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만리장성 ‘새만금 방조제’

참으로 통쾌한 일이다. 마침내 세계 최장의 방조제 드림로드가 우리 기술로 군산과 부안 앞바다를 가로질렀다. 33.9km, 공사진이 19년의 고된 비바람을 맞으며 성취한 대역사다. 그것은 길이 아니다. 바다에 세운 제2의 만리장성이다. 대한민국을 전세계 녹색성장의 중심 국가로 만들 희망과 도전의 터전이다. 준공식 날 12만 장의 깃발이 희망과 소통의 물결로 펄럭이며 우리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하나로 만들었다. 새만금은 환항해권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반경 1천200km 안의 환항해권에 약 7억명에 달하는 인구가 살고 있다. 새만금은 동북아 경제 중심 명품도시로, 글로벌 녹색성장기지로, 세계를 향한 힘찬 비상의 날개를 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본격적인 경제개발을 시작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기능올림픽을 독려하며 산업역군을 길러냈다. 한때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산산조각이 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잠자고 있던 민족의 잠재력을 경제개발로 끄집어냈다. 결국 올해 G20 회장국이 되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의 중대사안을 토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돼 핵안보 중심국으로 부상했다. 우리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앞줄에 나란히 앉고 세계정상들 앞에서 첫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모른다. 여기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도 한몫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 회원국이 되었지만 건국 이래 지금까지 지구촌의 대소사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국가원수격의 사무총장이 배출됨으로써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각인시켰다.최근 필자는 화성상공회의소 대만 시장조사단원으로 대만을 다녀왔다. 2박3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짬을 내 국립고궁박물관을 관람했다. 장개석이 대만으로 철수할 때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중요한 골동품을 옮겨왔다고 한다. 중국 자금성은 껍데기요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이 알맹이라고 했던 말들이 실감이 날 정도로 박물관은 규모면에서나 내용면에서 대단했다. 그리고 세계 4대 박물관중 하나인 국립고궁박물관을 돌아보면서 중국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중국은 높은 문명과 철학을 간직하고 이어가고 있는 나라이고 제대로 이해해야 할 과제 덩어리였다. 중국 개혁 개방 30년 업적은 가히 경탄할 정도다. 외환 보유 세계 1위, 경제 규모 세계 4위. 수출 세계 2위인 것이다. 중국은 인구가 많고 땅이 넓으며 물산이 풍부해 지대물박(地大物博)이라 했다. 삼성이 시공했다는 101 타워에서 타이페이 시내를 내려다보며 필자는 높아진 우리의 기술력으로 중국까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가까운 이웃이 되었으면 하는 장대한 꿈을 꿨다. 서해에서 중국까지 80km 정도이니 33.9km 새만금을 건설한 우리기술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필자의 이 같은 생각이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박무웅 시인

다가올 선거를 생각하며

조선의 지방 행정조직은 전국을 크게 8도로 나누고, 그 밑에 부목군현을 두었다. 도에는 관찰사가 장관으로, 행정 군사 및 사법권을 행사하며 수령을 지휘감독하고, 민생을 순찰하는 감찰관의 역할도 했다. 당시 대도시라고 할 수 있는 부의 책임자인 부윤, 20개 목의 목사, 군의 군수, 현의 현령과 현감 등을 수령이라 했는데, 이들은 일반국민을 직접 다스리는 이른바 목민관(牧民官)이었다.지방관은 행정사법군사 등의 광범한 권한을 위임받고 있었으나, 그들의 임기는 관찰사가 360일, 수령이 1천800일로 제한돼 있었고, 또 자기 출신지에는 임명될 수 없는 상피제가 적용됐다. 이는 지방에 거주하는 양반들, 특히 자기의 동족과 결탁한 변란이나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지방 각 고을에는 모두 중앙의 6조를 모방한 이호예병형공의 6방(六房)이 있어서 사무를 나누어 맡았는데, 6방의 일을 맡은 것은 지방의 토착 향리들이었다. 이들은 직무를 세습적으로 수행하거나 국가로부터 일정한 급료를 받지 못하므로 각종 부정행위가 많았는데 특히 호방(戶房)이방(吏房)이 심했다고 한다.6월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진정한 목민관이 되겠다고 출마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근래 일부 선출직 공무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뉴스가 끊이지 않았다. 현 4기 기초단체장 230명 중 절반 가까운 사람인 110명이 비리로 기소됐고, 그 중 33명이 직위를 상실했다고 한다. 급기야 군수가 뇌물을 받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여권을 위조, 해외로 도주하려 했다가 검거된 웃지 못할 사건까지 발생했다.그러나 국민들은 무려 8자리의 공직자들을 선택하는 위 선거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국민들의 3분의 2가 자신들이 뽑을 자치단체장 이름도 모를 정도라고 한다.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것이지만 일부 후보들은 실현성이 없거나 특별한 이득을 줄 듯한 공약을 쏟아 내기까지 한다. 당장 표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공약도 서슴지 않기도 한다. 공짜의 무언가를 약속하는 어떤 후보자가 있다면, 그는 사기꾼임에 틀림없다. 그런 사람은 당선돼서도 그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세금을 흥청망청 쓸 사람이다.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는 후보를 면밀히 검토해 잘 뽑는 수밖에 없다. 국가의 지도자든, 한 지자체의 지도자든, 또는 교육관련 지도자든 자신을 희생해 봉사할 자를 뽑아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다른 벼슬은 구할 수 있지만, 목민관은 구할 수 없다라고 했다. 진정한 목민관을 구하기 힘들다는 표현이다.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할 각오가 돼 있거나 사재를 털어 봉사할 정도의 지도자까지는 기대할 수는 없다. 또 짧은 기간 안에 지역사회를 잘 살게 업그레이드 시키는 능력 있는 지도자도 있을 수 없다. 최소한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자신의 부를 축적하거나, 거짓으로 표를 얻어 직위를 얻거나 보전할 지도자는 아니어야 한다. 좀 신뢰가 덜 가더라도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능력이 있으면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도덕적 청렴성이 없이는 당당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무슨 공약이든 하거나, 세금이 낭비돼도 어떤 일이든 하는 지도자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후보의 즉흥적인 사탕발림에 넘어가 그를 뽑으면, 일시적으로 약간의 득이 될지 몰라도 결국 우리 또는 후손에게 큰 실이 될 수도 있다.꼭 투표를 해야 한다. 낮은 투표율은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주민의 감시가 느슨하다는 메시지를 줘 비리를 범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명균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장변호사

