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동네 골목에서 비누거품(Bubble)을 만들어 빨대에 묻혀 불며 공중에 흩어지는 영롱한 방울들을 보고 즐거워했던 추억이 있다. 고교시절에는 우주의 거품(Cosmic Bubble)구조라고 불리는 은하계를 배우며 과학자를 꿈꿨다. 대학 강의시간을 제끼고 거품이 넘치는 맥주잔을 연방 기울이며 인생을 논했던 정겨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유년기부터 청년기, 성년기 등에 이르기까지 늘 아름다운 단어로 마음에 지녀왔던 거품의 추억이 부동산시장 버블경제에 묻혀 진짜 거품처럼 산산조각 나게 될 줄이야.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빼겠다고 연일 포문을 열고 있고 청와대까지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버블세븐’이란 신조어를 들먹이며 온통 도배하고 있으니 참으로 갑갑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버블이란 시장에서 보면 정상적인 거래일 경우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가격이 터무니 없이 치솟게 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거품이 순식간에 꺼질 때 더욱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이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상당수 선진국들은 이처럼 급격한 버블붕괴에서 초래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소리 나지 않는 조용한 연착륙정책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가격 하강추세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버냉키 연방준비은행(FRB) 의장은 주택시장의 냉각상태를 진단하며, 그러나 “가격하락은 매우 질서있고 완만하다”는 어법으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최근 “정부 관료들이 어느 시점까지 강남 아파트값이 몇 퍼센트 하락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고언은 부동산 버블붕괴에 의해 초래될 수도 있는 급격한 사회·경제적 혼란을 완화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위적인 정부의 정책이 실패할 경우 정부 신뢰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부동산 버블경제를 이미 체험한 외국의 극복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도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한 냉철한 접근과 판단이 다시 한번 요구되는 시점이다. 마음 속에 간직한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는 버블이 아니라 골치아픈 경제용어로 다가온 버블의 아픔을 잊어 버리기 위해 오늘밤 거품이 철철 넘치는 생맥주를 왕창 마시고 싶다.
/신원득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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