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유해물질

필자는 지금은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피우지 않고 있다’란 표현은 ‘과거엔 피웠다’란 의미인데 사실 오래 전 식구들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담배를 끊었지만 피우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같은 이유로 담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때면 스스럼없이 비흡연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예전에 피웠던 일로 가끔 죄책감이 들 때도 있다. 담배는 본래 콜럼버스가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상륙, 당시 인디언들이 피우는 무엇인가를 본 후 비로소 문명 세계에 알려진 식물이다. 국내에 들어온 건 1618년 일본을 거쳐서, 또는 중국을 왕래하던 상인들에 의해서라고 하는데 확실하진 않다. 당시 담배는 어른들의 기호품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었고 양반들의 권위의 상징이었다. 긴 담뱃대를 입에 문 모습을 생각해보면 이해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건강문제를 담배와 관련해 이야기하는데 필자도 이와 조금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비슷한 논쟁에 휘말리게 된다. 사실 이는 담배 속에 포함된 많은 유해물질들 때문인데 현재 담배와 담배 연기중 확인된 오염물질 수는 무려 4천여종 이상이고 이들 중 사람과 동물에게 발암물질로 알려진 화합물은 무려 60여종이다. 담배의 유해물질에 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진행돼 벤조피렌, 디메틸니트로소엔니코틴 등과 같은 유해성 유기오염물질들과 카드뮴, 수은, 납 등 중금속 이외에도 최근엔 다이옥신과 같은 내분비계 장애물질들이 함유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일본 환경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담배 한갑 속에 든 다이옥신 양은 미국 산 K제품이 48피코g(피코g:1조분의 1g) 일본산 M제품이 18피코g 등이었는데 하루 담배 1갑(20개비)을 피울 경우 산업폐기물 소각시설이 몰린 곳에서 하루 종일 흡입한 것과 같은 양의 다이옥신을 체내로 흡입하는 것으로 이는 국내 식품중 체중 60㎏ 성인 하루 섭취 허용기준 4피코g 등을 훨씬 초과하는 양이다. 이처럼 담배를 유해물질로 생각한다면 담배를 가급적 피우지 않는 게 좋겠지만 많은 애연가들에겐 또 하나의 기호품으로 든든한 친구요 즐거움이기도 한 담배를 멋지게 포기할 수 있을까? /김종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장

제주도와 두바이

사계절이 뚜렷한 환경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40℃ 이상에서 적응하라고 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내에는 에어컨이 팡팡 돌아가고 문을 나서면 열기가 확 휩싸고 도는 두바이는 우리에겐 분명 적응하고 살기 어려운 도시이다. 오일달러로 사막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나라로 알려진 두바이는 요즘 놀라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똑같이 생긴 건물이 거의 없는 빌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두바이는 에미리트 항공의 질 높은 서비스와 동시에 국가 이미지를 심기 시작하고 있다. 법인세 0% 경쟁력으로 15%인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우리는 특정 업종이 아니면 25%를 법인세로 정하고 있으니 여간 어려운 환경이 아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기업 105곳으로부터 140억달러 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 건 놀라운 실적이다. 우수한 노동력과 기후는 우리만의 경쟁력이다. 강한 노조와 행정규제, 언어장벽 등은 우리가 개선해야 할 우리의 단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도가 자치도로 거듭 나면서 초유의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가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고 있지만 우선 재정자립도부터 허약한 상태이니 가야할 길이 보통 먼길이 아니다. 제주도는 두바이의 법인세 정책을 통한 외국 기업유치를 참고해야 한다. 중국 웨이하이(威海)를 비롯한 한국 주변 관광지들과 비교한 가격경쟁력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본·유럽 관광객들을 겨냥한 고품질 콘텐츠도 개발해야 한다. 바다와 하늘, 산 등을 모두 갖고 있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두바이가 헬스케어시티를 표방하면서 세계 유수 의료시설들을 유치하고 있는 것도 벤치마킹해야 한다. 돈을 쓰고 싶은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다시 오고 싶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유럽처럼 역사유물들이 산재한 것도 아니다. 제주도만의 문화를 선보여야 한다. 이젠 세계 속의 제주도가 돼야 한다. 영어 사용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제주도의 자치행정을 맡고 있는 인사들의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을 기대한다. 중앙정부의 초기 지원이 없다면 제주도의 경쟁력 강화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말만 특별자치도가 아니라 실제로 특별자치도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제주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과 의료시설, 글로벌 기업 유치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주도가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의 선봉에 서길 바란다. /김용수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사무총장

현대사회의 레저스포츠 가치

레저스포츠는 신체활동을 통한 오락적 의미의 단순한 개념보다는 복잡하고 다양한 가치와 의미들이 내재됐다. 이러한 의미와 가치들은 현대사회에서 레저스포츠 가치가 비중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레저스포츠에는 해당 사회 이데올로기가 포함돼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사회구성원들을 일정한 틀 속에 규정, 사회 구성원 의식과 행동 등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 해당 사회가 요구하는, 다시 말해 레저스포츠활동이 지향하는 목표 달성이 하나가 되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부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레저스포츠는 현대사회의 필요성에 의해 등장했으며 레저(Leisure)와 스포츠(Sports) 합성어로 레저부문 한 영역으로 구분된 지 얼마되지 않으나 사회 각종 환경적인 요소 영향을 받아 형태나 가치등 에서 변화가 나타나면서 순수한 의미와 가치만 추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레저스포츠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사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환경적 여건들과 관련해 봐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레저스포츠는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사회제도이다. 가치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상이며 상대적 개념으로 효용이나 만족에 의해 평가할 수 있으며 바람직한 게 무엇인가 평가하는 사회적 기준을 제공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구체적인 행위상황에서 일어나는 규범적 기대 속에 반영된다. 그러므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제도 전반에 걸쳐 급속한 변화나 변동을 경험하는 현대사회에서 이에 병행해 사회 전체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중심적 가치 또한 특정 사회에 적합한 규범과 가치로 변화되고 있다. 레저스포츠는 고도산업사회의 형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현대사회의 대안·궁극적 가치를 수용하고 내면화시키는 중요한 사회체계의 일부로 대두된다. 이는 사회화 차원에서 볼 때 레저스포츠가 사회적 상황과 신념, 규범, 가치, 태도, 지각과 이로 인한 인지적 경험 등을 내면화시켜 전체 사회의 지배적 가치를 전달하는 사회제도의 하나임을 의미한다. 레저스포츠는 현대사회에서 존재함에 있어 가치가 충분하며 나아가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사회 구성원들에겐 역할과 과업을 요구,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달성을 위한 절대적 수단을 지닌 지배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곽한병 경기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진정한 용기

