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 또 인재인가

김 동 훈경기도 건축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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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번 화재로 인하여 삶을 달리하신 분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이천에 있는 대형 물류창고 화재가 또다시 발생하였다. 얼마 전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전문가로서 미안한 마음과 무력함을 동시에 느낀다. 지난번 사고 때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많은 관계자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현장 답사는 물론 추후 이런 불미스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를 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얼마 되지도 않아서 유사한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건축행정을 하는 분들의 관심 부족에서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경기도소방당국에서는 화인이 용접시 일어난 불꽃에 의한 것으로 추정 냉동 창고 공사 시 용접을 불허한다고 했다. 그리고 만약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과태료를 물린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무슨 일이든 계획을 하는 집단과 실행을 하는 집단이 다를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먼저 정확한 의사전달, 다음이 그 일을 실행하기 위한 법률적 뒷받침을 포함한 여건 조성이다.

마지막 단계가 그 일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에 대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 이번 화재의 경우 샌드위치 패널에 용접을 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시공자들이 정확히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만약 위험한 여건을 알고도 일을 진행시킨 자가 있다면 책임을 묻고 싶다.

이번사태를 두고 안전 불감증이니 안전교육 미흡이니 내화성 재료가 아닌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해서 그러느니 등등 의견도 분분 하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참고로 샌드위치 패널은 속에 들어있는 단열재 종류에 따라 조금씩 성능이 다르다. 흔히 많이 사용하는 재료는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그리고 유리섬유(Glass Wool)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 재료들도 밀도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성능도 차이가 많다. 위 세 가지 재료중 불에 가장 강한 재료는 유리섬유로 된 패널인데 다른 재료로 된 패널에 비해 다루기가 불편하다. 게다가 유리솜이 피부에 직접 닿을 경우 피부로 침투되어 인체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머지 두 재료로 된 패널은 다루기가 비교적 편리하나 화재에는 약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특히 불에 타면서 나는 가스는 인체에 해롭다.

현행 건축법에는 대형 창고를 그저 물건 저장하는 공간으로만 인정, 거실기능을 가지고 있는 다른 건축물에 비하여 안전 기준 등이 아주 약하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보듯 사고를 당한 분들 중 창고 안에서 공사를 하고 있던 사람보다 창고 안에서 물건을 나르거나 정리하던 분들이 더 많이 희생 된 것을 볼 때도 거실 기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기회에 이와 같이 대형 창고건축물은 거실에 준하는 기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에 반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나 인명에 비하면 무엇이 더 중요한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법령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 경기도에서는 이번 화재사고가 나자마자 신속하게 몇몇 관련 전문가를 불러 향후 화재 방지 대책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회의가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대학교수, 건축사, 소방관계자, 공무원 등이 모여 대책회의를 함직한데, 이번에는 사뭇 달랐다. 현장에서 실제 용접 일을 하는 시공자 몇 분을 동석시켜 현장감 있는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었다. 교수, 박사, 건축사, 기술사 자격을 가진 분들 의견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용접을 하고 샌드위치 패널 공사를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야말로 현장감 있는 내용일 것이다. 건축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의 재치 있는 행동에 희망을 걸어본다.

/김 동 훈경기도 건축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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