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무상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사실 10여년 전 만해도 웬만한 대학을 나오면 취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취업한 사람들조차 직업 유지에 불안을 느끼는 시대가 됐다. 그 원인이 어디 있는지는 자명하다. 한마디로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선전화를 독점하고 온라인 전용회선을 독차지 하던 회사가 취업생들의 선호도 1순위였다. 그러나 이동통신의 발달로 유선전화나 공중전화가 애물단지가 되면서 인기도와 주가가 급전 직하했다. 또한 화이트칼라의 대명사였던 은행원이 IMF사태를 거치면서 사오정(45세 정년)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된 반면, 박봉과 승진정체로 기피하던 공무원이 인기직업으로 부상하면서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달한다고 한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격세지감이요 세상무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5년 쯤 지나면 지금보다 더 급격한 사회변화가 예상된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머지않아 보통 사람들이 CPU를 하나씩 갖고 다니는 유비쿼터스시대가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 결과 고용불안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의 평균수명이 더 짧아질 것이고 반면, 기술과 생산성 증대로 고용의 필요성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또한 지금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도 안전하지 않다. 전문자격 합격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동업자간 경쟁은 날로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도 예외가 아니다. 자격증 소지가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 말고도 앞으로 전개될 부동산 매매패턴이 이들의 활동범위를 크게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부터 부동산등기부에 실거래가가 기재되면 매수자들이 가격 짐작을 할 수 있어 중개인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고, 감정평가사도 매매사례가 등기부에 기재되면 감정의뢰 건이 감소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우리에게 지금보다 훨씬 많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사실 변화라고 하는 것은 우리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 준다. 아무런 준비없이 미래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위기가 될 것이며 변화를 읽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다. 어떤 세상을 맞더라도 위기는 극복하고 기회는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변화에 민감한 사람만이 이 시대의 지혜인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박원식 농협 인천지역본부장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오늘날 예술가들은 어떠한 상상력도 또 어떠한 표현 양식도 허용되는 일종의 문화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는 근대 이후 인간의 존엄성이 중시되고 자유와 평등을 기본 이념으로 하는 민주주의와 그 궤를 같이하는 말하자면, 문화 예술에 있어서 자유 개념의 극대화에 배경을 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들에게 미술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오늘날 미술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어느 한가지 경향만이 진정한 미술이라는 독단적인 사고는 위험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고전주의의 단정하고 엄숙한 아름다움, 인상파의 빛과 색채에 대한 추구, 초현실주의의 비합리적 세계의 자동기술적 표현 등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각각의 대가들을 탄생시켰다. 고전주의를 가장 충실하게 완성시킨 대가들이 있는 반면 평생을 낭만주의 신념으로 낭만주의 이상을 실현한 작가들, 또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자연주의 대가들 모두 각자의 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따라서 고전주의만이 진정한 예술이거나, 또는 낭만주의만이 진정한 예술이라는 식의 어떤 특정한 방식의 예술만이 진정한 예술이라는 독단은 갖지 말아야겠다. 그렇다고 한 작가가 모든 경향의 작업들을 해야 한다거나, 한 개인이 모든 경향의 작품을 다 좋아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개인적인 취향과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모든 대상을 골고루 다 좋아 한다는 건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어떤 사람은 한식을 좋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양식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화려한 옷을 좋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단순하고 질박한 옷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도시생활을 좋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전원생활을 좋아하며 어떤 사람은 따뜻한 계통의 색을 좋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시원한 계통의 색을 좋아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각자 취향이 다르며 어느 누구도 그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특정한 대상만을 좋아하도록 강제할 수 없고 그럴 권리도 없다. 작가의 경우 오늘날 다양한 현대 미술의 경향중에 각각 나름대로 자신의 취향에 맞고 자신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양식을 선택해 그 안에서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몰두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감상자들은 각각 자신의 취향과 정서에 맞는 경향을 자유롭게 선택, 즐길 수 있는 문화적 풍토가 가장 바람직한 상태라고 할 것이다. /박동수 의왕미술협회장

노인은 지혜의 보물창고

우리 생활 속에 첨단 기기들이 신화처럼 쏟아지고 있다. 인간을 둘러싼 의식주의 혁명을 주도하는 새로운 제품의 수명은 하루가 멀게 짧아지고 있고, 이를 생산하는 지식의 수명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지식이 두배로 늘어나는 기간은 1년 반에서 2년 정도라고 하니 그만큼 정보의 양은 폭발적이다. 제품과 지식의 수명은 짧아지고 있지만 인간의 수명은 늘어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현상을 보이고 있다. 보건의료의 발달 등 장수 100세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고령화 사회, 정보화 사회라는 시대적 용어도 이제 낯설지 않다. 피터 드러커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변화의 특성을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인구감소와 고령화현상 등은 인간의 생활모습을 모두 바꿀 지진과도 같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현재 10명중 1명이 65세 고령인구이고 20여년 후인 오는 2030년에는 4명중 1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수도권 65세 고령인구 비율은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는 7% 수준이지만 이미 경남 남해군을 비롯한 35개 시·군·구는 20%를 초과해 초고령사회 인구구조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여 고령화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노인인구가 증가할수록 건강하고 생산적이며 성공적인 노년기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노년기 문제해결을 위한 해답은 그리 쉽지 않다. 이러한 미래의 변화 속에 ‘나’와 ‘우리’가 포함됐고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순리를 너무 쉽게 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고령화는 단순한 노인인구 증가는 물론 무력한 소수 약자에서 벗어나 정치적인 세력을 규합하고 사회 압력단체를 구성하고 실천하는 중요한 사회집단으로 노인 지위변화를 함축하고 있다. 지능이 감퇴하고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지며 신체적으로 약한 노인의 일반적 특성에 대한 몰입은 건강한 ‘나’의 잣대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노년기 중후한 작품의 세계를 완성하고 안정되고 세련된 인격을 발휘한 사건들이 인류의 역사 속에 밝게 빛나고 있다. 일상의 모든 소비패턴을 종합하는 홈쇼핑에서도 인생의 경험만은 판매할 수 없다. 노인은 우리가 체험하지 못한 시간을 담고 있는 지혜의 보물창고이기 때문이다. /김형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