미국의 어느 경매장에서 자전거 경매를 할 때 있었던 일이다. 열두어 살쯤 들어 보이는 소년이 경매장 맨 앞줄에 서 있었다. 첫 번째 자전거가 경매에 부쳐졌을 때 소년은 가장 먼저 “5달러!”라고 외쳤으나 자전거는 당연히 소년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매긴 다른 사람에게로 돌아 갔다. 자전거 몇 대가 경매에 부쳐졌지만 그때마다 소년은 5달러를 부른 뒤 더 이상 값을 올리지 않았다. 휴식시간동안 경매인은 소년에게 “값을 더 높이 올리면 좋은 자전거를 살 수 있을텐데 왜 번번이 놓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소년은 “가진 돈이 모두 5달러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경매가 다시 속개됐고 자전거 몇대가 경매됐지만 소년은 여전히 “5달러!”를 외쳤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파장이 가까워졌을 때, 진짜로 멋진 자전거가 경매에 부쳐졌다. 여전히 소년은 낮은 목소리로 “5달러!”를 외쳤다. 그러자 경매인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했다. “낙찰됐습니다. 저 어린 신사에게 이 자전거가 5달러에 팔렸습니다.” 경매에 모인 사람들은 뜻밖의 결과에 모두 박수를 쳤다. 꼬깃꼬깃 구겨져 손에 쥐어져 있던 지폐를 내미는 소년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피어나고 있었다. 진정한 용기는 쓰러지지 않는 게 아니라 끈질기게 다시금 일어나는 것이다. 윈스턴 처칠은 만년 낙제생이었다. 그는 “어린 날의 학교생활을 노예사회와 같았다”고 회고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학교를 중퇴하고 3년동안 개인교습을 받아 한생애를 꽃피운 시인이다. 모차르트는 무학으로 처음에는 아버지로부터, 이후엔 개인교습을 받았다. 알프레드 노벨은 거의 독학을 했다. 토머스 에디슨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네 머리는 텅텅 빈 멍텅구리”란 핀잔을 받고 학교를 중퇴했으나 후일 발명특허 1천300여 건을 받았다. 아인슈타인은 수학과목 이외엔 모두 낙제점이었고 대학입시에도 낙방했다. 피카소도 낙방 오관왕이었다. 하이네는 고교입시에도 낙방했다. 폴 발레리는 육군무관시험에서 낙방했다. 확신과 신념이야말로 극복의 지름길이다. 어제의 실패로 스스로를 괴롭히면 안되며 한가지 실패로 자꾸 괴로워하는 건 다음 일에도 실패를 가져 오게 하는 원인이 된다. 쓰러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진정한 용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하다. 한두 번의 취업시험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모의 그늘 아래 무위도식하는 캉가루족의 증가현상은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김경수 경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현대병과 운동

현대사회는 고도화된 기계문명 발달로 생활양식에 일대 혁명을 가져 왔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 준 반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위기에 당면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 회복이나 증진을 도모해야 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운동이 제시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산업의 정보화와 생활의 자동화 등에 의해 육체적인 움직임이 최소화되면서 육체적인 운동이 부족하게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육체를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활동인 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됐다. 이는 운동을 함으로써 단순히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질병으로부터의 예방과 더불어 건강한 삶의 영위를 통한 전인적 건강 증진을 도모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운동 부족은 건강에 매우 해롭다. 오늘날 사회는 인위적으로라도 운동해야 하는 시대이고 현대인들도 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 상당수 질병들도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병은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대병의 예방원칙은 여러 발병 원인요소를 사전에 제거시키거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최근 질병에 대한 위험인자는 생활과 밀접한 것이 많아 이를 제거하기 위해선 생활양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주로 의식주와 관련된 생활양식 변화인데 이 가운데 우선이 운동의 필요성이다. 운동은 단순하게 건강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각종 질병 예방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에게 운동이 권장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첫째는 운동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피로 누적이나 과다한 음주나 흡연, 비만이나 질병 등을 야기하는 음식 섭취 등을 예방할 수 있어 질병 예방차원에서 의의가 크다. 둘째로는 운동은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작용과 더불어 환경변화로 예기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적응력과 저항력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운동은 현대병에 대한 위험요인을 제거하거나 질병에 대한 저항력 강화에 필요한 조건들을 만족시키며 이때문에 운동의 필요성이 절대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곽한병 경기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패전 처리 투수와 구원 투수

