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단상

최근 신문에는 각종 인사발령 소식이 나오고 있다. 승진도 있고 전보도 있다. 그래서 요즈음 관청에는 ‘떠나는 사람을 위하여 그리고 새로이 온 사람을 위하여’ 한창 회식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 시기 민원인이 곧잘 듣는 이야기가 있다. “죄송하지만 업무 파악을 할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다. 떠나간 사람은 새로운 일을 해야 하니 과거의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새로 온 사람은 기존의 일이야 잘 해 보아야 전임자 일이니 자신의 새로운 일거리에 관심을 가지려 한다.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사람을 바꾸는 것은 담당자가 일을 잘 못하기 때문에 담당자에 대한 문책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정부 인사 발령은 일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그것도 공무원의 경력 관리를 위해 이뤄진다. 업무의 흐름과 무관하게 인사가 이뤄지고, 그 흐름의 단절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이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인사 발령을 오후 5시나 6시경 퇴근 무렵에 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래서 떠나는 사람을 위해 회식자리가 마련되어 술자리를 갖는다. 다음 날에는 그간의 어려움과 아쉬움도 잊게 되지만, 일도 잊게 한다. 보직예고제를 두어 최소한 1주일 전에 인사발령을 알려주면 어떨까. 가는 사람은 기존의 일을 미리 정리하고, 또 갈 자리에 대해서는 미리 업무를 파악하는 여유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공직 사회는 골고루 업무를 알아야 한다는 일반관리주의 원칙으로 인해 ‘Z형 인사관리’ 내지 ‘갈 지(之) 형’ 인사 관리가 지배적이다. 두루두루 아는 것 같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반형 관리자만 양성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한국형 지식은 총론만 강하고 각론이 약하다. 공무원 시험에서는 몇 백대 일의 경쟁력을 보이고 있으나, 이러한 치열한 경쟁을 통과하고 나면 평생 폐쇄와 보호의 망 속에서 갇히게 된다. 우리 공직 사회에 요구되는 중요한 개념으로 전문, 투명, 경쟁의 강화가 주장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전문 분야를 축적할 수 있는 경력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복지 담당 공무원이라면 이와 관련하여 정책, 예산, 사업을 담당하도록 경력 관리를 해 주어야 한다. 보직이 바꾸어지더라도 특정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공기업 인사를 흔히들 낙하산 인사라고 한다. 공직 생활을 끝내고 산하기관에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간 공무원으로서 열심히 일을 했으니 정년 후에는 쉴 생각을 한다. 산하기관의 경쟁력이 제고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승진을 앞둔 공무원이 산하기관에 가서 일을 하게하고 여기서 성과가 좋으면 승진시키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최근 일본 출장을 다녀오면서 동경의 정부청사가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우동 집에서 식사를 했다. 그 곳은 메이지 유신이 진행되던 1868년 경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식당이다. 한 분야에 집착하여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다지는 일본 문화의 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타쿠(御宅)에 근거하여 자신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특이한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그런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도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 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그리고 공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관료조직이 어우러져 일본식 관료 문화와 국가경쟁력을 형성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여 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 주어야 할 시기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 시스템으로는 과잉기대라는 회의가 든다. 진정 우리의 공직 사회가 ‘공공의 적’이 아니라 ‘공공의 수호자’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무원 인사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변화의 시도가 필요하다.

아버지들이여, 힘을 내자

살다 보면 별 희한한 일도 다 생긴다. 여자가 남 앞에 팔뚝만 내놓아도 흉이 되던 시절이 그리 오래 전이 아닌데, 요즘엔 가슴이 훤하게 드러나고 허벅지 위까지 스커트가 올라가도 흉은 커녕 당연한 일처럼 여긴다. 개가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동물만 전문으로 진료하는 병원도 생겼다. 남을 잘 웃기면 방송에도 나가고 돈방석을 깔고 앉는다. 노래 한 곡만 떴다 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재벌이 안 부럽다. 반면 한 세상 떵떵거리며 기세 좋게 활개를 치던 존재들이 하루아침에 자리를 빼앗기고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생긴다. 아버지들의 몰락도 그 ‘별 희한한’ 일 가운데 하나다. 사실 그동안 아버지들의 존재는 얼마나 광채가 번쩍였던가. 한 집안을 호령하고 휘두른 그 세월이야말로 아버지들의 전성기였다. 고주망태에다가 폭군이 되어도 식솔들이 대놓고 뭐라 하지 못했고, 웬만한 위선과 실수에도 모른 척 눈감아 준 존재가 아버지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상황이 확 달라졌다. 이렇게 행세를 하다가는 자식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평생 고분고분하던 양 같은 아내한테서도 버림당하기 딱 십상이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아버지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별 희한한 세상이 온 것이다. 요즘 아버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측은해 보인다. 다들 날개 부러진 새 같다. 큰 소리는커녕 오히려 가족들의 눈치를 보는 데 익숙해졌다. 텔레비전의 채널 선택 권한도 아내에게 넘겨준지 오래고, 권세와 위엄의 상징인 기침소리를 낸지가 언제인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끼리 만나면 신세타령을 늘어놓는 데 하루해가 모자란다. 그렇다고 아버지들이 죄인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 시대까지 오는데 아버지들이 흘린 땀과 수고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설혹 세상이 바뀌어 남성들의 시대가 쇠퇴기를 맞고, 여성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고 해서 아버지들의 자리가 필요 없어진 것은 절대로 아니다. 또 극심한 불경기로 실직과 구조조정 등 아버지들의 초상이 초라해질 대로 초라해졌다 하더라도 아버지들이 지금처럼 기를 못 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20세기 최고의 극작가로 평가받는 아서 밀러의 대표작 ‘세일즈맨의 죽음’은 바로 아버지의 꿈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 윌리 로우맨은 예순세살 된 세일즈맨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돈을 모아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윌리의 꿈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 그와 함께 가정에서의 자기 입지도 점점 좁아져간다. 윌리는 결국 두 아들에게 보험금이라도 남기기 위해 자동차를 폭주해 자살을 택한다. 이에 앞서 아내 린다는 두 아들을 불러 앉혀놓고 이렇게 말한다. “네 아버지가 대단히 훌륭하다는 것은 아니야. 큰 돈을 번 일도 없고, 신문에 이름이 난 일도 없어. 하지만 네 아버지도 인간이란다. 꿈을 가진 인간이야.” ‘세일즈맨의 죽음’은 산업화된 현대문명 속에서 하나의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아버지들의 삶을 그려 보이고 있다. 초라해진 오늘의 아버지들의 모습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아버지들이여, 힘을 내자. 이 거칠고 험한 세상을 떠밀고 나갈 마차 역은 아무래도 아버지들의 몫이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그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자. 설혹 이 시대가 여성적 섬세함과 감성을 요구한다 할지라도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소 같은 아버지들도 필요하다. 차제에 폭군의 이미지도 벗어 던지고, 위선의 상징처럼 되었던 남성상도 씻어버리고 새로운 모습의 아버지상을 보여주자. 아, 이 땅의 수고 많은 아버지들이여!

