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단상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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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에는 각종 인사발령 소식이 나오고 있다. 승진도 있고 전보도 있다. 그래서 요즈음 관청에는 ‘떠나는 사람을 위하여 그리고 새로이 온 사람을 위하여’ 한창 회식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 시기 민원인이 곧잘 듣는 이야기가 있다. “죄송하지만 업무 파악을 할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다.

떠나간 사람은 새로운 일을 해야 하니 과거의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새로 온 사람은 기존의 일이야 잘 해 보아야 전임자 일이니 자신의 새로운 일거리에 관심을 가지려 한다.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사람을 바꾸는 것은 담당자가 일을 잘 못하기 때문에 담당자에 대한 문책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정부 인사 발령은 일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그것도 공무원의 경력 관리를 위해 이뤄진다. 업무의 흐름과 무관하게 인사가 이뤄지고, 그 흐름의 단절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이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인사 발령을 오후 5시나 6시경 퇴근 무렵에 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래서 떠나는 사람을 위해 회식자리가 마련되어 술자리를 갖는다. 다음 날에는 그간의 어려움과 아쉬움도 잊게 되지만, 일도 잊게 한다. 보직예고제를 두어 최소한 1주일 전에 인사발령을 알려주면 어떨까. 가는 사람은 기존의 일을 미리 정리하고, 또 갈 자리에 대해서는 미리 업무를 파악하는 여유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공직 사회는 골고루 업무를 알아야 한다는 일반관리주의 원칙으로 인해 ‘Z형 인사관리’ 내지 ‘갈 지(之) 형’ 인사 관리가 지배적이다. 두루두루 아는 것 같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반형 관리자만 양성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한국형 지식은 총론만 강하고 각론이 약하다. 공무원 시험에서는 몇 백대 일의 경쟁력을 보이고 있으나, 이러한 치열한 경쟁을 통과하고 나면 평생 폐쇄와 보호의 망 속에서 갇히게 된다. 우리 공직 사회에 요구되는 중요한 개념으로 전문, 투명, 경쟁의 강화가 주장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전문 분야를 축적할 수 있는 경력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복지 담당 공무원이라면 이와 관련하여 정책, 예산, 사업을 담당하도록 경력 관리를 해 주어야 한다. 보직이 바꾸어지더라도 특정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공기업 인사를 흔히들 낙하산 인사라고 한다. 공직 생활을 끝내고 산하기관에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간 공무원으로서 열심히 일을 했으니 정년 후에는 쉴 생각을 한다. 산하기관의 경쟁력이 제고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승진을 앞둔 공무원이 산하기관에 가서 일을 하게하고 여기서 성과가 좋으면 승진시키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최근 일본 출장을 다녀오면서 동경의 정부청사가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우동 집에서 식사를 했다. 그 곳은 메이지 유신이 진행되던 1868년 경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식당이다. 한 분야에 집착하여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다지는 일본 문화의 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타쿠(御宅)에 근거하여 자신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특이한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그런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도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 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그리고 공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관료조직이 어우러져 일본식 관료 문화와 국가경쟁력을 형성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여 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 주어야 할 시기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 시스템으로는 과잉기대라는 회의가 든다. 진정 우리의 공직 사회가 ‘공공의 적’이 아니라 ‘공공의 수호자’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무원 인사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변화의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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