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에 가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4일과 9일이 들어가는 날에는 모란시장에 들려 볼까하는 마음이 생기고는 한다. 거기에 가면 왠지 울적했던 마음도 조급했던 마음도 이상하리 만큼 사그라지고 신바람이 나게 된다. 입구에서 부터 마주치는 개짖음 소리에서, 꽁치를 손질하는 아낙네의 손길에서 그리고 세켤레에 천원하는 양말가게의 좌판에서 진정한 삶의 한 복판에 서있는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이게 된다. 문화인류학자들은 그 사회의 본연의 모습과 흘러가는 세상의 물정을 듣고 싶으면 재래시장에 가보라고 했다. 아마도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한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재래시장을 방문하여 서민의 손을 붙잡고 있었던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했으리라 생각된다. 지역사회의 포장되지 않은 민심이 표출되고 때묻지 않은 문화를 알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재래시장 등을 방문하여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애환을 대변하겠노라고 다짐하였던 정치지도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앞으로 보름 남짓 후에는 지방정부의 수장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가게될 그들의 겸손했던 약속을 지켜 보기 시작 할 때이다. 모란시장 장터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맡을 수 있는 온갖 냄새와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소리를 새로이 각색하고, 박자와 리듬에 맞게 지휘하여야 할 스타트 라인에 서 있는 것이다. 이에 얽히고 설킨 정책적 방향이나 실천 해법을 발견하기 어려울 때에는 모란시장을 찾기를 권하고 싶다. 녹두 빈대떡을 앞에 놓고 동동주를 마시면서, 혹은 삶은 고추잎 더미를 앞에 놓고 흥정하는 촌노의 표정을 보면서,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남도 사투리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단순하고 명쾌한 미래의 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첨단산업 육성이니 소득3만불 달성이니 하는 지대한 목표의 굴레에서 벗어나, 5일장터가 지니고 있는 끈끈한 생명력과 소박함에서 당선자가 처음 정치에 입문하였을 때 간직하였던 초심을 다시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일이다. 멀티플랙스 극장과 쇼핑몰이 조금씩 들어서고 있는 변화된 모습에서가 아니라 난전에 펼쳐진 풋풋한 인정에 끌림에서인지 아니면 메추리를 굽는 진한 연기자욱의 매력에 빠져서인지, 저 멀리 보이는 모란장터에 빨리 다가가고 싶다. 그래서 파장끝에 들을 수 있는 싸움소리와 ‘한 바구니에 오천원 떨이’라고 외치는 과일장수의 함성을 들으면서 행복한 나만의 저녁시간을 갖고 싶다. /신원득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청소년들의 음악 한마당

지난 3일 토요일 오후 6시에 수원야외음악당에서 청소년 동아리 경연대회가 열렸다. 아들이 고등학교 보컬로 활동 중이여서 공연을 보게 되었다. 평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지라 가기 전에는 별다른 관심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관객의 한 사람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수원시 고등학교에 속해있는 밴드부 동아리와 일반부 밴드, 중창, 댄스들이 꾸미는 우렁찬 무대로 해질 무렵 야외음악당의 분위기는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수원시 청소년 차세대위원회가 주최하여 ‘매홀’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 날 행사는 이미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열여덟 팀이 참가했다. 각자 학교를 대표한다는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무대 위에서 자기들만의 세계를 마음껏 표현하는 청소년들을 지켜보며 한창 공부에 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시각과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내 자신을 또다시 발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가졌던 강인함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무대를 종횡무진 즐거워 하며 최선을 다 하는 그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으며 세상 그 무엇과도 비유할 수 없는 행복 그 자체였다. 우리 가정만 해도 음악(가수)에 꿈을 두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보컬로 진로를 정한 아들에게 너그럽지 못했던 점에 어미로서의 부끄러움을 느꼈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에게 있어 진정한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거기에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다는 희열이 아닐까! 어쩌면 예술은 우리 모두가 한 번 쯤은 해 보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두가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기에 사람들은 더욱 더 열망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어려서부터 재능이 있다거나 후천적인 노력으로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 날 공연은 완벽하게 준비 된 무대는 아니었음에도 노력은 가상하리만큼 돋보였다. 이쯤에서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아이가 공연을 준비 할 때 마다 주말이면 학교에 동아리 연습실이 없어 교회나 성당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힘들어한다. 그나마도 여의치 않을 때는 연습조차도 해 보지 못하고 무대에 오른 적도 있다. 때가 되면 보고, 즐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예술성을 존중하는 우리의 자세와 긍정적인 시선이 필요 할 때이다. 청소년은 우리나라의 미래이자 귀한 보석이다. 학교에서 영재를 양성하여 사회에 배출하듯 예술성을 가진 학생들 또한 그에 상응하는 인격과 지원에 서둘러야 할 것이다. /송정래 자유기고가