휴대폰 혁명의 파장은 어디까지

태평양 위의 나비 한마리가 춤을 추면 태풍을 불러 온다는 말을 기억한다. 그 말을 믿을 수 없다해도 그리스의 재정악화가 세계의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수긍할 것이다. 요즘은 이런 이야기가 확대돼 골프장에서 아이언으로 뒤땅을 치면 내일 남미에서 지진이 일어나겠다고 농담을 건넨다.요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IT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는 휴대폰이라면 삼성이나 LG의 기기가 성능이 좋고 디자인이 좋고 기능도 여러 취향에 맞춰 내놓아 세계 휴대폰 문화를 이끌어 갔으나 지난해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한국 휴대폰도 애플의 기능을 탑재한 전화기라는 부차적인 도구로 물러나고 있다. 이제는 주체가 애플이지 KT의 휴대폰 기기가 아닌 것이다.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도 주체는 삼성이나 LG 휴대폰의 구글 시스템이지 휴대폰 기기가 주체가 아닌 것이다.지금까지는 지역 CATV든 지상파든 위성방송이든 소위 전파가 흘러나가는 정거장 격의 플랫홈 허가를 얻으려고 머리 싸매고 경쟁했으나 이제는 그런 플랫폼이라는 게 콘텐츠에게 밀리게 됐다. 이제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제공한다면 어떤 송출 장치라도 이용할 수 있게 제공돼야 하고 또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역행해 자기 영역을 고집하면 개방적인 유통 시스템에서 견딜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지상파든 위성이든 케이블 TV든 서로 대체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휴대폰 사업자도 통신망을 움켜잡고 폐쇄적으로 운영해 온 관행에 안주해 세계 추이에 뒤쳐지게 됐다.앞으로의 시대가 기술과 기기의 시대가 아니라 콘텐츠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으나 이것이 이렇게 빨리 현실화 되리라는 건 우리나라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다. 그래서 김형오 국회의장은 얼마 전 인수위의 한 책임자로서 정통부 해체를 후회하는 의견도 피력했다.아이폰의 등장으로 젊은 층이 아이폰에 뺏기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아이폰을 들고서 뉴스며 음악이며 영화를 보고 메일이며 통신을 하느라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 과연 아이폰은 단순히 기능이 다양해진 기기에 불과한 것인가. 교육현장에서 매질이 일어나면 앞으로는 그 장면이 중계될 것이고 사회 안에서 부조리들도 속속 현장에서 잡힐 것이고 직장 안에서도 윗사람이라고 부리는 권위도 많이 깎이게 될 것이다.이제는 신문도 혁신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단순히 하루 한 번 전달하는 신문이 아니라 독자라면 아이패드를 통해 하루 서너번의 새로운 판의 신문을 받아 보게 될 것이다. 종이 신문은 다음 날 정리된 내용으로 받아보게 되는 제도로 바뀔 것이다.광고도 프로그램 사이에 끼어 넣는 단순한 광고 체제에서 프로그램과 연동되거나 과학, 의학,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되는 제품이나 상품의 소개 등으로 전달 방법에서도 정보와 광고가 혼합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또한 제품 정보를 소개하고 플랫홈 사업자는 광고주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사업이 활성화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이폰은 전화기가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 스스로 플랫폼 사업자가 되는 정보산업 체계의 혁신이 실현되고 있다.대기업 중심이나 기술 우위 산업에서 콘텐츠를 창출하는 많은 개인들이 애플리케이션 스토아를 만들어 정보 산업에 끼어드는 수평적 정보 산업의 기회가 속속 전개되고 있다. 휴대폰이 몰고 오는 사회 커뮤니케이션과 질서의 변화가 어디까지일지 예측하기 힘든 변화를 앞둔 시대다./김광옥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형식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 3월26일 발생한 비극적인 천안암 침몰사고는 4월29일 합동장례식이 거행됨으로써 일단락은 정리된 듯하다. 물론 희생장병 46명의 유가족과 더불어 온국민의 슬픔과 분노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아니 영원히 우리 모두의 가슴에 묻게 될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특히 작게는 국가의 안보태세에 대한 각성부터 크게는 국가와 민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를 제공했다.이와 더불어 이번 사태를 통해 순직자(또는 전사자)의 예우나 처우에 대한 몇가지 제도들이 새로 도입됐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제도는 소위 사망통보담당관의 신설이다. 즉 군 복무자의 전사 또는 순직을 사망통보담당관이 직접 가족을 찾아가 통보하는 제도이다. 사망을 통보하는 사망통보담당관은 정복 차림으로 사망자의 가정을 찾아가 최대한 예의를 갖춰 사망 사실을 알리고 위로하게 된다. 기존에는 순직사실을 해당부서에서 전화나 통지서로 가족에게 통보했고, 더구나 지난 3월2일 공군 F-5 전투기 추락으로 순직한 조종사의 사고사를 가족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니 그동안 군복무중 전사자나 순직자는 개죽음으로 대우를 받은 듯해서 씁쓸함이 남는다.여기서 우리는 형식과 내용의 관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천안함 순국장병 전원에게 화랑무공훈장 추서, 국가애도기간 선포, 서울광장을 비롯한 전국 39곳의 분향소 설치, 장례일 조기게양과 묵념 등, 이 모든 것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이런 절차나 형식이 유가족의 가슴의 멍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단지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것인가? 아니다. 형식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사망통보담당관이 정복 차림으로 최대한 예우를 갖추고 귀하의 자제 분이 조국을 위해 명예롭게 순직(전사)하셨습니다라고 사망사실을 알리는 것은 단지 예의라는 형식이 아니라 국가가 그 죽음에 대해 깊은 애도와 최대한의 존경을 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그동안 성장과 발전이라는 모토를 위해 많은 형식을 포기해 왔다. 모든 사안 결정의 가장 핵심적인 지표는 경제성, 즉 효과성과 효율성이었다. 그러다보니 형식이라는 부분은 거추장스럽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단지 겉치레로 치부되면서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무시되고 과소평가 됐다. 물론 형식주의의 병폐를 간과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단지 형식이라고 폄하하고 폐기했던 것들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그래서 안타까운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우리 삶 자체가 형식일지도 모르다. 흔한 표현으로 폼을 위해 살고 폼을 위해 죽는 것이 우리 삶일 것이다. 그 형식(폼)은 우리에게 긴장감을 갖게 한다. 또한 우리를 다그친다. 그 형식을 유지하려는 긴장감을 통해 내용이 채워진다. 아니 내용이 채워지기 위해서는 일정한 형식이 전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형식은 그 자체로서 이미 내용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우연인지 얼마 전 TV에서 챈스 일병의 귀환이라는 영화가 상영됐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한 군인에게 국가가, 그리고 국민들이 최대한의 예의(형식)를 표함으로써 그 죽음의 가치와 더 나아가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사회적 통합(내용)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천안함 사태와 맞물려 영화가 주는 감동도 있었지만, 내용은 형식을 통해서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형식은 형식 그 이상인 것이다. /최순종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

아이들을 생각하며

서울의 한 명문대학 교수가 조교에게 요즘 학생들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하니 조교의 답변이 의미심장했다고 한다. 불안해서란다. 도서관을 벗어나면 다른 학생들에게 뒤처지는 것 같아 가능한 한 도서관에 머문다고 한다. 이 불안이 캠퍼스 곳곳에 떠돌고 있다고 한다. 부모 세대가 퇴출의 공포를 안고 산다면, 자녀 세대는 진입의 불안 앞에 서성거리는 게 요즘 대학 사회의 정직한 자화상이라고 한다.자본주의가 불평등사회라 하더라도 개인의 능력에 따른 계층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시절 대학에 가기 위해, 아니 좀 더 나은 대학에 가기 위해 기꺼이 청춘을 불사른다. 하지만 한번 획득한 문화 자본인 학벌은 패자부활전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다.그러나 요즘은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해서 그만이 아니다. 일부 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취직을 위해 스펙 쌓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뿐 아니다. 올해 4월1일자로 필자가 지부장으로 있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에 공익법무관 4명이 새로 부임했다. 공익법무관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자 중 병역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로서 군 복무 대신 만 3년간 소송 등의 공익업무를 해야 하는 예비 법조인들이다. 그 중 2명은 3년차로서 내년 3월 말이면 소집해제가 돼 사회의 진정한 법조인이 된다. 그런 3년차 법무관들에게도 대학 캠퍼스의 학생들만큼 고민이 많은 것 같다. 내년까지 1년여 동안 여러 로펌 또는 기관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그 입사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이다. 그래서 그런지 법학 외에 어학분야 학과를 다닌다든가 경영대학원을 다니기도 한다. 앞으로는 모든 학문이 서로 융합되어가는 추세라 바람직하기도 하다. 그러나 더 나은 곳에의 취직 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기기 위한 스펙 쌓기로 보이기도 한다. 하물며 비 명문대생이나 그보다 못한 대학의 학생들은 어떠하랴.큰 아들이 올해 대학에 들어갔다. 둘째 아들은 고3이다. 아들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공부를 잘하는 고3도 아니니 더 더욱 걱정이다. 이러한 점들을 환기시키는 아빠의 말에 별 걱정을 하지 않는 아이들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게 사는 아이들이 옳을지도 모른지만.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활동을 해 보라는 아빠의 요청에 어느 정도 부응할지 의문이다.청년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찾지 못하고 이리 저리 방황하고 있는 것이 저 멀리 남의 일 같지 않게 보인다. 나만이 이러한 불안감을 갖고 있을까. 안정된 직업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조건인데 말이다. 그 직업으로부터의 수입에 의해 가정이 이뤄지고 그 가정이 사회를 구성하고 국가를 지탱하게 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불안한 사회에 살아야만 하는가. 그러나 전 세계는 무한경쟁의 동일한 경제권이 되어가고 있다. 대표적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 영국과 신흥 개발도상국들 뿐 아니라, 그동안 유지된 대학의 평준화까지 무너지는 독일 등 유럽 각국들도 경쟁력을 배가하기 위해 더욱 효율성을 강조하고 이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국민 개개인은 어쩔 수 없이 그러한 국가의 경쟁 레이스에 내몰리고 있다. 진입의 불안 앞에 서성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를 극복하고 직장을 구하고 평범하게나마 한 가정을 이루고 살 수 있을지, 부모로서의 또 하나의 불안을 지울 길 없다./오명균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장변호사

