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나 “요즘 어떠십니까?” 하고 질문을 한다. 이는 비단 필자만의 행동은 아닐 것이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동질성을 찾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목적지에 다다른다. 다른 분들은 무엇이 궁금한 것일까. 주식동향? 환율? 은행금리? 부동산 경기? 등등 각자가 생각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본질은 돈이다.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고 싶은 심정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궁금한 것이 따로 있다. 경제 사정이 안 좋아 올해는 사회 복지시설 등에서 겨울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기사를 접하면서 ‘우리는 왜 꼭 이맘때만 되면 각계각층의 온정을 기다리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가 연말처럼 연말이 평상시처럼 복지 정책을 수립하면 될 텐데. 꼭 각자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인 연말에 수선을 떠니 말이다. 때가 돼서 한꺼번에 수백 만 원, 수천 만원내고 매스컴에 소개되는 것도 좋지만 평상시 조용히 하는 기부문화가 나는 더 좋다. 우리는 왜 기부문화에 익숙하지 못하는 걸까. 앞으로 어려서부터 기부 습관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사회를 살아가는 의무로 느끼도록 키워야 한다.
얼마 전 충격적인 기사를 보았다. 국내 TV는 물론 각 신문에서 소개된 세금 폭탄 이야기다. 2002년 한 독지가가 평생 일궈낸 자신의 회사 주식90%(200억 상당)와 현금 10억원을 자신의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장학기금으로 출연, 장학회를 만들고 지금껏 6년여간 40여억원을 장학금 등으로 지급해 왔다. 그런데 2008년 3월 관할 세무서에서 140억원을 증여세로 내라는 통보를 받고 초상집이 됐다. 현행법은 장학재단에 주식을 기부하는 경우라도 주식은 무상증여에 해당되기 때문에 증여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여세로 내야 한단다. 여기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산금 40억 원이 추가되어 총 140억 원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게 기부자의 설명이다.
믿기지 않아 그분을 만나 직접 말씀을 나눠보니 사실이었다. 황필상 박사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만학(26세 대학 입학)으로 공부를 하면서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안타까워했고 자신이 돈을 벌면 이런 학생들을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고 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온 후 카이스트 교수를 거쳐 교차로라는 사업체를 창업, 피나는 노력으로 성공해 그가 꿈꾸어 왔던 장학 사업을 시작한 지 6년여 만에 벽에 부딪쳤다. 이런 제도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기부 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을까? 장학금을 받고 다닌 대학생들이, 세금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서명운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과연 성공을 하면 많은 세금을 내고 선뜻 기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당장 시정 되어야 할 부분이다.
많은 분들이 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잘못된 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법을 만들고 심의하는 분들은 이런 부당한 법을 언제까지 그냥 방치해 둘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런 부당한 법이 빨리 고쳐지지 않는다고 단식투쟁이라도 하는 국회의원은 없나? 법은 진정 국민들을 위하여 만들어져야 하고 잘못된 법은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이 국민을 위한 법이고 무엇이 잘못된 법인지 구별이 안가면 하루에도 수십 명의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거기서 수집한 내용들을 토대로 나름대로 분석, 한 다음 손님에게 내미는 택시기사 분들을 만나보라. 그분들의 정보야말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고 민심일 것이다.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분들이 최소한 하루에 한번쯤 택시를 이용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황 박사님 요즘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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