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소외된 이웃에 따뜻한 온정을

매서운 강추위에 연말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세밑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추운 겨울이 되면 더욱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더운 여름보다는 추운 겨울이,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기 때문인 듯 하다.

지난 9일 익명의 후원자가 서울 명동의 구세군 자선냄비에 ‘어려운 노인분들에게 써달라’는 짧은 글만 남기고 1억570만원이 넘는 수표를 넣고 말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구세군측은 지난해에도 명동의 자선냄비에 1억1천만원권 수표를 넣은 사람과의 연령대와 편지 글씨체가 비슷해 동일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근 몰아친 세밑 한파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얼굴 없는 천사’들의 기부 소식을 들을 때, 나 스스로 미소 지으면서 온정이 남아 있는 사회라는 생각을 들었다.

얼마 전 신문에서 2012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뜻의 ‘擧世皆濁(거세개탁)’을 대학교수들이 뽑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혼탁했으면 그것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을까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마음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선행을 하는 분들이 있어 언젠가는 맑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연말연시에 모든 사람들이 가족, 연인들과 함께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 생활형편이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은 매서운 추위가 마음을 한층 더 얼어붙게 만든다.

요즘처럼 서민 경제가 어려울수록 우리 주변에는 독거노인, 어린 나이에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소년소녀 가장과 기초수급대상자등과 같이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더욱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추운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우리 주위의 소외된 이웃들을 생각나게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선행은 기명이든 익명이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선행은 자신의 형편이 어려울 때 더 빛이 나고, 남을 돕는 온기는 높아질수록 더 좋다.

나눔이라는 건 생각보다 거창한 게 아니고, 바로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인 것 같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정을 담은 기부’를 확산시켜 소외된 이웃들이 추운 세밑을 따듯하게 보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한다.

 

김 정 섭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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