효됐다. 이 협약에 따라 당사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의무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경우 여유배출량을 다른 나라에 팔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날로 그 규모가 성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조만간 의무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탄소배출권거래제를 법제화 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친환경 활동이 돈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앞으로 1년 후인 2013년 수원에서는 수원시와 ICLEI(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 UN-HABITAT(유엔 인간주거계획) 등 국제기구가 공동으로 전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획기적 실험인 생태교통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 페스티벌은 우리 팔달구의 행궁동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한 달 동안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고 자전거 등 비동력, 무탄소 친환경교통수단만을 이용해 생활함으로써 인류에게 친환경적인 생태교통 해법을 제시하게 되는 글로벌 프로젝트이다. 이 생태교통페스티벌에는 행궁동 주민들의 협조와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그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지역과 거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편안하게 누렸던 자동차를 덜 이용하게됨에 따라 대체되는 교통수단 선정 관련사항, 거리 설치 시설물에 대한 의견수렴, 공동사용 주차장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조사함으로써 주민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된 페스티벌이 전개되어 가도록 하는 준비과정을 거치게 된다. 생태교통페스티벌은 이때부터 시작이다. 주민들은 의견수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내야 한다. 귀찮아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직접 참여를 통해 국제적 페스티벌의 개최자가 되고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생태교통페스티벌을 통해 전세계는 수원을 주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만의 일회성 기념행사가 아니다. 인류를 위해 매우 중요하고 새로운 실험인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이면서도 광역시 못지않은 능력으로 유수의 국제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수원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해 다시 한번 역사를 만들어가기를 희망해 본다. 윤건모 수원시 팔달구청장

[천자춘추] 노숙관광

몇 년 전 백제의 도읍이었던 부여읍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부소산성에 올라 낙화암과 고란사를 둘러보고 백마강을 내려다보니 굽이굽이 돌아가는 물줄기의 풍광이 과연 절경이었다. 강심(江心)을 한가로이 떠가는 유람선을 보고 있노라니 옛 선비들의 풍류랄까 그들만의 여유를 나도 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 선착장으로 내려가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마침 일본 관광객 10여명도 함께 승선했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낙화암의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고 얼굴을 부비는 강바람도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것이 다 좋았는데 문제는 유람선이었다. 낡고 녹슨 유람선 곳곳에 거미줄이 널려있었고 두터운 층을 형성한 먼지가 덕지덕지 쌓여있었다. 배를 운전하는 사람은 일반 작업복을 입고 있었는데 몹시 남루하고 언제 세탁을 했는지 매우 지저분해 보였다. 동승했던 일본인 관광객이 거미줄을 피해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니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유람선 운전자에게 백제 고유의 의복을 입혔으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또 언제 청소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배의 청결상태는 왜 이 지경일까. 배에서 내려 관광안내센터를 찾아 개선을 건의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씁쓸했다. 관광은 굴뚝 없는 기간산업이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이집트 스위스 태국 등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부지기수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경우 한해 이 도시를 찾는 관광객이 1천만 명을 넘어 한국을 찾는 전체 관광객을 능가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은 총 980만 명으로 전년대비 11.3% 늘었다. 그 전 해에는 12.5%가 증가해 매년 1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루 평균 3만 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재울 숙소가 충분치 않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외국인들을 위한 숙박시설이 약 9천 여실 부족한 상태며 오는 2015년이 되면 2만5천 여실이 모자란다고 한다. 관광입국을 외치면서 막상 그들을 재울 방은 마련치 않고 있다니 노숙(路宿) 관광상품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특급호텔을 빼곤 거의 전부가 러브호텔 뿐인 현실에서 외국 관광객을 어디다 재워야한단 말인가. 70~100달러 선에서 잠을 잘 수 있는 비즈니스호텔이 있어야 한다. 최근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숙박시설확충에 적극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관광한국을 위한 의식전환과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때다. 함진규 국회의원

