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연화장

예전에도 수원시 연화장에선 다양한 문화 행사가 있었다. 지난 2006년 9월30일 개최된 하늘과 땅 사이 행복한 음악회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문화행사였다. 무용가 장정희 선생의 진혼 무와 현 수원시 서예박물관 명예관장인 근당 양택동 선생의 붓글씨 퍼포먼스, 그리고 김현탁 시인의 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는 연화장의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몇 차례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수원시 연화장은 다른 장묘시설과는 차원을 달리하게 되었고 최근 고 노무현 전(前)대통령을 모시면서 다시 한 번 연화장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건축물이 되었다. 얼마 전 새로 부임한 수원시 연화장 관리 책임자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자신이 부임한 연화장을 관리하기에 앞서 직접 설계한 건축가의 설계 개념은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으니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방문해서 근무하는 분들을 상대로 강의를 해 줄 수 없느냐는 정중한 부탁이었다. 설계자로서 흔쾌히 승낙을 하고 며칠 후 연화장을 방문했다. 그 때, 강의에는 연화장 근무자 뿐 아니라 시청에서 근무하는 담당 책임자도 참석한 것을 보고 수원시가 많이 개방적으로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연화장 주변을 돌아보며 현장에서 직접 설계 의도를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승화원 홀에 전시 되어 있는 지역 화가들의 작품 전시회가 눈에 띠어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연화장 주변을 돌아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 하고 고민에 빠져있다. 우선은 무연고자 위령탑을 중심으로 위계를 가지고 있던 연화장이 바로 옆에 비슷한 형태의 조형물(?)을 하나 들여놓으면서 중심이 깨진 것을 느꼈다. 아마 이곳을 방문해 보신 분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어색함일 것이다. 왜 그런 형태가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무연고자 위령탑은 단순히 분골을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무연고 연령들을 위로하고 모시는 곳이다. 거기에 부수적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납골 기간이 지난 가신님의 분골을 임시로 보관하는 기능을 부가 했을 뿐이다.위령탑은 천년을 산다는 학을 형상화 하였다. 상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추를 타고 내려와 수반에 떨어지면서 동심원을 그리게 되는데 이는 영원과 탄생을 의미한다. 주변에 작은 하얀색 자갈들은 수많은 가신님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곳에 물을 담아둠은 항상 깨끗함을 유지하게 함이요, 주변 둘레석의 흑과 백은 사계를 뜻함인데. 하얀 자갈들을 밟고 가야 분향이 가능한 향로설치 등은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다. 연화장 배치개념 등을 한참 설명하다 머리를 돌려 주변을 보는 순간 나는 또 한 번 이해할 수 없는 환경에 접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환경문화상과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연화장 한편에 아주 높은 옹벽과 함께 그 위에 시공되고 있는 건축물의 조화롭지 못함이다. 무어라 형언하기가 어렵다. 사정이 있었겠지만 최소한 연화장을 설계한 건축가와 단 한번만이라도 상의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경우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얼마 전 이 칼럼을 통하여 한번 의견을 낸 적이 있었는데.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현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책인지를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자. 한 건축가가 자기의 작품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문화 마인드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면 그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연화장은 이제 수원 시민의 것만은 아니다. /김동훈 건축사㈜진우건축 대표

크레바스에 빠진 한국정치, 희망은 있는가

남미의 반복되는 쿠데타의 역사를 보면서 역사는 두 번 반복한다. 처음은 비극적으로 두 번째는 희극적으로라는 말이 인용되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그 역사는 반복하면서 인간에게 교훈을 남긴다. 다만 처음에는 비극으로 나타나고, 두 번째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2009년 7월23일의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국회 의장석을 둘러싸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구절이 생각난 것은 2004년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소추 결의안 의결 모습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장면만 보면 마치 비디오를 재생하는 듯하다. 다만 주도했던 한나라당이 당시는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었으나 야당인 시절이었다. 지금은 다수당이면서 집권당이다. 당시는 투표함에 투표를 했지만 이번에는 전자투표를 하였다. 그때 모습을 보면 투표함을 안고 통곡하는 의원의 모습이 보였는데, 이번에는 대리투표 등의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이번의 장면에서 역설적이게 쓴 웃음이 나오는 것은 반복되는 역사라는 생각에서 이다.우리의 국회는 지금 너무나 무능력하다. 계류 중인 3천500건의 법률안은 하나도 처리를 못했다. 262조원에 달하는 2008년도 결산서는 겉장을 열어보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평소에 국회의원 한명 한명이 헌법기관이고 독립성을 가진다고 주장을 하면서 대리투표가 시도되었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국회의원을 선량(選良)이라고 한다. 뛰어난 인물로 뽑힌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여 국가적 정책 의지를 확인하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고 영광스러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2009년 여름, 지역에서 그렇게 기대를 가지고 뽑힌 사람들이 보여주는 국회에서의 집단행동은 이성을 상실하고 있다.미국에서 1887년 행정의 기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행정과 정치를 구분하면서 행정은 성급하게 결정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는 좀 더 찬찬히 그리고 꼼꼼히 문제를 천착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했다. 그러나 거꾸로 지금 우리 국회는 무엇에 쫓기고 있다. 오랜만에 집권을 한 원내 다수당은 오만에 빠져 있고, 실권한 야당은 상실감과 편견에 빠져있다. 오만과 편견의 극한 대립 각이 날을 세우고 서로를 전혀 인정하지 못한 채 국회를 지배하고 있다. 빙하의 이동시에 발생하는 균열인 크레바스(crevasse)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 3김(金)이 후선으로 물러나고 민주화가 이루어진 권력 이동기에 발생한 한국 의회정치의 크레바스는 모든 에너지를 집어 삼키고 있다. 3김 시대가 후선으로 물러나고 민주화가 달성된 다음에 정치는 구심력과 원심력을 모두 상실했다. 국민을 끌어당기는 아젠다를 설정하지 못하고, 원내 정치력을 확보하지 못해 파편에 가까운 파벌정치 구도가 진행되는 정당정치 지형에서 이런 극한 대치 상태는 이번 18대 국회 내내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2012년까지 우리는 이런 국회의 모습에 적응을 해야 할 것이다.나는 우리 사회의 희망은 젊은이에게서 나오고 있다고 믿는다. 국회의원들이 극한 대치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시각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과학국제올림피아드에서 당당히 실력으로 2등과 3등을 하였다. 많은 청소년들이 더운 여름날 세계 각국에 자원 봉사를 하기 위해 떠나고 있다. 그들은 세계 역사의 흐름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젊은 인재들이 만든 전자 제품, 선박 그리고 자동차는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그 힘이 우리 국력의 원천이다. 한국에서 내수산업에 만족하는 업종이 가장 경쟁력이 없다고 한다. 독점과 폐쇄의 체제에 안주하는 마지막 내수산업이 정치이다. 그 정치가 궤변과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를 할 것이 아니라, 미래와 세계를 향해 땀 흘리는 젊은이에게서 지혜를 얻고 겸허한 자기반성을 하기 바란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재미난 이야기 어디 없습니까