흙 이야기

은밀한 또 하나의 세상, 흙은 무수한 생물들이 살아 숨쉬면서 씨앗을 싹틔우고 끊임없이 양분과 수분을 공급해 우리의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게 하는 생명의 터전이다. 흙을 한자로는 ‘土’라고 해 우주 만물을 형성한다는 다섯가지 기본 힘 가운데 하나로 분류해 왔다. 작물 생육이 가능한 1㎝ 정도의 흙이 만들어지는데 300여년이 걸린다. 실제로 작물이 자랄 수 있는 대부분의 토양은 몇천만년에 걸쳐 만들어진다. 풍화가 덜 된 미숙한 흙에선 생명을 기르는 힘이 없고 살아있는 흙에서만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며 잎과 줄기가 썩어 유기물이 되면서 부드럽고 거무스름한 흙으로 만들어진다. 흙은 모든 것들을 포용한다. 인간이 버린 각종 쓰레기나 폐수 등 오염물질들을 받아들이고 말없이 아파하면서 천천히 정화시킨다. 선조들은 뜨거운 물을 버릴 때 반드시 적당하게 식혀 버렸다. 이는 땅속 생명체에 대한 존엄과 배려의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흙은 어머니 가슴처럼 지렁이나 세균 등 무수한 생명체들이 서로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살아가게 하면서 모든 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에너지와 물질을 공급하며 생태계를 순환시킨다. 우리가 살아 숨쉴 수 있는 건 흙이 식물을 키워 산소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며 온갖 동물들이 내놓는 분뇨를 분해, 환경을 깨끗이 정화시켜준다. 이것은 바로 흙의 힘이다. 이처럼 소중한 흙이 근래 농약이나 비료, 각종 폐기물 등으로 크게 훼손되고 있으며 생태계 연결고리마저 파괴되고 있다. 흙이 자정능력을 상실하면 농업생산기반 전체가 영향받아 정상적인 농산물 생산이 어려워지고 피해는 당장 농업인들에게 돌아 오며 소비자들 역시 불이익을 받는다. 토양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이해하고 친환경 농자재 사용과 농약이나 비료 주는 것을 최소화하며 생활·산업폐기물 등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위해 흙도 사람처럼 매년 또는 2년에 한번은 건강검진을 받아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처방해야 한다. 이제 푸르렀던 여름도 지나고 얼마 전 가을의 길목에 들어서면서 흙살 한움큼을 손에 꼬옥 쥐며 떠올렸던 시 한구절을 소개해 본다. “죽어서 썩어지는 것은 내게 오라/잠든 것들은 모두 이듬해 연둣빛으로 움트게 하리니/그저 바람처럼 지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다시 사는 부활의 밭임을/들녘 출렁이며 매어달린 알알한 낟곡으로 보이리라//” /김경배 화성시농업기술센터 소장

21세기형 첨단도시 U-City

상·하수도와 전기, 가스 등 도시기반 시설을 갖추고 그 뒤에 도로와 건물을 올리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IT기반으로 한 방범, 방재, 교통, 구급 및 가정의 홈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함께 고려하는 차별화된 도시건설을 통해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접하고, 도시 관리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유사시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이른바 유비쿼터스 시티(U-City) 건설이 시작되고 있다. U-City란 IT인프라와 유비쿼터스 정보 서비스를 도시공간에 융합해 도시기능을 혁신적으로 제고, 시민들의 생활 편의 증대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대규모 IT수요 창출에 의해 산업이 활성화되는 21세기형 첨단도시를 의미한다. 지난 2004년부터 U-City건설 종합계획이 발표된 후 각 자치단체들마다 첨단의 유비쿼터스 기술을 적용한 도시 건설로 비즈니스 활성화와 함께 삶의 편리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환경이 완성되려면 홈네트워크와 모바일 네트워크 등 모든 일상을 다양한 기기로 연결시켜 언제 어디서나 각종 정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한다. IT기술 고도화와 통신망 광대역화, 컨버전스(융합)기술 발전, 휴대단말기 가격 하락 등은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를 완성시키는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U-City 건설은 다양한 산업과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KT와 같은 네트워크 전문업체와 유관기관 및 자치단체가 합심해 치밀한 종합추진전략을 통해 U-City의 참모습을 그려야 한다. 건설·통신·방송·IT서비스 등 여러 산업분야와 정부 부처, 자치단체 등이 서로 협동해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도시와 국가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U-City건설에 있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선결조건들도 있다. 도시건설이 5~7년 이상 걸리는 시점과의 갭을 얼마나 조화롭게 메우는가 문제와 다른 도시와의 호환성 문제, 인간소외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지역간 유대감 형성문제 등이 그것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가 정보통신분야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차세대 IT를 기반으로 한 U-City건설에 관심들이 많다. 이러한 때 정보통신강국 강점을 활용, 핵심역량을 신도시 건설에 집중해 도시의 새로운 가치창출을 통한 국가 경쟁력 향상과 경제부흥을 통해 국가 비전인 u-Korea 구현을 위해 다같이 동참해야 할 것이다. /송원중 KT수도권강남본부장