백목련이 날개를 폈다

4월도 중순을 지났는데 아직 밖은 매운 바람이다. 하늘의 창이 열리자마자 창 밖 백목련이 한 마리 새처럼 날개를 폈다. 구만리 장천으로 날아가려는 붕새처럼 날개를 폈다. 그것은 바람에 날리는 흰 깃발이었다. 깃털을 달지 못하는 것은 죽은 새다. 그렇다. 현실의 무거운 날개를 달고 뒤뚱거리는 나는 백목련 앞에서 흰 구름을 향해 긴 울음과 함께 날아오르는 한 마리 붕새가 되고 싶다. 어디 백목련뿐인가. 봄이 오면, 특히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4월이면 쑥잎들이 자잘자잘 번져오른다. 하늘도 산도 온통 쑥빛이다. 복사꽃도 흐드러지게 핀다. 봄은 신비스러운 생명 탄생의 계절이다. 꽝꽝 언 대지를 뚫고 나오는 위대한 힘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춘약불경(春若不耕) 추무소망(秋無所望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봄에 만약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로 봄을 마주하는 자세를 새삼 가다듬게 한다. G20 정상회의가 오는 11월에 우리나라에서 열린다고 한다. 세계는 우리의 생각보다 한국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높다. 세계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앞줄에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에 뭉클한 것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보지만 번번이 우리보다 멋지게 사는 나라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 같은 결과는 근대화를 위해 피땀 흘린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민중을 단지 이끄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생적인 열망을 어떻게 포착해 어떤 목표로 집중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1950~60년대 우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못 사는 나라로 평가받았다. 외국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필자 역시 금산 벽촌에서 태어나 상경해서는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일했다. 그때 우리는 조국 근대화를 외치며 새마을운동의 씨를 뿌렸다. 또한 상상도 못할 공업국가의 첫 삽을 떴다. 그 가녀린 씨앗은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 한마음으로 땀을 흘린 결과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오늘 우리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는 눈부신 변화와 함께 국가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항상 시끄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보와 보수가 각기 주장하는 가치관과 윤리관들은 일반인들의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각기 생각이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통합을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우는 모습이 영 마뜩지 않다.이건희 삼성회장은 얼마 전 경영에 복귀하면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일본 토요타 자동차의 신화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오히려 10년도 너무 길게 잡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큰 일을 벌이는 사람들은 1만 시간 이상 연구와 노력을 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는 하루에 3시간씩만 할애해도 10년이 걸리는 시간이다. 자기 분야에 최고가 되려면 스스로의 몸부림이 없으면 힘들다. 올 봄은 봄은 왔으되 봄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새 꽃잎을 떨구는 목련이 여름 맞이에 나선 자연의 섭리를 보게 한다. 더 늦기 전에 의지의 새 밭을 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에 맞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튼실한 열매를 거둘 수 있다. /박무웅 시인

멀리 가려면 천천히 가라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할까 한다. 몇 년전 한국을 방문한 외국 동료 교수를 태우고 운전한 적이 있다. 좌회전 후 다시 바로 우회전을 해서 고속도로를 들어서야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여기서 진입에 실패하면 다음 신호에서 다시 유턴해서 돌아와 결국 어마어마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따라서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시도했고, 다른 운전자는 당연히(?) 양보를 안해주고한국에서 운전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어떤 상황인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 사회에서는 늘상 일어나는 일상(日常)에 대해 그 동료 교수가 한 말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그는 다음 신호에서 되돌아오면 시간이 얼마나 더 소요되는지 물었다. 또 평상시 한국인들의 친절, 양보심, 배려심 등은 운전 중에는 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다른 한편은 우리를 지적한 것 같아 약간 불쾌한 생각이 들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여하간 부끄러운 기억이다.다음 신호에서 되돌아오면 5분 정도 더 걸릴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순간이 5분을 다툴 만큼 그렇게 긴박한 상황이었나. 또는 평상시 내가 시간을 그 정도로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나. 아니다.그 상황에서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하는 것은 시간의 급함 때문도 또는 시간의 소중함 때문도 아닌 단지 여유의 부족이다. 여기서 나는 우리의 빨리빨리 정신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 이러한 특성은 근면성, 추진력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고 또한 이러한 정신이 한국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만약 서두름으로 초래되는 폐단이 있다면 이 속도를 조절할 수는 없을까. 필자의 소견으로는 이런 속도의 완급은 아마도 제도나 정책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정부 정책은 속도 조절에 대한 고민없이 오히려 더 서두름을 자극하고 있다고 생각돼 아쉬움이 있다.대표적인 예가 입학사정관제일 것이다. 정부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창의적 수월성을 갖춘 학생을 선발한다는 취지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게 됐다. 이 제도를 통해 한국의 현행 입시제도의 문제점인 지나친 교과중심, 기계적 수치화에 의한 단선적 평가를 지양하고, 리더십, 삶의 경험, 지적인 탐구력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종합적이고 다면적인 평가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는 평가기준에 있어 정량적 요소(수능점수 등)뿐만 아니라,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평가의 주된 요소인 정성적 평가를 포함한다.그러나 대부분 대학은 입학사정관제에 부합하는 정성적 평가기준보다는 아직도 계량화된 평가기준만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성적 평가의 한 지표로서 봉사활동의 횟수가 포함된다. 그러나 만약 봉사활동의 횟수를 평가지표로 삼는다면 이는 다시금 정량적 평가에 지나지 않을 뿐, 활동의 내용에 대한 정성적 평가는 아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시간때우기에 급급할 뿐 봉사활동의 핵심적 요소인 자발적 참여는 사라지고 시간 모으기식 봉사활동만이 남는다. 결국 제도(입학사정관제)의 서두름으로 인해 진정한 의미의 자원 봉사활동은 오히려 축소되는 것이다.때로는 서두름보다 느림이 빨리 갈 수도 있다. 아니면 최소한 멀리 또 오래 갈 것이다. 최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제목과 더불어 멀리 가려면 천천히 가라를 제안하고 싶다./최순종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

누가 네 번째 사과를 만들 것인가

미국의 전자회사 애플사는 얼마 전 아이 폰 아이 패드 등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했다. 이를 두고 애플사 로고 애플(Apple, 사과)에 비유하여 인류역사를 바꿀 네 번째 사과라고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인류역사에서 세상을 바꾼 세 개의 사과는 무엇인가. 그 첫째는 이브의 사과이고, 그 둘째는 뉴튼의 사과이고, 그 셋째는 세잔느의 사과이다. 물론 모두 서양역사 관점에서 바라 본 것이지만 대단히 혁신적인 사과들이었다. 첫째 사과인 이브 또는 아담의 사과는 인류가 슬픔과 고통, 아픔과 부끄러움을 갖게 된다는 인류의 원죄를 의미하여, 지금까지 서양사상과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과다.둘째 사과의 주인공인 뉴튼(1642-1727)은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힘을 통해 질량을 가진 물체 사이의 중력의 끌림을 설명하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이는 300년이 지난 현대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셋째 사과의 주인공인 세잔느(1839-1906)는 인상주의를 뛰어 넘어 20세기 회화에 기틀을 마련하는 원천을 제공한 화가다. 그는 사과를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사과의 본질을 표현하려 했다. 이러한 시도는 정물을 여러 개의 시점으로 펼쳐 놓아 마치 사물의 전개도 또는 조립도를 보는 듯 표현한 것으로, 이러한 그의 회화기법은 후에 피카소와 브라크 등 큐비즘(cubism, 입체파) 화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현대미술의 아버지 라 불리고 있다.위 첫째 사과는 몰라도 둘째 및 셋째 사과는 모두 당시까지의 고정 관념을 버리고,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력으로 상식에 대한 끊임없는 창조적 도전의 결과들이다.지난 24일자로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이라는 직함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이 회장은 복귀 메시지에서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라고 말했다. 대부분 국민들은 좋든 싫든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 집단인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가 좋은 결과를 내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이 일류국가로 나아가는 데에 삼성이 앞에서 이끌어 주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이 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라는 초강수 표현으로 삼성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는 신경영을 선포했다. 또 1996년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창조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요 시점마다 기업의 임직원들에게 늘 위기의식을 불어 넣고, 창조성을 강조 해 왔다.도요타 같은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이나 구글폰이 삼성 제품을 능가하고 있는 것도 이 회장의 복귀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삼성은 그동안 일본 기업들을 배우면서 따라잡는 데 성공했지만 이제는 거꾸로 일본 기업들이 삼성을 배우면서 추격하고 있다.삼성이 1위 자리를 지키려면 외로운 선구자적 도전밖에 없다. 그러나 앞만 보고 가지 말고, 주위와 국민들도 보는 이 회장의 창조적 리더십이 빛을 발해 진정한 네 번째 사과를 만들기 바라는 마음이다./오명균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장변호사