세계를 감동시킨 와이브로 서비스

시대에 따라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안 풍경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핸드폰이 대중화된 이후는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 받는 모습들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 최근에는 DMB 서비스를 이용, 핸드폰 TV를 즐기거나 영화를 보는 젊은이들도 자주 눈에 띤다. 이제는 이런 모습에 PDA나 노트북 등을 통해 인터넷을 즐기는 장면들이 추가될 것 같다. 달리는 지하철이나 승용차 안에서 인터넷에 접속,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메신저를 통해 화상대화를 나누며 각종 동영상을 감상하는 모습들이 자주 목격될 전망이다. 바로 제2의 인터넷 혁명이라고 불리는 와이브로(WiBro) 서비스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세계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KT가 처음 선을 보인 와이브로 서비스는 올해 4월부터 강남, 신촌, 분당 일대에서 고객 3천명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말까지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개시,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 등지에 우선 제공하고 내년말에는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다. 와이브로 서비스는 기존의 초고속 인터넷의 시간·공간적 제약을 뛰어 넘은 세계 최초의 휴대인터넷 서비스이다. 유선 인터넷 및 무선랜의 이동성 제약을 보완, 높은 전송속도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며 저렴한 요금으로 다양한 모바일 단말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와이브로 서비스는 시속 120㎞로 이동중에도 휴대용 단말기를 이용, 무선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점에서 향후 DMB서비스와 함께 차세대 개인용 미디어로 발전될 전망이다. 와이브로 서비스는 전자·통신업계는 물론 서비스를 사용하는 개인에게 상당한 변화를 가져 오겠지만 영향력이 국내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와이브로 서비스는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로는 처음 추진하는 이동통신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신규 서비스를 선도하는 단계인 지금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의 자세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상용화가 되는만큼 성공적인 서비스 활성화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각 통신사업자들은 전략적인 마케팅을 통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단말업체들은 선의의 기술경쟁을 바탕으로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단말기를 개발해야 한다. 신규 통신사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만이 사용하는 반쪽 기술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통신서비스로 자리를 매김할 수 있고 CDMA를 통해 이룩했던 신화를 뛰어 넘어 세계 통신시장에서 또 하나의 큰 획을 그을 수 있다. /송원중 KT수도권강남본부장

통계는 알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출생통계에 따르면 여성 1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합계 출산율)는 1.08명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전년의 1.16명보다 0.08명 줄어든 것으로 세계 평균인 2.6명, OECD 평균인 1.57명 등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규모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합계 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하는 사실에 비춰 본다면 향후 우리나라는 인구수 감소를 면치 못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저출산은 단순히 인구 감소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잠재 성장률 감소, 노동인구 감소, 연금 적자, 노인 복지비 증가로 인한 국가 재정 악화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이때문에 사회 각계에선 지금의 저출산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저출산은 최근 갑자기 생겨난 새로운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인구동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970년 4.53명이던 출산율이 정부의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에 힘입어 지난 1983년 2.08명, 1984년 1.76명 등으로 계속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출산율 통계는 우리나라에 저출산의 문제가 비로소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같은 통계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150년 전 유럽의 한 통계전문가는 “나라를 운영하게 될 이들은 반드시 통계활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갈파한 바 있는데 이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얼마 전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선출됐다. 그들이 앞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준비해야 할 일중 하나는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복지, 노동, 관광, 교통, 환경, 부동산 등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다양한 부분의 실상을 반영해주는 통계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일이 아닐까? 통계는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진우 수원대 교수·통계대사

하천 수질 오염도의 이해

얼마 전 서울 청계천 바닥에 물이끼를 고압 물호스로 청소하는 TV 뉴스를 보고 씁쓸했다. 하천을 감상용 실내 수족관으로 생각하고 관리하는 게 아닌지? 국민소득 증대로 국민들의 생활문화의 질이 높아지면서 하천이나 호소 등 물환경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이에 비해 매스컴이나 환경단체 및 정부마저도 환경을 올바로 알리는 노력은 부족하고 잘못 알려 괜한 불안감과 물에 대한 불신을 조성하고 무모한 환경목표로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흔히 하천의 수질 오염도를 말할 때 지표로 사용하는 1등급이나 2등급 등의 기준은 지난 78년 일본의 기준을 모방해 마련했다. 이 기준중 매스컴이나 정부가 가장 중요시해 발표하는 항목이 유기물질, 즉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다. 우리의 하천 1등급 기준은 BOD 1㎎/ℓ 이하로 이 정도는 수질오염원이 거의 없는 산간 계곡수 정도이며 간단한 여과만으로 마실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나 영국 등 선진국의 최상급 물의 BOD 기준은 3㎎/ℓ 이하이며 미국은 BOD 기준이 없다. 대신 선진국은 생물학적 물환경 평가기법과 유해물질 등을 종합, 수질상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평가지수를 개발해 사용, 국민들에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들은 수질이 BOD 1.5㎎/ℓ이어도 1등급에 50%를 초과한 상당히 좋지 않은 물로 생각하며 유해물질이 미량으로 검출돼도 농도에 관계없이 기준 이상으로 중독됐을 때 병리현상만을 보도하고 있다. 1급수가 아닌 물은 정수 처리해도 좋지 않은 물일 수밖에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어 가정에서 수돗물을 별도의 정수기로 처리하거나 생수를 구입, 마시고 있다. 정부도 팔당 상수원의 수질목표를 1㎎/ℓ 이하로 정하고 8년동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수질을 개선하지 못했다. 우리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우며 오해할 수 있는 기존의 수질환경기준을 개선, 우리 수계 특성에 맞고 물 환경 질을 적절하게 나타낼 수 있는 물환경 평가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준은 알기 쉽고 좀 더 과학적인 정보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작은 플랑크톤과 물고기 등이 서식하고 아이들이 멱을 감을 수 있으며 어떤 지역은 음용수로 사용하고 낚시 등 레저활동도 할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가꾸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종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장

