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춘 교육감 취임 1년 즈음하여

다음달 6일은 김진춘 경기도교육감이 취임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희망 경기교육’의 슬로건과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글로벌 인재 육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후 이 목표 달성을 위해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이 결과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변화와 성취를 이뤘다. 지난해 11월3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재임중 추진할 경기교육 발전계획 ‘희망 경기교육 21’을 공표했다. 100대 과제중에는 학교교육의 다양화·특성화, 수업우수교사제 도입, 학력관리 전담팀 운영, 주요보직 및 전문 보직 공모제 실시, 교원자기혁신제안제 시행, 교육여건 개선방안 등이 포함됐으며 꿈을 키우는 인재육성, 신바람 나는 교육풍토 조성, 감동을 주는 교육행정 실현 등 3대 영역에서 여러 과제들이 선정됐다. 선정된 과제들은 로드맵에 따라 착실히 추진되고 있으며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경기도는 8대 권역별 특성에 따라 특목고·특성화고 벨트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올해 특목고는 과학·외국어·예술·국제·체육계열 등 5개 영역에 18곳을 운영하고 특성화고는 애니메이션, 도예, IT, 조리, 관광, 새터민 자녀 학교 등 9곳을 운영하고 있다. 각 교과별 소질과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위해 교과특성화학교들도 운영하고 있다. 이 결과 지난해부터는 서울지역 학생들까지 도내 학교들을 지원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지난해말에는 교육인적자원부 주관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교 공모에서 경기도가 전국 최다 입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수리고교 김연아 학생이 세계 주니어 피겨스케이팅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을 토대로 하고 있다. 올해초에는 교육감이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해 교사·학생 상호교류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애들레이드 대학과의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우수 원어민 교사 확보를 위한 좋은 발판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e-러닝 박람회 개최, 지방자치단체와의 교육협력사업 확대, 열악한 농어촌소규모 학교 육성, 교육복지 취약지역 및 소외계층 지원확대 등 주요 사업들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3S운동과 친절문화운동 등으로 모두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교육감의 ‘희망 경기교육’ 출범 1주년에 즈음해 경기교육가족 모두가 ‘희망 경기교육’ 실현을 위한 감동적 노력을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임 영 순 경기도교육청 교육정책과장

아름다운 농촌 조성을 위한 제언

우리가 여행길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면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주위의 풍경이 주는 감동 때문일 것이다. 그 풍경은 짙푸른 산, 바다, 집과 들, 이런 것들이 잘 어우러져 있을 때인데 그것이 이국적인 느낌이 들 때의 경우도 있고, 정반대로 우리가 먼 옛날 경험했던 시골스런 풍경을 만나게 될 경우 경관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려니와 그 풍경은 단번에 우리를 냇가에서 물장구치고 고기 잡던 때로, 매미잡고 콩서리하던 때로 안내해 우리 마음을 단번에 동심으로 돌려 급기야는 그때 같이 놀던 동무가 그리워지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이같은 추억의 장소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요즈음 농업인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있는 분야가 친환경 농업이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친환경농업을 주요 정책으로 도입, 추진하고 있는데 필자는 친환경농업을 농촌의 주요 자원인 농촌의 경관과 연계해 옛농촌모습 가꾸기사업으로 전환한다면 바쁘게 살아가므로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자연을 통한 전인적 치유의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믿는다. 이같은 계획하에 지난해부터 1천㏊ 규모의 친환경종합단지를 매년 2곳씩 선정, 3년동안 계속 지원해 친환경농업과 농촌어메니티를 접목, 추진하고 있는데 친환경 농법으로 공기와 개울을 살려 제비와 송사리, 땅강아지 등이 살 수 있는 환경과 집집마다 감나무 기르기, 돌담길·물레방아 만들기 등으로 많은 도시민들이 찾아와 옛추억을 떠올리게도 하고 마음의 여유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필자는 섬으로만 형성된 옹진군에 근무할 때가 있었는데, 관광 옹진건설을 위해 관공서 건물을 시멘트로 짓지 말고 빨간색 지붕의 목조건물로 지을 것과 부두 언덕에 메밀단지를 만들어 옹진을 찾는 이들에게 1년에 2개월씩 메밀꽃도 보게 하고 메밀은 옹진 특산품인 메밀 냉면의 재료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자고 건의, 몇군데 섬에서 실천한 적이 있다. 이처럼 각자 환경에 맞춰 농촌모습을 가꿔 나간다면, 우리 농촌은 농산물 생산기능 이외에, 환경을 지키고 국민들에게 아름다운 경관도 제공하며 나아가 국민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휴양처 기능도 수행하는 터전으로 인식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진국들처럼 도시와 농촌이 병존하는 아름다운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충 현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기초의원들의 급여