도전하는 그들이 있어 행복한 나라

우리나라가 국제 무대에 축구로 첫 얼굴을 내민 것은 지난 1954년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채 5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시대의 우리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단 국적기도 없이 취리히 월드컵 경기에 참가했다. 본선 무대에 오른 16개 팀 중 우리나라는 꼴찌를 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 무대에 출전했다는 것 만으로도 큰 경사였고 큰 의미였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2002년 우리는 월드컵 개최국이 되었다. 그리고 4강까지 진입하는 신화를 이룩했다.2010년 2월 26일은 세계 피겨역사를 새로 쓴 날이었다. 김연아가 피겨여왕이 되던 날, 우리는 일손을 멈추고 숨을 죽이며 김연아의 뜨거운 눈물을 보았다. 온갖 고난 속에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고 악착같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딸의 손을 잡아 주었던 김연아 어머니의 눈물도 함께 보았다. 그것은 기적의 눈물이었고 우리를 마음껏 취하게 했다. 김연아는 죽도록 땀을 흘렸다고 했다. 수 없이 넘어지고 또 일어났다. 김연아의 발목은 멍이 들고 검붉은 상처로 얼룩졌다.어디 김연아 뿐인가. 밴쿠버에서 태극기를 하늘 높이 오르게 했던, 그로 인해 스피드 코리아라는 외침이 울려퍼지게 한 선수들이 있다. 세계 정상에서 뛰고 있는 수많은 우리 건아들이 있다. 그리고 세계와 겨뤄 당당히 앞서가는 우리 기업들이 있다. 불가능의 벽을 무너뜨리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했다. 그들은 코리아의 이미지를 세계 만방에 떨쳤다. 개인과 기업을 넘어 국가차원에서도 이보다 더 큰 힘이, 더 큰 홍보 효과가 어디 있겠는가. 일본은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을 따라잡기에 숨이 차도록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세계를 주도하는 10개국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1.5%가 한국은 잘사는 나라, 선진국이라고 답했다 한국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답한 해외인은 52%에 달했고 코리아 제품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는 대답은 64.8%나 됐다. 우리들의 땀은 가속도가 붙은 낙수효과처럼 국력신장이 될 것이다.요즘 신문과 TV를 통해 필자는 밝은 빛과 깊은 어둠을 본다. 코리아를 빛낸 자랑스러운 얼굴이 있는 반면에 세종시, 4대강을 둘러싼 정치권의 줄다리기가 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서 푸른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무엇인가를 새롭게 창조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성공과 실패는 공존한다. 실패가 두려워 우리가 울타리 안을 맴돌고 새로운 생각을 접어서야 되겠는가. 경부고속도로 시작할 때 금식하며 반대했던 사람들은, 중화학공업에 투자할 때 선진국 시늉만 낸다고 비아냥거렸던 사람들은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산은 오르는 자의 것이다. 우리가 가는 길에는 지름길이 없다. 땀으로 흠뻑 젖은 노력 안에 길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땀을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구심점과 목표가 마련되면 모두 한 마음이 된다. 우리에게는 붉은 악마의 저력이 있다. 우리 스포츠와 경제는 지난 반세기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그러나 1등을 하고 자신감에 넘쳐 자만하는 입 보다는 다시 나라의 현실과 미래를 위한 참된 땀이 필요하다. 새싹을 돋우고 꽃을 피우려는 산과 들에는 봄 기운이 가득하다. 푸른 생명들이 소리치며 일어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진실한 삶의 원형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새로운 땀을 흘려야 할 목표를 꿈꿔야 한다./박무웅 시인

똑똑한 정치인 무딘 정당

요즘의 정치는 선거를 위해 있다는 느낌이다. 6월2일에 있을 지방선거를 위해 모든 정치가 다시 정렬하고 있다. 국회조차 정책 토의가 아니라 누가 공천을 받느냐에 관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간의 지방 정치에 대한 평가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열효율이 낮은 호화 건물을 지었다는 비판이다. 자치단체장은 자기 임기 중에 호화 건물 하나 지었다고 내세우고 싶은 것인가? 지역 주민의 행복이나 만족도의 상승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도로, 다리, 제방을 남겨야 업적이 된다는 생각이 아직도 일반화 되어 있는가 보다.6월 지방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 선거 공천을 앞두고 출마자들은 직간접적으로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방향에 눈치를 보고 있다.지방에서는 자치권을 달라고 하고 자치권을 시행해온 그간의 경과를 보면 역기능도 나타나고 있다. 급하지 않은 토목공사나 건설,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습지 파괴며 골프장 건설, 중복되는 수많은 지방 문화 행사 등을 보면 자체 증식 체제의 지방정치는 제3의 기관으로부터라도 견제를 받아야 할 것이다. 제3의 기관의 대표는 지역민의 바른 선거의 주체이어야 함은 말할 나위없다.근간에 의회 지도자와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도 한국 정치의 폐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한국의 정치인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보면 그렇게 똑똑한데 국회나 지방의회 안에 들어가서 토의하고 투표하는 것이나 정당 대변인이 발표하는 걸 보면 왜 그리 멍청해 보입니까? 하는 질문이 화두였다.그건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보면 개인에게는 인격이 있고 그것은 항상성을 갖고 있으나 집단에게는 신의나 격조보다는 이익을 더 추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개인은 하나여서 손해를 참거나 나중에 은혜로 되갚을 수 있으나 집단은 여럿의 종합이어서 후일을 기대하거나 기다릴 주체성이 없다는 것이다.정치인은 정치적인 제도를 지적했다. 첫째는 공천제도가 제일 큰 문제라는 것이다. 과거는 보스 정치여서 계파의 수장이 자기 몫으로 일정 부분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계파간 세력이 다투는 양상을 보였으나 요즘은 공천심사위원회가 생겨서 계파도 아니요 개인의 전문 능력이나 지역기반의 유무를 보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오픈 프라이머리라는 민주방식도 아닌 것이어서 들떠 있는 형태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전환 되었다고 하겠으나 계파의 주장이 강해 민주화 된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단지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라는 기준에 매달리게 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다음은 정치적으로 개인의 소신과 당론의 차이인데 중요한 의제에 대한 투표 시 당론이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당에 들어가지 마라, 회의에 참석하지 마라, 찬성 발언 하지 마라 등 처음부터 의원 개인의 소신과 양심을 통제하는 것이 당의 지시가 돼 있다. 이제는 당론의 한계를 규정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셋째는 지역구에서 주민들과 의원의 관계로 지역 주민들이 온갖 행사에 의원을 얼굴마담으로 부려먹는 주민들의 행태도 문제라는 것이다. 운동회나 친목모임에 의원을 불러내는 것이 어찌 지역민이 부탁할 일이 되겠는가. 서구에서처럼 지역의 문제를 가지고 주민들과 토의하는 주체로서의 국회의원이 필요할 것이다.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과정에서 당과 지역주민이 의견을 활발히 조율할 때이다./김광옥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그렇기 때문에’ 차이