장미와 사랑

기의와 기표라는 말은 평상시 일반인들 대화에선 자주 쓰지 않는 말이다. 흔히 말하는 기호 속에 기의와 기표가 결합해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청년이 처녀에게 장미 꽃을 건넸을 때 장미는 단순한 꽃이 아니다. 청년의 사랑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경우 장미를 기표라고 하고 사랑을 기의라고 한다. 이런 청년의 속 마음인 사랑을 모르고 단순히 장미만 예쁘다고 한다면 얼마나 바보 같은 경우인가. 지금 우리 사회가 마치 이런 경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질은 외면당하고 미디어에 의해 눈에 보이는 찰나적인 것에만 빠져드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순간의 선택이 영원을 좌우한다”는 유명한 광고 카피가 다시 생각나는 경우이다. 정치인들은 감성과 이미지 가꾸기에만 몰두하고 유권자들은 기분학상 호감에만 의존하면 결국 훗날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환경옹호론자로 이미지화하면 얼마나 그럴듯 해보이는가. “나는 환경옹호론자인데 당신은 환경파괴자”라고 몰아붙이면 누가 당해 낼 수 있는가. 그러나 책임있는 위치에 서면 이미지보다 타당성이 우선한다. 당연히 公約이 空約이 되는 것이다. 서양사회는 0, 1, 2 등을 써 디지털사회를 만들었다. 인류에게 이처럼 편안한 안락을 제공하는데 서양의 이분법은 기여했다. 그러나 흑과 백, 밤과 낮, 적과 동지란 합리적인 구분은 했을지 모르지만 동양철학이 강조하는 기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선과 악, 재벌과 서민, 민주와 반민주, 정의와 불의란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에서 어떻게 통합을 말할 수 있고 미래를 말할 수 있겠는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얼만큼 고뇌하는가 하는 기의는 뒤로 하고 화려한 말과 제스처를 멀티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하는 능력만이 우선시되는 사회라면 그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과 무책임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름하여 위대한 민주시민의 몫인 것이다. 세금을 내는 주인이 오히려 봉이다. 어느 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하셨다. 누가 산과 물을 모른다는 말인가. 그러나 그 속의 깊은 뜻을 각자가 헤아릴 수 있는 화두를 주셨다고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좀 더 깊이가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앞으로 달려 가는가. 현란한 구호와 아우성 속에 개인은 무엇을 얻는가. 장미보다는 그 속에 들어있는 사랑에 눈뜨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김용수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미래의 한류, 캐릭터 콘텐츠가 주도한다

지난 2000년 중국의 모 일간지가 명명한 한류, 한국 대중문화의 거대한 물결은 이미 중국과 일본을 강타하고, 2006년에 이른 지금 동아시아의 새로운 대중문화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등 몇몇 국가의 제도적 반발과 이로 인한 반한류, 혐한류 움직임도 우리 대중문화의 크리에이티브와 역동성 앞에 만리장성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나친 상업화에 꽃피우지 못한 채 제풀에 잦아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긴 했지만, 공공 부문이 개입한 한류우드 조성 사업으로 인해 한류의 확산이 현재의 각개격파식에서, 시스템화된 모델로 변모하게 되면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앞으로의 문제는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대중문화산업의 형태 변화에 한류가 어떻게 적절히 대응하느냐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의 한류는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이른 바 사람이 연기하고 공연하는 스타 콘텐츠 위주로 형성되어 왔다. 배용준과 이영애, 비가 한류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고, 그들을 활용한 스타 마케팅이 한류의 확산을 이끌어 왔다. 그런데 디지털기술의 발전,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창조된 인물이 연기하는 콘텐츠, 즉 캐릭터 콘텐츠의 르네상스를 몰고 올 것이 분명하고, 한류도 이러한 콘텐츠의 위력에 힘입어 확대되리라는 것이 필자의 예측이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콘텐츠가 양산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대중문화의 핵심 소비층이 M-TV의 등장으로 형성된 영상세대에서, 인터넷과 휴대폰 문화를 향유하며 성장해 가상세계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포스트 디지털 세대로 이전하게 되면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디지털 게임산업의 성장은, 여가문화의 개편을 몰고 올 정도로 보편화되었고, 만화와 애니메이션도 디지털 기술 없이는 제작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 다소 우려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의 캐릭터 콘텐츠 업계가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적절히 적응할 수 있는가이다. 다시 말해 영화와 드라마, 음악에 비해 영세한 기업구조, 마케팅 능력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기업들이 산업을 주도하는 핵심세력으로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는가가 미래 한류의 성패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성장하는 청소년에게 인생의 방향을 조언해 줄 훌륭한 멘토가 필요하듯, 캐릭터 콘텐츠 업계에도 성장과 시장 적응을 도울 멘토가 필요하다. 공공 부문이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김병헌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장

세계화가 살 길이다

국제화와 세계화는 어떻게 다른가?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란 한 나라와 다른 나라 사이에 많은 거래가 잘 이뤄지고 정부와 국민은 그러한 거래가 잘 이뤄지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국내 정치, 제도 그리고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태도 등을 바꿔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세계화(Globalization)는 최소한 경제에 관한 한 국경의 의미가 없어지면서 전세계가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으로 부상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는 실질적으로 국제거래를 통제·조정하기가 힘들고, 특히 세계화가 완성되는 단계에선 대외거래와 국내거래간 아무런 구분이 없게 된다. 이처럼 온 세계가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으로 부상함에 따라 우리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그러한 모든 노력 역시 세계화의 일환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이러한 세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 연간 14만명인 TOEIC 700점(만점 990점) 이상 득점자를 오는 2010년까지 2배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국제경쟁력 강화계획을 마련했다. ‘글로버계획’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프로젝트는 인재·산업·지역·국제공헌 등 4개 분야에서 오는 2010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들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현재 세계 5위인 중학생 국제학력 성적을 세계 1위로 달성하는 목표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는 “20년 후엔 지금 한국이 하고 있는 일을 중국이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과 제품 등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리 전총리는 “마스크를 쓴 노조원들과 전경들이 싸우는 에너지를 세계시장에 공략하라”고 주문했다. 위의 두 나라 예에서 볼 수 있듯 일본은 우리보다 20여년 앞서 세계화를 추구한 덕분에 모든 산업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도 세계화작업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짧은 역사이지만 세계화 추진으로 금융이나 관광 등의 서비스부문에서 아시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영어조기교육 프로그램과 영재교육 및 특수목적교육방침 등에 일일이 반기를 들고 나오는 전교조의 하향평준화정책과 FTA 반대 등 반세계화정책을 보면서 흥선대원군의 쇄국사상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우리가 살 길은 개방과 세계화뿐이다. 사고의 전환을 촉구한다. /김경수 경원대학교 교수

