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이 섞여 찾아오는 환절기이다. 단풍이 물든 오솔길처럼 가을은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는 계절이다. 생애동안 우리 인생은 사춘기, 갱년기, 노년기라는 인생주기의 정서적 위기를 경험한다. 청년기 위기는 소망에 대한 좌절로 고민하고 중년기 위기는 자아실현 목표 달성에 대한 성공과 실패라는 회한이며 노년기는 상실에 대한 절망감에서 온다. 어느 인생의 단계보다도 무거운 심리적 저항으로 나타난다. 인생을 계절에 비유하면 가을은 지난 시간을 회상하고 미래 노년의 지표를 설정하는 새로운 전환점에 선 중년이다. 중년은 그래서 제2의 사춘기와 같은 위기의 단계여서 ‘사추기’라고도 부른다. 중년기는 가정적으로 안정을 찾고 사회적으로 중추를 이루는 시기인 반면, 오감의 쇠퇴를 피부로 느끼는 신체적 노화의 격변기이며 퇴직이란 사회적 역할을 상실하는 방황과 감정의 격랑기인만큼 인생의 상처와 우울증에 자기극복으로 대응한다. 갱년기를 폐경기와 동일시하는 측면에서 가을은 40~50대 계절 감각으로 비유된다. 그러나 위기는 전환점이고 위험과 기회이며 불안정한 시기이지만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영화감상치료법이 중시되고 있다. 가을이 되면,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는 영화 ‘듀엣 포 원’의 주인공인 파란만장한 여인 스테파니 앤더슨이 생각난다. 가을의 기온과도 같은 알코올 도수 13도의 장밋빛 칵테일을 상징하는 ‘아메리칸 뷰티’에서 중년의 위기를 맞은 가장 레스터 번햄은 “나는 42세, 이제 1년 안에 죽을 것이다. 물론 아직은 모른다. 어찌 보면 나는 이미 죽은 것이다”란 독백과 “당신은 나를 기억 못하겠지요, 나도 나를 기억할 수 없으니”란 좌절과 분노를 떠올린다. 이외에도 ‘박하사탕’, ‘쉘 위 댄스’, ‘브리지 부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길’이나 ‘역마차’, ‘13층’ 등은 삶의 고뇌와 인생의 가치를 알려준다. 계절병과 같은 우울증이라면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따뜻한 인간의 정이 묻어나는 ‘일 포스티노’와 박진감 넘치는 007 시리즈를 권하고 싶다. 중년으로 노년이 들려주는 지혜를 살피고 싶다면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나 ‘파인딩 포레스트’, ‘드라이빙 미스데이지’, ‘황금 연못’ 등의 영화 감상으로 가을의 정취를 나눌만하다. /김형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 교육학 박사
오피니언
김형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 교육학 박사
2006-11-1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