야구에서 근소한 차이로 이기고 있을 때 나오는 마무리 투수를 구원 투수라고 한다. 반대로 큰 점수 차이로 지고 있을 때 등장하는 투수는 분명 패전 처리 투수이다. 노무현 정부의 네번째 경제수장으로 임명된 권오규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노심을 잘 이해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 양극화 해소 등 참여 정부 경제정책을 무난하게 추진할 마무리 투수로 제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고 봐야 겠지만 제발 더 큰 점수 차이로 지는 마무리 투수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은 정부가 올해 예상하고 있는 5%대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리라고 보고 있다. 경기하강 시점에 대해서도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이미 꺾이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내년까지 회복세가 계속될 것이란 응답은 4분의 1에 그쳤다. 설비투자와 고용증가 전망도 먹구름이다. 수출 위주의 국내 최고 100대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흐름이 이 정도라면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한마디로 절망 그 자체다. 반면, 일본은행은 일본 기업들의 단기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6월 단칸지수(기업단기 경제 관측조사)가 2분기 만에 상승했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제로(0)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유럽도 경제 성장이 기대치를 웃돌면서 금리 인상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부동산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추진하는 우리 입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부동산 경기가 얼어 붙으면서 국내 내수시장은 더욱 침체되는 양상이다. 새 경제부총리는 패전처리 투수가 아닌 구원 투수로 거듭나야 한다. 경제정책 전반을 재점검,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반시장 정책을 제거해 나가야한다. 경제정책 우선순위는 기업 투자를 회복시키고 성장산업을 발굴·육성시켜 일자리를 창출시키는 것에 치중돼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이 떵떵거리며 잘 나가는 모습을 보면 오기가 생기지 않는가? 나라의 빈 곳간이 채워지고 넘쳐날 때 경제전쟁에서 역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장현성 우리투자증권 북수원지점장

백년지대계? 보신지대견(補身之大犬)!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스승이 차지하는 역할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얼마 전 교육부총리가 급조된 외국어고 지역제한을 발표 한 후 언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사퇴를 하였다. 야당의 웬만한 정치적 공세에도 꿈쩍하지 않던 교육부총리도 아이들의 건강과 관련된 학교급식 사고와 입시혼란이라는 토네이도로부터 무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적 혼란과 충격을 제 일 아닌 듯 ‘먼 산 불 구경’한 사람들이 있으니 강화교육청의 교육장과 교육청 관리들, 그리고 강화 소재 대월 초등학교의 교장이 바로 그들이다. 김창수 강화교육장을 비롯해 관내 교장 및 군 교육청 직원 등 20여 명은 지난 6월 27일 시 교육청의 교육평가가 끝나자 관계자들을 위로, 격려한다는 명목으로 급식소에서 술판을 벌였다. 안주로 준비된 것은 사택에서 기르던 개로 준비된 보신탕이었다. 교육현장 관계자들이 학교에서 술판을 벌인 것도 문제겠지만 CJ의 대형 급식사고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용납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더구나 이날 술자리를 마련한 대월 초등학교의 교장은 교육위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인사로 사전선거운동 차원에서 술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학교 교정에서 버젓이 진행한 보신탕 술 파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강화 하점면의 명신 초등학교 교장이 교육장 초청형식으로 마련한 회식에도 나란히 참가했다. 메뉴는 역시 보신탕이었다. 학교 사택은 요리장소로 사용되었으며 학교 운동장은 회식장소로 활용되었다. 학생들이 이를 지켜본 것은 물론이다. 한편 계속되는 개고기 파티로 물의를 빚은 강화 교육장과 해당 교장은 대학동기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강화교육장이 동기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부적절한 개고기 술자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한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을 보면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기 보단 ‘보신지대견(補身之大犬)’이 더 잘 어울리는 말인 듯싶다. 급식소의 에어컨 바람을 쐬며, 학교운동장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애지중지 기르던 개로 마련된 보신탕을 후후 불며 술잔을 기울이는 스승의 모습에서 우리는 과연 참스승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서글픈 현실이다. /장금석 인천연대 사무처장

한국 신흥사대부 노블리스 오블리제

세계 최고 부자인 미국의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손을 잡고 거대한 자선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빌은 여생, 워렌은 모든 재산의 85%인 3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중국 영화배우 성룡까지 가세한다. 이들은 IT와 주식 투자,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재산을 쌓은 21세기형 신흥 부자들이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돈을 쓰는가를 보여 준다. 재산 출연 규모도 엄청나지만 이들 삶의 방식이 주는 문화적인 충격도 작지 않다. 우리의 고액 연봉자, 벤처 창업가, 전문직 종사자, 스포츠 스타·연예인 등은 21세기 신흥 사대부들이다. 일부 대기업 임원들은 스톡옵션이나 인센티브 등을 통해 근무연수와 호봉에 따른 단계적 임금 상승보다 일의 성취에 수반하는 성과급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원한다. 시장경제체제에서 부를 형성하고 자아를 성취해가는 과정의 모델들이다. IT·BT·NT 계통의 산업분야에서 뛰어난 창의력과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수요를 창출해가는 벤처창업가들은 자원부족 국가인 한국 미래 산업의 원동력이자 추동력이다. 그들은 개인적으로도 부를 이루지만 일정 부분 국가적인 부를 책임지고 있다.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전문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이에 따른 대가로 개인적인 부를 획득하는 집단이다. 이들의 문제해결 능력은 이 사회의 갈등과 질병 해소나 공익 실현을 위해 유용하며 어느 정도 사회적인 합의 아래 부를 성취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나 유명 연예인들은 독특하고 뛰어난 개인적인 재능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하고 이 결과로 얻어지는 문화산업적인 프리미엄을 누린다. 이들은 새로운 산업분야인 CT(Culture Technology)를 통해 개인적 부를 창출하면서 한편으로 미래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류는 이들의 중요한 성과물이다. 우리는 이들이 이룬 개인적인 사회성과들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하며 격려할 필요를 느낀다. 양극화 해소란 정치적인 구호를 통해 이들의 성취를 반분하기보다 이들의 능력을 고무하고 이를 통해 얻어진 사회적인 결과물들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이 지닌 능력이나 경제적인 부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성취한 사람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건강한 시민사회를 향한 도덕적 인간적 가치인데다 이들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사회적인 가치이다. /이정진 오산대 이벤트연출과 교수