지난 몇 주 동안 진행됐던 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게 감동과 기쁨은 물론 한국인으로서 더 큰 자부심을 갖게 했다. 특히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금메달을 딴 스피드 스케이트의 이상화와 피겨스케이트의 김연아는 세계최고라는 사실보다 더 크고 소중한 가치에 박수를 보내게 했다.또한 일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은 코미디 프로그램 제목일뿐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봅슬레이로 출전한 강광배는 단 한 곳의 썰매 트랙조차 없는 한국의 실정에서 봅슬레이로 결선레이스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또한 5번째 도전에서도 메달획득에는 또 실패했지만 금메달을 딴 영웅들의 공통적 우상인 이규혁 등.물론 아름다운 2등 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1등, 비난받는 2등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봅슬레이팀, 스키점프팀이나 이규혁 선수는 우리 모두에게 뜨거운 감동을 주었고 영광과 갈채는 일등에게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여기서 우리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다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은 메달 색깔과는 관계없이 우리에게 주는 어떤 특별한 감동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과연 이상화나 김연아가 개인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했고 전용 연습장을 갖추고 있는 여건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도 이만큼 큰 감동을 주었을까? 만약 봅슬레이 선수나 스키점프선수들이 연습장이나 다른 여건을 갖추고도 메달은 커녕 등수안에도 제대로 못들었다면 그들은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게 되었을까?결국 이들이 우리에게 준 감동과 기쁨은 아마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기 때문일 것이다.여기서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그렇기 때문에의 차이를 얘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는 인과적 관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어떤 원인이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올 때 쓴다면 이와 반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어떤 사건이나 원인이 기대와는 다른 어떤 새로운 결과를 가져올 때 사용되는 접속어적 성격을 띠는 부사이다.나는 개인적으로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길 바란다. 우리의 일상적 기대, 더 나아가 일반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보편적인 결과가 아닌 튀는, 그래서 우리에게 더 큰 감동을 주는 그런 일들이 자주 있길 바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은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힘든 여건이기 때문에, 꼴찌이기 때문에 등 많은 사실들이 주로는 그렇기 때문에로 설명되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기대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금 그 사실을 일반화해버린다. 이렇게 그럼에도 불구하고보다는 그렇기 때문에가 더 설득력이 있는 사회일수록 변화를 두려워하고 또한 변화하기 어려운 사회일 것이다. 원인과 결과가 우리의 일반적 기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통용되는 사회가 바로 열린 사회로 가는 길일 것이다. 그래서 시골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명문대를 입학할 수 있는 사회, 여당 국회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정책에 동의 할 수 있는 사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사회 등의 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표현되는) 특별한 사실이 아니라, 일반적인 인과관계, 즉 그렇기 때문에로 설명될 수 있길 바란다. 그렇게 되었을 때 지난 맨해튼 카네기홀에서 전 세계를 감동으로 이끈 부산 소년의 집 관현악단의 연주를 더 자주 듣게 될 것이다. /최순종 경기대 사회과학대학 청소년학과 교수

철 들지 않고 살기

가끔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그저 그런 딴따라 정도로만 보았다. 퇴근 길 운전할 때 여기 저기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가 어느 채널인가 멈추면 알아듣지 못할 쿵쾅거리는 팝 음악이 튀어나왔다. 그 음악 배경으로, 역시 무슨 말인지 잘 모를 팝뮤직 해설의 독특한 저음 디제이 정도로만 생각했다. 동류의식이랄까, 7080세대라는 생각에 좀 관심은 갔고, 눈가의 주름살을 보면서 저 친구도 이제 별 수 없이 늙어가는 구먼이라며 속으로 말한 적도 있다. 나 혼자 나이 먹는 것이 서러워서 연예인도 역시 먹는다고 위안을 삼아 본 것이다. 언제인가는 저 친구 텔레비전 가요프로 고정 엠씨도 하네하며, 그 시간에 집에 있으면 그 프로를 보곤 했다.도시 출신과는 달리, 시골에서 자란 나는, FM라디오 혜택이 적어서 그런지, 팝송에 별 관심 없이 청소년기를 보냈다.그런데, 이번엔 일간지 반면에 큼지막하게,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잘 정리되지 않은 허연 머리카락에 역시 반백의 콧수염을 하고 나타났네. 표정은 웃는 것인지 뭔지 잘 모를 특유의 어정쩡한 얼굴로. 그 기사를 읽을까 말까 하다가 그 기사의 헤드라인이 언뜻 눈에 들어왔다. 철이 들까봐 두렵다라고 씌여 있다. 무슨 소리야? 하면서, 내용을 보기 시작했다. 올해로 그는 방송 20주년을 맞는데, 음악과 함께 철들지 않고 즐겁게 살아온 것이 장수 방송의 비결이란다. 그는 20년째 올곧게 팝 음악만 고집해왔단다. 거기다가 방송 20년 동안 한 번도 방송 펑크를 내거나 지각한 적이 없다고 한다. 또 매일 방송 두 시간 전에 도착해 그날 방송을 점검하고 준비했다고 한다. 대단한 프로정신이다. 방송인 배철수씨의 기사다.위와 같이 사회 각 분야에서 수십 년간 고집스럽게 한 우물만 판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분야, 그 일이 좋고 재미있어서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하여, 또는 다른 할 일이 마땅치 않아서 그런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20여년 동안 한 번도 펑크내지 않고, 또 한 번도 지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사람의 이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나는 20여년 변호사로 살아왔지만 나의 변호사로서의 경지와 배철수씨의 팝 음악에 대한 그것에 비교하면 턱 없이 모자란 것 같다. 이 시점에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먹고 살기 위해 변호사로 살아 왔는지, 법률분야가 좋아서 그러했는지,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이 그 분야로 가니 나도 별 목적 없이 따라왔는지, 아니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왔는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법대에 진학하고 법조계에 발을 들여 놓을 때의 포부와 목적의식은 흐릿한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그것은 철들지 않고 일해 왔어야 했는데, 철이 너무 일찍 들어 그러한 것은 아닐까. 돈을 벌 목적 등 세속적 목적 없이, 그 분야 자체가 좋고, 그 분야를 사랑하고, 그 분야와 같이 철 없이 부대끼고 놀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부족해서일까.배철수씨, 우리보다 한 두 살 위인 줄 알았는데, 다섯 살이나 많네요. 백발의 모습이라 좀 들어 보이지만, 철 없이 살아 왔다니, 만나서 대화가 통할 것 같은 동년배 같은 느낌이 드네요.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 모든 얘기 할 수도 있지만 -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라는 데뷔곡에는 이미 배철수씨의 지금까지 인생을 예언했던 것 같네요. 지금까지 20년간 철 들지 않고 살아 왔으니, 앞으로도 최소 20년간은 철 들지 말고 사세요. 나도 이제부터라도 철 들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데 될까요. 앞으로 철 없이 살려고 노력해 볼께요. //오명균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장변호사

匠人, 우리의 희망이자 자랑

오늘 아침 이화은의 시 등뒤를 읽었다. 요즘 아들은 뭐 하시나?/ 전에 하던 거,/ 전에 뭐 했는데?/ 놀았어,/ 마흔이 다 된 아들이/ 어머니와 어머니 동무의 주거니 받거니를/ 등 뒤로 듣고/ 다 듣고/ 등이 시려 그 등짝에 박힌 얼음이/ 십수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다는데/ 제 등골의 얼음골에 숨어 /더운 한 시절 / 아직도/ 잘 놀며 지낸다는데잘 놀며 지낸다는 마흔이 다 된 아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 시를 읽으며 어제 이발을 하러 갔을 때 이발관 주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좋은 대학을 나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기업체에 입사해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다. 아버지는 아들의 적성과 장래문제를 먼저 생각했다. 그리고 끈질긴 설득과 노력으로 아들의 직업을 바꿨다. 아들은 서비스 업종을 택했고 지난 5년 동안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고 한다. 노력의 끝은 달콤했다. 아들은 서른 초반의 나이에 이미 자신의 길을 찾았고 화성 신도시인 동탄의 중심지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자신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필자는 이 얘기 끝에 바람의 아들 양용은을 떠올렸다. 양용은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꺾고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했다. 언론은 독보적 존재로 여겨졌던 타이거 우즈가 꺾였다고,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이변이 일어났다고 세계가 떠들썩하도록 대서특필 했다. 분명 본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큰 자랑이고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쾌거였다.양용은은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잘하는 운동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골프가 어떻게 하는 운동인지도 모르던 그 였지만 무작정 골프장을 찾아가 허드렛일을 하는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농사를 짓던 그의 아버지는 네가 제정신이냐, 골프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돈 있는 사람이나 하는 운동이다. 당장 그만 두라고 아주 심하게 나무랐다고 한다. 양용은은 19세에 골프장 볼보이가 되어 낮에는 골프공을 줍고 밤에는 쉬지 않고 연습을 했다. 현재 나이 37세의 양용은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8년간을 오직 공과 함께 살아왔다. 적성도 어느정도는 맞았겠지만 끈질긴 노력이 세계의 이변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기적을 촉발시켰던 1960년대 독일로 외화벌이를 떠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연탄에 손을 비벼 검고 투박한 손을 만들어 면접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해서 독일로 간 광부들은 섭씨 32도, 1천500미터 지하 막장에서 고생해 마르크화를 벌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애국가를 연주하자 애국가 대신 광부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들이 라인강에 뿌린 피와 같은 땀은 우리나라 경제의 밑바탕이 됐다.요사이 고급 실업자가 늘어나고 운만 좋으면 일확천금도 가능하다는 사행심이 사회에 만연한 현실이 걱정스럽다. 사람이 자신을 바로 세우고 바꾸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적성에 맞는 일로 자신의 위치를 정하고 비록 작은 것이라도 최고가 되기 위해 장인정신의 결연한 자세로 되돌아 간다면 인생에서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장인들이 우리의 희망이고 자랑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널리 뿌리내려야 한다. 많이 배우고도 일자리를 찾지못해 부모의 마음을 애태우기 보다는 남의 머리를 만지면서도 예술가라는 자부심으로 장인이 되어 가는 아들, 아버지의 염려에도 자신의 굳은 신념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양용은의 삶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박무웅 시인