아파트 가격 논란에 부쳐

19세기 후반 영국 수상을 역임한 바 있는 디즈레일리는 영국수상으로서 의회에서 연설할 때 통계수치를 많이 인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통계수치를 인용하여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의 신뢰성을 높이려 했던 것이다. 그렇게 통계를 잘 이용하였던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냥 거짓말(lie)과 새빨간 거짓말(damned lie), 그리고 통계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통계라고 해서 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전 건설교통부는 2006년 1월에서 6월 사이 신고된 주택거래 실거래가격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표하였다. 그 결과 일부 아파트들의 경우, 여러 부동산 가격정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가격과 실거래가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아파트 가격 관련 정보 중 과연 어느 것을 믿어야 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아파트라는 상품은 여느 상품과는 달리 단기간에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품이 아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수의 아파트라고 해도 층수, 전망, 방향, 급매물 여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므로 일률적으로 표준화된 가격을 매기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같은 아파트 세대라고 해도 평가자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평가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러므로 아파트 가격 데이터를 구하려면 여러 복잡한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법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파트 가격 산정의 문제가 그다지 간단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파트 가격 논란이 생기기 전까지 언론, 정부, 학계, 시민 대다수는 부동산 가격정보 사이트가 제공하는 가격 데이터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오염된 원료로 만든 음식이 식중독을 일으키듯, 아무렇게나 얻어진 데이터는 신뢰성의 위기를 가져오는데도 말이다. 통계는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다.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맬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쪼록 이번 논란을 통해 우리 사회가 결과로서 얻어지는 통계 자체뿐 아니라 올바른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의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하게 되길 바란다. /박진우 통계대사·수원대 교수

‘된장녀’와 된장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시원하다. 영 떠나지 않을 것같던 무더위도 매미의 지친 울음소리에 묻혀 서서히 그 자리를 내놓고 있는듯 하다. 이번 여름은 큼직 큼직한 세상사의 열기까지 더해선지 유난히 더웠던 것 같다. 이처럼 더위에 지치고 세상에 지친 이 때 우리의 몸을 추스려줄 음식 하나를 소개해 볼까 한다. 얼마 전 인터넷 카페에서 시작된 ‘된장녀’ 논란이 ‘된장남’이나 ‘된장아줌마’ 등으로 확대돼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 논란 속에 뜬금 없이 연루된(?) 우리의 전통음식 ‘된장’이 바로 그 식품이다. 된장은 우리 고유의 전통 먹거리로 뛰어난 맛과 여러가지 효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유래는 ‘삼국지(三國志)’ ‘위지동이전’부터 고구려를 거쳐 고려시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기록된 메주 쑤는 방법에서도 찾을 수 있으며 오늘날 된장 제조법의 근간이 되고 있다. 종류도 청국장(전국장), 담뿍장, 빰장, 빠개장, 가루장, 보리장 등과 이외에 날메주를 가루로 빻아 소금물로 질척하게 익힌 막장까지 매우 다양하다. 된장은 단백질 함량이 38%로 매우 높고 아미노산 구성이 좋으며 소화율 또한 뛰어나다. 특히 쌀에서 부족하기 쉬운 필수아미노산인 리신(Lysine)은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들의 식생활 균형을 잡아준다. 콩의 지질이 발효되면서 유리된 필수 지방산인 리놀레산(Linoleic acid)은 항암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대한암예방협회의 암예방 15개 수칙중 된장국을 매일 먹으라는 항목이 들어 있을 정도다. 이외에도 고혈압 및 노화방지, 간기능 강화, 해독작용 등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장점을 가진 게 바로 우리의 전통식품인 된장이다. 이렇듯 우수한 효능을 갖고 있는 된장이 가뜩이나 인스탄트 식품에 밀려 힘겨운 상황에서 ‘된장녀’니 ‘된장남’이니 하며 좋지않은 이미지로 불려지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란 옛말이 있다. 이 말은 우리 장(醬)이 우리 민족 정서와 같이 넉넉하고 구수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좋은 이미지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김종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장

문화콘텐츠 시장 각축전

문화콘텐츠산업을 위해 21세기 세계가 뛰고 있다. 문화콘텐츠시장 최강국은 역시 미국이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콘텐츠 등을 보유한 거대 기업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구조로 무장해 저작권 보호정책 강화란 채찍과 각국과의 교류협력 활성화란 당근을 통해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세계를 날며 온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보름동안의 미주 출장을 통해 느낀 점은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이었다. 성장을 거듭하는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기업과 정부, 그리고 사회단체가 혼현일체가 돼 뛰고 나는 모습이었다. 이들이 바라보는 한국시장은 지정학적 위치만큼이나 중요해 기획력과 기술력, 유통능력 등을 지닌 일본과 거대한 시장을 지닌 중국 등을 감싸 안을 수 있는 매우 상징적인 위치에 놓여있다. 기업인, 교육기관, 컨퍼런스 관계자들과 50여회 미팅을 거듭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정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이들의 관심을 경기도로 돌려 교류협력사업을 강화하고 이들이 경기도에 법인을 설립, 콘텐츠 제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경기도만의 것이 아니어서, 예를 들어 세계 최대의 디지털콘텐츠축제인 시그라프(Siggraph)의 아시아 컨퍼런스 유치를 위해 서울이나 부산 등 지방자체단체 4~5곳이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여러 미국 기업들도 경기도로의 진출에 구체적인 관심을 보이며 포화상태인 자국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시아 정보, 특히 한반도의 정보에 귀를 기울였다. 다행인 것은 경기도의 지리적 위치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우월, 미국 기업 10여곳이 경기도에 한국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에 매력을 느끼고 애니메이션 기업 S사와 게임기업 K사 등 기업 4~5곳은 매우 적극적으로 논의를 진전시켰다는 점이다. 보스턴에서 만난 프랑스 애니메이션 교육기관 수핀포컴(Supinfocum)과의 공동사업 합의도 괄목할만한 성과였지만, 최대의 열매는 미국 기업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경기도의 강점을 확인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의 경기도 진출과 투자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는 물론 국내 콘텐츠업계 의욕 고취 등을 통해 국내 시장 활성화를 몰고 올 게 분명했다. 이제 우리는 걸음마를 막 시작한 단계이지만 정책 제시와 투자를 지속화한다면 경기도의 문화콘텐츠산업이 세계시장을 누비며 나는 모습을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김병헌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여성 우월시대