노란색에 대하여

우리가 하나됨을 일깨워 주었던 ‘2006독일월드컵’의 열기가 서서히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 토티가 할리우드 액션으로 옐로카드를 받아 한 경기 두 번의 경고로 퇴장을 당하였을 때 우리에게 노란색은 환호의 대상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푸른잔디에서 펼쳐지는 지구촌 향연에 유독 노란색 딱지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을 보면서 하필 노란색이 경고의 심벌로 여겨지는가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옐로카드를 의미하는 노란색이 경고용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그중 하나는 노란색이 색조의 미학으로 가장 손쉽게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천대, 악의, 시기 등 불명예스럽고 부덕한 명목으로 노란색 표지를 내보여 차별했던 유럽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스페인에서는 사형 집행인에게 노란 복장을 시켜 신분을 나타내게 하였으며, 또한 선정적이고 외설스러운 잡지 등을 ‘옐로 페이퍼’라 하며 함부르크의 창녀들이 나들이를 할 때에는 반드시 노란 스카프를 두르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의 인식과는 반대로 노란색을 부와 권위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 곤룡포에 황룡을 금실로 수놓은 임금의 복장이 노란색이었으며, 대소사를 결정할 때 택일점괘에서 가장 좋은 날을 황도길일(黃道吉日)로 칭하고 있다. 이처럼 노란색의 표상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고 있지만 저 멀리 다른 대륙에서 개최되고 있는 독일월드컵을 보면서 하필 노란 옐로카드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며칠 후 행하여 지게 될 취임식을 시작으로 향후 4년동안 지방정부를 이끌어 나아가게 될 도지사, 시장, 군수 등에 대하여 “오로지 지역주민을 위하여 올인해야만 할 것”이라는 지역주민이 보내는 무언의 경고메시지에서 비롯된 연상작용이 아닐까? 앞으로 지방정부의 수장으로서 극복해야 할 많은 어려움과 예기치 못한 장벽 등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에는 70년대 우리의 심금을 울리던 잔잔한 올드팝송 ‘티 어 옐로 리본(Tie A Yellow Ribbon)’을 다시 들어 보기를 바란다.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면 노란손수건을 고향에 있는 떡갈나무에 걸어달라”는 가사의 의미와 같이 4년 후에도 취임할 때의 그 모습처럼 변함없는 지도자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신원득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편리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IT

국내 최초로 전화기가 등장한 지난 1896년. 이후 110년동안 우리와 영욕의 세월을 함께 한 전화가 다시 한번 탈바꿈을 준비중이다. BcN(Broadband Convergence Network)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BcN은 유선, 무선, 방송, 인터넷 등 서로 다른 네트워크 기능을 융합한 서비스로 현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차세대 통신망이다. 특히 유비쿼터스(Ubiquitous)와 깊은 연관이 있다. 요즘 심심찮게 나오는 U-City, U-Korea 등의 ‘U’는 유비쿼터스를 뜻하고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을 의미한다. BcN은 바로 이 유비쿼터스 구현을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 시설이다. BcN이 완성되면 인터넷은 물론 모든 데이터와 음성이 IP망에 수용돼 유·무선 통합으로 언제 어디서나 영상전화와 인터넷 등을 즐길 수 있으며 가전제품을 원격으로 제어하거나 자동차 위치 추적 등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홈 네트워킹 시대 도래를 앞당길 수 있다. 학생들은 학원 대신 집에서 영상전화 단말기를 보면서 선생님과 대화하듯 영어공부를 할 수 있고, 당뇨병 환자들은 매일 혈당을 측정, 단말기에 입력하면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주치의로부터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 하반기부터 KT가 시범 제공 예정인 고품질 IP-TV서비스가 모든 가정에서 시청이 가능하고 양방향 데이터 방송이 가능해져 TV 하나로 인터넷 서핑, 홈쇼핑, 홈뱅킹 등이 가능해져 통신과 방송이 하나가 되는 시대가 본격 도래한다. 이처럼 눈부신 발전 앞에서 우리는 이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70~80년대 부의 상징으로 구가하던 청·백색 전화는 역사 박물관으로 보내고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BcN과 더불어 반갑게 맞이할 시기가 온 것이다. KT는 최근 BcN 최초 상용화 기념행사를 열었다. 세계에서 이탈리아에 이어 두번째로 상용서비스의 시작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더욱 놀라운 건 BcN 핵심 장비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점이다. 명실공히 IT강국의 면모를 보여 주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새로운 통신 100년을 BcN과 함께 찬란한 유비쿼터스 시대를 기대해 본다. /송원중 KT수도권 강남본부장

