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4일과 9일이 들어가는 날에는 모란시장에 들려 볼까하는 마음이 생기고는 한다. 거기에 가면 왠지 울적했던 마음도 조급했던 마음도 이상하리 만큼 사그라지고 신바람이 나게 된다.
입구에서 부터 마주치는 개짖음 소리에서, 꽁치를 손질하는 아낙네의 손길에서 그리고 세켤레에 천원하는 양말가게의 좌판에서 진정한 삶의 한 복판에 서있는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이게 된다.
문화인류학자들은 그 사회의 본연의 모습과 흘러가는 세상의 물정을 듣고 싶으면 재래시장에 가보라고 했다. 아마도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한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재래시장을 방문하여 서민의 손을 붙잡고 있었던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했으리라 생각된다. 지역사회의 포장되지 않은 민심이 표출되고 때묻지 않은 문화를 알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재래시장 등을 방문하여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애환을 대변하겠노라고 다짐하였던 정치지도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앞으로 보름 남짓 후에는 지방정부의 수장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가게될 그들의 겸손했던 약속을 지켜 보기 시작 할 때이다. 모란시장 장터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맡을 수 있는 온갖 냄새와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소리를 새로이 각색하고, 박자와 리듬에 맞게 지휘하여야 할 스타트 라인에 서 있는 것이다.
이에 얽히고 설킨 정책적 방향이나 실천 해법을 발견하기 어려울 때에는 모란시장을 찾기를 권하고 싶다. 녹두 빈대떡을 앞에 놓고 동동주를 마시면서, 혹은 삶은 고추잎 더미를 앞에 놓고 흥정하는 촌노의 표정을 보면서,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남도 사투리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단순하고 명쾌한 미래의 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첨단산업 육성이니 소득3만불 달성이니 하는 지대한 목표의 굴레에서 벗어나, 5일장터가 지니고 있는 끈끈한 생명력과 소박함에서 당선자가 처음 정치에 입문하였을 때 간직하였던 초심을 다시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일이다.
멀티플랙스 극장과 쇼핑몰이 조금씩 들어서고 있는 변화된 모습에서가 아니라 난전에 펼쳐진 풋풋한 인정에 끌림에서인지 아니면 메추리를 굽는 진한 연기자욱의 매력에 빠져서인지, 저 멀리 보이는 모란장터에 빨리 다가가고 싶다. 그래서 파장끝에 들을 수 있는 싸움소리와 ‘한 바구니에 오천원 떨이’라고 외치는 과일장수의 함성을 들으면서 행복한 나만의 저녁시간을 갖고 싶다.
/신원득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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