지금은 자식들이 다들 결혼하여 나가 살고 있지만 내가 문단에 발을 들여놓았을 무렵만 해도 초등학생에 불과했다. 그 무렵 나는 동화 한 편을 쓰고 나면 제일 먼저 아이들에게 읽히고는 소감을 말해보라고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저희들 나름대로 열심히 읽은 후 평가를 내리곤 했는데, 평가란 게 대개 이랬다. 이건 재밌다, 이건 별로다.나는 재밌다는 작품은 청탁한 신문사나 잡지사에 보냈지만 별로라고 평가가 내려진 작품은 고치거나 휴지통 속에 넣어버렸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아이들의 눈은 그 누구의 눈보다도 정확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나는 지금도 이 생각에 변함이 없다. 아이들의 눈보다 더 정확한 게 세상에 있을까. 이 얘기를 평론하는 사람들이 듣는다면 화를 낼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이론서보다도 더 정확한 게 어린이의 눈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동화는 한마디로 얘기해서 이야기다. 이야기이니 만큼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가 읽어 줄 것이다. 아니 좀더 솔직히 말한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라야만 독자들이 사 줄 것이다. 재미없는 동화를 누가 돈을 내고 사갈 것인가. 강아지 똥을 쓴 권정생 선생은 문학관에 대해 말해 달라는 독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내 동화는 차라리 그냥 서러운 이야기라고 했으면 좋겠다. 서러운 사람에게는 서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위로가 되고 때론 희망이 되기도 한다. 나는 권정생 선생의 이 말을 그 어떤 이론서보다도 더 좋아하고 존중한다.왜 내가 이 아침에 이야기를 말하고, 재미를 강조하느냐 하면, 우리는 오늘 이야기가 돈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 한 편이 개인에게는 부와 명예를, 지역과 나라에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것은 십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야기가 돈이 되다니,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에 대한 좋은 예로 우리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을 꼽는다. 정부 보조금으로 그날그날 연명하던 롤링이라는 한 이혼녀에 의해 쓰여진 해리포터는 10년 동안 자그마치 308조원에 이르는 수익을 거둬들였을 뿐 아니라 매년 영국에 6조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또 반지의 제왕은 그 무대가 된 뉴질랜드에 약 5천만 달러에 이르는 경제 파급효과와 2만명이 넘는 고용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 나라에도 좋은 예가 있다. 바로 겨울연가와 대장금이란 드라마가 그것이다. 제작비 20억원을 들여 만든 겨울연가는 관광수입만 5천억원 이상을 올렸다. 게다가 매년 6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대장금은 겨울연가보다 훨씬 큰 경제효과를 가져온 드라마다. 70억원을 들여 만든 이 드라마는 광고수익만 250억원이었고, 60여 국에 1천100만 달러 어치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이쯤 되면 이야기의 중요성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다.중년 이상의 어른이라면 어릴 적 할머니나 고모들을 붙잡고 재미난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던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땐 귀찮아하는 기색과 함께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며 핀잔을 듣기도 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이야기가 돈이 되는 시대다. 나는 동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시나 소설 같은 문학도 이야기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일흔이 가까운 내가 젊은 작가들 틈에서 간신히 버티는 것도 동화가 재밌다는 그 하나가 아닌가 한다./윤수천 동화작가

사이버 공격이 우리에게 준 교훈

며칠 동안 계속된 디도스(DDoS) 공격에 의해 청와대, 국정원 등의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은행과 같은 민간기관의 인터넷 사이트가 다운되거나 접속장애를 일으키는 일이 발생하였다.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특정 서버에 한꺼번에 보내 부하가 걸리도록 하여 서비스를 못하게 하는 해킹 방식이라고 한다. 이번 디도스 공격을 통해 사이버 테러가 국가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이상 영화의 소재가 아니라 언제든지 우리 실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초고속인터넷망이 잘 갖추어져 있고, 인터넷 가입자 수가 1천580만 명 정도로 정보화 수준이 높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는데, 잘 갖추어진 정보통신(IT) 인프라는 사이버 테러가 발생할 경우에는 오히려 빠르게 확산되는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동안 경기도에서는 IT 기술이 당면한 경제 위기와 환경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는 수단이라고 판단하여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지식산업의 육성 전략을 마련해 왔다. 특히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하는 유비쿼터스의 대표도시로 만들기 위한 관련 기술 및 서비스의 표준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대부분의 사업들은 민간이 주도가 되어 이루어지지만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헬스 케어 서비스, 교통정체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u-IT 기반의 지능형 교통시스템 구축, 안전한 물 관리를 위한 수계관리시스템 및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등은 공공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 할 분야이다. 이와 함께 경기도의 대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명품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유비쿼터스 도시(u-City)의 전제조건인 재난, 방범, 상하수도 등 각종 공공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제공되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도 산업체, 대학, 연구소, 자치단체 간에 긴밀한 협력체계가 갖춰지도록 경기도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경기도 지역의 유비쿼터스 관련 정보와 산업동향을 연구하고,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u-경기포럼의 활동에 많은 기대가 모아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그동안 추진되어 온 u-교통, u-City 연구개발 사업에서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디도스 공격은 유비쿼터스 계획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은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항상 올바른 쪽으로만 사용될 것이라고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었으며, 사이버 공격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유비쿼터스 환경은 분명 우리의 생활이 편하고 안전해지도록 도움을 주겠지만 그러한 환경까지 가는 데에는 많은 시간소요와 난관이 예상된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고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유비쿼터스 교통 환경이 되면 막힌 길로 가지 않고 미리 돌아 갈 수 있도록 개별 차량에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터널을 지날 때면 잘 들리던 교통방송이 끊겨서 지금 가고 있는 목적지의 교통 상황을 듣지 못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미래의 멋진 삶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에게는 현실에서의 불편이 빨리 개선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나 싶다. /조응래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전국대회

지난 6월26일부터 27일까지 수원에서 아주 뜻 깊은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전국대회 행사가 있었다.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그 지방의 문화재를 사랑하고 지키는 자원 봉사자 여러분들이 모여 한해의 성과를 결산하고 성공사례 발표도 하며 친목도 다지는 행사다.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문화재 지킴이 단체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문화재청이 매년 상반기 각 지방 문화재 지킴이 단체로부터 개최지 신청을 받아 1차 서류 심사, 2차 현장 심사 등을 통해 최종 개최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지방자치 단체의 적극적인 유치 의지 및 유치 희망 문화재 지킴이 단체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서울, 경주, 광주, 충주에 이어 올 해 다섯 번째로 세계 문화유산 수원화성이 있는 도시 수원에서 개최하게 된 것은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주관은 수원의 대표적인 문화재 지킴이 단체 (사)화성연구회에서 하였다. (사)화성연구회는 새삼 소개를 드리지 않더라도 잘 아시겠지만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보존, 연구, 홍보를 통해 축성정신을 계승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문화 창출에 기여하고자 설립한 단체이다. 화성연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화성 사랑을 실천한다. 화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미복원 시설의 조사 및 발굴을 통해 문화유산의 올바른 보전과 활용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한다. 또한 화성 바로알기 강좌 및 답사교실, 모니터링, 관련책자 발간, 문화유산 방문교사 양성 등으로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더불어 행복한 성곽도시의 미래 문화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런 단체가 이번에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전국대회를 통해 우리 수원화성을 전국에 계신 문화재 지킴이 여러분들에게 알리게 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는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동안 전국에서 오신 많은 지킴이 분들로부터 수원 시민들만이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알리고 보전과 회복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국에 뜻있는 지킴이들이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들었다. 수원시는 매년 수원화성의 회복과 보전을 위하여 상당히 많은 노력과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한 때는 가칭 수원화성 특별법을 제정해서 국비를 지원 받자는 의견도 있었고 지역구 국회의원 여러분들이 당을 초월해서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 사실 수원화성의 보전과 회복은 수원시만이 책임지고 할 일은 아니다. 경기도나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이제는 국민이 나서야 할 일이다. 얼마 전 (사)화성연구회를 비롯한 수원에 뜻있는 3개 시민 봉사 단체가 수원화성 복원을 위한 시민운동본부를 출범 시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아주 시기적절 하였다고 본다.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행사를 하는 동안 너도나도 서둘러 수원화성 복원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전국 지킴이 분들을 보며, 나는 희망을 보았다. 이제 한 문화재 한 지킴이 대회는 단순히 지킴이들의 잔치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재 보전 및 회복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관 주도형의 문화재 보호 정책에서 민간 참여형 정책으로 나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또한 새로운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운동이 아닐까? 이제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수원화성 복원을 위한 서명운동이 벌어질 것이다.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끝으로 전국에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여 주신 전국에 계신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여러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김동훈 건축사(주)진우건축대표