남녀차별은 옛날 말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68년 민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여성에게 재산소유권이 없었다. 불과 40년새 괄목할만한 여권 신장을 이룩한 것이다. 남녀에 대해 공히 교육기회가 제공되면서 여성 능력이 서서히 입증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나 중·고교는 물론 대학 졸업식장에서 최우수 졸업생은 거의 여학생이 차지하고 있다. 반장·과대표·총학생회장까지 여학생이 보편화되고 있다. 남학생만 입학이 가능한줄 알았던 사관학교에 여학생이 동등한 조건으로 입학, 동일한 훈련과 교육 등을 받고 최우수상을 받는 장면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사법연수원 졸업생부터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용접공까지 여성 파워는 가공할만 하다. 몇년 전 DJ정부시절 외국에 파견되는 고급 공무원들이 모두 남성 일색이어서 국제사회에서 지적받은 후 모든 공직에 여성을 30%까지 확보하라는 지시가 내려질 정도였다. 국회의원 공천도 여성 30% 우대란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놀라운 건 공부만이 아니다. 스포츠는 단연 여성파워가 남성을 앞선다. 그것도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송구·빙상·농구·탁구는 물론이고 골프도 미국무대에서 한국 여성들이 판을 치고 있다. 한국 여성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일까. 교육계에 30여년동안 재직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 본다. 첫째, 세포형태학적으로 사람의 염색체수 46개중 2개가 남녀에 따라 각각 틀려 남성은 XY, 여성은 XX이고 체력은 남성에 비해 80%밖에 되지 않지만 지능지수는 뒤지지 않는다. 둘째, 여성은 남성보다 세심하며 꼼꼼한 편이어서 체력보다 지력을 요하는 업무에 적합하다. 셋째, 남성에 비해 성품이 온화해 다툼이 적고 책임감과 준법성이 강하다. 넷째, 키 작은 사람이 키 큰 사람에 비해 지지 않듯 여성도 남성에게 뒤지지 않는다. 다섯째, 건강에 해로운 음주 흡연이 남성에 비해 적고 스트레스나 요절 확률이 적다. 교육계·정계·산업계 할 것 없이 한국 여성의 우월성이 돋보이는 시대가 된 것 같다. 한국의 여성 대통령은 언제쯤 나올지 궁금하다. /김경수 경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IMF한파와 로빈후드 효과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먼저 나라 곳간이 채워지고 넘쳐나야 한다. 배를 굶주리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미국·일본이 떵떵거리고 잘나가고 있는 게 부럽지도 않은가. 중국은 오히려 잘나가는데도 긴축을 외치고 있다. 우리 경제를 보자. IMF때보다 더 문제다. IMF때는 멋도 모르고 당했다. 있는 돈 그냥 까먹었다. 많은 국민들이 지금은 어떤가. IMF이후 10년 가까운 세월을 대출, 근저당 설정 등 빚으로 사는 인생이 아닌가. 지금은 빚 위에 빚을 질 판이다. 총체적인 경제위기 상황을 타개할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누구는 “내가 못한 게 뭐가 있느냐”고 이야기했다. 인간은 잘해도 못했다고 해야 인격이 서는 것 아닌가? 참여정부는 분배와 평등 그리고 균형발전이란 허울 좋은 명분 속에 우리의 발전 역량을 갉아먹고 있다. 피폐한 서민경제와 IMF때보다 더 악화된 경기, 통계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높은 실업률, 도심지의 높은 공실률, 생산과 전혀 무관한 도심의 도박장들, 악화된 투자심리와 저조한 투자율 등 깜깜하다. ‘로빈후드 효과’란 말이 있다. 로빈후드는 숲에 살면서 부자들로부터 물건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준다. 하지만 로빈후드를 피해 부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 그러자 부자들이 떠난 지역은 가난한 사람들만 남아 그 지역은 더 가난해진다는 얘기다. 현 정부가 하는 일이 꼭 로빈후드와 비슷하다. 나라를 하향평준화의 수렁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몰고 있는 것같다. 강남을 때려잡겠다는 발상이 한 예이다. 돈 많이 벌어 더 좋은 곳에서 살고 싶은 게 인간의 욕망이다. 이러한 욕망은 건강할뿐만 아니라 권장돼야 한다. 새로 조성될 판교신도시에 일정 부분 임대아파트를 짓는다고 한다. 이는 잘못이다. 인간은 더 좋은 곳에서, 더 좋은 집에서 살려는 바람이 있다. 사람들이 더 좋은 집으로 한단계씩 올라가면서 밑에 있는 저품질 아파트가 비워지고 저소득자를 위한 주택이 자연스럽게 공급된다. 현 정부는 잘한 게 별로 없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이 잘살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세계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나라가 잘살기 위해선 지금의 방식을 180도 바꾸면 된다. /장현성 우리투자증권 북수원지점장