레저산업으로서의 테마파크산업

국민의 전반적인 생활수준 향상으로 인한 근로시간의 단축과 이로 인한 상대적인 여가시간의 증대, 가처분소득 및 레저 욕구 증가, 주 5일근무 확산 및 각급 학교 토요휴업제 확대 등으로 최근 레저산업은 전반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당분간 이같은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테마파크나 놀이공원 등 위락시설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이 분야에 진출하고 있고 이미 입장객 측면에서 세계적인 규모의 테마파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비춰볼 때 이젠 과거의 놀이공원을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레저산업 및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핵심산업으로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질적 변모를 추구해야 할 때가 됐다. 이러한 측면에서 테마파크산업의 효과적인 운용과 관련, 몇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수요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이 높고 투자 회수가 늦은 테마파크 사업의 특성상 복합형 리조트 단지로의 추진이 불가피하다. 외국의 경우에도 월트 디즈니월드나 동경 디즈니 리조트처럼 기존 테마파크 인근에 복합된 상업시설로서의 추가적인 테마파크를 개발하고 다양한 종류의 숙박시설과 쇼핑 및 영화 관람시설 등을 보완해 이를 통해 방문객의 체류기간을 늘리고 그 기간동안의 여행 지출이 최대한 자사의 리조트 내에서 이뤄지도록 해 사업의 수익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같은 테마파크의 복합화는 테마파크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시너지효과를 줄 수 있는 호텔이나 스포츠시설, 유통시설 등의 입지공유가 필요한 서비스 분야부터 판촉에 기여할 수 있는 영화나 캐릭터산업 등 상품비즈니스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다. 둘째, 관람 위주에서 체험 위주로 최근의 관광행태 변화와 교육·문화적 측면을 동시에 추구하는 인식의 변화가 테마파크산업에도 고려돼야 한다. 단순히 보고 즐기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놀이시설은 점차 수요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될 것인 바, 교육·사회·문화적 측면에서 효과가 큰 참여형 프로그램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곽한병 경기대 레저스포츠학과교수

코페르니쿠스의 교훈

15세기 말부터 16세기 중반까지 살았던 폴란드의 과학자 코페르니쿠스는 1543년 지동설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저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출간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지구는 스스로 돌면서 태양 주위를 1년에 한번 도는 행성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중세 우주관이 밑동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중세 세계관은 바로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자 인간은 그 위에 사는 가장 존엄한 존재였다. 코페르니쿠스를 통해 인간은 여러 행성중 비교적 작은 별에 거꾸로 매달려 돌아가는 존재임이 드러났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우리를 중심에 두고 주식을 보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 주식을 중심으로 보는만큼만 성공하게 돼 있다. 자신이 아는 주식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이나 월가의 영웅 피터린치도 그들이 모르는 주식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세심하게 분석하고 투자에 나섰다. 주식시장이 휩쓸고 간 후에는 돈 번 사람과 잃은 사람으로 분명하게 나눠진다. 버핏이나 린치같은 사람은 돈을 벌었고 다수의 많은 사람은 잃어 버린 돈 앞에서 망연자실하게 된다. 이 주식 저 주식 손대다 보면 주식 시장에서 낙오되고 방물장수처럼 힘들고 고단한 인생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 주식은 겸손하게 배운다는 자세로 시작해야 한다. 주식은 살아 있는 생물과도 같다. 스스로 움직이며 발전한다. 오르는 건 반드시 하락하고 내리는 건 반드시 오르게 돼 있다. 주식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마음을 다스려야만 한다. 요즘처럼 주가가 하락단계에 있을 때는 더욱 세심하게 분석하고 강건하게 대처해야 한다. 주식을 공부한다고 돈을 버는 건 아니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배울수록 더 많은 자신감을 갖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주가가 빠질 때 보통 사람들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고 머리만 움켜쥐고 슬퍼한다. 분명 올바른 대처법은 아니다. 주가가 빠질 때도 좋은 주식을 살 절호의 찬스이자 가치주 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좋은 주식 나쁜 주식을 구별 할 수 있게도 해준다. 주식시장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돈 잃은 투자자에게 슬퍼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주식을 중심에 두고 아는 주식으로 승부를 걸자! 이것이 463년 전 코페르니쿠스가 가르쳐 준 주식시장의 교훈이다. /장현성 우리투자증권 북수원지점장

