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전봇대 언제 다 뽑힐까?

조응래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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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에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회의에서 대불산업단지에 있는 전봇대가 인근 선박조립공장의 차량통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아직도 안 뽑혔을 것이라고 하자 5년을 끌던 전봇대 민원이 사흘 만에 해결된 일이 있었다. 이 일을 두고 인수위원장은 “높은 분이 이야기하면 5년 걸릴 일이 바로 해결되는 탁상행정은 끝나야 한다. 지금까지 경제, 국가 선진화를 가로 막는 게 이런 전봇대 아니었나. 단순히 실질적인 전봇대가 아니라 마음의 전봇대를 뽑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를 통하여 전봇대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규제 완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벌써 한 해가 가고 있는데 그 사이 우리 주변에 있는 마음의 전봇대는 얼마나 뽑혔는지 궁금하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 보자.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선 올 7월에 초고유가 환경의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하여 정부에서는 ‘초고유가 대응 에너지 절약 대책’을 수립하였다. 이의 일환으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승용차 이용자를 대상으로 승용차 홀짝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하였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승용차 홀짝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는 하였지만, 에너지 절감 효과보다는 출퇴근, 업무와 관련하여 공공기관 근무자들의 통행 불편을 초래하는 역효과도 나타났다. 더욱이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12월 현재도 공공기관 승용차 홀짝제를 계속 시행하고 있어 정부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공무원들이 승용차를 갖고 다니지 않으니까 공공기관을 이용할 때 주차하기가 편리해져서 승용차 홀짝제를 계속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것은 고유가 대책이라는 본질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정책을 시행할 당시에는 필요성이 인정되었지만 여건이 변화되어 더 이상은 의미가 없는 규제가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이 있을까? 승용차 홀짝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에 건의를 해 보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공무원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규제 제도를 앞장서서 고치기보다는 차라리 안 지키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규제가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면서 본인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데도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으니, 일반 국민들이 사업을 하면서, 장사를 하면서 느끼는 불필요한 규제가 어떻게 쉽게 고쳐질까 싶다. 아마 승용차 홀짝제 문제도 내일 당장 대통령이 한 마디만 하면 시행을 중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대통령만 바라보면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최근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의 위기는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를 매우 힘들게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도산을 하고, 실업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들이 기업을 하면서, 장사를 하면서 느끼는 불필요한 규제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변화된 여건에서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마음속에 있는 전봇대를 뽑아내야지만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응래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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