영성·창조성·소프트 웨어

하루가 다르게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아이티 지진이라는 자연재난에 PIGS라고 해 이름도 돼지 떼를 연상시키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 적자의 여파가 우리나라까지 밀려오고 있다. 지진재해나 인공재난이나 지구반대쪽에서 일어난 일이 마치 쓰나미 밀려오듯 집 앞까지 밀려드는 세상이 돼 버렸다. 여기에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사태 등 여러 나쁜 징조들이 우리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마치 나는 건강한데 지금 이 순간에도 몸 안에서 나쁜 바이러스가 암세포를 만들어 나를 공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형국이다. 이 일련의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일등이라고 자만하지 말며 과거에 살던대로 미래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근간에 우리 산업은 IT산업의 발전과 콘텐츠 산업, 즉 소프트웨어 진흥이라는 방향에 진로를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 의료, 문화 등으로 그 가지를 뻗어 가자는 것이다. 과연 이런 창작적 자질을 우리 민족은 가지고 있는 것일까. 설날 주간을 앞두고 우리나라 공휴일을 통해서 우리의 영성(靈性)과 창조성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출 가능성의 관계를 풀어보자.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정치형태에서 새로운 종교를 이념으로 삼았다. 고려가 불교를 그리고 조선이 유교를 앞세운 것은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그런데 그 이전의 단군조선은 동양적 신화인 설화의 모양을 가지고 태어났다. 홍익인간은 만물을 다같이 사랑하라는 이념에 다름 아니다. 곰과 사람이 다같이 소중한 어우름의 시대였던 것이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천주교와 19세기말 기독교를 통해 이 땅에서는 기독교 문화가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우연히도 기독교 신자인 이승만 대통령의 집권으로 크리스마스가 휴일이 될 수 있었다.그러니까 음력 설날은 집안에 따라 다례를 지내고 어른을 찾아뵙는데 이는 유교적 성격의 축일인 셈이다. 4월 초파일은 당연히 부처의 탄생일이고 음력 8월 추석은 고대 이래의 샤머니즘적 농경축제인 셈이다. 그리고 개천절은 개국 신화 그리고 앞서 말한 크리스마스로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종교 성자들의 탄생일이나 기념일을 휴일로 세우고 있다. 그만치 영성에 근거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한 예로 이웃 일본의 공휴일은 일왕의 탄생일이나 자연 사상의 녹색의 날 그리고 바다의 날, 태양에 관계된 춘분, 추분 등 애니미즘적 정령신앙의 태양숭배사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창작력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패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스티브 잡스야 말로 개인용 컴퓨터며 아이팟 등에 이어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IT 시대를 열어가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새로운 IT시대에는 모든 새로운 기기는 새로운 발명보다는 여러 기능들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많다. 모든 사물을 앞에서가 아니라 뒤에서 그리고 뒤집어 보는 눈과 정신적으로 열린 마음이 필요한 시대다.영성에 기반을 둔 우리 민족은 영적 영감을 통해 창작이나 창조의 능력을 잠재적으로 잘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며 휴대폰, LED 등 IT기기에 기반을 갖춘 우리나라의 산업이 앞으로 중소기업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진흥에 3년간 1조를 투입하겠다고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선택과 집중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은 게임이나 한류 등으로 기초는 닦여져 있다. 앞으로 아바타에 못지않은 3D며 의료, 예술, 건축, 관광 등 여러 부문에서 창조적 소프트웨어가 이 땅에서 태어나리라 믿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설 휴일을 맞고 싶다. 우리민족의 자유로운 영감이 힘을 발휘하지 않겠는가./김광옥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제도와 생활세계의 사이에서

며칠 전 모임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탔다. 그날따라 유난히 가는 곳마다 교통신호에 걸렸다. 택시운전자분도 처음엔 신호를 지키더니 나중엔 짜증스럽다는 듯이 빨간 신호등 임에도 요령껏(?) 지나갔다. 물론 늦은 시간이라 거리도 한산하고 행인도 없었지만 그래도 신호는 지켜야 되지 않느냐는 나의 핀잔어린 말 건넴에, 이 늦은 시간에 신호가 왜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한번만 신호를 어기면 다음 신호부터는 안 걸린다고 했다. 또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그분의 입장이 조금은 이해된다.택시운전자의 신호위반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분의 주장에 대해서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즉 통행량이 많은 도로를 중심으로 연등 신호체계를 만들면 과속이나 신호위반을 할 필요가 없다. 규정속도를 지켜서 갔을 때 연등신호를 받을 수 있어 오히려 더 목적지에 빨리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대별로 신호등의 순환주기를 달리할 필요가 있으나 교통량이 적은 야간 시간대에도 주간과 똑같이 신호 대기시간이 길기 때문에 위반을 하게 된다. 또한 우리같이 전자 시스템 산업이 뛰어난 나라에서 왜 차량(또는 보행자) 자동인식 장치를 안하는지 모르겠다. 독일의 경우를 예를 들면 보행자가 드문 야간에는 보행자가 버튼을 누를 경우에만 빨간불이 들어오고 그 외는 주행신호가 유지된다.법이나 질서를 지키라고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준수하는 것이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올바른 제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요즘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늘면서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가끔 배설물 때문에 언짢은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애완동물을 데리고 산책할 때는 비닐봉투를 준비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 자세라는 글도 곳곳에 보인다. 이는 유럽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와 유럽 사회는 지키라고 강조하는 것과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네덜란드의 공원이나 해변에는 곳곳에 견공들의 배설물 처리에 필요한 비닐봉투를 빼서 사용할수 있도록 장치가 돼 있다. 혹시 집에서 나올 때 준비하는 것을 잊었다 하더라도 거리에 비치가 돼 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처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한가지 더 예를 들면, 외국의 어디를 가도 한국의 거리만큼 깨끗한 도시는 드물다. 더구나 언제부턴가 쓰레기통을 발견하기 힘든 우리 사회의 실정을 생각할 때, 우리의 시민의식이 미성숙하다고 비판할 수 있을까? 쓰레기를 거리에 버리지 말라고 강조하기 보다는 버리지 않도록 쓰레기통을 설치해 주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제도인 것이다.그럼 사회질서는 제도(화)를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는가? 아니다! 제도는 단지 생활 세계, 즉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한 제도가 아닌 오히려 인간의 삶을 통제하는 제도가 돼서는 안된다. 독일의 사회학자 유르겐 하버마스(Juergen Habermas)가 합리성을 강조하는 현대사회는 제도가 생활세계를 식민화 했다고 비판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어차피 교통신호를 언급했으니까 교통 시스템과 관련해서 독일에서의 경험을 하나 더 소개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주 위반하는 일방통행 도로가 있을 경우, 경찰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위반자를 적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 도로를 아예 양방통행으로 바꾸어준다.이것이 바로 제도와 생활세계의 사이에 놓여있는 우리의 고민일 것이다./최순종 경기대 사회과학대학 청소년학과 교수