힘 모아 시민불복종을 조직하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폭력테러가 테러의 망령을 되살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정책선거를 염원하던 온 국민의 바람이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 제기와 비방선거 등으로 또 다시 얼룩져 가고 있다. 정치테러문제는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해방정국에서 자행된 각종 우익테러의 실상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고 김구·여운형·장준하선생 등 우리역사의 거목들은 정치테러로 쓰러져 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외국에서 납치돼 정치테러로 목숨을 잃을뻔했고, 87년 4월 발생한 일명 ‘용팔이 사건’은 아직도 우리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폭력테러는 대단히 서글픈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점의 의혹도 남김없이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며 검찰과 경찰로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했다. 합동수사본부는 이번 사건이 정치적 배후와는 아무런 연관 없는 개인 범행이란 소견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재차 특검을 요구하며 정치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폭력은 결코 미화될 수 없는 범죄이다. 그러나 이처럼 개인적 범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다. 인천 연수구 한나라당 기초의원으로 출마한 모 후보자는 명함을 돌리며 “칼 맞은 한나라당입니다”라며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고 한다.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박근혜 대표님 고맙습니다”란 말의 참 뜻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다. 또 다른 우려의 한가지는 폭력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여론몰이다. 며칠 전 이라크 하디타에서 미 해병대원들이 동료의 사망에 대한 보복으로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 24명을 학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조차 “실패와 실수가 있었다”는 이라크전쟁에서 미군 폭력에 맞선 이라크 민중의 저항은 어찌 보면 당연한 폭력이다. 피해자 입장에서 자신과 집단을 지키고자 행사하는 폭력은 테러가 아닌 저항이다. 오늘은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선거는 축제의 장이며 민주주의의 꽃이다. 우리가 명심할 건 선거는 포지티브(Positive)하기만 한 게 아니라 네거티브(Negative) 하기도 하다는 점이다. 현실정치에 대한 혐오감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건 안하무인(眼下無人)의 폭력적 정치에 대한 침묵이며 순응이다. 이때문에 우리는 투표를 통해 저항해야 한다. 테러와 다른 저항을 조직하고 폭력이 아닌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판 시민불복종(Civil Disobedience)이 아닐까 싶다. /장금석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굽은 나무는 무조건 솎아내자?

지난 한주일동안 일간지에 자주 등장한 단어는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였다. 일본의 교육정책 변화에 대한 기사를 전하는 과정에서 주요 일간지가 단어의 의미를 전달하려 했기 때문이다. ‘제로 톨러런스’란 ‘무관용주의’로 해석되고 있고, 학교교육에서 아무리 작은 잘못이나 규칙위반이라도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교육정책이론이다. 뉴욕 경찰의 ‘깨진 유리창(Bbroken Window)’이론을 교육에 적용했던 미국 클린턴정부의 교육정책이며 이제 일본의 교육정책으로 도입되고 있다. ‘제로 톨러런스’가 형식적으로 엄벌주의나 일벌백계와 같은 궤도에 있다는 점에서 학교교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기사들마다 용어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정작 따라 붙었어야 할 정책에 대한 분석은 그리 세세하지 않았다. 일부 보수적 논조의 신문들만 우리 교육계도 참고해야 한다는 정도의 짧은 언급이 있었을뿐이다. 자주 규율을 어기거나 잘못을 저지르는 학생들을 나무에 비유하자면 반듯하게 자라지 않은 굽은 나무일 것이다. ‘제로 톨러런스’는 전체 숲과 곧은 나무 성장을 위해 굽은 나무는 무조건 솎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스로 곧은 나무를 닮은 자녀를 뒀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에겐 너무도 당연하고 바람직한 교육정책이다. 더욱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교내 폭력과 일탈현상 등이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알맞은 상황이기도 하다. 굽은 나무때문에 곧은 나무 생장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숲의 모습이 어수선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르는 학생들이 굽은 나무라고 모두 솎아내기만 할 요량이면 무엇을 위해 교육이 존재하는지 의문스럽다. 교육은 단지 가르치거나 규제하는데 본질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잘못 자란 나무의 굽은 가지를 펴주는데 본질적 의의가 있고 거기에 교육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성과주의에 급급, 본질을 놓치면 교육의 백년대계는 백년하청이다. 여행을 즐기는 필자는 자연의 풍경 속에서 많은 것들을 읽고 깨닫는다. 특히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요즘에는 저마다 다른 색상과 모양의 조화가 무엇보다도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의 극치임을 절감한다. 연녹색과 짙은 초록, 거기에 검붉은 단풍나무까지, 크거나 작거나 곧거나 굽은 나무들이 뒤섞인 자연의 풍경은 생동감과 다양함 그리고 조화로움이 자못 신비로울 지경이다. 굽은 나무를 솎아 내기보다 수고롭지만 굽은 가지를 펴주는 일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조화를 찾아가는 일이 될듯하다. /이정진 오산대 이벤트연출과 교수