“로비를 받았는가”

사교육의 근절 대책이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아니 진찰조차 제대로 되지 않으니 제대로 된 처방전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투약은 거부당하고 있다. 마침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교육 담당 장관에게 공무원이 로비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장관이 저는 로비를 받지 않았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동문서답(東問西答)인지 선문답(禪問答)인지 갑갑한 대화가 국무회의 시간에 이뤄진 듯하다.인터넷 백과 사전인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로비는 특정 의사결정에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의원이나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활동이라고 한다. 로비스트는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이다. 호텔을 자주 이용하던 미국 그란트(Grant)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호텔 로비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던 것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호텔 로비에서 만나서 뒷거래를 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낳은 뒤틀린 의사결정의 관행을 빗대는 것이다. 로비가 왜 나쁜가. 그것은 소수 집단이 자신의 특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거래를 통한 은밀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우리의 공무원에게 이러한 가시적인 로비가 있는가를 질문했다는 것은 보기에 따라 폭발력을 가진 질문이다. 사실 시군구 공무원의 부패는 공무원 개인의 윤리에 기인하고 있다. 집행 단계에 있기 때문에 얼마나 규정을 공정하게 집행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래서 개인적 관계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도 공무원이나 특히 국가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에 잠재적인 영향력이 중요하다. 퇴직 후의 자리를 보장받기 위한 배려는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통하는 것이지, 특정 사안을 두고 일대일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잠재적 영향력이 거대한 관료조직에 드리우고 있어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의 내생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정치학의 개념으로 삼자연맹(iron triangle)이 있다. 현대 자본주의 정치 구도에서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 입법부, 행정부, 이익집단들이 상호 이익을 주고 받으며 연계되어 이뤄진다는 것이다. 소위 기득권을 옹호하는 보수(保守) 진영의 노련한 전략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부패의 영역으로 거론되는 건축, 세무, 교육 영역의 부패가 이러한 폐쇄적인 먹이사슬의 구조에 있다. 이러한 영역은 서로가 피해자라고 하면서도 동시에 공범자이고 가해자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수의 이념을 대변하는 정부에서 로비를 받았느냐 질문이 있었다는 대화가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것이다.사실 보수와 진보는 연속선상에 있다. 역사 발전도 보수와 진보의 적절한 긴장 관계를 통해 이뤄져 왔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현대 정치에서 객관적인 중립을 지킨다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특정 집단에게 혜택이 갈 수 밖에 없는 얼개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이익을 무시한 채, 특정 관계로 이어지는 특정 이익만을 위한 정책이 남발될 때, 민심이 이반하게 된다. 그래서 로비를 받았는가라는 대통령의 질문은 보수 정권의 정책을 돌아보는 준엄한 자기반성의 목소리로 다가온다. 그 이후 소통을 위해 시장에서 떡볶이를 사는 대통령의 모습이 그러한 연장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모순이 읽혀진다. 실용이라는 이름의 중립은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기 때문에 외롭다. 보수와 진보는 상행선과 하행선을 달리는 고속도로와 같다. 교통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간의 안전지대가 두터워야 한다. 문제는 중립이라는 안전지대는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독한 위치이다. 그럴수록 권력의 정점에 있는 지도자는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균형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벤트나 행사가 아니라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손수건을 넣고 다닙시다

지금은 흑백 사진이 된 지 오래지만 내가 초등 학교에 입학했을 땐 앞가슴에 으레 이름표 밑에 손수건을 달고 다녀야했다. 어쩌다 손수건을 안 달고 가는 날엔 선생님한테 꾸지람을 들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앞가슴에 달았던 손수건이 주머니 속으로 옮겨지긴 했지만 손수건은 필수품이었다. 그때의 버릇 덕분에 외출할 때에는 반드시 손수건부터 챙긴다. 어쩌다가 손수건을 넣지 않고 대문을 나섰다가 되돌아가서 챙겨 넣고 나온 적도 여러 번 있다. 습관이란 그처럼 무서운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손수건을 넣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조차도 손수건을 넣고 다니지 않는다. 손수건이 필요할 땐 다들 휴지를 사용한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어딜 가나 휴지가 널려 있으니 말이다. 화장실은 말할 것도 없고 세면장에도 수건 대신 휴지를 걸어놓고 있다. 심지어 음식점 식탁에도 식사하고 나서 입을 닦으라고 휴지를 접어 내놓았다. 나는 이게 영 마음에 안 든다. 손수건 한 장이면 되는 것을 왜 그 많은 휴지를 사용해야 하는가 말이다. 휴지 사용은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을뿐더러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휴지가 제조되기 위해서는 멀쩡한 나무들이 희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해가 다르게 나빠지는 지구의 환경을 위해서라도 휴지 사용은 줄여야 마땅하다. 몇 해 전에 ‘손수건 할머니’란 동화를 발표했다. 항상 손수건을 넣고 다니면서 필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사용하는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할머니는 손을 씻고 나서도 손수건, 밥을 먹고 나서도 손수건, 탁자에 음식물이나 음료수가 떨어졌을 때도 손수건, 아이들이 놀다가 다쳐서 피가 났을 때도 손수건을 꺼낸다. 그런가 하면 할머니는 우리 나라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기를 할 때에도 손수건을 응원용으로 사용한다. 또 친구들과 헤어질 때도 인사 대신 손수건을 흔든다. 참으로 별의별 일에 손수건을 다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손수건 할머니다. 이 동화는 할머니가 길바닥에 버려진 개똥을 손수건에 싸들고 가는 것을 본 친구들이 잔뜩 궁금한 얼굴을 해 가지고 뒤를 졸졸 따라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내 딴에는 그림책으로 만들면 어떨까 싶은 작품이다. 손수건은 비록 작은 물건이지만 그 사용 범위는 너르기 그지없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외출 시에는 필히 손수건을 챙겨 가지고 다녔다는 생각이 든다. 손수건 한 장으로 웬만한 일을 다 처리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생각할수록 삶의 지혜로움이 엿보인다고 할까. 나는 식당 같은 데서 휴지를 마구 뽑아서 사용하는 사람을 보면 다시 쳐다보인다. 그가 제아무리 비싼 옷을 입었고, 지위가 높다 하더라도 한참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아니 송강호가 나오는 영화 속의 괴물로만 보인다. 지구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고마운 나무를 한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어먹는 공룡 시대의 괴물로 보이는 것이다. 손수건 한 장에는 예절과 검약의 정신이 담겨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는 꽃씨 같은 마음이 들어있다. 나는 ‘손수건 넣고 다니기’가 사회 운동으로 번졌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마다 주머니에 손수건을 넣고 다니다가 콧물이 나올 땐 콧물도 닦고, 얼굴을 씻고 나서는 수건으로도 쓰고, 밥을 먹고 난 뒤엔 입 언저리도 문지르고, 야외에 나가 땅바닥에 앉을 땐 방석으로도 쓰고, 응원을 해야 할 땐 깃발처럼 흔들기도 하고… “손수건 잊지 않으셨지요?”, 아침 인사로도 좋지 않은가.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바로 해결돼야

