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알고 있다

박진우 수원대 교수·통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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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출생통계에 따르면 여성 1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합계 출산율)는 1.08명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전년의 1.16명보다 0.08명 줄어든 것으로 세계 평균인 2.6명, OECD 평균인 1.57명 등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규모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합계 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하는 사실에 비춰 본다면 향후 우리나라는 인구수 감소를 면치 못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저출산은 단순히 인구 감소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잠재 성장률 감소, 노동인구 감소, 연금 적자, 노인 복지비 증가로 인한 국가 재정 악화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이때문에 사회 각계에선 지금의 저출산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저출산은 최근 갑자기 생겨난 새로운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인구동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970년 4.53명이던 출산율이 정부의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에 힘입어 지난 1983년 2.08명, 1984년 1.76명 등으로 계속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출산율 통계는 우리나라에 저출산의 문제가 비로소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같은 통계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150년 전 유럽의 한 통계전문가는 “나라를 운영하게 될 이들은 반드시 통계활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갈파한 바 있는데 이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얼마 전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선출됐다. 그들이 앞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준비해야 할 일중 하나는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복지, 노동, 관광, 교통, 환경, 부동산 등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다양한 부분의 실상을 반영해주는 통계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일이 아닐까? 통계는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진우 수원대 교수·통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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