주민과 행정기관 간의 소통이 필요하다

며칠 전 포승~평택 산업철도 건설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민원이 제기됐다는 보도를 보았다. 내용은 경제성도 없는 산업철도를 건설하느라 마을을 분단시키기 때문에 철도를 건설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대로 포승~평택 철도는 물동량이 많지 않아 경제성이 없는 노선이다. 그래서 지난 2004년에 완료된 포승~평택 철도에 대한 예비타당성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이후에나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같이 사업우선순위가 떨어지던 포승~평택간 철도 사업이 2007년에 기본계획에 착수하여 현재 계획 수립 중에 있으며, 올해 안에 실시계획이 시작될 예정이다. 포승~평택 산업철도가 이렇게 빨리 추진될 수 있었던 데에는 경기도의 노력이 컸다. 사실 평택에 미군기지가 옮겨 온다고 했을 때 대추리의 시위가 이슈가 되었었지만 미군기지가 이전되고 나서 평택시가 어떻게 변화될지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검토만이 이루어졌을 뿐이다. 미군기지 건설이후 포승~평택 산업철도가 없다면 평택지역은 어떻게 변화될까? 아마도 경기 북부지역에 있는 훈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각종 탱크와 대포를 실은 미군 작전차량들이 평택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평택시내를 통과해야 할 것이다. 경기 북부지역은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아서 군 작전차량 이동시 발생하는 교통정체를 많은 주민들이 참아낼 수 있었지만 하루 3만 6천대의 차량이 다니고 있는 국도 38호선에 탱크와 작전차량이 통행한다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국토해양부와 국방부를 끈질기게 설득하여 추진하게 된 사업이 포승~평택간 산업철도이다. 주민들의 생활편의를 위해서 추진하는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이것은 무엇인가가 잘못된 것이다. 아마도 주민들에게 포승~평택 산업철도의 의미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아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나 싶다. 포승~평택 철도는 평택항 수출입 화물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군수물자 수송을 도로를 이용하기 보다는 철도를 이용하여 수송한다는 의미도 있다. 포승~평택 철도를 건설해야만 주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다닐 수 있다고 설득했다면 그것을 반대할 대한민국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선이 마을을 관통하여 주민의 주거환경을 훼손한다면 최적의 노선대안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하면 될 것이다. 경기도 혹은 시군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주민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오해를 사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사업의 본질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주고 주민들이 사업을 반대하기보다는 지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주민참여 유도형 행정이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는 도로를 뚫거나 철도를 놓을 때 행정기관이 지역주민들에게 사업에 대해 설명을 하고, 의견이 있으면 적어서 제출하도록 한 후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협의하는 주민참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우리의 경우도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업체에서 노선대안을 중심으로 설명만 실시하고 민원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기관이 주도적으로 사업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주민들이 갖는 궁금증과 의견에 대하여 성실히 답해 주어 주민 스스로가 사업의 협조자가 되도록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통의 부재로 인하여 때로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조응래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밥 맛이 없다!

입춘대길! 봄이 되면 밥맛을 잃었던 사람도 밥맛이 돌아온다는 계절이다. 봄이 가져다준 선물! 냉이를 비롯한 각종 나물은 그 향기만으로도 인간의 입맛을 충족하기 부족함이 없다.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춘삼월이 되면 우주 만물이 생동하고 온 세상은 파릇파릇 녹색 왕국을 만들기 위하여 모두들 노력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나무들도 자기 자신의 영양을 섭취, 종족 번식 및 생존 경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낮에는 광합성을 하기 위하여 넓은 잎을 가진 나무나 가느다란 잎을 가진 나무나 너 나 할 것 없이 최대한 팔을 벌려 태양빛을 받아 들인다. 이런 과정에 그들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산소를 배출한다. 우리가 산림녹화를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무로 인하여 자연환경이 보존되고 생태계 유지에도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소는 인간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에다 나무를 심고 도심 공원을 조성하여 숲을 만들자고 할 때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식물도 이렇듯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알고 인간과 공생하기를 원한다. 나무가 산소를 배출한 다해도 무조건 여기저기 아무 나무나 심지는 않는다. 나무 종류에 따라서 적당한 장소가 따로 있다. 형태가 아름답거나 향기로운 나무는 인간 곁에 두지만 커다랗고 재질이 단단한 나무는 재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주로 산속에 심는다. 인간 곁에 둔 나무는 항상 관리를 해야 한다. 자기 나름대로 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원하는 대로 커야 한다. 만약 그렇게 크지 못하면 가차 없이 베어버린다. 하지만 산속에 심겨진 나무는 짧게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자기 스스로의 생존 방법을 가지고 큰다. 이 과정을 적응하지 못하는 나무는 물론 생존하지 못한다. 요즘 밥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봄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필자는 가끔 세상 살아가는 일로 머리가 복잡하면 시골에 계신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고 한다. 채 30분도 안 돼 집에 도착하면 어머니는 큰아들 온다는 소리에 자식이 좋아하는 검정콩을 넣은 밥을 새로 하시고 당신이 손수 담그신 된장에 냉이를 듬뿍 넣어 된장찌개를 끓이신다. 철에 따라 내가 좋아하는 비듬나물과 오이소박이는 물론 땅속 항아리에 묻은 김장김치 역시 기본이다. 한참을 정신없이 먹다 보면 맞은편에 앉으셔서 나를 쳐다보시는 어머님의 눈과 마주치게 된다. “요즘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김 교수는 어떤가?” 한 번도 나에게 너! 야! 소리 한 번 안하시는 분이시다. 고작해야 “애비야! 힘들다고 어깨 축 늘어트리고 다니지 마라 너를 바라보는 직원이 한 둘이냐? 네가 힘들다고 하면 직원들은 더 힘들어 할 것이다.” 기왕에 온 김에 내 방에 가서 눈좀 붙이고 가라신다. 사실 나는 가끔 어머님 방에서 한숨자고 가는 적이 많다. 그러면 기분도 좋아지고 모든 일이 잘 되는 것 같다. 어머니는 나에게 산소와 같은 분이시다. 내가 이야기를 안 드려도 어머니는 내가 왜 왔는지 다 아신다. 그분은 산삼과도 같은 산소를 나에게 주신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좋다. 생각 같아선 수백 년 모시고 싶다. 세상에 이렇게 산소와 같은 존재가 참 많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다. 도대체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할지 모르겠다. 산소는 그만두고 독가스나 내 뿜지 않았으면,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자신의 주장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 혹 귀가 먹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청기라도 하나 사주어야 하나? 밥맛이 없다. /김동훈 건축사·(주)진우종합건축사대표

가치 혁명과 국가개조론

근대국가 형성 이후에 우리 사회는 연속된 위기에 노출돼 있다. 일제 침략에 의한 역사의 단절과 6·25 전쟁으로 인한 국토의 단절을 통해 이루어진 근대사회였기에 항상 정체성의 위기가 있었다. 70년대 전쟁위기, 80년대 정치위기, 90년대의 경제위기를 지나서 2000년대에 와서는 총체적 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정권교체를 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정치위기,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는 경제위기 그리고 사회의 불안으로 인한 일탈의 위기가 삼각파도를 형성하면서 우리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지금 우리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국민소득 2만 불과 IT 세계 강국의 이름에 걸맞는 모습과는 너무나 멀다. 지역 발전을 위한다는 재개발 사업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거친 주민의 저항이 발생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를 빌미로 야당이 재야 세력과 연대해 거리 투쟁으로 나서고 있다. 여당은 책임자를 보호하기에 급급하다. 사건의 전말을 들어보면 70년대 발생했던 일들이 재현되고 있다. 그런데 누구도 그런 사태가 발생하게 된 재개발 사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기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갈등의 구조를 이해하고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희생양을 찾고 있다. 그런데 방송과 언론조차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전달하고 있다. 개인의 일탈된 행위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가 이러한 인간형을 잉태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점검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없다. 그리고 토론과 협의를 중시하자는 국회에서조차 가장 비민주적인 행위를 통해 의사 표시를 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위기 구조의 미로에 빠져 있다.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세 가지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국민통합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각자가 자신의 조그마한 이기주의에 함몰되어 있다. 그것도 압축경제성장의 과실에서 손해를 보았다는 소외감으로 인한 배타적인 이기주의이다. 이를 위한 가치 혁명이 필요하다. 경쟁과 이윤의 산업사회 가치를 넘어서는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는 가치 혁명이 필요하다. 둘째, 이를 위한 건전한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의 교육은 입시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제는 민주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에서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단체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정책을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민주화의 과정에서는 정권에 맞서는 운동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시민운동은 달라져야 한다. 공동체 의식을 확산하는 시민운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셋째, 이러한 가치혁명에 따라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는 국가개조론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내용연수가 지난 과거의 체제에 둘러싸여 있다. 시민사회의 성숙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과대 성장한 정치권력이 사회의 혼동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덩치만 큰 정부가 세금 먹는 하마처럼 버티고 있다. 시민사회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시민 곁에서 곁불만 쬐고 있는 시민단체도 있다. 이제는 교양 있는 시민이 성숙한 사회를 이루어가는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물론 그러한 권력이동의 속도와 더불어 시민사회의 성숙을 담보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시민교육이다. 얼마 전 모임에서의 건배사로 ‘재건축’이 유행했었다. “재미있고, 건강하게, 축복받는 삶이 되도록 하소서”이다. 너무나 단순하고 소박한 우리의 소망이다. 그러한 삶을 위해 우리의 가치관을 다시 점검해보고 사회 시스템을 재건축하는 본질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탈선한 기차에 속도를 내게 하는 것은 일탈을 채찍질하는 것이다. 지금은 속도전을 할 시기가 아니라 방향성을 점검할 시기이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설화는 민족의 정신적 자산