[천자춘추] 복날

여름이다. 무더운 여름이 왔음을 알려주는 초복이 지났다. 복날이면 더위에 지친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서 보신음식을 챙겨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삼계탕이다. 삼계탕은 최근 한류 열풍에 힘입어 일본, 대만, 홍콩 등으로 수출이 확대되면서 수출물량은 3천77t으로 두 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출물량의 대부분은 해외교포들을 위한 물량이며 요리법 자체가 획일화되어 있어 다양한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초복을 맞아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삼계탕 요리법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다. 먼저 곤약과 연근, 마를 넣어 소화와 장 운동을 돕는 채소 삼계탕과 뇌 건강에 도움을 주는 카레 삼계탕, 녹두와 녹차를 넣어 피부미용 효과가 있는 그린삼계탕은 일본인들을 위한 맞춤형 삼계탕이다. 쥐눈이콩과 검정깨, 흑미를 활용한 블랙삼계탕과 목이버섯과 표고버섯, 새송이버섯을 넣은 버섯 삼계탕, 매운 고추와 해물을 넣은 매운 해물삼계탕 등은 중국인을 위한 삼계탕이다. 또한 잣과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 견과류를 넣은 너트삼계탕은 강한 인삼맛을 싫어하는 미국인을 위한 삼계탕이다. 이 밖에도 된장삼계탕, 냉삼계탕, 비단 스프 등 기존 삼계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요리들도 선보였다. 삼계탕이라 하면 영계에 찹쌀과 대추, 인삼, 밤 등을 넣고 푹 끓여 만든 음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요리들이 많았다. 실제 맛을 본 외국인들은 일반 음식점에서 삼계탕을 먹을 때보다 향이 순해 먹기 좋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삼계탕에 대해 설문을 해 본 결과, 외국인들은 삼계탕의 강한 향을 싫어했으며 뼈를 발라내고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개발된 삼계탕 요리법들은 이러한 외국인들의 취향을 고려해 개발된 것으로 나라별 선호하는 재료들을 사용해 인삼향은 되도록 줄였으며 뼈를 제거하고 닭고기살만을 이용해 만든 요리들도 선보였다. 더위도 일종의 스트레스다. 더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안에서 단백질과 비타민 C의 소모가 많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닭고기는 고단백 식품으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철분 등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더위에 손실된 무기질과 비타민을 보충해 준다. 여기에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인삼과 찹쌀, 밤, 대추 등이 어우러져 영양의 균형을 이룬 훌륭한 보양식 삼계탕. 원기회복을 위해 이번 중복엔 가족들과 삼계탕 한 그릇 어떨까. 장원경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천자춘추] 청소년과 자원봉사

여름방학이다. 학생은 물론 부모들도 자녀의 방학기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낼 것인가로 생각이 많을 때다. 1995년부터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학생자원봉사 활동이 제도화되면서 활동이 이뤄져 왔고, 올해부터 주5일제 수업이 시행되면서 학교, 청소년 관련기관, 자원봉사센터등은 토요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청소년들 대부분이 학생이므로 학교에서는 봉사활동이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연간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 실태를 보면 학교내의 활동은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으로, 학교외 활동은 개인계획에 의한 심화학습과정으로 봉사활동 시간을 배분하여 평가에 반영하는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먼저 청소년들의 자원봉사 의식수준을 작년에 발표된 한국청소년 핵심역량진단조사 보고서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남과 더불어 사는 능력은 비교 대상인 36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라고 하니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교외 활동을 위하여 학생들은 지역의 시설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나, 프로그램 추진 현장에서 본 문제는 청소년들이 자원봉사 특성중의 자발성, 지속성, 일상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고생 청소년의 경우 학교외 평가 10시간을 채우기 위해 학기중 주말 일회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방학기간중 마무리단계에서 봉사활동 확인서 발급에 급급하다보니 시간채우기식의 봉사활동으로 청소년들이 몰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자원봉사는 점수로 평가하기 보다는 개인이 활동을 통해 얻는 경험과 보람 사회참여라는 소속감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활동이다.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협동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응하는 능력을 배우게 되고 다른 사람을 자신도 도울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다. 요즘처럼 학교 부적응이나 따돌림과 같은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에 자원봉사활동은 자긍심을 높이고, 문제 행동을 변화하는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성숙한 성인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청소년의 자원봉사활성화를 위하여 이번 여름방학기간 중에도 청소년 참여프로그램이 인천광역시 10개소의 군구자원봉사센터별로 방학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연수구 자원봉사센터에서는 8월20일까지 청소년자원봉사학교와 동(洞) 자원봉사센터에서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많은 청소년들이 올 여름에도 지역사회에 나눔을 실천해 주길 바란다. 황규옥 인천시 연수구 자원봉사센터장

