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면적의 반 정도 되는 섬에는 어느 삼나무가 수령 3천년을 살고 있다는 것도 신비하지만, ‘사람은 2만명, 사슴도 2만마리, 원숭이도 2만마리가 어울려 산다’는 홍보 내용도 흥미롭다. 사슴이나 원숭이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서해에 있는 굴업도에도 야생하는 사슴과 산양들이 꽤 많이 살고 있다. 원래는 사육하던 놈들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는 완전히 야생이 되었는데, 아직도 사람들과 마주치면 상당한 거리를 두고도 경계의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오감을 가진 동물들은 주위에 위협을 느끼게 되는 경계거리가 있고 나름대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안전거리를 늘 확보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거리가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인간의 접촉이 강제적으로 통제된 38선 비무장지대에서 자연생태계가 안정된 것은 그들에게 안전거리가 넉넉하게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 일산지역의 남쪽 한강변 장항습지에는 이전에 민간통제구역이어서 재두루미 등 많은 철새와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군사전략적 차원에서 자유로 경계선에 철책이 설치돼 있어 수도권임에도 매우 귀중한 자연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야쿠섬을 비롯하여 산새들이 사람의 어깨까지 날아와서 놀고 간다는 호주나 캐나다의 산림공원 풍경, 야생 참새들이 식당 식탁에까지 날아와서 어울리는 뉴질랜드와 같이 신비롭고 동화 같은 환경으로 만들어 가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철원 지장산에는 야생 산새들과 친구처럼 지낸다는 어느 스님의 소문이 자자하다. 산새들에게 돌려줘야 할 것들을 알고 이것을 양보하는 이런 분들이 우리에게는 많지 않아서 다른 나라 사례를 부러워하는 것이다.
도심에도 물고기와 곤충, 그리고 새들이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는 생태하천을 만들자고 해놓고 하천 고수부지에 꼭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설치한다면, 그래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물고기와 새들이 놀라서 도망갈 수밖에 없다면 원령공주에 나오는 얘기처럼 자연과 인간은 치열하게 부딪치고 싸워야 한다.
이럴 경우 필연적으로 인간이 패배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박 남 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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