초등학교 1학년이던가 2학년 무렵에 잠깐 교회에서 운영하는 주일학교에 다닌 적이 있다. 하도 오래된 일이어서 주일학교에서 무얼 배웠는지 기억조차 제대로 안 나지만, 어느 일요일이던가 꺽다리 주일학교 선생님이 들려준 고구려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 이야기만은 지금까지 또렷이 남아 있다. 적국의 왕자를 사랑한 나머지 자기 나라의 자명고를 찢은 저 낙랑 공주의 눈물겨운 사랑. 그건 내가 세상에 나와 최초로 접한 러브스토리였던 것이다. 그 뒤 나는 제2, 제3의 러브스토리에도 적잖은 감동을 했는데, 바로 온달과 평강 공주, 선화 공주와 서동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전자는 바보인 온달이 지혜로운 평강 공주를 만나 동량지재가 되어 나라를 크게 빛냈다는 이야기였고, 후자는 신라 선화 공주의 미모에 반한 백제 서동이 스님으로 변장하여 서라벌에 들어간 뒤 노래를 지어 퍼뜨린 끝에 선화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들 세 이야기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로 선화 공주와 서동의 사랑 이야기를 꼽아왔다. 내가 동화를 쓰는 사람인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을 얻기 위해 거짓 내용의 동요를 작사 작곡하여 저잣거리 아이들의 입을 통해 퍼뜨린 그 놀라운 기지가 너무도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선화 공주님은 남몰래 정을 통해 놓고, 맛동(서동) 도련님을 밤에 몰래 품으러 간다’는 저 불량기(?)가 철철 넘치는 아름다운 동요. 그런데 며칠 전 이 서동요가 허구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륵사지 석탑의 창건 내력을 밝힌 금제 사리봉안기가 발견된 것이다. 거기에는 ‘기해년(639년) 무왕의 왕후가 제물을 희사해 가람을 창건했으며, 백제 왕후는 백제 관리인 좌평 사택적덕의 딸’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서동과 선화 공주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이 아닌 후대에 지어낸 설화로 보아왔다는 내용도 함께 보도되었다. 이쯤 되면 지금까지 알려진 선화 공주와 서동 이야기는 설 곳을 잃게 된다. 역사는 곧 진실이기 때문이다. 헌데 마음이 왜 이리 쓸쓸한지 모르겠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 왔던 연인을 하루아침에 떠나보낸 기분이다. 해서 하는 말인데, 설화나 신화는 진실 여부를 떠나 그것대로 인정해 주고 물려주었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그건 마치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자라나는 이 땅의 어린이들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같은 시간일지라도 햇볕에 그을리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젖으면 설화가 된다는 말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달빛에 젖어 이미 설화로 굳어진 시간을 굳이 끌어내어 다시 햇볕에 그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설화는 그 자체로 두는 게 오히려 가치 있는 일이다. 과학의 힘에 의해 달의 정체가 낱낱이 세상에 밝혀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진실에 앞서 낭만적 손실을 더 가슴 아파하였다. 특히 달 속에는 토끼가 방아를 찧고 계수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상상해온 사람들의 실망은 얼마나 컸던지. 설혹 선화 공주와 서동의 사랑 이야기가 허구라면 좀 어떤가. 진실이 중요한 만큼 허구가 그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 그건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세상의 빛이 되고, 희망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동요의 배경인 익산 지역에서는 실망감이 너무 커서 ‘패닉 상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1천4백년 동안이나 내려오던 아름답고 향기로운 이야기가 역사라는 그물에 의해 허구로 판명됐으니 정신적 공황을 일으키고도 남을 만하다. 설화에까지 손을 대는 게 과연 현명한 일인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녹색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연초부터 대형 국책사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월6일에는 국무회의에서 녹색성장전략에 고용창출 정책을 융합한 ‘녹색 뉴딜 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4대강 살리기, 녹색 교통망 구축 등 녹색 SOC 분야, 그린 카·청정에너지 보급, 자원 재활용 확대 등 저탄소·고효율 산업기술 분야, 에너지 절약형 그린 홈 확산, 쾌적한 녹색 생활공간 조성 등 친환경·녹색생활 분야 등에 2012년까지 50조원을 투입하여 95만6천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일주일 뒤인 1월13일에 개최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미래기획위원회에서는 2013년까지 7조3천억원의 정부 재정과 90조5천억원의 민간투자를 통하여 10개 신성장 동력 분야를 육성한다는 ‘신성장 동력 비전 및 발전전략’을 발표하였다. 신성장 동력 사업은 신재생에너지, 탄소저감 에너지, LED 응용, 그린수송시스템, 방송통신융합산업, IT 융합시스템, 로봇 응용, 신소재·나노융합, 바이오 제약·의료기기, 콘텐츠·소프트웨어 등이다.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연달아 발표되다보니 정신이 없을 정도이고, 과연 무슨 돈으로 이 사업들을 추진해 나갈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경제의 침체는 우리나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수출을 기초로 하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로 볼 때, 세계경제의 침체는 수출 둔화를 유발하고 그에 따라 내수시장도 침체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도산, 대규모 실업사태가 점점 늘어나 IMF에 버금가는 혹독한 시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는 지식기반 서비스업이야 말로 국가경제를 이끌어 가는 산업이라 생각하였지만 지식기반 서비스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금융 산업의 붕괴는 다시 한번 제조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었다. 경기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IT, 자동차 산업 등이 특화되어 있는 지역이다. 그동안 수원 삼성전자, 이천 하이닉스, 파주 LG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자산업뿐만 아니라 광명 기아자동차, 화성 현대자동차, 평택 쌍용자동차 등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다. 최근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기업의 존폐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난 것이다. 지금은 경제전반이 침체기에 있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어떤 산업을 발전시켜야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매일 같이 계획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사업이 진행되는 그 기간 동안만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이 우선되어 그동안 투자우선순위에서 뒤에 밀려 있던 사업들이 성급히 추진된다면 향후 유지, 관리에 엄청난 재정투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투자효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일자리 창출이 안 되더라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천천히 추진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할 것이다. 앞으로 10년, 20년 우리나라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탄소저감, 수질처리,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한 녹색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수질오염이 심각한 중국의 하천을 정화하기 위한 기술개발, 대체에너지의 개발 등 세계적인 녹색성장 기조에 맞춰 녹색기술을 개발할 때 우리 기술의 해외수출이 가능해 질 것이다. 고급의 인적자원과 기술개발에 필요한 충분한 공간을 갖고 있는 경기도가 녹색기술 개발에 앞장 설 때이다. /조응래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황 박사님 요즘 어떠십니까?