정직과 능력

어느 조직이든 구성원들간에는 다양한 특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병리현상을 보면 원칙을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의 원인이다. 기업을 비롯한 영리법인의 경우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보다 정직성을 우선하면 기업간 경쟁체제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반면 공익을 우선하는 비영리단체가 정직성보다 능력을 우선시한다면 심각한 도덕성 시비가 벌어진다. 능력도 있고 정직성도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두 가지 덕목중 어느 게 우선시 돼야 할까. 이는 수학공식같은 명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라져야 할 가변적인 문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중 심각한 건 과정의 정당성보다는 결과가 우선시되는 풍토때문이다. 공적인 일을 하는 자리에 혈연과 지연, 학연 등이 등장해 조직의 건강성이 결여된다면 어느 구성원이 정직성을 중시하겠는가. 대한민국 공직사회에서 간부급에 있는 인사들에게 정직성과 사회적응능력중 어느 게 우선인가라고 조사하면 답은 자명하다. 20대는 정직성이 우선이고 사회적응능력은 그 다음인줄 알았던 많은 사람들이 30~40대를 거치면서 대부분 사회적응능력이 정직성보다 우선이라고 생각이 변했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건강한 사회일까.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문제는 피해가 국민들에게 가기 때문에 심각성이 있다. 공직사회도, 정당도, 공공단체도 정직성보다 처세가 우선이라면 이들이 어찌 공공단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 불신의 근본원인은 무능력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정직성에 대한 실망이 보다 큰 원인이다. 국민들이 집권초 현 정권에 기대한 건 높은 도덕성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였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정권과 같은 측근 비리와 민심과 동떨어진 고집스러운 행태에서 민심을 얻지 못했다. 능력은 다소 부족해도 정직성만큼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높을 것이란 기대가 실망의 단계를 넘어 분노로 표현된 게 5·31지방선거의 교훈이다. 경제지표나 운운하고 여전히 이념 지향적인 행태를 보일 때 삶에 지친 국민들이 어찌 흔쾌한 지지를 보낼 수 있을까. 5·31지방선거는 국민들이 직접 선택한 현 정권에 대한 탄핵이다. 민심은 거대한 바다처럼 변화한다. 현 정권이 정직성을 회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분노의 바다는 평온의 바다로 바뀔 것이다. /김용수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방과 후 교육활동에 대해 바란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0여년 전부터 초등학교 방과 후 교육활동을 각 학교 재량에 따라 운영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 결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학생들의 특기와 재능 등을 발견, 계발해 과목에 특수성을 살려 지도하므로 학력 신장은 물론 각자의 예술성을 표현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에겐 더 없이 좋은 기회로 돈이 없어 공부하지 못한다는 말은 이젠 옛말이 되고 있다. 당시 정부가 이같은 정책을 세울 때는 수요자 중심의 특기적성교육이 되고 이에 걸맞는 교장의 운영체제로, 방과 후 학원보다는 학교에서 원하는 과목들을 저렴한 수강료로 많은 학생들이 혜택받도록 하는데 의미를 뒀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요자들을 위한 운영방침은 교장 감독 아래 잘 이뤄지고 있으며 교육을 받는 학생들 또한 공채로 엄선된 훌륭한 외부 강사진들로부터 지도받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들 외부 강사들의 인격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교육현장은 따로 교실이 주어지지 않는 학교가 많아 주로 저학년 담임반 교실을 잠시 빌려 쓰고 있다. 이들도 뭔가 가르치기 위해선 과목들마다 많은 자료들이 있기 마련이다. 강사들이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필요한 책상과 작은 사물함이라도 절실하지만 교실을 쓰는 것도 담임교사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하소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들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학교는 교육인적부 차원에서 강사들에 대한 별다른 지원이 없어 어찌할 수 없다지만 행정기관은 여태껏 너무도 안일한 태도로 묵과하고 있다. 이들이 바라는 건 최소한의 공간과 인격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닐까.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강사들이 잠시라도 앉을 책상과 의자도 없이 학생용 의자에 앉아야 하는 심정은 내실이 빈 지금의 교육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정부는 학교들마다 방과 후 교육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비록 방과후 교육이 사교육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어쨌든 학교와의 연계학습을 진행하는데 그 뜻을 좀 더 넓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보다 더 효율적인 방과후 교육활동을 위해 그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임은 물론 그들과의 대화 채널을 열어야 할 것이다. /송정래 자유기고가

축구공은 둥글다

월드컵으로 수십억 지구촌 사람들이 이른바 축구삼매경에 빠져 있다. 각 나라의 명예를 짊어진 선수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 자국 선수들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다양한 나라 응원단들의 열기. 월드컵은 단순한 축구경기가 아니라 가히 지구촌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이처럼 축구에 열광하게 되는 까닭에는 축구경기 결과에서 나타나는 의외성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흔히 “축구공은 둥글다”라고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볼 수 있듯 객관적인 전력이 우세한 팀이라고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는 건 아니다. 객관적인 전력 이외에도 팀워크나 정신력, 행운 등 다양한 요인들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만큼 누구도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축구경기처럼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없는 현상들이 있다. 가령 주사위를 던졌을 때 6이란 숫자가 나올 가능성, 임신부가 딸을 낳을 가능성, 내일 비가 내릴 가능성, 브라질이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할 가능성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결과가 불확실한 현상에 대해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표현하기 위해 확률이란 개념이 흔히 사용된다. 주사위를 던져 6이란 숫자가 나올 확률은 6분의 1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말은 주사위를 6번 던지면 반드시 한번은 6이란 숫자가 나온다는 뜻일까? 실제로 주사위를 던지면 6번 모두 6이란 숫자가 나올 경우도 있지 않은가? 확률이란 결과가 불확실한 동일한 상황이 여러번 반복된다고 가정하고 이때 특정한 사건이 나타날 비율을 일컫는 개념이다. 주사위를 한번 던질 게 아니라 여러번 반복해 던지면 궁극적으로 6이란 숫자가 나올 가능성은 6분의 1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동일한 상황이 여러번 반복되지 않을 때도 있다. 월드컵 결승전은 프로야구에서 한국 시리즈를 하듯 7번 시합을 반복하지 않고 단판 승부이다. 비록 이길 확률이 낮은 팀이라도 이변을 일으켜 이길 수 있다. 단판 승부에서 나타나는 이런 의외성때문에 확률에 상관 없이 잠을 설치면서도 TV 앞에 모이는 것이리라.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할 확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브라질이 지목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반드시 우승한다는 뜻은 아니다. 각 나라가 브라질과 수십번 경기를 펼쳐 우승을 가린다면 모를까, 단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선 우승확률이 높은 나라라도 충분히 질 수 있다.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이다. /박진우 수원대 교수 통계대사