[천자춘추] 자녀의 행동이해

자녀를 양육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 이유에 대해 부모교육학자 기노트는 양육경험과 정보가 부족하며, 바람직한 양육경험을 접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모들은 자녀와의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면 문제만 해결하려고 했을 뿐 그 문제행동이 반복하여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갖지 않았다. 자녀들이 반복되는 문제행동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자녀의 행동을 이해하는 첫째 원인은 생활양식이다. 아동기에 형성된 생활양식이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며, 자녀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자녀기 때 생활양식이 형성되는 경로를 살펴보면 이 시기에 부모에게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는데 이를 보상하고자 가상의 목표를 세운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행동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때 부모는 자녀가 바람직한 행동으로 목표를 달성해 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둘째, 행동목표이다. 부모-자녀 관계에서 자녀가 가장 빈번하게 세우는 행동목표 중의 하나는 가족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차지하려는 목표이다. 즉, 자녀가 소속감을 얻으려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을 하게 되는데 관심끌기, 힘 행사하기, 앙갚음, 무능함 보이기 등을 목적으로 잘못된 행동목표를 세우게 된다. 셋째, 행동의 창조이다. 자녀는 특히 부모와의 상호작용에서 관심을 얻고자 하는 욕구를 발달시킨다. 부모에게 관심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은 하게 되고 그렇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는 행동은 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자기가 기대하는 반응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계획하고 창조하게 된다. 넷째, 행동 통제이다. 자녀는 사회적 상호관계를 통해 행동 목표를 세우고 목표달성이 가능한 상황과 행동을 선택한다. 또한 부모와의 상호작용 과정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부모의 반응을 예측하는 자녀는 부모가 즉각 반응하지 않아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이 때문에 행동을 계속하고, 증가하는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같은 자녀의 행동 원인을 알고 부모가 자녀의 잘못된 목표와 생활양식,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이 자녀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자녀의 행동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자녀의 바람직한 행동은 칭찬과 격려 등 긍정적인 태도로 대해야 한다. 이는 자녀들이 타인 특히 부모가 자신에 대해 내린 평가를 기초로 자신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장문규 한국부모아동연구소장

[천자춘추] 터키 3대 명소 투어 Ⅱ

터키의 3대 명소는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파묵칼레이다. 앞 회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성소피아성당(Hagia Sophia)과 술탄하흐메드 모스크(일명 블루 모스크)사원이다. 성소피아 성당은 현존하는 최고의 비잔틴 건축물이다. 그 예술적 가치로는 모자이크, 대리석, 기둥, 돔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터키를 여행하다보면 각 지방의도시나 마을마다 크고작은 블루 모스크를 접하게 된다. 그중 가장 웅장하고 터키를 대표하는 사원이며 그 내부는 파란색과 녹색의 타일로 장식되어 있으므로 블루모스크 라고 불려진다. 카파도키아(Cappadocia)는 BC190년 로마가 마그네시아에서 승리를 거둘때까지는 셀레우스 왕조의 세력전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그 이후는 로마에 충성을 바쳤으며 11세기까지 동로마제국의 보루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로마시대 이래 탄압을피해 그리스도교인들이 이곳에 몰려와 아직도 수천개의 기암에 굴을 뚫어 만든 카파도키아동굴 수도원이 많이 남아있다. 또 세계 목화재배 2위 생산국임을 터키 여행을 통해 알게되었다. 파묵칼레가 그곳이다. 파묵은 목화, 칼레는 성을 뜻하는 곳으로 목화밭을 내려다 보이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성 언덕에 성스러운도시라는 히에라폴리스가 있다. 튤립으로 정원을 장식한 돌마바흐체궁전 또한 이스탄불에서 꼭 봐야하는 곳이다. 오스만제국의 마지막 제31대 술탄압둘마지드가 1853년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전을 본떠 지은 대리석으로 유럽풍의 건출물을 남겼다. 그 호화로움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다. 오스만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메흐메트 오르한 이야기다. 오르한은 14세때 제국이 멸망하면서 망명하여 50년간 입국금지라는 터키 정부의 조치로 유럽 각지와 브라질 등에서 전전하다 망명한지 70년만에 국민들의 귀국 호소로 조국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성장하던 돌마바흐체궁전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밤이 새도록 각 방을 돌며 하염없이 소리내어 울어 이튿날엔 눈이 퉁퉁부어 사람이 알아볼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터키투어가 처음엔 발 빠르고 흥분되어 있었지만 비련의 오르한 황태자의 인생흥망 사(史)를 한눈으로 보고 체험하니 너무나 본인의 발걸음이 무겁고 착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로 오는 11시간 내내 오르한 황태자의 얼굴을 그려 보며 우리네 직장의 조직과 가정을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방용규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장