버블의 추억

어린 시절 동네 골목에서 비누거품(Bubble)을 만들어 빨대에 묻혀 불며 공중에 흩어지는 영롱한 방울들을 보고 즐거워했던 추억이 있다. 고교시절에는 우주의 거품(Cosmic Bubble)구조라고 불리는 은하계를 배우며 과학자를 꿈꿨다. 대학 강의시간을 제끼고 거품이 넘치는 맥주잔을 연방 기울이며 인생을 논했던 정겨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유년기부터 청년기, 성년기 등에 이르기까지 늘 아름다운 단어로 마음에 지녀왔던 거품의 추억이 부동산시장 버블경제에 묻혀 진짜 거품처럼 산산조각 나게 될 줄이야.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빼겠다고 연일 포문을 열고 있고 청와대까지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버블세븐’이란 신조어를 들먹이며 온통 도배하고 있으니 참으로 갑갑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버블이란 시장에서 보면 정상적인 거래일 경우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가격이 터무니 없이 치솟게 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거품이 순식간에 꺼질 때 더욱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이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상당수 선진국들은 이처럼 급격한 버블붕괴에서 초래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소리 나지 않는 조용한 연착륙정책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가격 하강추세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버냉키 연방준비은행(FRB) 의장은 주택시장의 냉각상태를 진단하며, 그러나 “가격하락은 매우 질서있고 완만하다”는 어법으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최근 “정부 관료들이 어느 시점까지 강남 아파트값이 몇 퍼센트 하락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고언은 부동산 버블붕괴에 의해 초래될 수도 있는 급격한 사회·경제적 혼란을 완화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위적인 정부의 정책이 실패할 경우 정부 신뢰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부동산 버블경제를 이미 체험한 외국의 극복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도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한 냉철한 접근과 판단이 다시 한번 요구되는 시점이다. 마음 속에 간직한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는 버블이 아니라 골치아픈 경제용어로 다가온 버블의 아픔을 잊어 버리기 위해 오늘밤 거품이 철철 넘치는 생맥주를 왕창 마시고 싶다. /신원득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인터넷 유익함과 사이버 에티켓

인터넷진흥원이 출간한 한국인터넷 통계집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터넷 가입자수는 지난해말 현재 3천300만명,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도 1천254만9천명 등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중 인터넷을 사용하는 비율이 72.8%에 이른다. 특히 초고속인터넷 분야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98년 이후 급격히 성장해 현재 우리나라 사람 4명중 1명이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초고속인터넷 보급률도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고 국가 정보화지수도 지난해 7위에서 3위로 올라 정보화 강국 입지를 한층 견고하게 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의지와 KT를 비롯한 기간통신 사업자들의 많은 노력, 국민들의 정보화에 대한 갈망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본다. 하지만 IT강국에 걸맞는 인프라 구축 못지 않게 성숙되지 않은 사이버 에티켓과 윤리 문제점은 앞으로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인터넷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성장기 청소년들의 심각한 일탈이나 인터넷 중독과 가정해체를 방조하는 사이버 음란물 등은 건강한 인터넷문화를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KT 등 통신사업자들은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유해정보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크린아이 서비스, 인터넷 사용 시간계획을 위한 타임코디 서비스 등을 제공하면서 청소년들의 건강한 인터넷 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들의 이런 노력에도 가족과 동료간 관심이 없다면 유익한 인터넷 사용이 해로운 기능만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제 초고속인터넷 기반으로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 들어온 인터넷은 단순한 인터넷연결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음악을 듣고 자료를 저장하며 사용시간을 계획할 수 있는 복합적인 서비스로 발전해 가고 있으며 앞으로는 유선과 무선이 융합함에 따라 더욱더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다시 말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온 것이다. 본격적인 네트워크로 하나되는 시대에 앞서 잠시나마 우리에게 필요한 통신과 이에 맞는 윤리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다 함께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송원중 KT 수도권강남본부장

민심은 일터에서 캐야만이 보석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선거전이 시작됐다. 평소에는 얼굴 한번 볼 수 없는 후보들이 확성기를 들고 “지역의 일꾼으로 뽑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인맥이나 학맥 등이 총동원된 모습을 보고 정치에 꿈을 이루려는 후보들의 대단한 용기와 집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되든 무엇이 다를까만은 제발 고위급 몇명이 앉아 솜방망이 두들기는 저속한 그런 행동은 이젠 그만 하세요.” 지금은 가정에서도 주부에게 절대적인 권한이 있다. 그런데 하물며 현장에서 일하며 쌓아 온 경험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보석상자인 그들을 외면한 채 무엇을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 흔히 말하는 권력과 힘 있는 인사들만의 잔치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열악한 환경과 힘든 과정에서도 묵묵히 일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저 아무 생각도, 표현도 할 줄 몰라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건 절대로 아니다. 그럴듯하게 묵인해 버린 실권자들의 성숙되지 못한 사고와 판단, 가치관 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도 상호적인 흐름이 형성될 때 드디어 ‘물꼬’가 생기지 않는가. 선거에서 당선되면 어려움을 만져 주기보다는 어떤 모임에든 빠지지 않고 잘 참석해 이미지만 관리하면서 본연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일이 허다하다. 농촌이 있기에 농부가 존재하는 법이다. 국민들이 있기에 정치인이 할 일은 반드시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누구보다도 직접 발로 뛰고 살아 있는 현실적 감각과 부지런함 등을 두루 갖춘 덕목 있는 후보들을 뽑아야 한다. 한명숙 국무총리가 취임사를 통해 “어울림의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사회가 한걸음 더 전진하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손잡고 정점을 향해 나아가자는 의미이며 내면에는 수많은 일꾼들을 반드시 보듬어 줘야 한다는 내용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우리는 언제쯤 정부와 정치를 믿고 신뢰할 수 있을까? 수많은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했다고는 하나 정작 보호막이 돼야 할 법이 서민들에겐 전혀 와 닿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주인공도 없이 나그네들만 진행하는 탁상행정의 치졸한 결과물이 아니던가. 학교에선 학생들이 주인이 돼야 하고 기업에선 근로자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돼야 한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는 이유는 건강한 정신으로 이 사회의 일원이 돼 함께 살아가자는데 목적이 있다. 이번 선거에선 가장 낮은 곳을 높여 볼 줄 아는 후보, 작은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그런 후보들이 바로 이 시대에 보석을 캐는 환희를 맛 볼 수 있도록 유권자들의 냉철한 판단이 바로 서야 할 것이다. /송정래 자유기고가