요즘 어디를 가나 “요즘 어떠십니까?” 하고 질문을 한다. 이는 비단 필자만의 행동은 아닐 것이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동질성을 찾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목적지에 다다른다. 다른 분들은 무엇이 궁금한 것일까. 주식동향? 환율? 은행금리? 부동산 경기? 등등 각자가 생각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본질은 돈이다.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고 싶은 심정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궁금한 것이 따로 있다. 경제 사정이 안 좋아 올해는 사회 복지시설 등에서 겨울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기사를 접하면서 ‘우리는 왜 꼭 이맘때만 되면 각계각층의 온정을 기다리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가 연말처럼 연말이 평상시처럼 복지 정책을 수립하면 될 텐데. 꼭 각자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인 연말에 수선을 떠니 말이다. 때가 돼서 한꺼번에 수백 만 원, 수천 만원내고 매스컴에 소개되는 것도 좋지만 평상시 조용히 하는 기부문화가 나는 더 좋다. 우리는 왜 기부문화에 익숙하지 못하는 걸까. 앞으로 어려서부터 기부 습관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사회를 살아가는 의무로 느끼도록 키워야 한다. 얼마 전 충격적인 기사를 보았다. 국내 TV는 물론 각 신문에서 소개된 세금 폭탄 이야기다. 2002년 한 독지가가 평생 일궈낸 자신의 회사 주식90%(200억 상당)와 현금 10억원을 자신의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장학기금으로 출연, 장학회를 만들고 지금껏 6년여간 40여억원을 장학금 등으로 지급해 왔다. 그런데 2008년 3월 관할 세무서에서 140억원을 증여세로 내라는 통보를 받고 초상집이 됐다. 현행법은 장학재단에 주식을 기부하는 경우라도 주식은 무상증여에 해당되기 때문에 증여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여세로 내야 한단다. 여기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산금 40억 원이 추가되어 총 140억 원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게 기부자의 설명이다. 믿기지 않아 그분을 만나 직접 말씀을 나눠보니 사실이었다. 황필상 박사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만학(26세 대학 입학)으로 공부를 하면서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안타까워했고 자신이 돈을 벌면 이런 학생들을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고 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온 후 카이스트 교수를 거쳐 교차로라는 사업체를 창업, 피나는 노력으로 성공해 그가 꿈꾸어 왔던 장학 사업을 시작한 지 6년여 만에 벽에 부딪쳤다. 이런 제도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기부 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을까? 장학금을 받고 다닌 대학생들이, 세금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서명운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과연 성공을 하면 많은 세금을 내고 선뜻 기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당장 시정 되어야 할 부분이다. 많은 분들이 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잘못된 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법을 만들고 심의하는 분들은 이런 부당한 법을 언제까지 그냥 방치해 둘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런 부당한 법이 빨리 고쳐지지 않는다고 단식투쟁이라도 하는 국회의원은 없나? 법은 진정 국민들을 위하여 만들어져야 하고 잘못된 법은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이 국민을 위한 법이고 무엇이 잘못된 법인지 구별이 안가면 하루에도 수십 명의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거기서 수집한 내용들을 토대로 나름대로 분석, 한 다음 손님에게 내미는 택시기사 분들을 만나보라. 그분들의 정보야말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고 민심일 것이다.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분들이 최소한 하루에 한번쯤 택시를 이용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황 박사님 요즘 어떠십니까?

미래를 향한 전략적 사고

연말에 외국을 토양으로 활동하는 몇몇 지인들과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했다. 수입을 했다가 비용을 두 배로 지불하면서 거의 아사 직전에 있는 동료가 있는가 하면, 일본에 강의를 하러 갔다가 횡재를 한 선배도 있었다. 환율이라는 조그마한 변수가 인생을 바꾸고 있었다. 이처럼 경제의 세계화는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지적하는 공통된 문제는 우리가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고 현재의 테두리에서 나눠먹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첫째 농업사회를 지나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에 왔으나 지금 새로운 비전을 필요로 하고 있다. 탄소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개편하려는 변화는 단순히 경제 구조만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과 삶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 녹색성장의 화두에 우리는 진지하게 화답해야 한다. 특히 경기도청이나 시·군이 얼마나 여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둘째 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는 최대 소비지인 미국을 향해서 경제 구조를 형성해 왔다. 산업구조도 미국 시장에 맞추어 발달해온 셈이다. 그러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로 미국의 일국 중심 경제 체제에 대한 변혁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우리가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시 개발도상국의 지위로 돌아갈 위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미국에서 나오는 자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 보고서를 번역하고 있는 수준이다. 미국 펀드매니저의 전략을 추종하고 있으니 이들을 극복할 수가 없다. 셋째 부족한 자원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아직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한국의 면적은 지구의 1%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의 자원 영토 면적은 0.01%에 불과하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가 자원에 대해 너무 무감각하다. 러시아, 아프리카, 중동에서 펼쳐지는 자원 외교에 대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오랜 만에 한국에 온 지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공교육의 문제였다. 이런 시스템과 이런 교육 방식으로 21세기의 엘리트를 길러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를 푸는 연습만 하지 문제를 만드는 능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사고가 필요한 시기에 아직 흉내 내기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영어공부를 하는 것도 입 속에서 되새기는 말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열린 마음을 배우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앨빈 토플러는 미국 기업의 발전 속도가 시속 100마일인 데 반해, 관료 조직은 25마일, 교육은 10마일 그리고 정치 조직은 3마일로 변화하고 있다고 비유한 바 있다. 민간 기업의 발전을 지원해야 할 조직들이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우리의 국회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갈등을 조정하고 미래를 제시해야 할 정치가 시계(視界) 제로의 상태일 뿐만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쇠망치와 전기톱이 난무하고 인간 쇠사슬이 등장하는 모습은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고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우리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국회는 민주화 이후에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가장 대표적인 집단이 되어 버렸다. 오히려 우리의 생각과 삶을 경직되게 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새해 화두로 ‘미래’를 생각하는 ‘전략’적 사고를 생각해 보았다. 기존의 일상적 삶이 아니라 새로운 세기를 열어가기 위한 세계사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각 영역의 지도자가 되려는 집단과 사람들의 비전이 되기를 기대한다.

화장실에서 만날까요

어릴 적 시골에 가면 뒷산에서 가끔 나타난다는 늑대나 여우보다도 더 무서운 게 뒷간에 가는 일이었다. 뒷간이란 곳이 하필이면 집 밖 외진 구석에 있는 탓도 있었지만, 문짝을 열고 들어가면 어둠침침한 공간에 거미줄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을 뿐 아니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까마득한 게 꼭 낭떠러지에 매달린 기분이었다. 낮은 그래도 괜찮았다. 어쩌다 과식이라도 하여 밤똥을 누어야 할 일이 생기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어느 날밤엔 뒷간에 가기가 겁이 나서 배를 움켜쥐고 아침이 올 때까지 참기도 했다. 그때의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도 온 몸에서 식은땀이 난다. 시골만 그런 게 아니었다. 학교 변소도 크게 나을 게 없었다. 왜 그리 똥독을 큰 것으로 묻었는지, 여기도 낭떠러지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면 문짝들이 내는 소리가 꼭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 소리로 들려서 다들 변소 가기를 꺼렸다. 그렇다고 각 가정은 사정이 나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문만 열면 냄새가 진동했던 변소는 파리들의 운동장이나 다름없었다. 윙윙 대며 날아다니는 소리가 방안까지 들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곳을 찾기가 오히려 어렵게 되었다. 어딜 가나 번듯한 시설에 깨끗한 환경을 지닌 화장실이다. 특히 내가 사는 수원의 공중 화장실은 안방 못지않은 아름다운 시설을 자랑한다. 세계문화 유산을 가진 도시답게 화장실 또한 세계적이다. 날로 수원을 찾는 외국의 관광객이 느는 데엔 청결한 화장실이 한 몫을 하고 있다고도 생각된다. 화장실 얘기를 하다 보니 몇 해 전에 다녀온 중국 여행이 생각난다. 더럽다더럽다 해도 중국의 공중 화장실만큼 더러운 곳이 있을까. 우리 일행은 너나 할 것없이 여행 첫날부터 기분을 잡쳐야 했다. 일반 음식점의 화장실이야 그렇다 치고 세계 제일의 관광지라는 곳의 공중 화장실이 그렇게 더러울 줄이야! 신선이 놀다 갔을 만큼 빼어난 경치를 보고 나서도 우린 불결한 화장실 때문에 다들 얼굴을 펼 수가 없었다. 소위 국제 관광지의 화장실이란 게 우리 나라의 옛날 뒷간보다도 못한 곳이었으니 말이다. 중국의 공중 화장실에 비하면 우리 나라의 공중 화장실은 양반도 상양반에 해당한다. 특히 내가 사는 수원의 공중 화장실은 세계 어디에다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그러다 보니 수원사람으로서의 긍지도 함께 지니고 있다. 언젠가 외국에 사는 친구가 고국을 찾아 왔기에 이야기를 할 겸해서 수원 성곽을 따라 걸은 적이 있었다. 친구는 잘 정비된 성곽을 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렇게 완벽한 모습으로 옛모습을 복원한 건 수원의 자랑뿐 아니라 우리 나라의 자랑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화장실에 대한 감탄도 빼놓지 않았다. 세계 어딜 가도 이 정도로 깨끗한 화장실을 만나기 쉽지 않단다. 나는 어깨가 으쓱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수원에 산다는 그 사실이 새삼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이제 화장실은 단순히 본능적인 것을 해결하는 장소에서 생활의 하나로, 나아가 문화로 자리 매김되었다. 화장실이 카페처럼 만남의 약속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화장실에 온몸을 바친 한 사람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이름은 ‘미스터 토일렛’으로 불리는 심재덕! 그는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하다가 암까지 얻었다. 하지만 암조차도 그 분의 열정만은 꺾지 못했다. 그는 투병 속에서도 낙후된 세계 각국의 공중 화장실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새해에는 그 분이 병마를 훌훌 털고 일어나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기를 손 모아 기원한다.