21세기형 경제모델

영화의 탄생과 TV 보급은 금속활자 발명만큼이나 획기적인 사건이다. 문자로 사고하던 세상에 현실과 닮은 영상을 통해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 세계사에 획을 그었기 때문이다. 지난 81년 M-TV 개국은 이러한 토대에 횃불을 당긴 또 하나의 이벤트였다. 이제 음악도 영상과 함께 이야기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M-TV로부터 세례받고 성장한 세대를 본격적인 영상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이 주도하는 21세기, 영상의 문법을 이해하는 건 문화 이해이고 문화 이해는 세상과의 소통방법 터득이다. 문화 저변 확대가 영상문법이나 문화콘텐츠 등을 통한 의사소통법의 이해도 확산과 동일하게 이해돼야 하는 까닭이다. 각 시·군이 미디어센터를 운영해야 하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 경제 성장을 위해 문맹률을 낮춰야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영상매체 이해도(Media Literacy)를 높임으로써 문화적 차별을 없애는 게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 물론 경기도 경제 발전을 위해선 우수한 문화콘텐츠 기업들을 육성하고 국내외 유수의 문화콘텐츠 기업들을 유치해야 한다. 민선3기 최대 업적중 하나가 국내외 유명 IT기업들을 유치한 것이었다면, 민선4기 과제중 하나는 국내외의 우수한 CT(Culture Technology)기업들을 길러 내고 유치하는 것이다. 제조업의 1.5배에서 많게는 3배에 이르는 고용유발계수의 문화콘텐츠산업이 경기도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고 한계를 드러낸 제조업에서 문화와 관련된 사업으로 이동하는 미래경제모델에 적절하게 대응하는데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법과 제도, 그리고 자본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 하나 명심해야 할 건 지방자치단체 역할이다. 각 시·군도 나름의 장점을 살려 특화된 영역으로 개발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문화콘텐츠산업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시·군이 영상단지 조성으로 살아 남을 순 없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면밀하게 분석한 후 현실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양·파주의 영상 클러스터와 성남의 게임 클러스터, 부천의 만화영상 클러스터 육성방안 등은 이같은 고민들을 토대로 추진될 사업이다. 물론 그 목표는 문화적 차별 없고 일자리 걱정 없는 잘 사는 경기도를 만드는데 있다. /김병헌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생활 속의 미생물

미생물들은 글자 그대로 미소한 생물로 우리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들 주변에는 무수한 미생물들이 존재하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신문에도, 책상 위에도, 손과 머리 등에도 눈 앞의 공간에서 미생물들이 유영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들은 미생물들과 더불어 생활하고 살아가고 있다. 90℃가 넘는 온천이나 식염이 30% 이상 함유된 수중에서도 생활하는 세균들이 있다. 지구상에는 미생물 60만여 종이 있다고 추산되며 이중에서 1%(6천여 종)만이 현재의 과학기술로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있다. 인간의 대장은 미생물 창고와 같아 미생물 400여종이 있는데도 평상시 건강한 상태에 몸 안에 같이 있으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공생하고 있다. 미생물들중에는 생활에 크게 유익한 종류와 유해한 종류 등이 있지만 대부분(99%)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인류는 생활 속에서 미생물들을 유익하게 이용해 의학과 농학 등을 주류로 발달시켜 왔다. 치즈는 기원전 200년부터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어 가장 오래된 미생물 이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미생물 발효식품인 알코올음료가 있다. 포도주는 미생물들중 효모가 알코올을 발효해 만들어지고 있다. 발효가 완료된 포도주에 초산균이 침입하면 식초로 변한다. 즉 효모는 포도과즙중 포도당을 화학적으로 분해,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만드는 화학반응을 연출하고 초산균은 포도주중 조금씩 증식, 알코올을 초산으로 바꾸는 작용을 담당한다. 우리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김치나 간장, 된장 등도 미생물들의 합리적인 사용으로 발달했다. 질병으로부터 지켜 주는 각종 항생제나 아미노산, 비타민 등은 미생물들에 의한 화학작용으로 만들어 지고 있고 각종 생활에 유용한 많은 물질들이 미생물들에 의한 작용으로 생산되는 시대가 됐으며 새로운 자원으로 고려되고 인정받고 있다. 미생물들의 왕성한 번식력과 화학적 활성을 이용한 공업은 미래의 식량원, 의약품, 농업, 환경, 자원, 에너지 등 산업분야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 유전자재조합기술이나 세포융합기술 등 유전공학기술과 발효 및 분리정제 공정기술 등 새로운 바이오산업은 인간의 삶과 복지 건강을 근본적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모든 기업들이 바이오제품이나 공정 등에 의존하게 될 것인만큼 바이오산업이 발전한 나라가 21세기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김종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장