스포츠관광의 효과

스포츠관광의 역사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스포츠관광은 현대에 이르러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했지만 활동범위는 결코 최근에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스포츠관광이란 용어 등장 이전부터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관광이나 스포츠를 관람하기 위한 관광, 스포츠관광대상을 찾아가는 관광 등이 상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스포츠관광에 대한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포츠관광과 관련된 공급측면 대응이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이를테면, 스포츠 관광 상품 개발, 스포츠 활동공간이나 시설마련, 각종 스포츠용품의 다양화, 스포츠관광전문여행사 설립, 각종관광이용시설 설치 등 스포츠관광에 직·간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적인 스포츠관광산업이 등장, 운영돼야 향후 스포츠관광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관광이 활성화되고 성장하면 여러 측면에서 대응하게 되고 다양한 파급효과가 나타난다. 경제·사회·문화·정치·환경적 효과 등이 그것이다. 스포츠관광이 활발해지면 직접적으로 사업에 대한 투자와 유치가 필요해지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경제적인 효과는 다양하다. 스포츠관광객의 소비활동에 따른 소비파급 효과, 스포츠관광 관련 산업의 발전효과와 고용효과, 그리고 지역민의 소득효과 등이 그것으로 이는 분명 경제 활성화나 발전을 도모하는 효과가 될 것이다. 스포츠관광은 다양한 여가활동의 기회제공, 문화교류를 통한 지역민과 스포츠관광객간의 이해증진, 지역문화의 정체성·자긍심 고취, 지역문화에 대한 인식전환, 지역민의 참여의욕이나 결속력 강화 등을 가져올 수 있다. 긍정과 부정이 혼재할 수 있는 효과이나 지역간이나 국가간, 또는 이념이나 정책간 상이성을 완화해주거나 해소시키는데 가교역할을 해 이해 증진을 도모할 수도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의 개최지로 확정되면 스포츠 관련 시설이나 장소 등의 개발사업과 주변 환경조성사업이 이뤄지는데 오늘날은 환경파괴보다는 자연 환경친화적 배려돼 진행되므로 아름다운 환경지로 새로이 태어난다. 스포츠관광은 스포츠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신체·정신적 만족을 추구할 수 있는 관광행위이므로 무엇보다도 스포츠관광객의 욕구충족과 항상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이에 대한 공급측면의 대응이 필요한데 긍정적 차원의 파급효과를 기대하게 해야 할 것이다. /곽한병 경기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불륜과 로맨스의 차이

흔히 불륜이란 인간의 도리가 아닌 것을 뜻한다. 즉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짓이다. 그러나 ‘로맨스’하면 서정성 있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떠올린다. 같은 상황에서도 혹자는 불륜으로, 또 다른 이는 로맨스라는 상반된 해석을 낳기도 한다. 법적 기준이나 도덕성 등에 초점을 맞추면 불륜이겠지만 진정성에 초점을 맞추면 로맨스가 된다. 얼마 전 이와 매우 흡사한 일이 일어났다. 수해 당시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났던 국회의원들의 문제를 처리하는 열린우리당의 모습이 그것이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홍문종 전 의원이 수해 당시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친 게 문제가 돼 한나라당으로부터 제명조치를 당하자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호우경보가 내려진 수해기간동안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자당 국회의원들에 대해선 경고라는 솜방망이 수준의 징계를 결정하고 자발적인 당직 사퇴를 권고했다. 열린우리당이 밝힌 이유는 여행을 떠난 시점에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수해상황이 아니었고 여행에 참가한 의원들이 여행경비를 개인적으로 부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회 건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호웅 의원을 포함한 열리우리당 의원들이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 지난 달 12일은 이미 전국적으로 물난리를 겪은 시점이며 당일 기상청은 호우경보를 발령했다. 이들의 지역구인 인천에서도 수해가 발생했다. 열린우리당 윤리위는 여행경비를 의원 개인이 부담했다고 밝혔으나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현지에서의 골프비용을 포함한 유흥경비는 누가 부담했는지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보좌관 경비를 부담한 지역 건축업계 관계자와 국회 건교위원장을 포함한 의원 일행과 떠난 여행은 휴가를 겸한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사무국 유치를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열린우리당 윤리위원회의 발표내용은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정치사는 그동안 정책과 신의를 기반으로 지지를 획득하기 보다는 상대 정당의 실책에 따른 자살골의 효과로 생명을 연장해 왔다. 차떼기나 탄핵주도라는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로 집권에 성공한 열린우리당 역사가 이를 잘 입증한다. 그런데도 이를 교훈 삼기보다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의 열린우리당의 조사결과 발표 내용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발표내용을 접하며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을 떠올리고 있음을 열린우리당은 알고 있는지…. /장금석 인천연대 사무처장