마음의 전봇대 언제 다 뽑힐까?

올 1월에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회의에서 대불산업단지에 있는 전봇대가 인근 선박조립공장의 차량통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아직도 안 뽑혔을 것이라고 하자 5년을 끌던 전봇대 민원이 사흘 만에 해결된 일이 있었다. 이 일을 두고 인수위원장은 “높은 분이 이야기하면 5년 걸릴 일이 바로 해결되는 탁상행정은 끝나야 한다. 지금까지 경제, 국가 선진화를 가로 막는 게 이런 전봇대 아니었나. 단순히 실질적인 전봇대가 아니라 마음의 전봇대를 뽑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를 통하여 전봇대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규제 완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벌써 한 해가 가고 있는데 그 사이 우리 주변에 있는 마음의 전봇대는 얼마나 뽑혔는지 궁금하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 보자.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선 올 7월에 초고유가 환경의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하여 정부에서는 ‘초고유가 대응 에너지 절약 대책’을 수립하였다. 이의 일환으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승용차 이용자를 대상으로 승용차 홀짝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하였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승용차 홀짝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는 하였지만, 에너지 절감 효과보다는 출퇴근, 업무와 관련하여 공공기관 근무자들의 통행 불편을 초래하는 역효과도 나타났다. 더욱이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12월 현재도 공공기관 승용차 홀짝제를 계속 시행하고 있어 정부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공무원들이 승용차를 갖고 다니지 않으니까 공공기관을 이용할 때 주차하기가 편리해져서 승용차 홀짝제를 계속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것은 고유가 대책이라는 본질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정책을 시행할 당시에는 필요성이 인정되었지만 여건이 변화되어 더 이상은 의미가 없는 규제가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이 있을까? 승용차 홀짝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에 건의를 해 보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공무원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규제 제도를 앞장서서 고치기보다는 차라리 안 지키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규제가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면서 본인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데도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으니, 일반 국민들이 사업을 하면서, 장사를 하면서 느끼는 불필요한 규제가 어떻게 쉽게 고쳐질까 싶다. 아마 승용차 홀짝제 문제도 내일 당장 대통령이 한 마디만 하면 시행을 중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대통령만 바라보면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최근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의 위기는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를 매우 힘들게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도산을 하고, 실업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들이 기업을 하면서, 장사를 하면서 느끼는 불필요한 규제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변화된 여건에서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마음속에 있는 전봇대를 뽑아내야지만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응래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이천 물류창고 화재 또 인재인가

“먼저 이번 화재로 인하여 삶을 달리하신 분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이천에 있는 대형 물류창고 화재가 또다시 발생하였다. 얼마 전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전문가로서 미안한 마음과 무력함을 동시에 느낀다. 지난번 사고 때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많은 관계자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현장 답사는 물론 추후 이런 불미스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를 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얼마 되지도 않아서 유사한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건축행정을 하는 분들의 관심 부족에서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경기도소방당국에서는 화인이 용접시 일어난 불꽃에 의한 것으로 추정 냉동 창고 공사 시 용접을 불허한다고 했다. 그리고 만약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과태료를 물린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무슨 일이든 계획을 하는 집단과 실행을 하는 집단이 다를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먼저 정확한 의사전달, 다음이 그 일을 실행하기 위한 법률적 뒷받침을 포함한 여건 조성이다. 마지막 단계가 그 일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에 대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 이번 화재의 경우 샌드위치 패널에 용접을 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시공자들이 정확히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만약 위험한 여건을 알고도 일을 진행시킨 자가 있다면 책임을 묻고 싶다. 이번사태를 두고 안전 불감증이니 안전교육 미흡이니 내화성 재료가 아닌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해서 그러느니 등등 의견도 분분 하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참고로 샌드위치 패널은 속에 들어있는 단열재 종류에 따라 조금씩 성능이 다르다. 흔히 많이 사용하는 재료는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그리고 유리섬유(Glass Wool)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 재료들도 밀도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성능도 차이가 많다. 위 세 가지 재료중 불에 가장 강한 재료는 유리섬유로 된 패널인데 다른 재료로 된 패널에 비해 다루기가 불편하다. 게다가 유리솜이 피부에 직접 닿을 경우 피부로 침투되어 인체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머지 두 재료로 된 패널은 다루기가 비교적 편리하나 화재에는 약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특히 불에 타면서 나는 가스는 인체에 해롭다. 현행 건축법에는 대형 창고를 그저 물건 저장하는 공간으로만 인정, 거실기능을 가지고 있는 다른 건축물에 비하여 안전 기준 등이 아주 약하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보듯 사고를 당한 분들 중 창고 안에서 공사를 하고 있던 사람보다 창고 안에서 물건을 나르거나 정리하던 분들이 더 많이 희생 된 것을 볼 때도 거실 기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기회에 이와 같이 대형 창고건축물은 거실에 준하는 기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에 반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나 인명에 비하면 무엇이 더 중요한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법령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 경기도에서는 이번 화재사고가 나자마자 신속하게 몇몇 관련 전문가를 불러 향후 화재 방지 대책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회의가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대학교수, 건축사, 소방관계자, 공무원 등이 모여 대책회의를 함직한데, 이번에는 사뭇 달랐다. 현장에서 실제 용접 일을 하는 시공자 몇 분을 동석시켜 현장감 있는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었다. 교수, 박사, 건축사, 기술사 자격을 가진 분들 의견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용접을 하고 샌드위치 패널 공사를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야말로 현장감 있는 내용일 것이다. 건축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의 재치 있는 행동에 희망을 걸어본다. /김 동 훈경기도 건축사회 부회장

