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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 (화)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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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혁명과 국가개조론

근대국가 형성 이후에 우리 사회는 연속된 위기에 노출돼 있다. 일제 침략에 의한 역사의 단절과 6·25 전쟁으로 인한 국토의 단절을 통해 이루어진 근대사회였기에 항상 정체성의 위기가 있었다. 70년대 전쟁위기, 80년대 정치위기, 90년대의 경제위기를 지나서 2000년대에 와서는 총체적 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정권교체를 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정치위기,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는 경제위기 그리고 사회의 불안으로 인한 일탈의 위기가 삼각파도를 형성하면서 우리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지금 우리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국민소득 2만 불과 IT 세계 강국의 이름에 걸맞는 모습과는 너무나 멀다. 지역 발전을 위한다는 재개발 사업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거친 주민의 저항이 발생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를 빌미로 야당이 재야 세력과 연대해 거리 투쟁으로 나서고 있다. 여당은 책임자를 보호하기에 급급하다. 사건의 전말을 들어보면 70년대 발생했던 일들이 재현되고 있다. 그런데 누구도 그런 사태가 발생하게 된 재개발 사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기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갈등의 구조를 이해하고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희생양을 찾고 있다.

그런데 방송과 언론조차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전달하고 있다. 개인의 일탈된 행위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가 이러한 인간형을 잉태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점검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없다.

그리고 토론과 협의를 중시하자는 국회에서조차 가장 비민주적인 행위를 통해 의사 표시를 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위기 구조의 미로에 빠져 있다.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세 가지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국민통합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각자가 자신의 조그마한 이기주의에 함몰되어 있다. 그것도 압축경제성장의 과실에서 손해를 보았다는 소외감으로 인한 배타적인 이기주의이다. 이를 위한 가치 혁명이 필요하다. 경쟁과 이윤의 산업사회 가치를 넘어서는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는 가치 혁명이 필요하다. 둘째, 이를 위한 건전한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의 교육은 입시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제는 민주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에서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단체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정책을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민주화의 과정에서는 정권에 맞서는 운동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시민운동은 달라져야 한다. 공동체 의식을 확산하는 시민운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셋째, 이러한 가치혁명에 따라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는 국가개조론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내용연수가 지난 과거의 체제에 둘러싸여 있다. 시민사회의 성숙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과대 성장한 정치권력이 사회의 혼동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덩치만 큰 정부가 세금 먹는 하마처럼 버티고 있다. 시민사회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시민 곁에서 곁불만 쬐고 있는 시민단체도 있다. 이제는 교양 있는 시민이 성숙한 사회를 이루어가는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물론 그러한 권력이동의 속도와 더불어 시민사회의 성숙을 담보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시민교육이다.

얼마 전 모임에서의 건배사로 ‘재건축’이 유행했었다. “재미있고, 건강하게, 축복받는 삶이 되도록 하소서”이다. 너무나 단순하고 소박한 우리의 소망이다. 그러한 삶을 위해 우리의 가치관을 다시 점검해보고 사회 시스템을 재건축하는 본질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탈선한 기차에 속도를 내게 하는 것은 일탈을 채찍질하는 것이다. 지금은 속도전을 할 시기가 아니라 방향성을 점검할 시기이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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