방치되는 이공계 기피현상

얼마 전 국회방송에서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이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약 10여년 이상 지속된 한국 젊은이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의 해법은 너무나 어렵고 백약이 무효라고 했다. 장학금, 군 면제 혜택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썼는데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필자가 지난해 12월7일자 본 칼럼에 한국의 변호사 수는 턱없이 부족한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의료계나 법조계가 대한민국 우수한 인재들의 블랙홀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인구 수 대비 변호사 수가 적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던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반박했던 적이 있다.대학의 등록금은 지난 1989년 등록금 자율화 이후 국공립대는 550%, 사립대는 450%나 인상됐다. 자식 2명을 대학에 보내자면 1년에 약 2천여만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그 정도의 돈은 서민가계는 물론 중산층의 가계에도 상당히 부담을 주는 돈이다. 대학은 위와 같이 벌어들인 등록금으로 법학전문대학원 유치를 위해 교수 요원을 유치하고 시설을 건설하면서 많은 돈을 쓴 점을 그동안 언론에서 보아왔다. 그리고 유명 사립대학은 수천억원씩 누적 이월적립금으로 보유하고 있다.대부분의 대학은 자신들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공계 인재유치에 투자하기 보다는 단시일 내에 학교명성 제고에 효과가 있는 고시에서의 합격생 배출 수를 늘리기 위해 혈안이 돼왔다. 그러한 대학들이 법학전문대학원 유치를 위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쏟아 부은 것이다.이 위원장은 궁여지책으로 국가 과학기술 인력육성을 위해 국가에서 철저한 검증과 선발을 거쳐 몇 백명 정도라도 젊은 인재를 선발, 대학 및 대학원 과정의 학비 등 충분한 장학혜택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자부심을 갖고 전력을 다해 연구할 수 있도록 다른 어떤 분야에 비해서도 최고 수준의 보수 및 정년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상당히 수긍이 가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경제적 수준까지 이르른 것도 따지고 보면 인재 교육이고 그 중에서도 과학기술인재의 육성과 유치였다. 오늘날 세계적 기업이 된 삼성전자도 한국의 명문대학 이공계를 졸업하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 유학하고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과학기술 인재를 유치한 결과다.미래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특히 그동안 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와 최근의 금융위기로 인해 평생 직장의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다. 여러 가지 환경변화와 의학기술의 발달로 기대여명은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40대 정도에 직장에서 물러나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 그러한 영향들로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사업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전문자격사 시험에 너도 나도 몰려들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트렌드의 일환으로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인생보장이 안되는 이공계 보다는 평생사업의 자격을 주는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에 몰리고 있다. 왜 창조적 분야인 문화예술계나 이공계에 가지 않느냐고 탓할 일만은 아니다.대한민국이 앞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하거나 세계 각국과 경쟁해서 먹고 살 방법은 우수한 인재육성 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과학기술 인재육성 말이다. 정부나 국회는 짧은 기간에 직접적으로 선거에서의 득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육제도, 대학입시 제도에 인기관리 차원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그러한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장기적 과제인 과학기술 인재육성에 대해서는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우리의 백년대계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오명균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장변호사

폭설

새해들어 눈이 많이 내렸다. 징기스칸 군대처럼 대책없이 눈이 내렸다. 십년 만의 폭설이라고도 했다. 온 세상이 눈에 뒤덮인 백설 천지이다. 어린 날, 눈 오는 날은 기쁜 날이었다. 냇가 빙판에서 썰매를 타고 동무들과 눈밭위로 방패연을 날렸다. 대나무살에 밥풀로 붙인 창호지에 어머니가 감아 준 명주 실꾸리 끝에 어린 꿈을 매달았다. 금방이라도 녹아 사라질 눈들이 뭉쳐서 단단해졌고 친구들과의 우정도, 마을 이웃과의 친근함도 성벽처럼 단단해졌다.그런데 하늘이 심상치 않다. 내 어릴적 낭만으로 남아 있는 이불처럼 포근한 눈이 아니다. 하늘이 이 시대의 어둠과 곤고하고 핍박한 세상을 정화하려는 듯 하늘의 방어선이 대책없이 무너졌다. 눈 덮인 도시와 농촌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독거 노인이 사는 움막이 무너지고, 가축의 축사가 무너지고 이것이 쌀이라면 좋겠네 한탄하는 농부의 가슴도 무너졌다. 부드럽고 여린 눈 속 어디에 질풍노도의 큰 힘이 창과 칼처럼 숨어 있었을까. 자연을 망각하고 사는 문명 세계의 오만에 대한 하늘의 응징인 것일까.휴일을 이용해 필자는 겹겹이 쌓인 눈을 헤치고 칠보산을 올랐다. 나무들은 눈꽃으로 얼굴을 가리고 떨고 있고 설해목은 눈에 고개를 쳐박고 있다. 웬만한 눈쯤이야 끄떡하지 않았을 조선소나무의 생솔가지도 꺾였다. 정상에 오르니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순은의 바다이다. 그 순은의 바다에서 나는 표백된 나무들처럼 마음이 깨끗해 진다. 하늘도 나도 땅도 순백의 깊이에 젖는다.경인년 새해 첫 달도 어느새 후반에 접어들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포부가 가득한 가슴으로 희망을 설계한다. 내일을 잘 살아보려는 자아변신의 인간적 욕망과 동시에 어떻게 사는 것이 참다운 삶일까 하는 의문이 나를 생각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수그리게 한다. 반성적 사유는 국경일에 대문 앞에 거는 의례적 깃발처럼 걸렸다가 내일이면 내리는 깃발이기 일쑤이다. 일상의 껍질을 벗어 던져야 새 사람이 된다는 것을 깊이 느끼면서도, 껍질은 스스로 밖에 깰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벗지 못하고 일상에 갇히는 삶이 필부의 삶이다. 생각해보니 내 삶이란 내가 원하는 이상보다도 세상이 만들어주는 현실의 나로 살아오지 않았는가. 제발 정신 좀 차려야겠다고 옷깃을 고쳐매지만 시간은 다시 시계태엽처럼 새해를 돌리고 회환과 반성의 시간이 어김없이 찾아온다.눈보다 깨끗하고 진실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눈은 머무르지 않는 역사처럼 사라져버리겠지만, 나는 눈의 추억과 지난 세월의 유품에서 더 의미 있는 현재를 살아 갈 지혜를 얻는다. 미래에 대처할 방안과 설계도 눈위에 뜬 태양처럼 명백해진다. 세계적 금융위기의 거센 파고 앞에서 우리 한국호는 산산조각이 나는 느낌이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 중 가장 빠르게 회복 중이라고 한다. 세계가 극찬한다고 하니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기업인으로서 이 땅에 살고 있는 것이 정말로 행복하다. 사회가 이구동성으로 일자리 나누기, 일거리 나누기를 강조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변화이고 아름다움이다. 요즘 사회 갈등이 많은 듯이 보이지만 남과 생각이 다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서로 다르다고 해서 같이 사는 생존의 판을 깨서야 되겠는가. 전국시대 제나라 우화 황금에 눈이 먼 사내 이야기 가 생각난다.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삶에 깊숙이 스며 들고 온정과 배려가 가득한 새해를 기대해 본다./박무웅 시인

앞으로 10년 무엇을

정초가 되자 여러 곳에서 1년 내지 10년 앞을 예시하는 정책과 대안을 내놓고 있다. 미래 비전이라는 차원에서 나와 주위의 미래를 생각해 보자.우리 국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3년전 1997년이나 지금이나 2만 달러에서 올라갔다 내려오는 주식의 박스권처럼 정체돼 있다. 우리나라와 경제가 어디에선가 막혀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데 우리나라는 플러스가 돼 상대적인 위안을 받고 있는 셈이다.작년에 국가적으로 두 가지 좋은 징조가 있었다. 하나는 G20 회의의 금년 서울 개최요, 다른 하나는 원자력발전소의 아랍 에미리트 수출이다. G20은 현재의 우리국민이 열심히 일한 덕이요 다른 하나는 이승만 대통령 이래 꾸준히 개발과 설치를 지속해온 예지와 노력의 덕이다. 이처럼 우리는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부터 감히 넘보지 못할 기술인 원자력을 꿈꾸고 그 필요성에 대한 미래를 내다보았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를 개선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정초의 대통령 신년국정연설이 한해 국정연설이어서인지 미래와 연결된 비전발표는 보이지 않았다. 지자체 그리고 자기가 속한 직장, 그리고 가정과 개인의 금년 계획과 앞을 되새겨 볼 일이다.근간에 신문과 방송에서 여러 토론을 통해 비춰지는 우리 사회 현실은 경제가 발전한다지만 기술자와 하위 기능직의 임금 격차는 더 커지고 수출은 잘 되지만 고용은 늘지 않고 있다. 진단과 처방은 있는데 투약과 수술은 하지 않는다. 비용이 들고 고치려 하면 모든 영역에서 그러면 나 죽는다고 아우성이기 때문이다. 아파서 고치려는데 그럼 다른 영역부터 먼저 수술해 보라는 것이다.한 나라의 발전은 시대마다 다르다. 역사적으로 앞장 서 있던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데이비드 랜즈의 국가의 부와 빈곤에 따르면 공장시스템이서 작업자에게 독립성을 주는 시스템으로 바꾸자 가장 열악한 사람의 템포에 맞춰 이웃 독일 등의 경쟁에서 밀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포드식 생산방식, 자동화, 창의적 시스템 등 그 운용방식은 달라져 오고 그것은 그 나라 산업문화의 바탕에서 나오는 것이다.첨단무기며 항공기, IT 등에서 앞서가는 미국보다 잡제품을 양산하는 중국의 GDP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은 무엇을 뜻하는가. 반드시 기술이 앞서야 국가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나라 경제가 운용되는 시스템이 원활한 가 이다. 첨단을 외치는 것에 대안이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경기도는 그간 무한돌봄 센터며 규제개혁에 진력해 왔다. 그리고 민선 4기 120만 일자리 목표를 79만으로 줄였지만 달성률은 50% 남짓이다. 경기개발원이 올해 11만개의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니 다시 희망을 가져보자.이 시점에서 각자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미래에서 거꾸로 돌아볼 때 옳은 방향인가를 늘 점검해 볼일이다. 현재는 미래에서 보는 과거다. 몸은 현재에 있지만 우리는 가끔 미래로 가서 그 시점에서 과거인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가고 있는 방향이 옳은 것인가를 체크해 봐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얼마가 무용한 것임을 찾아 낼 수도 있다.현재는 10년 후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금년에 내가 할 일의 계획과 우선순위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것이 10년을 대비하는 일이다. 개혁과 창의가 우리의 살길이다./김광옥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눈과 비