[천자춘추] 배려라는 청량제

며칠 전 어느 식당 옆 테이블에 친구들로 보이는 일행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으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잠시 뒤 일행 중 하나가 갑자기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심한 상소리와 함께. 이에 질세라 맞은 편에 있던 사람 역시 야, 임마! 니가 뭐 잘났어? 하며 되받아치며 주먹다짐을 마다하지 않았다. 부처의 가르침 중에 무재칠시(無財七施) 라는 것이 있다.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7가지라는 뜻이다. 필자는 그 중 마지막 찰시(察施)라는 가르침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형편과 사정이나 속을 헤아려 알아서 베풀라고 하는 말씀, 이 얼마나 드높은 가르침인가! 만일 식당의 그 일행들이 찰시라는 교훈을 알았더라면, 아니 찰시의 일종이랄 수 있는 배려하는 마음만 있었더라도 그 날의 볼썽사나운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더 나아가 서로가 서로에게 약점을 들먹이며 욕설을 해대는 일은 애시당초 없었을 것이다. 이 쯤에서 생각나는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 한 부지런한 물 지게꾼이 있었다. 그는 두 개의 항아리를 양 어깨에 메고 물을 날랐다. 그런데 강가에서 물을 떠 집까지 오면 늘 한쪽 항아리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지만, 다른 한쪽에는 물이 반밖에 차지 않았다. 항상 가득 찬 물을 길어왔던 항아리는 늘 의기양양했고 자부심이 넘쳐났다. 반면에 낡고 금이 간 항아리는 언제나 반밖에 물을 나르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금이 간 항아리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미안함에 자신을 바꿔달라고 지게꾼에게 요청했다. 이에 지게꾼은 금이 간 항아리를 따뜻하게 위로해주며 말했다. 항아리야, 강에서 집까지 오는 길목을 뒤돌아 보거라. 네가 메달린 쪽으로는 예쁜 꽃이며 풀 등이 자라고 있지만 반대 쪽은 풀 한 포기 없지 않느냐? 그동안 너는 너를 희생해 식물들에게 사랑과 생명을 나누어준 거란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흠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 흠은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지게꾼의 예에서 보듯 보듬고 감싸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흠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자칫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기 쉽다. 이럴 때 일수록 사람을 대함에 있어 따뜻한 마음(심시), 위로격려칭찬의 말(언시)과 같은 청량제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러면 모두가 화목하고 즐거워 사람이 반가운, 정조대왕의 인인화락(人人和樂) 정신은 절로 이뤄질 것이다. 염 상 덕 수원문화원장