흔히 비정규직법이라 일컫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근로조건 보호를 통하여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2006년 12월에 제정됐다. 이 법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및 사업장에 적용하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에 대해서는 인원과 관계없이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법에서는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2년을 초과하여 고용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즉 정규직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시행일인 2007년 7월1일 이후에 계약된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올해 6월30일이 지나면 2년 계약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이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여부를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시 30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2007년 7월1일, 상시 100인 이상 300인 미만의 사업장은 2008년 7월1일, 상시 100인 미만의 사업장은 2009년 7월1일을 법 시행의 기준일로 하고 있어서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가 향후에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의 제정 취지에 맞게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무실적을 토대로 실적이 좋은 사람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면 고용이 확대되어 사회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해당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기도 했는데 이는 임시방편적이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라 우리도 현재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을 맞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부 사용자들은 인원 감축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러한 시점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할 지 의문시 된다. 기존에 다니고 있는 사업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는 향후 1년간 100만명에 이르는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제상황이 좋을 때는 다른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도 높지만 5월 현재 일자리가 없거나 사업부진, 조업중단으로 인한 단시간 근로자가 전체 취업자의 4.3%를 차지하는 102만명 수준으로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므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현재와 같은 때에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간을 기존의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여 탄력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노동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차선책이라 할 수 있다. 1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생계와 관련된 일인데도 불구하고 국회에서는 아직도 이 법안에 대한 처리가 늦어져서 사용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모두 어떻게 해야 할 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왜 미리미리 준비를 하지 못하고 꼭 코앞에 닥쳐야만 일을 처리할까? 항상 벼랑 끝에 몰려야만 일이 처리되는 그런 사회는 결코 선진화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선진화된 사회를 그렇지 못한 사회와 비교해 보면 시스템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세밀하게 검토되고 빈틈없이 추진되는데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이제는 예측 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팔달로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만들자

지난 1997년 수원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참으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70년대부터 시작된 복원 사업이 성곽 복원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90년대 후반부터는 단순한 복원 차원을 넘어서 회복의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들어 수원 화성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숨결을 느꼈을 것이다. 신풍루 앞마당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무예24기 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볼거리며 느낄 거리는 이제 보는 관광에서 체험하는 관광으로 변모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행궁 앞 광장은 우리 시민과 관광객 수천명이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현재 관광객 동선을 살펴보면 성곽을 중심으로 한 두 시간 둘러보고 가는 그룹과 행궁 옆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행궁 관람과 신풍루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관람한 후 시간이 나면 성곽 주변을 돌아보는 그룹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런 당일치기 관광스타일로는 수원 화성 내부 상권이 살아나기 힘들다. 수원 화성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루 또는 이틀 정도 숙박을 하며 수원 화성을 둘러보는 체류형 관광 상품이 많이 개발돼야 한다. 수원 화성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재래시장도 들러 보고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의 산실인 수원지역 화장실 투어도 재미있음직 하다. 아울러 관광객이 수원 화성 구석구석을 관광하기 위해서는 장안문과 팔달문을 잇는 팔달로를 관광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행자 전용 도로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실행하기 어려우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보자! 이렇게 함으로써 수원 화성 중심부에 많은 관광객이 접근할 수 있다. 지금은 화성열차를 타고 성곽 주변을 보고 가지만 이렇게 하면 다양한 이동 수단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둘이서 탈 수 있는 자전거, 전기로 가는 관람차, 마차, 장안문에서 팔달문까지 왕복으로 다니는 프리버스(Free Bus) 나 전차, 2층 버스 등도 생각해 볼 만하다. 이렇게 다양한 이동 수단을 타 보는 것만으로도 관광객의 마음을 즐겁게 할 수 있다. 또한 보행자 전용도로 지하 약 1킬로미터 정도를 3개 층 정도 파서 지하 3층에는 수원 화성 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전용 주차장으로, 지하 2층에는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으로, 그리고 지하 1층에는 1790년대 중반 수원 화성이 축성되었을 당시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그 때 양식으로 지어진 상가나 공방에서 물건을 직접 사고 음식을 먹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행궁 앞 광장 지하를 활용해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면 더욱 좋겠다. 밤낮으로 일어나는 많은 문화 체험과 전천후 공연 그리고 전시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설렌다. 이러한 시설들은 수원 시민과 수원 화성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문화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 체류형 관광을 위해서는 지금 운용하고 있는 사랑채와 같은 숙박 기능의 증설도 필요하다. 기존의 러브호텔(?)들을 잘 개조해서 가족형 호텔로 만드는 것을 제안한다. 물론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사업을 하는 동안 피해를 보는 주민들에게 추후 지하상가 입주권 등 혜택을 주는 것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지역 주민들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참여와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상권이 살아나야 주민들도 수원 화성 회복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관 주도형 정책보다는 주민 중심의 자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광화문 귀퉁이에서의 단상

충격처럼 시작된 노무현 대통령 시대가 다시 충격으로 끝을 내었다. 한편 ‘생각을 같이 한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1주일이었다. 검찰이 사건 종결을 선언했지만, 역사는 새로이 시작되는 감동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 감동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가를 곰곰이 생각을 해야 할 과제를 제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생각하게 하는 모습으로 서울에 있는 버스 전용차선은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아이러니컬하게 버스 전용차선은 이명박 서울 시장 시절에 만들어 진 것이긴 하다. 고급승용차가 혼잡한 도로 교통에 막혀 길게 늘어서 있는가 하면, 승객을 가득 태운 시내버스는 달리고 있다. 불편한 고급승용차 속에서는 불만이 토로하겠지만, 숫자로 평가하면 편리를 본다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길게 늘어선 승용차라고 하지만 여기에는 1인이나 2인이 타고 있는 반면, 시내버스에는 40여명이 타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돈의 가치로 인간이 평가되는 ‘1원()1표주의’다. 사실 고급 승용차 안에 있는 사람의 활동이 미치는 경제 기여도가 높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1인1표주의’이다.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격에 근거하여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려고 했던 것이 중세 봉건체제를 허물고 근대국가로 전환한 원동력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대국가 형성기에 산업화의 과정을 지나면서 분명 소외된 계층이 있었지만, 우리는 급속한 성장의 햇빛만 보았지 그늘진 곳을 보지 못했다. ‘1인1표’보다는 ‘1원()1표’가 지배했다. ‘돈이 말을 하면 모든 진리가 침묵한다’는 정치학의 격언처럼 산업화만 추구하면서 인간적 가치를 고려하지 못하는 체제였다. 1987년 6·29 선언에서 상징된 민주화의 열기 속에서 그간 20년은 이러한 우리의 체제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히 시대정신을 대표하고 있었다. 우리가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정치 엘리트 간의 권력 승계가 아니라, 시민이 만들어낸 정치 지도자였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 주기도 했다. 그래서 그 시대는 질풍노도의 시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덮어두고 갈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낸 시대였고, 그래서 어떤 변화를 향해 달려온 시대였다. 때로는 상처가 소독제 처리 없이 햇빛에 비치는 바람에 더 고통스럽기도 했다. 제기했던 모순들을 얼마나 해결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지금의 시간에서는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안으로 곪아 터지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분출시킨 카타르시스의 시대라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도 있는 이유이다. 보수는 변화를 거부한다. 그러나 진보는 변화를 추구한다. 그래서 곳곳에 위험이 있다. 변화의 과정에서 갈등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를 어느 수준에서 조절하느냐에 따라 급진적 진보와 합리적 진보로 구분하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를 통해 희망을 보는 사람과 위험을 보는 시각이 공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질풍노도의 시대를 지나면서 이제는 역사발전이라는 주제를 생각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성숙을 마련하기 위한 이성의 시대를 필요로 한다. 단절의 역사가 아니라, 계기(繼起)의 역사가 되기 위해 이 시간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보수 정권은 보수정권으로서 역사적 소임을 해야 할 시기다. 진보를 배격하기 위한 논리를 개발하는 시간보다는 자기 역할에 충실히 하는 시간을 찾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마음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역사발전의 의미를 줄 것인가를 차분히 생각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이 냄새가 아쉬운 어린이 글

