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산 신도시의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는 앞으로 20년 뒤 일산이 어떻게 발전하면 좋을까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축사를 하였던 의원 한 분은 “일산 신도시가 개발된 지 20년이 되도록 자족적인 도시가 되지 못하고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해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는 제대로 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1988년 정부에서 200만호 주택건설을 위해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신도시 건설을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초기에는 전철도 개통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파트만 먼저 건설되어서 입주민들이 서울까지 출퇴근하느라 많은 고통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이 들어서서 제대로 된 도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주민 입장에서 볼 때는 일산이 서울과 비교할 때 변변한 호텔 하나 없는 베드타운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에는 한강변 시원한 바람이 불고, 커다란 호수공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정발산으로 둘러싸인 쾌적한 도시이다.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기보다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 자기보다 나은 것을 가진 사람과 비교하면서 힘들어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장점을 발견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경기도 31개 시·군 하나하나가 모두 살고 싶은 지역이 될 것이다. 경기도의 각 지역을 살펴보면 정말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백운호수, 산정호수 등의 호수가 있고, 광교산, 청계산 등의 산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강, 임진강 등 강이 있다.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서 살고 있는 서울에 비하면 얼마나 쾌적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지 모른다. 지역경제를 이끌만한 변변한 산업 하나 없는 과천의 경우는 자연환경이 쾌적해서 전국에서 살기 좋은 곳 하면 빠지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자원의 가치를 알고, 소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에서는 현재 다수의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사업이 추진 중에 있는데 이 지역들이 서울과 같이 고밀도로 개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경기도의 인구밀도는 서울의 1/16 수준 밖에 되지 않는데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서울에서 짓는 아파트와 동일한 밀도로 지어지고 있다. 땅값이 싼 지역에서 지어지는 아파트는 그에 맞게 건물 간격도 넓게 하여 쾌적함을 느낄 수 있게 계획되어야 한다. 그것이 경기도에서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장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기존의 도시와 연계 개발하여 저밀도를 유도하는 등 토지이용 규제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시경제를 이끌고 나갈 산업체가 없는 지역은 쾌적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고, 드넓은 땅을 갖고 있다. 관광이나 산업단지로의 개발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가진 경기도의 각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 하는 것은 주민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집값이 빨리 올라서 돈 좀 벌어서 빠져나가려는 사람보다는, 동네 환경에 만족하면서 5년, 10년 계속 살고 싶다는 주민이 많은 동네가 되도록 가꾸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최근에 치안이 좋지 않은 일부 동네의 경우도 어떻게 하면 우리 동네를 범죄 없는 동네로 만들까 하는 고민을 주민들이 함께한다면 조만간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살기 좋은 동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피니언
조응래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2009-03-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