현대사회에서 스포츠의 중요성

현대사회는 고도성장으로 인해 환경 파괴, 자원 낭비, 인간 소외, 육체적 활동기회 상실 등으로 구성원들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환으로 스포츠활동이 적극적으로 권장되고 있다. 다시 말해 스포츠활동을 통해 육체의 활력은 물론 정신건강 증진차원에서 스포츠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산업 발전에 따른 자동화와 정보화 등으로 육체적 움직임이 최소화되면서 운동이 부족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위해선 육체를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스포츠활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스포츠는 육체로 활동해 느끼는 즐거움과 심리적 만족감 충족을 매개로 인간에게 여러 측면에서 가치를 부여한다. 실제로 스포츠활동을 통해 신진대사 원활함과 각종 노폐물 배출 느낌으로 신체가 건강해지고 있는듯한 변화를 느끼고 육체·심리적으로 만족하게 된다. 다시 말해 스포츠활동을 통해 스스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는 일종의 암시효과나 최면효과를 갖게 돼 심리적으로 편안해지는 동기를 부여받고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계층간 위화감이나 반목 그리고 사회에 대한 불만족 등을 상쇄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 스포츠의 긍정적 가치를 인식하게 되면서 자발적으로 스포츠활동에 참여해 즐기는 형태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1차적으로 내면적 요인인 동기인, 곧 자신의 의지에 대한 도전, 스포츠 기술 습득, 스트레스 해소, 즐거움과 재미, 대인관계를 통한 사교 증진, 신체적 생동감과 아름다움 등 정신·신체적 건강증진 추구의 목표지향적 성격을 갖게 된다. 상대에 대한 우월, 상징, 또는 승리하기 위한 경쟁원리 등으로 발달돼 온 스포츠 개념은 오늘날 엘리트 스포츠에 국한돼 존재하고 있고 일반인들이 즐기고자 하는 스포츠는 외형적 가치 추구보다는 내재적 가치 추구로 삶을 보다 가치있게 영위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둬 순수한 레저목적의 스포츠로 거듭 탄생되고 있다. 따라서 스포츠를 즐기는 현대인들은 자유시간에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스포츠 참여와 경쟁이 부정적이기 보다는 긍정적 의미로, 그리고 결과보다는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실질적인 성취에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와 중요성을 두게 된 것이다. /곽한병 경기대 레포스포츠학과 교수

국가채무

요즘 국가채무 문제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국가채무란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내외에서 돈을 빌려 생긴 부채이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채무 등을 합한 것으로 국제통화기금기준으로는 직접적인 원리금 상환의 의무를 지고 있는 채무이다. 중앙정부 채무는 크게 차입금, 국채, 국고부담행위 등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 차입금은 가계로 말하면 대출받거나 누구로부터 빌린 돈을 말한다. 한국은행을 통한 국내차입금과 해외차관을 통한 해외차입금 등으로 분류된다. 둘째는 국채로 국고채, 외평채, 국민주택채권 등이 포함된다. 국가가 채권을 발행하면 나중에 이를 모두 갚아야 하므로 빚으로 간주된다. 셋째는 국고채무부담행위이다. 즉 정부가 공공사업을 현금이 아닌 외상으로 진행하면서 진 빚을 말한다. 지방정부 채무에는 지방채와 지방교육채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우리 국가채무가 지난 2004년에 이어 2년 연속 20% 이상 증가해 248조원을 넘어 국민 한사람당 513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중 대출금 회수와 자산매각 등으로 나중에 받을 수 있는 금융성 채무가 전체의 59%인 147조원인만큼 세금으로 국민들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적자성채무는 101조원으로 한사람당 209만원 규모이다. 물론 기채를 통해 채무변제를 할 수 있는 수익성 사업에 투자한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국가균형발전명분 아래 진행되는 행정수도 건설, 주택수요를 충족시킬 신도시 건설, 지방혁신도시건설, 자주국방이라는 미명하에 펼쳐지는 미군기지보상 및 건설,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국민건강보험 및 사회보장성 연금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생산성이 있으며 수익성이 있는가. 다음 세대들에게 남겨줄 것은 무엇인가 좌절과 분노만 안겨줄 것인가. 모름지기 가장은 열심히 일해 저축을 늘려야 하고 회사는 수익을 발생시켜 사원들이 배부르게 해주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는 최소한 적자경영을 벗어나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국민들은 일자리를 빼앗기고 기업들은 노조압박과 세금폭탄을 피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상인은 파리를 날리고 소비자는 소비의욕을 잃은지 오래다. 대학생은 취업 재수 삼수를 하다 포기하고 직장인은 조기퇴직으로 회사에서 내몰리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집단은 정치집단이며 궁극적으로 국가의 세입과 세출을 운용하는 집행부의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집안 살림을 늘리는 가장, 회사 규모를 키우는 사장, 흑자재정을 일으키는 대통령 등이 진정한 리더가 아닐까. /김경수 경원대 회계학과 교수