[천자춘추] 공교육의 대안, 도서관이다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안철수 교수가 방송에 나와서 초등학교 시절 성적이 중하위였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최상위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로 미친 듯한 독서를 들었다. 이렇듯 성공한 이들에겐 늘 책이 가까이 있어왔다. 그런데 여기에는 행복한 책읽기가 바탕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에는 과연 행복한 책읽기가 가능한 토대가 마련되어 있을까? 대답은 전혀 아니다로 귀결된다. 초중고 12년간 틀에 박힌 교재와 참고서에 너무 시달리다 보니 지금의 성인이나 학생들에게 책은 감히 가까이 하고픈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12년간 교재와 참고서에 매달려서 얻어낸 결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도 않다. 대부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남은 것이라고는 겨우 기억의 단편뿐이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공교육에서는 여전히 기득권 유지, 아니 변화의 불편함으로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이제 천편일률적인 공교육의 대안을 도서관에서 찾아보자. 최소한의 공교육 틀을 유지한 채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도서관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직업이 4만여 가지가 넘어서고 오늘도 새로운 직업이 생성되는 시점에 어떻게 국어, 수학 선생님이 인생의 절대적 멘토가 되어 학생들의 장래를 지도할 수 있겠는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집단 최면으로 오늘에 이른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서관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책으로 가득하다. 국어, 수학선생님의 단편적 지식보다 세상을 좀 더 크고 넓게 바라보게 해 줄 엄청난 스승들이 도서관에는 수만 명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책에 질려버린 학생들은 서가 접근이 아직도 두려운 상태이고 게다가 성적에 담보 잡힌 학생들을 위한다고 부모와 선생님은 교재외의 책을 보는데 시간 할애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인색하다. 이제 모두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한번만이라도 주어보자. 미친듯이 수많은 책을 훑으며 좋아하는 것도 챙겨보고, 삶의 방향을 잡아줄 멘토도 구해보고, 꿈도 꾸어보고. 마침내 그렇게 함으로 나의 앞날이 어렴풋이라도 보인다면 그때부턴 몰입을 통해 좀 더 깊고 넓게 나아가면 그 삶은 분명 성공한 삶이 될 것이다. 잘못된 어른들의 경험을 삶의 잣대로 내세우지 말고 이제는 도서관에서 늘 기다리고 있는 책속의 현인들에게 잣대의 몫을 넘겨주자. 주어진 것에 매달리는 경쟁의 고통대신 창의와 창조로 새로운 세상을 스스로 열어가도록 진정한 힘을 길러주자. 배창섭 인천 율목도서관장

[천자춘추] 한숨대신 함성으로

골프공 표면에는 움푹 패인 200~400개의 공간이 있다. 이것을 딤플(dimple)이라 하는데 이는 공이 날아갈 때 공 앞 표면에서 난류가 발생해 공기의 섞임이 활발해지고 공기의 흐름도 공의 뒤쪽에서만 바뀌어 멀리 날아가게 된다. 골프공은 원래 회양목이라는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골프채에 맞을 때 멋진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비거리가 70m내외였다고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가죽으로 만든 껍질에 삶은 깃털을 채우고 단단하게 말렸다. 그 후 나무망치로 두들겨 만든 가죽공을 사용하던 중 이상하게도 헌 공이 새 공보다 훨씬 멀리 날아가는 것을 발견하고 딤플을 만든 결과 비거리가 270m까지 이르는 장타가 가능했다. 얼마 전 수업시간에 이루고 싶은 소망을 학생들에게 물었다. 대부분 자신의 분야에 최고가 되는 것, 20억 부자가 되는 것, 로또 1등 당첨 등 그럴만한 것들을 썼는데 26세 먹은 한 학생의 소원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 자네는 부모님께 효도를 못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그러면 어떤 일을 해 드리는 것이 효도라 생각하는가? 라고 물으니 한참을 망설이다 부모님 용돈도 넉넉히 드리고, 해외여행도 시켜 드리고. 풀이 죽어 들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려온다. 그렇지 못하다는 이야기이다. 많은 청년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오지만 세상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들의 연봉이 몇천만원이라 하지만 공기업이나 대기업의 취업은 지방대학이나 스펙이 특출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언감생심 넘지 못할 벽이고, 일이 많아 힘든 세상이 아니라 일이 없는 세상이 젊은이들을 힘들게 한다. 내가 근무하는 폴리텍대학 재학생의 50%이상이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고 어지간한 학과는 학생 전체가 군필이상의 나이가 든 학생들이다. 철이 들어 취업을 못하고 폴리텍에 들어온 학생들은 대부분 이곳을 자신의 생의 터닝포인트나 디딤돌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말했다. 26세 청춘은 아직 부모님께 효도하지 않아도 될 나이이다. 좀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좋은 여자친구도 만나고 골프공의 딤플처럼 많은 스펙을 쌓아라. 상처 많은 공이 더 많이 날아간다라고. 요즘 한 개그프로의 인기코너에 그런 대사가 등장한다. 한숨대신 함성으로, 포기대신 죽기 살기로. 그래, 너희들은 아직 젊다. 그리고 싱싱하다. 좀 더 신나고 재미있게 세상을 즐겨라. 포기는 배추를 세는 단위이고 실패는 실을 감는 도구이다. 어느 선배가 방황하는 인생의 후배에게 들려 주고 싶은 한마디이다. 힘내! 김남윤 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 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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