아동문학을 하는 관계로 나는 어린이들이 쓴 글을 자주 심사하게 된다. 이번 달에도 두 단체가 공모한 초등 학생들의 글을 심사했다. 그런데 심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날로 어린이다운 글을 찾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즉 어린이의 솔직한 마음이 나타나 있고, 서툴지만 그래서 더욱 친근감을 갖게 하는 글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독창적인 글을 찾기는 더더욱 어렵다. 쓴 사람은 각기 다른데 내용은 비슷한 게 너무도 많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학원이나 그룹지도 같은 데서 가르치는 글짓기 지도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글 잘 쓰는 요령만 가르치다 보니 글의 구성이나 전개가 비슷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논술 공부를 한 어린이 가운데는 글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만을 능사로 아는 어린이도 있다. 이런 글을 대하면 나도 모르게 서글퍼진다. 더 서글픈 게 있다. 어른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서 어린이의 글을 고쳐주거나 아예 써주는 행위이다. 이것은 자식 사랑이 아니라 자식의 장래를 망치는 일이다. 자식이 써야 할 글을 왜 부모가 대신 써주는가. 이런 글은 단번에 알 수 있다. 글을 쓴 당사자는 심사위원이 모른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선자의 눈에는 어렵지 않게 띈다. 어린이의 글짓기는 단순한 글쓰기만이 아니다. 글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상상력 교육이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정직한 글을 쓰게 함으로써 교양을 쌓게 하는 인격 교육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부모들이 입상을 염두에 둔 나머지 비교육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서글픔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어린이의 글을 심사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더욱 잘 해야 한다는 것이 그간에 내가 얻은 경험이다. 만약 어른이 쓴 글을 덜컥 입상이라도 시켜 놓으면 그 영향은 생각 외로 크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더욱 팔을 둥둥 걷어 부치고 나설 것이 뻔하고 어린이들은 그런 글을 모범 답안지로 연습할 게 아니겠는가. 최일남의 소설 ‘골방’은 동심을 주제로 하고 있다. 뜻하지 않은 6·25로 시골 초등 학교에도 전쟁이라는 비극이 닥친다. 고향을 버리고 남쪽으로 피난 갔던 아이들이 전쟁이 끝나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 이들의 담임 선생님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순수하기만 했던 아이들이 전쟁을 겪는 동안 볼 것, 안 볼 것을 다 본 나머지 순수함을 잃고 어느새 애어른이 돼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실망한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을 향해 지난 날의 순수한 너희들로 돌아가자고 애원을 한다. 어린이는 어린이다워야 한다는 것을 그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어린이의 냄새가 나는 글이라야 잘 쓴 글이다. 그러자면 어린이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적어야지 어른 흉내를 낸 글은 아무리 세련됐다 하더라도 잘 쓴 글이 아니다. 조금은 서툴고 어색한 구석이 있는 글이 곧 어린이 글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제 갓 글을 배워 글짓기를 했는데 어떻게 반들거릴 수가 있겠는가. 글짓기 지도 역시 어린이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게 해주는 게 최상의 교수법이다. 독창적인 글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다. 당장은 덜 다듬어지고 엉성하다 하더라도 그냥 내버려둬라. 설혹 사리에 맞지 않는 엉뚱한 생각이 좀 들어 있다면 또 어떤가. 오히려 독창적인 글은 그런 엉뚱함에서 발효한다. 5월, 저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들처럼 우리의 아이들을 풍요롭게 살게 하자.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자

최근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49세 이하 여성의 출산율은 2006년을 기준으로 할 때 1.13%로 OECD 30개 국가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1996년에만 해도 출산율이 1.58%였는데 지난 10년 사이에 출산율이 초저출산 사회의 기준인 1.3% 보다도 낮아진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에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을 기준으로 할 때 9.1%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50년 예측치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율은 38.2%로 일본의 39.6%에 이어 두 번째로 초고령화 된 사회를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노인인구 중 노동을 하지 않는 인구비율은 91.4%로 예측되었다. 2050년 OECD 평균을 살펴보면 노인인구 비율은 25.7%, 노인인구 중 일하지 않는 노인인구 비율은 62.3%로 전망하고 있어 우리의 상황이 더욱 안 좋음을 알 수 있다. 고령인구에 대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연금지출과 관련해서는 2006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이태리와 오스트리아가 GDP 대비 12.3%를 지출하여 가장 높고, 우리나라는 2.2%로 멕시코 다음으로 낮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 증가하는 고령인구에 대한 연금지출도 공공부문에 많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OECD의 통계자료에서는 인구분야 외에도 경제, 삶의 질, 환경, 교육 등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특히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을 수치상으로 강력하게 알려주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인식을 하여 2005년에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2006년 8월에는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2008년 11월에는 최근 변화된 여건을 고려하여 기본계획에 대한 수정·보완이 이루어졌다. 기본계획에서 파악하고 있는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젊은 세대들이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소득이 낮을 뿐만 아니라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힘들고, 자녀양육 부담도 증가하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결혼 연령은 늦어지는 반면 출산 자녀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노인인구 부양을 위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후세대는 세금 및 사회보장비 등 부담만 증가하게 되어 세대 간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혼·출산·양육에 대해 사회 전체 구성원이 관심을 갖고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일과 가정이 병행될 수 있도록 보육체계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수원시 세류동에 소재하는 3세 미만의 영아전담 보육시설을 원아 감소에 따른 재정난과 재개발에 따른 보육환경 악화 등의 이유로 수원시에서 폐쇄한다는 결정이 난 이후 학부모와 교사들이 강력 반발하는 일이 발생하였다.(경기일보 5월13일자 5면) 이와 같은 문제도 저출산이 향후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 측면에서 바라볼 때 어떤 정책적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와 함께 고령사회에 있어서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자원봉사 등 노인의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하여 노인들이 안전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우리 사회가 모두 함께 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불효

얼마 전 동네 이장님으로부터 어머님께서 자랑스러운 어머니로 선정 돼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개최되는 ‘효 경로잔치’ 행사에서 표창을 받으신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어머님은 항상 당신보다는 자식들을 위해서 한 평생을 희생하시며 살아가시는 분이시기에 몇 번의 표창 추천에도 항상 사양 하셨다. 이제 자식들이 성장해 지역사회에서 그나마 자리를 잡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알고 계시는 어머님께서 이번에는 기꺼이 표창 추천에 동의 하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살고 계시는 동네 분들의 의견이 반영된 표창이라 그 빛은 더욱 빛난다. 이장님으로부터 수상소식을 접한 며칠 후 이른 아침 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애비야 나 이번에 상 받는데 너 올 수 있니?” 대답도 하기전에 전화가 끊겼다. 항상 어머님은 전화 하실 때 당신 하시고 싶은 말씀을 다 하시고 나면 전화를 그냥 끊으신다. 채 10초도 안되어 “네! 가겠습니다” 말씀 드렸는데 뚜-뚜-뚜. 본래 새벽잠이 많은 나는 정신이 번쩍나서 다시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왜 이렇게 좋은 소식을 어머니 말씀만 하고 그냥 끊으세요?”, “너 조금 더 자고 출근하라고 그랬다. 근데 그날 올 수는 있는 것이냐?”,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어머님 전화를 받고 재빨리 스케줄을 보니 같은 시간에 시 경관심의가 처음으로 열리는 날이었다. 위촉장 수여식도 있고 또 첫 심의라 불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머님이시라면 자식이 표창을 받으면 어떻게 하실까 생각을 해 보았다. 생각해 보나 마나 어머님은 만사를 제치고 자식 시상식장에 참석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을 한 것이다. 내가 몇 해 전부터 어머님을 찾아뵙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핑계 같지만 토, 일요일마다 웬일들이 그렇게 많은지 이런 저런 사정으로 매주 찾아뵙던 것이 이제는 한 달에 한번 정도도 찾아뵙기가 힘들다. 마음속에는 항상 무거운 죄책감을 가지고 자주 찾아뵈어야지 하면서도 영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어쩌다 시간을 내서 어머님을 찾아뵈면 “바쁜데 왜 왔어?” 하시며 온 길에 한숨 자고 가라고 말씀 하신다. 애비는 회사일이다, 학교일이다 등등으로 잠도 제대로 못자서 얼굴이 항상 안 되어 보이니 기왕에 여기 온 거 잠이나 자고 가라는 것이다. 사실 어머님을 찾아 뵐 때면 심신이 피곤해 있을 때가 많다. 못이기는 척 하며 어머님께서 주무시던 자리에 들어 누우면 금세 따뜻한 어머님 온기를 느끼게 된다. 어머니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라고 말씀 드리면 “애비 바쁜 것 다 알고 있으니 괜찮다”고 하신다. 한동안 정신없이 낮잠을 자고 눈을 뜨면 어머님은 옆에 앉으셔서 나를 내려다보시며 애비도 이제 건강 챙기어라 하신다. 항상 자식 걱정이시다. 애비야! 나는 네가 자주 안와도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애비 좋은 소식을 접하면 기분이 좋으니 내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 이런 어머님께서 자랑스러운 어머니 표창장을 받으시는 날 결국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아마 어머님께 여쭤 보았어도 어머니는 이제 애비는 내 개인 자식이 아니고 나라에 봉사해야 될 몸인 데 당연히 시 심의에 참석하라고 하셨을 것이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제 가슴속에 항상 전문가는 자기의 전문지식을 통해서 지역사회에 봉사하여야 한다는 말씀을 깊이 새기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세상없어도 어머니를 찾아뵈어야 하겠다. 사랑 합니다 어머니! 그리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지방세 개혁이 필요한 이유