궁리(窮理)의 철학

연구원장으로 재직하시다 지금은 퇴임하셨지만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며 30여년 이상을 경기도에 애정과 관심을 쏟아 부었던 모(某)씨의 ‘궁리(窮理)의 철학’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본다. 그 분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현대사회는 비록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들을 토대로 의문을 갖고 골똘히 생각하고 궁리하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하다보면 남들보다 한발 앞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문제 해결과정에서의 시행착오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당장 시급한 문제에 정력을 쏟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why)’ 그러한 문제가 발생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돼 갈 것인가 등 보다 거시적 차원에서 처방을 고민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하셨다. 천재들은 풍부하게 사고하기 때문에 창조한다. 생각을 풍부하게 한다는 건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수많은 생각과 9천번 이상 실험했으며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에 관한 논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많은 생각을 정리한 논문 248편도 발표했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안에서 왕관이 순금으로 제작됐는지를 생각하다 부력(浮力)을 발견한 기쁨에 벌거벗은 채로 뛰쳐나와 “유레카(그리스어로 ‘발견했다’란 의미)”라고 외쳤다는 일화는 생각과 궁리의 과정에서 얻어낸 환호의 결정체로 여겨질만하다. 행정철학자들은 미래의 지방정부가 갖춰야 할 첫번째 조건으로 조직의 추구하는 이상과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궁리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패러다임 등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는 지방정부가 필요로 하는 정책 아젠다(Agenda)가 무엇인가 밝혀내기 위해선 과거의 선험적 지식과 함께 현재 제기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미래의 흐름과 기조를 탐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계획된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전략(Strategy)과 전술(Tactics) 등을 구사하기 위해선 현재 처한 좌표와 위상에 대해 냉정한 자기 성찰과 미래에 대한 예견력을 갖춰는 게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생각하고 궁리하는 철학의 의미가 다시한번 생각나는 대목이다. /신원득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달동네 사람들의 무더운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려 밤이면 잠을 설치고 한창 휴가철이어서 해수욕장이나 계곡 등지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시원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나서는 이 무더운 여름 다섯평 미만의 창문도 없는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달동네 사람들의 애환을 잠시 떠올려 마음이나마 함께 나눌까 한다. 물질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의 삶은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확연히 차이가 드러난다. 돈이 전부인 물질만능시대가 되면서 일단 어디를 가려면 돈이 없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지금 그들이 사는 삶은 놀러는 커녕 하루라도 먹고 사는 일이 더 급하고 대부분 고령의 노인집단들이어서 몸도 마음도 불편해 하루 한두 끼니도 간신히 먹고 사는 처지가 돼 남들이 좋아하는 피서나 여행은 꿈조차 꿀 수 없다. 그야말로 먹고 사는 기초생활도 어려운 생활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 보아야 할까. 가끔씩 TV를 시청하다 동정하는 마음이나 잠시 갖다 다시 잊어버리고…. 물론 개인의 가난은 임금도 구제해주지 못한다는 옛말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도 무정한 세상이 아니던가. 요즘처럼 더운 날씨엔 하루 종일 물가에만 있어도 힘든데 어떻게 그런 비좁은 방에서 사는지 마음 한켠이 무겁고 안타깝다. 자본주의 국가에선 개인 능력에 따라 경제권이 평가되긴 하지만 지금도 잘 사는 사람들은 돈 씀씀이가 호화 그 자체다. 주변에서도 사업이 번창해 돈을 잘 번다든지 부모 유산으로 어려움 없이 잘 사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그런데 과연 어렵지 않게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들의 답답한 심정을 헤아리기나 할까. 재난사고가 일어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성금을 내느라 무척 애를 쓴다.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모금하는 방법이 아니고는 개인과 가족단위 결연을 통한 인연을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1년에 한번만이라도 직접 찾거나, 야외의 피서지로 함께 나가 가족처럼 즐겁게 놀다 올 수도 있을 법 한데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쉽게 말한다고 반문하겠지만 어떤 일이든 이름 붙이기 나름이다. 물론 본인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잘 사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며 그들의 성실한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가진 것 중 조금이라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더운 여름 목이 말라 갈증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팥빙수는 아니더라도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개라도 사준다면 더욱 뜻깊게 여름을 날 수 있지 않을까. /송정래 자유기고가

‘스페이스 코리아’를 위한 힘찬 전진

지금 이 시간에도 보이지 않는 우주공간에선 세계 각국들간 영토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위성사업은 위성방송서비스, CATV 중계, 비상재해 통신 등 첨단 위성통신이나 방송서비스 등을 제공해 뉴미디어시대를 열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축구경기를 안방에서 볼 수 있고 깨끗한 음질의 전화 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건 방송·통신위성 덕분이며 최근에는 위성을 이용한 원격진료나 화상회의 등 새로운 이용분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SF영화의 전유물인양 멀게만 느껴지는 우주공간을 활용한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파고 들어와 있으며 앞으로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세계 각국에선 위성과 관련된 첨단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 등을 도모하고 위성궤도 및 주파수 자원 등을 조기에 확보,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래지향형 첨단 기술인 우주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들의 위성사업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연평균 13%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매년 1천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국내 역시 지난 92~93년 발사된 우리별 1~2호를 시작으로 연구개발위주의 우주개발에 착수했으며 지난 95년 KT의 무궁화위성 1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업용 통신방송위성시대가 개막됐다. KT의 무궁화위성 1호 발사로 시작된 국내 위성시대는 올해로 11년이 흘렀으며 무궁화위성 1~3호의 성공적 발사로 위성통신방송의 첨단 서비스를 통해 도서와 오지 난시청 해소 등 디지털방송시대를 맞게 됐다. 오는 20일 발사될 통신위성인 무궁화위성 5호는 지난 96년 발사된 무궁화위성 2호의 임무를 대체하고 새로운 위성통신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민·군이 공동 추진해온 프로젝트로 KT는 상용 통신중계기, 군은 군용 통신중계기 등을 각각 탑재하고 있다. 기존의 무궁화2호 위성보다 통신용량이 2배가 넘고 주파수 출력도 큰 무궁화 위성 5호를 통해 저렴한 위성망을 구축할 수 있어 국내로 한정됐던 위성서비스 영역을 일본과 중국, 대만, 필리핀 등지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산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통신방송용 위성은 유한한 우주자원인 주파수 및 궤도 선점과 함께 선진 위성운용의 노하우와 기술개발 그리고 새로운 위성서비스 시장창출이 선결과제이다. 무궁화위성사업은 위성사업의 불모지였던 한국을 선진 위성기술입국으로 발돋움시켰고 이 땅에 첨단 위성서비스를 선보여 IT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하게 됐다. 무궁화위성 5호의 성공적인 발사로 ‘스페이스 코리아’를 위한 힘찬 전진을 기대해 본다. /송원중 KT수도권강남본부장