오봉산에 가다

주말에 오봉산을 찾았다. 회사 산악회를 따라 오대산을 가려 했으나 지인들께서 오봉산을 가자고 해 그 쪽으로 따라 나섰다. 온통 녹음으로 뒤덮인 오봉산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것은 큰 즐거움이리라! 오봉산은 강원도 춘천에 있는 해발 779m의 산으로 봉우리가 5개 있다하여 오봉산이다. 노송과 바위의 조화가 아름답고 주변이 울창한 산으로 이어져 있어 조용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등산은 춘천에서 양구가는 길의 산기슭 배후령에서 시작해 정상에 오른 뒤 아홉개의 소리가 난다는 청평사의 구성폭포 쪽으로 내려왔다. 3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 오봉의 아기자기한 암릉과 맑고 차가운 계곡, 청평사의 회전문, 소양댐으로 가는 유람선의 여유는 행복의 절정이 아니고 무엇인가? 법정 스님은 “오르막 길은 인간의 길이자 생명의 길이다. 내리막 길은 짐승의 길이요 지옥의 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오봉산에서 만큼은 큰 스님의 뜻을 잠시나마 멋대로 해석하고 싶었다. 인간은 항상 오르막 내리막이 있다. 성공과 실패, 풍요와 빈곤, 건강과 아픔 등 이 모든 것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따가운 여름 햇살을 가려 주는 나무 그늘은 얼마나 소중한가? 음악에 장조만 있고 단조가 없다면 얼마나 단조롭고 재미 없을까? 오봉산의 제2 봉인 관음봉을 조금 지나면 청솔바위가 있다. 큰 바위 한가운데 소나무가 홀로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청솔바위를 조금 더 가면 아래로 먼 낭떠러지 같은 곳에 멈칫 놀랐다. 잠시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가 생각이 났다. 사랑과 설레임, 삶과 죽음, 영원과 순간, 지속과 단절이 교차된다. 오르막에 있다하여 내리막 사람을 경멸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권력이 있다하여 힘없는 자의 것을 뺏으면 안된다. 오르막일 때 더욱 겸손하고, 권력 있을 때 주위를 돌봐야 하는 법이다. 욕심과 욕망은 결국 주위 사람들에 소외되고 스스로 얼굴 들고 살아가기 힘든 법이다. 직장이나 조직에서도 그렇다. 당장 자기의 실적이라 욕심부리며 챙기는 자는 수명이 짧다. 대신 실력과 아량 있는 자는 크고 길게 성공하는 것을 우린 자주 본다. 오봉산 투어! 지인들과의 즐거운 시간이자 나의 직장 생활을 반성해보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장현성 우리투자증권 북수원지점장

월드컵과 여중생의 재회

4년 전 6월 13일, 지방선거가 있던 날.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은 주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아닌 온통 월드컵에 가 있었다. 온 국민이 월드컵의 광풍에 젖어 세상사를 잊고 있을 무렵 경기도 양주에서는 미군의 궤도차량에 치여 두 여중생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릴 적부터 단짝이었던 심미선, 신효순 양이 자신들의 고향 마을에서 황토 빛 보다 붉은 피를 쏟으며 죽어갔다. 이 사건은 월드컵의 열기 속에 그만 묻히는가 싶더니 인터넷을 통해 조금씩 그 진상이 알려져 온 국민의 가슴을 울리고 급기야 수십만의 촛불로 월드컵의 붉은 물결을 대신하였다. 미선이, 효순이가 우리의 곁을 떠난 지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또 다시 월드컵은 돌아왔다. “미국에 대해서 할 말은 하겠다”고 공언했던 노무현 정부 4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과연 무엇이 변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자. 미선이, 효순이를 살해한 미군은 무죄판결을 받아 유유히 고향으로 돌아가고 오만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공식사과 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불평등한 소파협정은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한 채 주한미군의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평택미군기지 확장 사업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은 역시나 우리 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국민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냉혹하리만치 심판하였다. 그러나 투표율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국민이 선택한 것은 결코 한나라당이 아니다. 결국 우리 국민은 집권세력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었지만 대안적 탈출구는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 상당수가 짜증나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월드컵에서 찾았다면 이것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월드컵이 끝나고 그 빈자리에 밀려드는 공허함은 또 어디에서 메울 것인가? 4년 전 미선이와 효순이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그것은 바로 주권국가로서의 자주와 평등이며 이를 통한 평화통일이다. 한 사회가 하나의 사회적 가치를 향해 나아갈 때 결코 자주와 평등, 그리고 평화통일은 헛된 꿈이 아니다. 하나의 촛불이 광화문 사거리에서 거대한 민중의 횃불이 되었듯이 우리 모두가 미선이, 효순이와 함께 같은 꿈을 꾼다면 그것은 현실이 된다.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장금석 인천연대 사무처장

월드컵과 호모 페스티부스(Homo Festibus)

독일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온 국민이 축제에 휩싸여 있다. 더욱이 토고와의 첫 경기가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되면서 축제의 열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통해 맛보았던 축제의 환희를 다시 느끼고 싶은 뜨거운 열망들이 거리와 직장, 가정을 불문하고 넘쳐나고 있다. 온갖 언론과 광고매체는 온통 월드컵 관련 소식으로 도배가 되고, 시민들은 밤의 축제로 이어지는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느라 잠 못 이루는 날들도 즐겁게 감수하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경기결과를 예측하고 우리 축구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지난 2002년 온 국민이 경험했던 그날의 열정과 일체감에 대한 추억과 재현에 더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는 듯하다. 2002년 그 날에 온 국민은 거리와 광장에서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고, 누군지도 모르는 옆 사람과 어깨동무하고 팔짝팔짝 뛰었다. ‘붉은 악마’의 색깔과 휘장을 온 몸에 두르고 오랫동안 우리 가슴을 짓누르던 레드 컴플랙스(red complex)와 데블 컴플랙스(devil complex)를 날려버렸다. 2002년 그날의 몸짓은 단지 축구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이 아니라 한 마디로 축제에 대한 기대와 열정이었다. 가슴을 짓누르는 온갖 억압이나 규제, 업무적 스트레스, 그리고 삶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되풀이되는 일상의 무료함에 대한 저항이자 해방의 몸짓이었던 것이다. 현대인은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축제이벤트를 추구한다. 소위 ‘축제하는 인간’ 호모 페스티부스(homo festibus)인 것이다. 축제가 필요한 이유는 갈수록 확대되는 사회적 억압과 규제, 일상의 스트레스와 무료함으로부터의 일탈이며 해방인 것이다. 이번 월드컵 축제가 단지 우리 선수단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호모 페스티부스적 인간을 찾아가는 축제의 향연으로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마음껏 소리 지르고 온 몸으로 뛰어오르면서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 헤치고 너와 내가 하나 되는 축제의 한 마당을 즐기기 바란다. /이정진 오산대 이벤트연출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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