분권을 주창하던 노무현 정부에서 일찌감치 포기한 두 가지의 과제가 있었다. 하나는 경기 통계청, 경기 중소기업청, 경기 노동청처럼 중앙정부 기관을 지방에 두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지방자치단체와 통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나는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관하는 것이었다. 둘 다 중앙정부 공무원의 치열한 반대에 부딪히자 대통령이 직접 포기 선언을 했다. 특히 지방세 신설은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두고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아젠다였다. 국민의 조세 부담을 증가시키지 않고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국세인 소득세와 소비세의 일부를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로 이관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당시 국세를 담당하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지방세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간의 갈등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결국 논의를 중단시키고 위원회의 기능도 마비됐다. 지방자치를 열망하던 많은 분권론자를 실망시킨 사건이었다. 그 논의가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출발했다. 부동산 위주로 구성된 지방세정에서 세수입의 한계가 나타나는 반면 각종 복지비 부담을 떠안고 있어 재정 적자가 현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월 20일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회에서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신설하자는 안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처 간 갈등이 노정되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입 구조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은 우리의 지방자치 수준과 맞물려 있는 쟁점이다. 집을 나가서 하숙을 하고 있는 자식이 아버지로부터 일일이 용돈을 받아서 생활한다면 독립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80% 대 20%다. 중앙정부가 전체 세입의 80%를 차지한다. 그러나 자금을 지출하는 주체로 보면 중앙이 45%를 사용하고 지방자치단체가 55%를 사용한다. 즉 중앙정부가 자금을 가지고 간 다음에 지방정부에서 어떤 용도에 사용하라고 지시를 해 다시 내려 보내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정책 의지를 가지고 사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시키는 일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 지방행정을 ‘천수답 행정’이라고 하기도 한다. 지방자치는 문제를 스스로 제기하고 우리의 능력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원칙이다. 그럴 경우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재원의 충분성이다. 최근 시·군 통합을 이야기하면서 재정 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통합을 해 재정력을 확충하자고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은 지방세 구조를 튼튼하게 만들지 않아서 그런 것이고, 재정 자립이 낮은 단체들끼리 묶어 본들 재정자립이 제고되지도 않는다. 이러한 우리의 논의 구조에 비해 일본은 ‘3위1체 개혁’이라고 하는 매우 적극적인 재정 개혁을 추진했다. 교부금이나 보조금과 같은 중앙의 지원을 대폭 줄이고, 그만큼 지방세 확충으로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원이양이 약 3조엔이 됐다. 이 정도의 개혁은 우리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과제라는 공감대가 지방세 개혁에 속도를 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역의 정치권, 언론, 시민단체는 조용하다.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서구의 경우 민주주의는 조세 저항에서 출발했다. 내가 낸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 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출발점이 세금 제도이다. 내가 낸 자금으로 잘못된 도로가 건설되고, 불필요한 건물이 건설되고, 의미없는 행사가 진행된다면 지금보다 더 행정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세의 일부를 분리해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로 하자는 안은 정부의 활동에 대해 주민이 보다 직접적으로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역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의사 표시가 필요한 시기이다.

무엇으로 소일하십니까

나는 일주일에 두 시간씩 수원 중앙도서관에 강의를 하러 나간다. 벌써 다섯 해째 해오는 강의다. 내용은 행복한 글쓰기. 그런데 50세 이상의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좀 특이하다. 이 강좌는 날로 늘어나는 고령 인구를 위해 수원시가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그런 만큼 강좌에 참석하는 분들의 면면도 다 다르다. 개인간의 연령 차이도 많이 날뿐더러 살아온 삶의 형태 역시 각양각색이다. 여기에 글쓰기 수준은 더더욱 차이가 난다. 조금만 노력하면 머잖아 작가로 입문할 만큼의 실력을 지닌 분이 있는가 하면, 글과는 애당초 거리가 먼 분도 있다.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다들 글을 가까이하려 하고, 함께 공부하는 그 시간을 무척 행복해 한다는 것이다. 두 시간 중 첫 시간은 시와 수필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이를 위해 나는 시 세 편, 수필이나 에세이 한두 편을 발췌하여 그날의 교재로 삼는다. 시는 되도록 이해하기 쉬운 작품으로 고른다. 수필이나 에세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교재로 삼을 작품을 고르는 데 얼마쯤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고민이야말로 내겐 얼마나 흐뭇하고 행복한 시간인지 모른다. 어느 날엔 이 책 저 책을 뒤적이고, 또 어느 날엔 서점의 신간 코너를 찾아 새 잡지를 훑어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둘째 시간은 수강생들의 작품발표 시간이다. 일주일 동안 공들여 쓴 글을 가지고 나와서 소감을 듣고 평을 받는다. 그렇다고 다 글을 써오는 건 아니다. 매주 글을 써오는 분이 있는가 하면, 글은 써오지 않더라도 남의 글을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 글을 커피나 과자쯤으로 즐기는 시간이라 하겠다. 이 강좌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운영하는데, 끝날 때쯤이면 함께 공부한 분들의 작품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내는 기쁨도 갖고 있다. 나는 나이 든 분들에게 글쓰기를 권하고 싶다. 노후의 벗으로 글쓰기만 한 게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는 그 순간부터 삶이 새롭게 보이고 설렌다. 같은 사물을 대해도 그냥 건성으로 보아지지 않고 마음으로 보게 된다. 이것만 가지고도 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가 있다. 글쓰기의 좋은 점은 더 있다. 혼자라도 얼마든지 가지고 놀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고령자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이자 장난감이다. 게다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니고 무엇인가. 젊었을 때와 달리 나이가 들면 하루 해를 보낸다는 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자칫 온종일 멀뚱히 해바라기나 하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온 인사가 ‘요즘엔 무엇으로 소일하십니까?’가 아닐까 싶다. 길고 긴 하루 해를 무엇을 하며 보내느냐는 인사말이다.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닥치는 걱정거리다. 이제 갓 50을 넘긴 분에서부터 80세가 넘은 분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연령층의 분들과 함께 글공부를 하면서 내가 늘 고맙게 여기는 게 있다. 글쓰기는 우리네 삶을 젊고 싱싱하게 해주는 또 하나의 헬스장이다. 펜을 쥐고 앉아 있으면 혼자 있어도 쓸쓸하지 않고 적막하지 않다. 오히려 혼자라는 것이 글을 쓰는 데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조건이 되기도 한다. 적막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황혼. 하지만 글을 곁에 두고 살면 이 쓸쓸한 황혼도 낭만적인 ‘노을’로 색칠할 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GTX로 교통체증에서 벗어나자