통계는 인프라다

기상학은 “사고를 쳐야 발전한다”는 말이 있다. 평소 과학적인 일기예보 시스템 구축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태풍이나 홍수 등에 대한 예보가 결정적으로 틀려 많은 피해를 입었을 때 비로소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우는 등 부심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통계학은 기상학과 매우 닮았다. 기상예보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통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날이 갈수록 각 분야에서 통계의 유용성을 깨달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이해가 서로 상충하는 오늘날 각 분야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통계가 필수적이다. 국제적인 협상에서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도 현란한 말재주가 아니라 통계란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게 필요한 시대가 됐다. 그런데 인구수, 실업률, TV시청률, 주택가격 등 다양한 통계들을 평소 유용하게 사용하지만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값을 지불하려 하진 않는다. 평소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생기면 통계를 찾는 경향들도 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주택과 관련된 통계에 전혀 관심이 없다 집값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 관련 통계를 요구한다. 그러다 보면 믿을 수 없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한 수상한 불량 통계가 만들어지고 이에 의해 정책이 만들어지는 한심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통계는 소프트한 사회적인 인프라이다. 합리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통계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걸맞도록 효과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통계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는 무관심한 채 입맛에 맞는 통계만 요구하는 건 그야말로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식이다. 오늘날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처럼 의사결정권자 몇 사람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합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이런 때일수록 튼실한 통계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 /박진우 통계대사·수원대 교수

문화콘텐츠 특화 클러스터 구축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프랑스 남부 깐느는 인구 7만명의 휴양지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알고 있는 깐느는 세계3대 영화제 중 하나인 깐느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이다. 매년 4~5월 열리는 깐느영화제 참석을 위해 세계 유명 스타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우리는 언론매체를 통해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들의 모습을 접한다. 반세기 이상 지속된 영화제 하나가 세계인의 마음 속에 영화와 스타의 도시 깐느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영화제라는 문화행사와 이를 통해 나날이 발전하는 관광산업이 이 도시를 먹여 살리는 핵심산업임은 물론이다. 도시가 어떤 캐릭터로 자리를 매김하느냐에 따라 도시 가치가 상승하기도 하고 반대로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되기도 한다. 문화콘텐츠산업도 마찬가지이다. 국내에서 만화나 애니메이션하면 떠오르는 곳은 부천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기업들이 서울에 집중됐지만 지난 20여년동안 만화와 애니메이션 중심지, 보다 문화의 도시 부천을 부각시켜 온 결과 만화나 애니메이션 하면 부천이 떠오를 정도의 기본토대가 다져진 상태다. 이를 위해 만화와 애니메이션 육성기관을 설립, 관련 산업 육성에 힘썼고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거나 유치하는 등 사업들을 펼쳐왔다. 산업적 성과를 과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러한 이미지를 체계적으로 강화시켜 나간다면 국내는 물론 세계 만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다른 지역들도 문화콘텐츠 특화클러스터로 자리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주요 시·군이 엄밀한 검토 없이 유사한 사업에 중복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상단지나 드라마 세트장 건설에 나서지 않는 지역이 없을 정도이다. 각 지역 특성과 기본 인프라를 적절히 활용하는 사업계획이 필요할텐데, 이에 대한 기초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까닭이다. 예컨대 분당의 경우 게임클러스터로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풍부한 게임 관련 인력 거주, IT기업이 밀집한 서울 강남과 근접한 지리적 조건 등이 분당의 강점이며 실제로 다수의 게임 관련 기업들이 분당으로 이전했다. 이러한 경우 정책적 차원에서 게임 클러스터 육성전략을 펼치기만 한다면 산업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토대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문화콘텐츠 특화 클러스터 구축을 통한 지역정체성 확립과 지역경제 활성화란 쉽지 않은 목표를 이왕 달성하려고 한다면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 /김병헌 경기디지털콘텐츠 진흥원장

환경교육의 장, 자연생태체험

환경교육이란 개념은 폭이 넓다. 환경과 교육이라고 하는 경계선이 불분명하지만 어디까지나 2개의 분야를 합친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환경교육의 분야를 생각해 보면 자연계, 생활계, 지구계가 있으며, 담당분야의 주체로서는 학교, 지역, NGO, 언론, 기업, 행정 등이 있다. 또 환경교육의 개념도 시대와 함께 변화하여 21세기에 들어서고 부터는 환경교육이라는 말 대신에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교육이라고 말하여지고 있다. 더욱이 환경교육은 결과가 보여지기 어렵기 때문에 그 투자효과가 별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기아나 전염병, 전쟁, 사건, 사고 등에 비하면 긴급성이 없고 예산이 다음 순위로 밀리기 쉽다. 누군가가 노력하지 않으면 방치되어 버리고 마는 일이 많은 분야인 것이다. 그러한 사정을 염두에 두고서 환경교육에서 적은 투자로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자연체험의 중요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다. 자연체험활동은 환경교육의 기초가 되며 출발점이라 말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자연체험활동은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 특히 아이들이 자연과 동떨어져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근래에 여름휴가철을 맞아 피서지에서의 생생한 하천생태체험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제주 서귀포 강정천 인근의 모 리조트에서 실시하는 자연생태 프로그램인데, 아이들에게 부모와 함께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즐길 수 있도록 자연해설가의 진행이 곁들여지고 있었다. 하천은 때로 위험한 면도 있지만 자연의 유기적인 흐름을 볼 수 있으며, 살아있는 생물이 풍부하고, 무리가 협력하여 자연현상에 대처하는 사례가 많은 등 환경교육에는 최적의 장소이라는 것은 틀림이 없어 보였다. 위의 사례를 발전적으로 민·관이 협력해 아이들을 위한 자연체험활동프로그램의 제도를 잘 정비하여 안전면의 확보와 즐거운 프로그램의 개발을 발굴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21세기의 큰 문제의 하나인 환경문제를 개선해 가기 위해서 환경교육은 불가피하며 그 근간을 이루는 자연체험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자기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인식하기 위해서도 자연속으로 밀치고 들어가 일상의 자신을 돌아보고 고칠 점을 찾아 보아야 할 것이다. 어른도 아이들도 자연체험을 통하여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하여 확실한 시대의식을 가지고 살아 가보자. /김종찬 道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장

왜 하필 된장이야?