웰빙! 우리나라 전통식품 김치

안심하고 먹을 만한 ‘먹거리’가 없다? 그럴만도 하다. 아토피 과자, 중국산 표백제 꽃게, 말라카이트그린 장어, 기생충·납 김치 등 사방에 부정·불량식품 관련 소식들이 매일 뉴스 첫 머리를 장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전문적인 식품위생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 선량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한건주의식의 과장된 발표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치명적인 손해와 불신감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식품파동으로 우리의 대표 식품인 김치가 평가 절하된다면 이는 더 큰 피해가 아닐 수 없다. 김치는 주 원료인 절임 배추에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무 등 갖가지 양념과 동물성 재료인 젓갈을 버무린 뒤 저온에서 발효시켜 만든 전통 음식이다. 김치는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배추 김치 25종, 무 김치 62종, 오이 김치 10종, 채소 김치 54종, 해조류 김치 5종, 동물성 재료를 사용한 김치 21종 등 무려 187종으로 방대함이 가히 김치의 종주국답다. 이러한 김치엔 우리 몸에 좋은 칼슘, 인, 철분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A·B·C 등 각종 영양성분들이 가득해 고기나 인스턴트 식품 등으로 혈액이 산성화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최근에 밝혀진 효능을 보면 김치의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 효과가 강사욱 서울대 교수 연구로 입증됐고 이를 미국 내 ABC 등 100여 신문·방송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김치는 다이어트에 좋은 저칼로리 식품이다. 김치에 들어 가는 다양한 채소들은 열량이 적고 특히 고추에 있는 캡사이신 성분 체지방 연소효과는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 외국에서 김치 인기가 치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화와 항암효과도 매우 우수하다. 김치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노화 억제 및 면역 기능 등을 증진시키고 숙성되면서 증가하는 각종 유산균들은 장에서 다른 유해균 작용을 억제해 이상 발효와 대장암 등을 예방한다. 부재료인 마늘의 아리신 성분은 비타민 B1의 흡수를 촉진시켜 생리대사를 활성화시키고 각종 젓갈류는 단백질의 공급원이 된다. 이처럼 우수한 효능들을 갖춘 김치는 우리의 소중한 식품유산이다. 채소를 오래 저장하기 위해 김치란 독특한 저장·발효식품을 개발한 조상의 슬기에 늘 감사해야 한다. /김종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장

남북교류 통한 문화콘텐츠 강국

물리적인 거리는 아무 것도 아니다. 마음이 멀어지면 사람이든, 체제든 어울려 지낼 수 없는 게 당연한 이치다. 남북이 그러했다. 지척에 두고 서로 경시하고 비난했던 게 과거의 현실이었다. 그래도 같은 언어와 문화를 지닌 한 민족이란 고리는 교류 10여년만에 서로를 이해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게 한 충분조건이었다. 비무장지대를 지나 북측CIQ에 도착하자 군인들이 나와 통관절차를 진행했다. 웬만한 조건만 갖추면 드나드는 게 어렵지 않은 까닭에 많은 이들이 경계를 넘었고 북한 군인들은 태연한 말투로 행정절차를 진행했다. 다시 차에 오른지 불과 10여분만에 개성에 도착했다. 예상하지 못한 짧은 여행이었다. 서둘러 준비하고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을 위한 회담을 진행했다. 문화콘텐츠산업 교류는 처음이었기에 긴장을 하며 협상에 임했다. 우리의 제안이 얼마나 매력적일까, 무리한 요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서로의 입장을 어떻게 조율할까, 사소한 말 실수로 회담이 결렬되는 건 아닐까. 다행히 우리의 제안이 그럴듯했고 북측 요구조건도 타당했기에 일사천리로 논의가 진행됐고 사소한 실수들에도 너그러이 이해하고 웃으며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서둘러 준비했는데도 충분한 당위성이 있었기에 의견의 일치는 예상 외로 어렵지 않았다. 남북간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은 민간영역에서 진행된 사례가 있었지만, 공공영역에서 주도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새로운 사업이다. 북한의 우수한 제작능력과 전문인력, 저렴한 인건비와 제작비 등으로 머리를 싸매는 남한 애니메이터들의 고민을 날릴 수 있는 해결책이고 동일한 언어와 문화가 누구와의 공동제작보다 쉽게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조건임을 알고 있었는데도 먼 길을 헤맸던 게 우리의 모습이었다. 믿을만한 곳을 지척에 두고 말이다. 민간이 추진하기 어려운 일은 공공영역에서 다리를 놓아야 한다. 문화콘텐츠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모두 동의하는 상황에서 남북간 교류와 협력 등은 중요하리라는 건 어렴풋한 짐작이었다. 하지만 짧은 방북기간동안 느낀 감상만으로 남북한 문화콘텐츠 교류가 21세기 문화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신뢰를 쌓아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공공영역에서 다지는 일이다. /김병헌 경기디지털콘텐츠 진흥원장