경기도는 4월14일 ‘GTX(Great Train eXpress) 수도권 교통혁명 선포식’을 개최하고 수도권을 한 시간대 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는 광역급행철도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발표하였다(경기일보 4월15일자 1, 3면). 고양 킨텍스와 화성 동탄 구간 74.8㎞, 인천 송도와 청량리 구간 49.9㎞, 군포 금정과 의정부 구간 74.8㎞ 등 총 145.5㎞의 급행철도망을 구축하여 경기도와 인천 각 방향에서 서울로의 접근을 평균시속 100㎞의 쾌속으로 처리하는 획기적인, 아니 그야말로 교통에 있어서는 혁명적인 계획을 마련해서 이를 중앙정부에 건의한 것이다. 그동안 수도권의 지하철과 전철은 역간 거리가 짧고 노선이 굴곡되어 있어서 통행시간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문제가 있었다. 현재 수도권 주민들이 출퇴근 시 철도를 이용하는 비율은 20% 수준으로 다른 나라의 70% 수준에 비해서 매우 낮은데, 이는 저속철도가 원인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 2기 신도시들이 건설되면서 서울 도심에서 40~50㎞ 떨어진 곳까지 생활권이 확장되었는데 평균시속 100㎞의 급행철도가 운행될 경우 서울 중심부까지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서울을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매일같이 출퇴근 시간에 정체가 발생하고 있는 경부고속도로, 자유로, 올림픽대로와 같은 도로의 여건이 훨씬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게 되면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광역급행철도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먼저 경기도 공간구조 체계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수도권의 생활권이 지속적으로 확장되면 광역급행철도도 현재 계획된 구간을 연장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므로 도시개발과 연계한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광역급행철도망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에 중앙정부에서 개발제한구역의 일부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광역급행철도의 역세권을 중심으로 보금자리 주택공급 뿐만 아니라 상업, 업무기능이 갖추어진 복합도시가 개발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중앙정부와 수도권 3개 시·도간에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한 협조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분담해야 하는 사업비는 둘째로 치더라도 환승역 위치, 환승요금체계 등 협의해야 할 사항이 무척 많다. 이를 위해서는 매일같이 교통으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는 주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출퇴근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을지 관계 기관이 행정구역의 벽을 뛰어 넘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 철도의 급행화 방안은 과거에 서울시가 교통정비계획에서 제시한 바가 있으며, 국토해양부에서도 2006년 말 ‘대도시권 광역교통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수도권 급행철도계획을 제시하였다. 계획만 세울 것이 아니라 이제는 실행이 필요한 때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건설비로는 총 14조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민간자본 60%와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금 20%를 활용하게 되면 정부재정은 20% 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중앙정부도 더 이상 예산 없다는 핑계는 그만하고 수도권 주민들이 좀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기대해 본다.

디자인은 그 나라 문화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앙 정부에서 모든 용역의 조기 발주를 권장 하는 통에 그 열풍은 더욱 강하게 불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사업이 간판정비 개선 사업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환경을 만들까 모두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잘 정비 되었다는 몇몇 곳을 가보면 모두가 유사한 것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는 파나플랙스라는 재료를 이용해 커다란 상자에 조명을 넣어 발광하는 간판 형태였다면 이제는 글씨만 돌출 형태로 나타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기에는 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은 사실인데 어디를 가나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니까 각 지역마다의 특징이 없다. 심지어는 선진국 견학을 다녀온 후 여과없이 유사한 형태로 제작해 스스로 공공디자인 식민지화(?)를 자처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분명 간판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건물과 어울리는 디자인 거리와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이어야 하는데 왠지 2%부족이다. 현재 우리나라 간판 디자인의 대부분을 산업디자이너 분들이 하고 있다. 그분들은 주로 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이나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분들이다. 아마 건축을 전공한 분들이 간판 디자인을 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간판이라는 것이 건물의 일부분인 데도 말이다! 디자이너(designer)와 예술가(Artist)는 영문으로 보더라도 구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통념상 디자이너를 예술가라고 부르곤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것을 즐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가 지금 “디자인은 문화다”라고 외치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을 가지고 수선을 피우는 것 같다. 디자인은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 됐다. 기존 사용자의 경험과 의견을 덧붙여 좀 더 편리하게 좀 더 튼튼하게 기왕이면 보기 좋게 재탄생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이 세 가지만 가지고는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고 여기에 정신적 감성을 첨가해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컨셉트(Design Concept)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80년대 후반 88올림픽을 유치하면서 호돌이를 상징화 한 올림픽 관련 디자인들이 나오면서 디자인이란 말이 대중들의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즉 올림픽이 우리에게 공공이란 개념을 도입하게 만든 것이다. 또한 국제적 감각의 향상된 디자인들을 경험해 보니까 기존의 것들과의 비교로 더 좋은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 사회는 서서히 국제 감각에 맞는 디자인으로 발전하게 되는 디딤돌을 가지게 됐다. 디자인이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디자인에 의해 변하게 되는 사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디자인의 변화는 문화 발전의 힘과 비례하며 디자인의 변화는 경제력과 비례한다. 디자인의 변화는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의 척도이기도 하다. 세상은 인터넷이라는 수단에 의해 국가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단일 민족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다문화 가정을 인정하고 적응해 나가고 있다. 이렇듯 사람들의 개념이 바뀌고 기준이 변화하는 시대에 과연 디자인은 어떤 역할과 영향을 주고 있을까? 공공을 중시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시대에 세계의 모든 정보가 한사람의 손아귀에서 파악되고 평가되는 시대이다. 이미 글로벌화 된 시대에 그렇게 따라오지 못하는 자들은 방황과 방관만을 하게 된다. 치열한 전쟁터 같은 삶에 있어서 우리는 과연 나는 누구이며 우리는 누구인지에 대해 한 발자국 물러서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아무리 변해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DNA는 결코 별할 수 없는 것처럼 디자인은 그 나라의 문화다.