道 산하 공공조직의 개혁 필요성

경기도 본청의 공무원 숫자는 8천455명이다. 소방직 5천346명을 제외하면 일반직은 3천109명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국민 숫자 대비 공무원의 비율이 2% 정도임에 비하면 경기도 본청의 공무원 숫자는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적인 경기도청의 규모 못지않게 주민에게 공공의 부분으로 느껴지게 하는 또 하나의 영역이 있다. 바로 23개에 달하는 공공기관이다. 여기에 종사하는 인력만 해도 2천51명이다. 200개에 이르는 중앙정부의 공공부문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경기도의 입장에서 보면 만만찮은 규모이다. 고용 규모로 보아 경기문화재단 249명, 신용보증재단 145명, 경기관광공사 67명을 생각하면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의 운용이다. 이들 기관에 대해서는 경기도가 운영에 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예컨대 100% 전액 경기도가 출자한 경기도시공사, 경기평택항만공사, 경기관광공사는 결국 경기도의 공무원 조직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들 기관을 국민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 그림자 정부(shadow government)라고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이들 기관의 성과와 기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당기순손실을 실현하는 기관을 보면 중소기업지원센터 22억, 신용보증기금 27억, 경기문화재단 23억, 경기관광공사 19억 등이다. 손실을 보면서도 이들 기관이 버티는 것은 결국 세금으로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내년도에 경기도가 이들 기관에게 예산으로 지원하여 주는 규모가 2008년의 1천287억원에서 2009년도에는 1천689억원으로 31.2%가 증가하고 있다. 내년도 경기가 불투명하여 감축 예산 편성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관은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고 있다. 굵직한 규모로 보면 신용보증재단 100억원, 경기문화재단 282억원, 경기도 체육회 159억, KINTEX 120억원의 지원이 예정되어 있다. 공무원이 국민과의 관계에서 직접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여 대리인(代理人)의 도덕적 해이가 곧잘 지적된다. 그런데 이런 공공기관은 다시 공무원으로부터 업무를 위탁받고 있기 때문에 복대리인(複代理人)의 지위에 있다. 주민의 정치적 가시권(可視圈)에서 멀어져 있는 이들 기관에 대해 엄격한 성과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장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들 기관의 필요성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경기가 좋을 때, 일을 벌이다가 경기가 좋지 않으면 업무의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공부문은 한번 늘린 조직이 다시 축소되지 않는다. 이제 유사한 조직의 통폐합이 논의되어야 한다. 예컨대 복지미래재단, 가족여성연구원, 경기개발원의 연구기능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가 직접 할 일과 민간과 협력해야 할 사업을 구분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기관광공사나 경기문화재단의 역할 재정립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이들 기관의 구조조정을 시도함에 있어서 두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첫째 당신의 자금으로 직접 사업을 하라고 하면 그 사업을 하겠는가. 둘째 당신의 고객이 그 사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목욕탕 주인은 손님이 없을 때 과감하게 시설을 교체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도청의 기능과 역할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옷 벗은 나무들을 바라보며

날씨가 추워지면서 거리란 거리는 온통 낙엽 천지로 변했다. 야구 글러브만 한 낙엽에서부터 고양이 발바닥만 한 낙엽까지 낙엽의 모양새도 각양각색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저렇게 많은 낙엽이 어디서 한꺼번에 날아왔을까 싶다.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야 수긍이 갔다. 우리 주변에는 나무도 참 많았구나. 그리고 나무들에 매달려 있던 잎사귀도 참 엄청나게 많았구나. 그러고 보니 뙤약볕을 피해 하루에도 몇 차례씩 푸른 그늘에 몸을 식혔던 지난 여름날 생각이 났다. 돈 한 푼 안 받고도 서늘한 그늘을 내주었던 고마운 나무들. 사막 같은 도시를 그나마 숨쉬게 해주고 살아있게 해준 고마운 나무들. 그 나무들이 오늘은 옷을 벗는 것이다. 아니 이젠 거의 옷을 벗고 알몸이 되었다. 옷 벗은 나무들을 바라보는 일은 또 하나의 볼거리이다. 얼마나 훤칠하고 미끈한지. 마치 팔등신 미녀들의 누드 쇼를 보는 것 같다. 그것은 치장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또 하나의 예술적 쇼다. 늦가을은 이 지상 최대의 쇼를 관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관람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완전 공짜 쇼다. 나는 늦가을이면 나무들이 펼치는 이 장엄한 퍼레이드에 넋을 빼앗기고 만다. 얼마나 아름다우냐. 거기에다 얼마나 청결하냐. 그 어느 공연단체가 이런 아름다운 무대를 펼칠 수가 있을까. 지닌 것을 하나씩 내주면서도 초라하기는커녕 그윽함을 넘어 성스럽기까지 한 이런 볼거리는 자연이 아니고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란 수필을 배웠다. 안경만 씌우면 영락없는 천재작가 이상을 빼닮은 국어 선생님은 낙엽을 태울 때 커피 냄새가 났다는 작가의 글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나더니 갑자기 우리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너희들 중 낙엽에 대해 생각해 본 녀석 있냐?” 갑작스런 질문에 우린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는데, 아무 대답이 없자 선생님은 몹시 실망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다들 머리통만 컸지 속은 텅 비었구나. 잘 들어라. 우리네 인생도 한 장의 낙엽과 다를 게 없다. 시간이 다하면 바람에 날리어 저렇게 뒹굴어야 하는 것! 하지만 얼마나 대견하냐. 여 름 내내 사람들에게 푸른 그늘을 만들어 주었지 않냐. 선생님은 말이다, 낙엽을 보면 존경 스러워진다.” 낙엽을 존경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우린 철도 없이 낄낄댔고, 그것이 선생님을 더욱 슬프게 해드렸던 저 국어 시간. 벌써 50년 저쪽의 이야기다. 늦가을은 나무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계절. 나뭇잎을 죄다 떨구고 난 뒤에야 나무는 비로소 자신의 형체를 드러낸다. 어디 나무뿐인가. 사람도 나무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다. 늦가을이 돼 봐야 그 사람의 살아온 길이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아, 저 사람은 저렇게 살았구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들에게 비쳐질까.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그럴 수밖에. 내가 생각해도 뭐 하나 제대로 이뤄 놓은 게 없다. 내 딴에는 이날 이때까지 동화를 쓴다고 매달렸지만 과연 이다음에 몇 작품이나 남을지. “올해도 다 갔네요.” 아내가 아침 신문과 따끈한 차 한 잔을 놓고 가며 한마디한다. 아, 그러고 보니 어느새 12월이다. /윤수천 동화작가