통계와 진실 사이

지난 2002년 12월17일 오후 6시 정각. 공중파 방송 3사는 그날 치러진 제16대 대통령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KBS의 경우 노무현 후보 49.1%, 이회창 후보 46.8% 등으로 근소한 차이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날 개표가 끝나고 최종적으로 발표된 두 후보 득표율은 노무현 후보 48.9%, 이회창 후보 46.6%! 전날 발표된 예측 결과와 비교할 때 불과 0.2%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 결과에 대해 사람들은 놀라워하며 과학적인 여론조사의 정확성 운운하며 각종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로부터 불과 1년 정도 지난 2004년 4월15일 오후 6시 정각. 방송 3사는 역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155~182석, 야당인 한나라당은 108~118석 등을 각각 득표할 것으로 내다 봤다. 그러나 개표 결과는 예측조사와 많이 달랐다. 과연 선거여론조사는 믿을 수 있는 것인가? 통계는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진실에 대한 추측값이다. 일부 표본을 통해 전체 집단 특성을 추측하는 것이므로 통계에는 반드시 오차가 수반된다. 그러므로 통계를 접할 때에는 이에 따른 오차도 함께 감안하는 게 필요하다. 언론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오차 한계를 함께 발표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초접전지역에선 후보자들의 지지율 통계가 오차의 한계 내에서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 경우 어느 후보가 우세하다고 단정할 경우,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여론조사 결과를 갖고 섣불리 속단해선 안된다. 통계 자체가 거짓말하는 건 아니건만 통계에 담긴 오차를 무시해 버린 채 통계를 자기 입맛대로 사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통계의 신뢰성이 도전을 받게 된다. 이제 지방선거가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통계의 오차를 도외시한 채 여론조사를 통해 접전지역 당선자를 함부로 예측하는 용감한 짓(?)들이 이번에는 사라지려나. /박진우 수원대 교수·통계대사

유권자와 미시공약

선거전략은 선거운동을 추진하기 위해 수립된 전반적인 계획이다. 예를 들면 어떤 선거운동으로 유권자들을 가장 잘 포섭할 수 있을 것인가. 또는 어떤 쟁점을 강조해야할 것인가. 그리고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고 후보자는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선거운동 관리와 조직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점에 역점을 두면 상대 후보자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인지 등 여러 문제들이 고려된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각종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공약들을 평가하는 SMART기준을 만들어 채점하고 있다. 지난 대선때 선거공약 개발위원으로 참여해 봉사도 해보았지만 자칫하면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될 소지가 높다. 문제는 후보자든 유권자든 시대 흐름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기대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중앙집권의 막강한 힘 앞에 구조적으로 정치담론이 거창해져 왔다. 정치의 민주화나 남북통일문제, 사회제도개혁, 역사바로잡기, 과거사 청산 등과 같은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공약이 난무해 온 게 사실이다. 거시와 미시는 경제학에서 많이 쓰는 용어이다. 거시 경제는 국민경제 전체를 다루는 투입과 산출 또는 세입과 세출 등을 다루고 미시 경제는 기업이나 가계와 같은 개별 주체 경제현상들을 다룬다. 거시 회계는 국민소득회계와 국제수지회계 등을 다루지만 미시회계는 기업회계와 정부회계 그리고 가계회계 등을 다룬다. 정치도 거시 정치와 미시 정치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념이나 민주화같은 내용들이 거시 정치라면 민생현장을 다루는 건 미시 정치다. 국민들은 한국적 거시 정치에 대해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마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거시적인 공약으로는 국민들의 미시적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서민들은 한끼 식생활이나 거주하는 가정과 지역의 쾌적한 주거환경 그리고 단란한 가족중심 문화생활 등에 더 관심이 많다. 자치단체는 주민들이 낸 세금의 투명한 집행 감시와 일자리 창출능력, 정부는 세계적인 기업을 육성해 1등 제품을 생산하고 국민들이 노후를 걱정하지 않을 복지국가 구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공약 등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 신인은 때도 덜 묻은데다 사고의 유연성도 뛰어 나고 참신하다. 유권자들이나 후보자들 모두 거시 정치 종말을 직시해야한다. /김경수 경원대 회계학과 교수

지금도 변하고 있는 나라 중국

인구 13억명이 넘는 큰나라 중국과 우리가 수교한지도 10여년이 지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몇년 전 “중국이 개벽하고 있다”고 말한 곳은 상해의 외탄에서 동방명주탑을 바라 보는 난간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고 말한 곳도 바로 그 자리이다. 중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 “권력은 북경에 있고 돈은 상해에 있다. 중앙에 정책이 있으면 지방에는 대책이 있다.” 중국의 과거를 보려면 서안, 현재는 북경, 미래는 포동 등을 봐야 한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 이외 변방은 오랑캐가 사는 땅이라고 생각해 왔다. 지금은 대만의 독립문제가 현안이지만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정책은 정말 중국인들다운 정책이다. 50여 소수민족들에 대해선 출산장려정책을 펴지만 인구의 90%가 넘는 한족에 대해선 출산억제정책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모택동시대에 두 번이나 숙청당했던 등소평이 “왜 모택동 시대를 재평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모 동지는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다. 우리가 모 동지를 평가 절하하면 대외적으로 중국의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 필자는 이 말을 중국현지에서 전해듣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모택동이나 등소평, 강택민 등으로 이어지면서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권력투쟁을 전개한 사람들이 외부적으로는 계승 발전을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만연한 부패 속에서 가끔씩 고급 관리들을 공개적으로 처형하는 나라. 홍콩에 대한 자치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시장경제 이점을 살리는 나라. 미국의 눈치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미국에 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속으로 벼르는 나라. 중국은 지금 자본주의에 물든 젊은 사업가들을 공산당에 입당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우리가 조선족들을 동포라고 하면 거부반응을 보인다. 자신들의 소수민족정책이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중국 교포들에게 “조국이 어디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중국”이라고 대답한다. 그들에게 남한과 북한은 부모의 고향일뿐이다. 중국이 우리를 쫓아 온다는 말은 이제 맞지 않는 말이다. 이제 중국은 세계의 시장이다. 글로벌시대 중국 시장에 대한 공략이 우리 경제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김용수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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