지난 며칠 눈이 많이 내렸다. 그동안 눈이 조금씩 내린 적은 있어도 눈답게 내린 건 아마 올 겨울들어 처음일 것이다. 아름답다! 샹송이라도 한 곡 읊조리고 싶다. 한편의 시라도 지어낼 수 있을 것 같다.왜 우리는 첫눈에 반하고 또 의미를 부여할까. 누구나 첫눈을 기다리고 (실상은 눈이 오면 엊그제처럼 생활에 많은 제약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첫눈이 오면 술이라도 한잔해야 될 듯하고 또 가물거리는 옛 추억을 되새기려고 노력한다. 이렇듯 첫눈은 아름답고 포근하고 정스럽다고 느끼지만, 첫비에 대해서는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다. 아니 첫비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 것이다.나는 눈보다 비를 사랑한다. 눈은 내릴 땐 아름답고 포근하게 느끼지만 녹은 자리는 지저분하고 질척거린다. 반면 비는 올 땐 으스스하고 우중충하지만 비가 갠 후엔 자연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까지도 깨끗해진 느낌이다. 눈은 실제보다 부풀려있고 보여지는 것과 달리 수증기 덩어리에 불과하다. 반면 비는 보여지는 그 자체, 즉 물이다. 또한 눈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고 (녹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비는 거스르지 않고 물이 흐르는대로 가다가 결국 사라진다. 눈이 뭔가에 집착하는 속세의 느낌이라면 비는 이욕을 버린 어떤 초월적 세계의 느낌이라고 한다면, 자연의 섭리에 대해 너무 무례한 평가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을 감히 자연과 비교해서 선택한다면, 나는 눈보다는 비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시작은 작아도 결과는 큰, 그런 일을 하고 싶고, 첫인상 보다는 알아 갈수록 점점 호감이 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래서 만날 때 인사보다 헤어질 때 인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시작보다는 마무리를 더 잘하고 싶다.그러나 우리 주변의 지난 며칠은 시작의 서두름이 마무리의 여유를 빼앗았다. 한해를 돌아보며 정리하기도 전에 2009년은 훌쩍 떠나가고 2010년이 벌써 찾아와서 새해의 소망과 각오를 재촉한다. 늘 그러했듯이 연말을 기해 각 언론사에서 2009년의 10대 뉴스를 선정하고 보도했다. 물론 그 중 김연아의 연속 우승과 2010의 G20 정상회의 한국개최 등과 같은 쾌거는 우리에게 기쁨과 새로운 희망을 주었지만, 10대 뉴스 중 대부분은 시작이라는 조바심 때문에 마무리 하는 여유를 가질 겨를도 없이 다시 2010년으로 넘겨졌다. 세종시 계획 수정 논란과 4대강 정비사업 논란은 물론 미디어법 논란은 어떻게 정리되었는가. 용산 참사와 쌍용자동차 사태, 그리고 아동성범죄와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법적, 제도적 방안은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와 제2차 핵실험, 그리고 6자회담 개최 등 앞으로의 남북관계 전망은 어떠한지. 아마도 대부분은 논란 상태에서 어떤 마무리도 없이 그대로 새해로 넘겨졌다. 최소한 한번쯤은 정리가 됐어야 새해가 부담이 적지 않을까.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평범한 경구는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이맘때가 되면 늘 새롭게 경험하게 된다. 다만 어느 정도라도 마무리를 하고 새로운 시작을 했으면 한다. 누구나 매년 이맘때가 되면 새해를 맞이해 소원을 빈다. 새해의 소원을 빌기 전에 지난해의 소원은 무엇이었는지 돌이켜 봄도 필요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해서 바라는 나의 소망 중 하나는 지난해의 소원이 잘 마무리되는 것이다.눈같은 시작보다는 비같은 마무리를 하는 새해가 되게 하소서! /최순종 경기대 사회과학대학 청소년학과 교수

주민등록증 ‘권리와 의미’

2009년 기축년을 거의 마무리 하고 희망을 가져보는 2010년 경인년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말에 반복되는 생각이지만 올해도 별로 한 것이 없다는 회한만 든다. 금년은 개인적으로 하늘이 내리는 명령을 알아 듣는다는 지천명(知天命)인 만 50세가 되었는데, 역시 세상사 모든 이치를 어느 하나 제대로 아는 것 같지 않아 만년 어린 아이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올해는 나름대로 연초에 법률구조 봉사기관인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들어와 많은 보람 있는 소송과 일을 한 것을 조그마한 위안이라고 애써본다.며칠전 치매 할머니 등을 수용하고 있는 용인시에 위치한 서울시립 영보노인요양원에서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에서 주관한 주민등록증 및 위문품 전달식에 수원지부 직원들과 같이 참여하고 내친김에 약간의 봉사활동도 하고 왔다. 위 요양원은 서울시 대방동에 수용되어 있던 서울시 보호 여성 부랑인 800명을 지난 1985년 이동시켜 현재 천주교 성모영보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이다.법률구조공단에서는 법률보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찾아가는 법률구조를 하고 있는데, 위 주민등록증 전달식은 그 결과의 산물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국민이면서도 자신의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아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국민으로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상당히 있다. 공단은 이러한 분들 중 608명의 가족관계미등록자를 위한 취적(就籍) 기획소송을 통해 이분들이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에 등재될 수 있게 했고, 그 중 38명에 대해서는 공단이 전 절차를 밟아 주민등록증까지 발급받아 이를 전달한 것이다. 이런 소송에 대해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그 절차를 잘 모르고, 그러한 분들로부터 수임료를 받을 수 있는 소송도 아니므로 법률구조공단 같은 기관만이 할 수 있는 소송이다.우리가 흔히 서민, 소외된 사람을 말할 때 다른 사람들 즉, 경제적으로 좀 나은 사람과 비교 지칭해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이 서민 또는 소외된 사람이라고 인식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위 할머니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그러한 처지조차도 잘 이해할 수 없는 우리 이웃의 어르신들이다. 이 땅에 태어났지만 어릴 때 버림 받았거나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외면당한 분들이다. 그분들을 돌보는 단체나 관심을 갖는 소수의 분들 이외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관심도 끌 수 없는 분들이다. 또 이분들은 주민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실상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힘 있는 정치인들의 선거 때 반짝하는 홍보용 위문도 받기 힘들다. 이분들 이야말로 이 사회에서 진정으로 소외된 이웃이다.늙고 병들고 곧 돌아가실 분들에게 가족관계등록부에의 등록이나 주민등록이 무슨 의미를 갖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주민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국민이 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주민등록이 돼야 국민으로서의 권리, 즉 선거권과 피선권이 부여될 수 있다. 그리고 국민 또는 주민으로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기초생활보장수급 등 사회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주민등록이 없으면 구체적으로 예금통장을 만들 수 없고, 대중교통 이용시 경로우대를 받기 힘들고, 인터넷 회원가입,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임차인 보호 등 부동산관련 법령상 불편함 등 일상생활에서 주민등록이 갖는 의미는 적다고 할 수 없다. 주민등록증을 받아들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울먹이시는 할머니들을 보고 보다 빨리 이러한 도움을 줄 수 없었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인생의 황혼기를 외롭고 쓸쓸하게 보내는 분들이지만 웃는 모습이나 건네는 말 한마디는 어린아이 천사 같이 마음의 평화를 주는 분들이다. 모든 욕심을 버리고 살아가면서 하늘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우리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시는 분들 같았다. 진정으로 소외된 우리 이웃 분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오명균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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