“아침에 일어나 밥은 먹지 않아도 비싼 샴푸로 머리 감고 진하게 화장하고 가짜일망정 명품 브랜드 핸드백을 들고 밥값보다 비싼 유명 외국 브랜드 커피를 마시고….” 젊은 여대생 일상을 희화화했던 ‘된장녀’ 논쟁에 우리 전통 장의 대명사격인 된장이 치명상을 입고 있다. 때 아닌 ‘된장녀’ 논쟁은 우리 사회 문화적인 비틀림 현상을 넘어서 급기야 된장공장 사장의 항의성 푸념까지 터져 나오게 한다. “우리 된장이 어째서, 왜 하필 된장이야?”라고 말이다. ‘된장녀’라는 표현이 마초이즘(Machoism:남성우월주의)의 표출이라거나 성차별적인 표현이란 페미니즘적인 논평이 보인다. 일부 여성에 국한된 현상을 여성 전반의 보편적인 의식으로 확대 해석, 여성들을 폄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논쟁은 궁지에 몰린 남자들의 ‘희생양 찾기’이고 성대결을 부추기는 치졸한 행위라며 ‘된장남’이나 ‘고추장남’ 등으로 반격한다. 사실 네티즌 전선은 이미 치열한 성대결로 확전되고 있다. 우리 사회 허영과 무분별한 트렌드의식 반영이란 냉정해 보이는 문화사회학적인 진단도 보인다. 논쟁이 멈추지 않고 확대되는 건 이 현상에 대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이는 엄연한 문화현상이라는 것이다. 뉴욕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면서 뉴요커를 흉내 내는 한심한 문화사대주의자들이라는 식의 비판이다. 그러나 정작 이 치열하고 현란한 문화비평 속에서 새우등 터진 격으로 한없이 추락해버린 우리 문화 ‘된장’에 대한 변호는 보이지 않는다. 된장이 최고의 항암효과를 지녔다거나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식품이라는 등의 과학적인 논증은 지금의 문화적 논쟁에 어울리지 않는 엇박자일 것 같아 논외로 해야 할 듯하다. 하지만 ‘된장’은 혐오스러운 것이란 함의를 지닌 언어적인 표현방식은 분명히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기비하의식이 적잖게 담겨 있는 게 분명하다. 한 된장공장 사장은 최근에야 겨우 우리 전통음식에 대한 이해와 선호가 높아지고 있던 상황에서 ‘된장’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 이미지를 추락시켰다고 푸념한다. 애써 우리 전통식품 우수성을 개발, 보존하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지켜보겠다는 된장공장 사장의 소박한 신념을 굳이 ‘된장녀’ 논란에 결부시키는 건 지나친 논리비약이고 수구적 문화의식인가? 도대체 된장이 어쨌기에…. /이정진 오산대 이벤트연출과 교수

회계의 투명성

회계를 기업경영의 언어라고 한다. 회계는 기업의 재무적인 성격을 갖는 거래를 화폐라는 수단을 동원, 일정한 시점의 재무상태를 표시하며 일정한 기간의 경영성과를 수치로 나타낸다. 외부 이해관계자 집단들은 이러한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등을 투자정보로 활용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만드는 이같은 회계정보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그래서 공인된 자격으로 회계사들이 재무제표의 적정여부를 감사하고 판정하도록 제도화돼 있다. 그러나 제도는 잘 정비됐지만 실행상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기업 오너의 비자금 조성, 전문 경영인의 영업실적 과대 표시의욕, 회계 담당자의 부정이나 오류 발생, 세무조정상 문제 등 분식회계 의혹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기업투명성 제고는 정보불균형현상 제거나 최소화이다.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시, 회사가 제값을 받기 위한 유인책을 쓸 수도 있지만 이같은 자발적인 정보공시를 통한 이해관계자 보호에는 한계가 있다.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해 각종 회계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회계기준 제정기구 독립성, 회계기준 국제적 정합성, 분식회계 방지, 기업지배구조 개선, 내부통제제도 개선, 회계감사인 독립성, 감독기관에 의한 감시 및 감독기능 선진화, 외부주주 권익확보를 위한 법적 제도 마련 등이 그것이다. 회계정보 제공자인 회사 입장에서도 몇가지 측면에서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도입이 강화되고 있다. 이중 하나는 사외이사제도 및 감사위원회 도입을 포함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다. 일부 회사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선 지배구조 개선이 필수라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 제도 도입에 적극적인데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회사들은 사외이사 도입 및 감사위원회 설치를 못마땅하게 생각, 소극적이거나 회사의 바람막이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경영진에 의한 재무제표 인증과 집단소송제도 등도 투명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재무제표 인증은 경영자도 믿지 못하는 재무제표를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제공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집단소송제도는 상당한 부작용을 수반하는 제도로 소송꾼들에 의해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건 공인회계사는 기업들이 작성한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 이해관계자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감시감독기능을 담당하기 보다는 분식회계를 조장하는 부도덕행위를 자행하는데 있다. 회계감사인 선임, 감사업무와 비감사업무 분리, 회계감사인 감사 부실에 대한 법적인 책임 등이 강화돼야 한다. /김경수 경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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