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모아 시민불복종을 조직하자

장금석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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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폭력테러가 테러의 망령을 되살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정책선거를 염원하던 온 국민의 바람이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 제기와 비방선거 등으로 또 다시 얼룩져 가고 있다. 정치테러문제는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해방정국에서 자행된 각종 우익테러의 실상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고 김구·여운형·장준하선생 등 우리역사의 거목들은 정치테러로 쓰러져 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외국에서 납치돼 정치테러로 목숨을 잃을뻔했고, 87년 4월 발생한 일명 ‘용팔이 사건’은 아직도 우리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폭력테러는 대단히 서글픈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점의 의혹도 남김없이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며 검찰과 경찰로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했다. 합동수사본부는 이번 사건이 정치적 배후와는 아무런 연관 없는 개인 범행이란 소견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재차 특검을 요구하며 정치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폭력은 결코 미화될 수 없는 범죄이다. 그러나 이처럼 개인적 범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다. 인천 연수구 한나라당 기초의원으로 출마한 모 후보자는 명함을 돌리며 “칼 맞은 한나라당입니다”라며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고 한다.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박근혜 대표님 고맙습니다”란 말의 참 뜻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다. 또 다른 우려의 한가지는 폭력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여론몰이다. 며칠 전 이라크 하디타에서 미 해병대원들이 동료의 사망에 대한 보복으로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 24명을 학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조차 “실패와 실수가 있었다”는 이라크전쟁에서 미군 폭력에 맞선 이라크 민중의 저항은 어찌 보면 당연한 폭력이다. 피해자 입장에서 자신과 집단을 지키고자 행사하는 폭력은 테러가 아닌 저항이다.

오늘은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선거는 축제의 장이며 민주주의의 꽃이다. 우리가 명심할 건 선거는 포지티브(Positive)하기만 한 게 아니라 네거티브(Negative) 하기도 하다는 점이다. 현실정치에 대한 혐오감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건 안하무인(眼下無人)의 폭력적 정치에 대한 침묵이며 순응이다. 이때문에 우리는 투표를 통해 저항해야 한다. 테러와 다른 저항을 조직하고 폭력이 아닌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판 시민불복종(Civil Disobedience)이 아닐까 싶다.

/장금석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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