지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힘 합칠 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는 10월 30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방안은 국토이용체계를 간결하고 투명하게 정비하고, 여건변화에 유연한 토지공급시스템 구축을 통하여 효율적인 국토이용을 도모하겠다는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구체적인 정책방안으로는 지역특성에 맞는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국토 이용계획 수립방식을 개편하고, 복잡한 용도지역 분류를 투명하고 일관성 있게 통합ㆍ간소화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환경규제의 개선을 통해 토지개발 및 이용절차를 간소화ㆍ신속화하여 토지이용수요에 신축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활동 및 주민생활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불합리한 수도권 규제를 시급히 정비하고, 개발가능한 농지ㆍ산지의 확충, 개발제한구역 조정 등을 통하여 산업ㆍ도시용 토지공급 능력을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국토이용체계의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책이 발표된 이후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해서는 지역 간에 첨예한 입장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그동안 수도권 집중억제를 이유로 기업의 투자와 지역주민의 생활편의를 제약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해 왔는데, 이번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하여 이와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국토전반에 걸친 문제점 개선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수도권의 규제를 풀 경우 앞으로 신ㆍ증설되는 공장은 대부분 수도권에 입지할 것을 우려하면서 절대로 수도권 규제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양쪽 다 맞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과연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계속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우리 집에는 아이가 둘이 있는데 큰 애는 공부도 곧잘 하고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편이고, 또 둘째 아이는 성적도 약간 떨어지고 공부하는 것도 일일이 챙겨줘야 한다. 큰 애는 엄마, 아빠가 동생에 대해 신경 쓰는 것의 반만 신경써 주면 자기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성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하면서 아쉬워한다. 하지만 성적이 뒤떨어지는 아이를 놔 두고 성적 좋은 아이가 더 잘 할 수 있도록 신경쓰는 부모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비수도권이 수도권에 비해 경제력도 떨어지고 여건도 좋지 못하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더 많이 신경을 쓰고, 더 많은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학원을 보낼 때는 차별없이 지원을 해 주게 된다. 어차피 아이들의 경쟁상대는 형제 간이 아니라 본인들이 속해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부모된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각자 주어진 여건하에서 최대한 노력을 하여 경쟁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도움을 주고자 노력할 뿐이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는 대도시권 지역이고,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규제는 하루 속히 정비해야 한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규제완화로 발생하는 편익은 비수도권 지역의 투자지원에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수도권이 세계 대도시권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과도한 규제는 풀되, 지방 대도시권의 특화된 발전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 도입을 위해 수도권도 노력한다면 이 어려운 경제난국을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공공디자인 춘추전국시대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온통 공공 디자인이란 말의 홍수 속에 너도 나도 공공디자인을 외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인지 유관 단체들도 많이 생겨났다. 언제부터 우리가 공공디자인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는지 또 큰 열정을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공공디자인 전문가들을 채용하여 단숨에 무엇인가를 이루려 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공공디자인이 뭔가요?’ 알만하다 싶은 분에게 질문을 던지곤 곧 후회하고 만다. 공공디자인은 누구 한사람의 머리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공공디자인 정책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탁상공론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또 그들이 무엇을 바꾼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과연 공공디자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공공디자인은 전문가 눈높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공간을 영위하는 분들의 눈높이와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함께 공간을 보고, 즐기고, 느끼는 진정한 의미의, 공동의 디자인이 빛을 발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곳을 이용하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그 분들을 위해서 이같은 공공디자인의 진정한 의미는 항상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디자인 담당부서를 만들고 전문가를 채용하고 이런 저런 일들을 분주히 해서 될 일은 아닐 듯싶다. 긴 안목을 통해서 진정 ‘그곳’과 어울리는지, 자칫 맞지 않는 옷을 입혀 오히려 그곳의 진정한 미를 해치지는 않는지에 대한 느림의 여유가 접목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공공디자인에 대한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공간의 맛을 알고, 멋을 알 수 있는 수준을 올려놓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버스 정류장이나 고치고 간판이나 고치는 것이 공공디자인의 전부는 아니다. 또 안내표지를 새롭게 설치한다고 해서 그것이 진정한 공공의 아름다움을 대표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은 지금 많은 공공디자인 전문가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진정한 공공디자인 전문가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나라 대학에서 공공디자인 전공과목을 개설한지는 채 5년도 안됐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공공디자인이라는 분야의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아 주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공공디자인이란 이름으로 전공 할 기회가 별로 없었을 텐데 모두가 전문가라고 한다. 마치 농사를 지음에 있어 저명한 농학박사 보다 수십 년 한곳에서 농사를 지은 농부가 그 땅의 성질이나 환경을 잘 파악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과 같다. 공공디자인을 말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있는데 과연 그들을 공공디자인 전문가라고 인정해 주는 단체는 어디이고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기준이 없으면서 무분별하게 직위 또는 타이틀을 달아준 뒤 적절하지 못한 주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디자인을 한다면 그것을 과연 누구나 인정하는 공공디자인으로 봐줘야 할까라는 의구심이 생겨난다. 공공디자인은 집을 지을 때 건축사와 시공자 그리고 건축주가 서로 뜻과 여건이 맞아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어느 한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협동해서 이루어 내야 한다. 또한 그곳을 이용할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한 두 분의 공공디자이너를 모셔놓고 세상이 아름답게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랏돈, 나눠먹기와 빼먹기

내년도 예산 심의를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으나, 모두가 시계(視界) 제로의 상태에서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환율을 1달러 대 1천원으로 예상하고 편성했으나 비현실적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1천4백원으로 한다고 해도 불안하다. 이런 단가의 불확실성 이외에도 내년도 경제 성장율의 불확실성과 세법 개정에 따른 지방교부세와 세입추계의 혼돈도 매우 큰 변수이다. 이럴 때 재정개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경제성장기에 세입이 늘어날 때 팽창 예산을 추구했던 정부가 이제는 경제가 어려우니 재정 지출을 늘려서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찌되었건 정부는 재정 팽창을 하려는 속성을 보인다. 우려되는 것은 수입이 줄어드는데 지출을 늘리면 재정적자가 발생하고 그것은 다시 주민의 부담으로 귀착된다는 점이다. 이제 성장기의 팽창 예산을 극복하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산은 개개인의 푼돈을 모아서 목돈을 만든 다음 개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중요하고 큰 사업을 수행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개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유보하고 정부에 기여한 이 자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투명하고 활용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무원이 도덕성과 전문성이 요구되고, 의회의 통제능력 그리고 시민의 감시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목돈을 지출하는 과정에서 부스러기 돈이 발생한다. 더군다나 예산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골라먹기, 나눠먹기, 빼먹기에 몰두할 우려도 제기된다. ‘관급공사하면 돈 번다’는 말이 있다. 어음으로 지급하지 않고 현금으로 지급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부풀리기 식 단가와 엉성한 설계 변경의 요건이 수입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이에 관급공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이권을 골라먹는 정치 과정이 형성된다. 그리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나눠먹기가 이루어진다. 몇몇 사람들이 책상에 둘러 앉아 논의하면서 목소리 큰 사람의 주장에 솔깃해져 특정 이익과 목소리에 경도된 결정이 성급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역의 다양한 단체나 활동에 대해 3백만원, 5백만원, 1천만원 등 소규모로 분산된 자금이 지원된다. 선거를 거쳐야 하는 시장이나 의원의 생색내기용으로 지출되기도 한다. 자생적인 단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부 돈을 빼내어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 융자 사업의 경우에 은행이 하는 융자 사업에 비해 부실채권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은행은 대출을 했다가 받지 못하면 은행이 망하고 결국 직원이 실업자가 된다. 그런데 정부 돈은 회수가 되지 않아도 아무도 망하지 않는다. 정부 돈을 빼먹기 위한 활동이 강화되고 정치학 교과서에서는 이를 돼지 먹이통식 정치과정(pork barrel politics)이라고 한다. 선량한 시민의 조세부담으로 조성된 예산의 공공성을 확립하기 위한 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 사업의 경우 공익적 성격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심의하기 위한 사회단체보조금 심의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은 한편으로 유권자인데 이들의 요구를 시장, 군수가 피할 수가 없다면 위원회의 결정이라는 명분으로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보조금 지급에 대한 성과평가가 필요하고,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례적으로 반복되어 지원될 때 시민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최근 환경단체의 보조금 집행에서 나타난 문제가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자치단체에서 사회단체나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의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우리의 민주의식을 개혁하는 과정도 된다. 이를 통해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제고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날이 밝으면 뭔가 신나는 일이