부패 사회에서 발효 사회로의 변화

정치학에서 진보는 파벌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 한다. 진보는 말 많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서로 잘난 척하면서 경쟁하다가 망한다. 반면 보수는 기득권을 지키는 과정에서 부패한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을 증명이나 하듯이 지금 이명박 정부 1년을 지나면서 부패 사건이 화두가 되고 있다. 물론 현 정부에게만 귀책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부정을 보여주고 있다. 8급 공무원이 복지 자금을 횡령하는가 하면, 청와대 고급 공무원도 청탁을 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기업인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자금을 뿌렸다. 그리고 여기에 성을 수단으로 하는 문제도 개입되고 있다. 한마디로 부패의 모든 수단이 동원되고 부패의 모든 잠재성이 현재화되고 있다. 한때 부패는 우리 사회가 가난하고 국가 발전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과도기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가 발전이 되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현상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부패는 자기 영속성을 갖고 국가 발전 단계에 따라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국가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부패의 자양분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러한 부패가 등장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패가 가지고 있는 공통된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첫째 부패는 마약과 같은 습관성이 있다. 한번 맛을 본 사람은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둘째, 부패는 암세포와 같은 확산성이 있다. 조직에서 한두 명이 부패하면 공범 관계가 형성되고 조직 문화에서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하게 된다. 이번에 양천구에서 8급 공무원이 복지 예산 26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보도되면서 감사원이 서울 용산구, 전남 해남군 등에 감사를 해보니 같은 유형이 적발되었다. 전국적으로 이러한 비리가 만연해 있었던 것이다. 셋째, 부패는 은밀성을 가지기 때문에 밝혀지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이다. 부패의 과정에서 현금 거래, 돈 세탁, 가명계좌 등 각가지 수법이 동원된다. 그래서 부패의 과정에서 사회 체제 전체가 왜곡된다. 넷째, 부패는 보충성을 갖고 있고 특혜의 근거가 된다, 마치 돈 많은 기업가가 성실한 정치인이나 공무원에게 조건 없이 자금을 건네는 시늉을 보이지만, 자본주의에서 공짜 점심은 없다. 단지 혜택의 고리가 길게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건네진 뇌물보다 더 큰 특혜가 거래된다. 그래서 부패 사회학에서 주장되는 “돈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모든 진실이 침묵한다”는 것이 설득력을 갖는다. 최근에 나타나는 부패 사건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한국 사회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기관장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한때 경기도가 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권에 있었으나, 지사의 직접적인 의지 표명 이후에 상위권으로 진입한 것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관장이 모범을 보이고 기관장이 강력한 의지를 보일 때 조직 문화가 바뀔 수 있다. 요령을 통해 유능해 보이는 부패한 직원을 과감히 도려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DNA를 바꾼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부패에 대해 불감증을 가질 것이 우려된다. 갖가지 사건을 보면서 우리사회에서 부패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오해까지 있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그냥 스쳐가는 에피소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토양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생물의 화학적 반응 작용에서 부패와 발효가 있다. 부패는 썩어서 냄새를 풍기지만, 발효는 유기물을 창출하여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지금 우리 사회를 재창조시키는 힘이 될 수 있는 발효의 작용을 하는 미생물의 인자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발효의 작용이 선순환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보여주는 총체적인 부패 사건은 그런 사회를 설계하는 모두의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동네를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자

얼마 전 일산 신도시의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는 앞으로 20년 뒤 일산이 어떻게 발전하면 좋을까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축사를 하였던 의원 한 분은 “일산 신도시가 개발된 지 20년이 되도록 자족적인 도시가 되지 못하고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해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는 제대로 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1988년 정부에서 200만호 주택건설을 위해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신도시 건설을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초기에는 전철도 개통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파트만 먼저 건설되어서 입주민들이 서울까지 출퇴근하느라 많은 고통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이 들어서서 제대로 된 도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주민 입장에서 볼 때는 일산이 서울과 비교할 때 변변한 호텔 하나 없는 베드타운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에는 한강변 시원한 바람이 불고, 커다란 호수공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정발산으로 둘러싸인 쾌적한 도시이다.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기보다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 자기보다 나은 것을 가진 사람과 비교하면서 힘들어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장점을 발견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경기도 31개 시·군 하나하나가 모두 살고 싶은 지역이 될 것이다. 경기도의 각 지역을 살펴보면 정말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백운호수, 산정호수 등의 호수가 있고, 광교산, 청계산 등의 산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강, 임진강 등 강이 있다.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서 살고 있는 서울에 비하면 얼마나 쾌적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지 모른다. 지역경제를 이끌만한 변변한 산업 하나 없는 과천의 경우는 자연환경이 쾌적해서 전국에서 살기 좋은 곳 하면 빠지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자원의 가치를 알고, 소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에서는 현재 다수의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사업이 추진 중에 있는데 이 지역들이 서울과 같이 고밀도로 개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경기도의 인구밀도는 서울의 1/16 수준 밖에 되지 않는데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서울에서 짓는 아파트와 동일한 밀도로 지어지고 있다. 땅값이 싼 지역에서 지어지는 아파트는 그에 맞게 건물 간격도 넓게 하여 쾌적함을 느낄 수 있게 계획되어야 한다. 그것이 경기도에서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장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기존의 도시와 연계 개발하여 저밀도를 유도하는 등 토지이용 규제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시경제를 이끌고 나갈 산업체가 없는 지역은 쾌적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고, 드넓은 땅을 갖고 있다. 관광이나 산업단지로의 개발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가진 경기도의 각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 하는 것은 주민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집값이 빨리 올라서 돈 좀 벌어서 빠져나가려는 사람보다는, 동네 환경에 만족하면서 5년, 10년 계속 살고 싶다는 주민이 많은 동네가 되도록 가꾸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최근에 치안이 좋지 않은 일부 동네의 경우도 어떻게 하면 우리 동네를 범죄 없는 동네로 만들까 하는 고민을 주민들이 함께한다면 조만간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살기 좋은 동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화성연구회의 새로운 출발

(사)화성연구회 3기의 새로운 출범이 3월14일 수원시청 대강당에서 있었다.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예견하는 아주 멋진 출발이 되기를 바라며 사회 각계각층의 지도자들과 수원시장 및 수원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여러 시민봉사단체장들의 참석으로 그 빛을 더욱 발했다. 참석은 못했으나 경기도지사의 축전은 형식적인 내용이 아닌 진심으로 축하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행사의 내용 중 초대부터 2대까지 물심양면으로 힘써주신 김이환 전임 이사장에 대한 명예이사장 추대와 전임 이사장이 신임 이사장에게 명패를 전달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말을 축약하기에는 아쉬울 만큼 그 뜻이 깊었다. 지난 1997년 수원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수원 화성을 사랑하는 전문가 몇몇이 모여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수원 화성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던 모임이 수원 화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화사모)으로 발전, 2000년에는 사단법인 승인을 받아 명실 공히 시민단체로서 면모를 갖추었다. 초대 및 2대 김이환 이사장을 중심으로 학술연구 중심단체로 시작한 (사)화성연구회는 그 규모가 점점 커져 현재는 160여명의 회원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중에는 수원 화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오직 화성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많으며, 이는 일반 학술연구회가 아닌 문화재지킴이 단체로 활동범위를 넓혔음을 자명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사)화성연구회는 수원화성 관련 학술 연구 및 모니터링 문화재 지킴이 방문교사 양성, 수원 화성관련 문화재 조사, 탐사, 발굴, 수원 화성 탐방교실 운영사업, 홍보, 안내 책자 발간 사업, 수원 화성 관광안내자 양성, 교육, 국내외 城 비교답사 및 교류사업 등을 펼치고 있으며 수원 화성에 대한 열의가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그 활동이 가능하다. 새롭게 출범한 3기는 이제 화성연구회 회원 중심의 사업에서 더욱 확장해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내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분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현재 수원 화성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같이 고민하고 해법을 찾고자 한다. 또한 (사)화성연구회 외에 화성을 사랑하는 다양한 시민단체들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상호 교류는 물론 연대 사업 및 각 단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려 다양한 시민 문화 콘텐츠를 창출, 이를 통해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화성 사랑을 할 예정이다. 비록 수원 시민이 아닐지라도 수원 화성을 사랑하는 분이나 단체라면 누구라도 같이 하고 싶다. (사)화성연구회는 이제 수원지역 시민단체가 아닌 전국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그 앞길은 더욱 탄탄하다. (사)화성연구회는 2007년 문화재청으로부터 ‘최우수 문화재 지킴이단체상(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지금까지 잘했다는 결과에 대한 표창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열심히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하라는 의미로 겸허히 받아들인다. (사)화성연구회는 아무리 비바람 쳐도 쓰러지지 않는 오래된 고목나무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주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고목나무처럼 넓게 그 팔을 벌려 포용 할 것이다. 또한 기존의 것에 새로운 것을 더한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더욱 멋진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그동안 열정적으로 (사)화성연구회 활동에 참여해 주신 회원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지금의 활동에 안주하지 않고 수원 화성의 발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을 약속하며 앞으로의 활동에서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날카로운 지적을,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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