나는 다섯 시면 일어난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그 시간이 지나면 좀이 쑤셔서 이불 속에서 더 뭉그적거리지를 못한다. 내가 남의 집에서 잠자기를 꺼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남들은 한밤중인데 나 혼자만 일어나 부산을 떨기가 민망스러운 것이다. 학교 다닐 땐 그 버릇 때문에 나름대로의 고충도 있었다. 수학여행 땐 선생님과 친구들한테서 눈총을 받기 일쑤였고, 방학이 되어 고향을 찾아가면 친척 어른들한테서 핀잔을 들었다. 어떻게 된 애가 넌 잠도 없냐는 거였다. 나이를 먹을 만치 먹은 요즘엔 집사람한테서 종종 면박을 당하곤 한다. 우리 두 내외만 사니 다행이지 애들하고 같이 살면 며칠 못 가서 분가 얘기가 나올 게 틀림없단다. 옳은 얘기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설쳐대는 늙은이를 요즘 젊은이들이 누가 좋아할 것인가. 그런데 참 묘한 것은 이런 사정임에도 난 지금까지 이 고약한 버릇을 고쳐볼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날이 밝는다는 사실이 그렇게 좋을 수 없고 왠지 일찍 일어나야만 신나는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늦게 일어나면 공연스레 아침을 준비해 준 그 누군가에게 죄를 짓는 기분마저 드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그래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신이 난 일이 뭐가 있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있다! 아니 무지 많았다. 내 동화의 대부분은 아침 시간에 쓰여진 것이다. 아니 쓰여졌다기보다는 만났다고 해야 옳다. 이만하면 신이 난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데 내가 어깨를 으쓱 올려도 좋을 사건이 하나 있었다. ‘쥐라기 공원’, ‘이티’를 만든 영화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가 우리 나라 공항에서 기자들 앞에 털어놓은 성공담이다. 자기는 어릴 때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떤 새로운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만세를 불렀다. 봐라, 내가 왜 아침을 사랑하는지! 그날 난 그동안 주위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일시에 훨훨 날려보낼 수가 있었다. 최근 들어 아침에 책을 읽도록 하는 학교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소위 ‘아침독서 10분 운동’이다. 이 운동은 네 가지 원칙 아래 실시한다고 한다. 정규 수업 전에 각자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골라 독서를 하는 것이다. 시간은 딱 10분. 여기에는 학생과 선생님의 구분도 없다. 다함께 하는 것이다. 게다가 단지 읽기만 한다. 독후감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책읽기가 부담스럽지도 않다. 이 운동은 일본에서 시작했지만 이젠 우리 나라 학교에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나는 또 한 번 기분이 좋았다. 봐라, 아침이 이렇게 좋은 것을! 내가 꼭두새벽부터 눈을 뜨고 날이 어서 밝기를 바라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아침은 무슨 일이든 시작하려는 사람에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아침에 품은 ‘생각’ 하나는 하루를 일굴 호미가 된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다. 하루는 결코 24시간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 한 달로 이어지고, 1년으로 힘을 실어준다는 것. 사람의 일생도 결국 그 하루가 모인 게 아닌가! 어릴 적 이불 속에서 고개를 살그머니 내밀고 언제 날이 밝나 하고 창문을 올려다보던 그 설렘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날이 밝으면 뭔가 신나는 일이 생길 것만 같던 그 가슴 설레던 새벽은 참 행복했다. 그 때 길들여진 습관이 오늘 아침에도 나를 일으켜 세웠다는 생각이다. 이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가.

유류세 없어지면 기름값 낮아질까?

지난 7월초 배럴당 140달러(두바이유 기준) 까지 치솟던 기름 값이 10월이 되면서 배럴당 60달러까지 내려갔다. 이에 따라 2천원에 육박했던 휘발유 값도 최근에는 1천600원대로 떨어졌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 경제의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름 값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것에 비해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사회구조를 갖고 있다. 출퇴근시 승용차 이용률도 선진 외국에 비해 높고, 중형차를 선호하여 유류 소비도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휘발유 및 경유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교통·에너지·환경세라는 유류세를 부과하고 있다. 1993년에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던 특별소비세가 교통시설투자를 위한 재원확보를 위해 교통세라는 목적세로 전환됐다. 당초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한시적으로 부과하기로 하였지만, 2003년 12월 과세시한이 만료됨에 따라 2006년까지 3년간 연장하였다. 목적세 정비차원에서는 교통세를 일반회계에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교통세가 원인자부담 원칙에 적합한 세원으로 조세원칙에 부합하며, 유류소비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에 비례한 세금이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연장된 것이다. 지난 2006년 말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명칭을 변경하고, 2009년 12월 31일까지 과세시한을 또다시 연장하였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80%에 해당하는 8조 원 가량의 재원이 교통시설특별회계를 통해서 관리되고 있다. 고속도로와 철도, 공항 및 항만 등의 교통시설은 교통시설특별회계의 재원을 활용하여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도로 부문에 55% 정도, 철도 부문에 17%, 대중교통 부문에 8%, 공항 부문에 4%, 항만 부문에 12%, 광역교통시설 부문에 4% 정도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과세시한이 2009년 만료됨에 따라 기획재정부에서는 최근 법안 폐지를 입법예고하였다. 이에 따라 유류소비와 관련된 세금은 개별소비세법에서 다루게 될 예정이다.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가 교통시설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운용되던 목적세임을 상기할 때, 개별소비세로 변경된다 하더라도 징수 목적에 맞춰 예산이 운용될 필요가 있다. 외국의 경우 휘발유, 경유 등에 부과되는 세금을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별로 적정하게 배분하고, 이를 교통시설의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광역자치단체가 지역의 교통시설에 대해 직접 투자할 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조정·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류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소비세화 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과 세금의 혜택을 받는 사람간의 형평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유류관련 세금이 교통과 관계없는 사업에 활용된다면 차라리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유류세를 낮추어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내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개별소비세법에 따라 유류세가 징수된다고 하더라도 철도,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에 우선적으로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녹색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투입계획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명품은 소유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명품에 대한 갈망을 한다. 명품을 두르면 마치 본인이 명품자체가 되는 것처럼 그 갈망은 동경으로 변해간다. 명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 중 아마도 자기 자신이 남들에게 특별하게 보이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면도 있다. 인간의 삶을 몇 단계로 분류하여 보면 첫 번째, 의식주를 해결하고자 하는 단계. 두 번째, 신체의 안전이 확보 되면 사람들은 세 번째 단계에서는 주위로부터 존경 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기 마련인데 명품은 이 단계의 한 예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원가에 비해 상당히 비싼 돈을 주면서도 명품을 소유하고자 한다. 이 점에서 사람들은 가장 큰 오류에 빠지게 된다. 벼룩시장에서 싼 가격에 기분 좋게 구입한 싸구려 액세서리라 하여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명품 일 수도 있다. 반대로 몇 백만 원을 주고 산 물건이라도 잘 이용 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명품으로서의 가치는 없어지는 것이다. 그 명품을 만든 장인의 정신을 모르면서 겉멋만 낸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소유의 매력보다 그 물건에게 어떤 대우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선물로 받았다고 해도 그 선물을 준 사람의 마음과 바람을 배려하여 사용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방치하거나 훼손시킨다면 그것의 가치는 상실 될 것이다. 개인도 그러 한데 공공에 있어서는 더구나 우리에게 주어진 명품을 아끼고 보전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특히 그것이 한번 훼손되면 다시 복구하기가 힘든 자연환경 이거나 훼손되었을 경우 우리세대 뿐만 아니라 다음세대까지 영향을 끼칠 경우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나는 얼마 전 영동고속도로를 가다가 항상 마음에 두고 사랑하는 연화장을 습관적으로 보게 되었는데 한때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연화장 일대가 험하게 훼손되며 토목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장사 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수원시 연화장! 화장 문화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견학을 오는 것은 물론 각, 시군에서도 장사시설을 계획할 때 꼭 다녀가는 견학 코스이기도 한 연화장! 대한민국 환경문화상과 한국건축문화상 본상 등 한꺼번에 두 개의 국내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명품건축 연화장이 상을 받았다고 해서가 아니라. 다른 시에서는 이런 시설을 계획할 때 시민들과 많은 갈등과 엄청난 반대 속에 부닥치게 되는데 연화장은 수원시와 시의회 그리고 지역 주민과의 진솔한 대화 등을 통하여 터를 닦고 여기에 건축가의 혼이 담긴 설계와 시공자의 노력으로 하나의 명품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곳은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명품이고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잊지 못할 공간이다. 그런데 이러한 곳 주변에 자연과 주위 환경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공사가 진행 되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선진국의 경우 이런 공사를 계획할 때 해당 건축사에게 협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화장은 이제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생명력을 가진 존재라고 보아야만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 연화장에서 정기적으로 작은 음악회에 열리고 있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과 가족들의 안식처라 생각하고 잘 감싸 주었으면 한다. 명품을 소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잘 이용하는 지혜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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