모두들 의견들이 분분하다. 명예에다 돈까지 준다고…. 그러나 필자의 의견은 좀 다르다. 정치도 어떻게 보면 전문직이다. 아무나 하는 건 아니다. 국가나 지역에 대한 박사 논문을 쓸 정도로 해박하지 않으면 어떠한 결정이나 시행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문을 읽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건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간접 체험해 살아가는데 지식이나 지혜가 필요할 때 이용하기 위함이다. 무지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 오는지를 모르는 국민들이 오판하면 나라는 망국의 길로 가게 된다. 제대로 일하는 기초의원이라면 자신이 해야할 일, 한 일에 대해 의정보고서 하나만이라도 만들어 내려면 4천~5천만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한데 일을 하기 위한 목적보다 세비를 타 생활비에 보태겠다는 짧은 생각으로 정치길로 나섰다간 감당하지 못할 일들이 많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잘 관찰해 보면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남의 일에도 관심이 많다. 건강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하루에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표정관리, 인사하는 자세와 모습 등도 다르다. 이같은 특징을 갖춘 인사들은 당연히 정치에 인생을 던져야 한다. 소수가 다수를 이끌어 가는데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그동안의 정치인들이 해온 일이 사회적 국가적으로 화합하지 못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정책을 결정 했기 때문이다. 기초의원들에 대한 급여가 지금 책정되고 있는 것 그 이상이 되어야지 의정활동도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건강한 가정도 유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달 31일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겠지만 기초의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은 당연한 일이다. 국회의원들이 쓰고 있는 돈에 비하면 기초의원들에게 지급되는 급여수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차이다. 지역 살림을 챙기는 기초의원들에게도 당연히 급여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규 연 인천여성CEO협회장

佛 ‘최초고용계약법’ 철회가 주는 교훈

프랑스 200여 도시에서 300여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최초고용계약법(CPE) 철회촉구시위는 마침내 고용시장 유연화를 겨냥한 우파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급제동을 걸었다. 프랑스 정부가 고용의 유연성을 내걸고 추진했던 최초고용계약법이 프랑스 전역에서 2개월 넘게 계속된 학생과 노조의 시위에 굴복해 결국 철회됐다. 프랑스 국민들은 “정부와 기업인들은 우리들과 같은 세상에서 살지 않는다. 어떻게 그들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미래를 설계해줄 수 있느냐”며 강하게 저항했고 마침내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 이를 두고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중요한 승리라고 평가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프랑스 사회가 변화를 거부했다는 상반된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당장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둘러싼 우리의 국회를 볼 때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법 철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스 최초고용계약법은 26세 미만 노동자를 최초로 고용하는 경우 2년 이내 아무런 이유없이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법안은 2년 계약기간 동안에는 사용자 임의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유연성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점은 프랑스와 같지만 다른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26세 미만의 노동자를 최초 고용할 때는 물론 아무 때나 2년 고용계약을 할 수 있고 2년 계약기간 안에는 아무 때나 해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대규모 반대시위를 벌인 곳은 프랑스이며 우리나라는 국회 상임위에 법안이 통과됐는데도 노동단체들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움직임도 없으며 투쟁이 확산되지도 않고 있다.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인데도 남의 이야기인양 문제의식이 없다. 고용불안이란 절박한 문제를 사회구조 개혁보다는 취업시험공부나 학과공부 등으로 돌파하려는 개인적 의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비정규직법안에 무관심한 것이다. 이번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법 철회는 신자유주의 공세에 속수무책이던 반세계화 진영에겐 오랜만에 거둔, 작지만 의미있는 승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보수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이번 프랑스의 법안 철회가 변화보다는 현실 안주를 선택했다고 일제히 비난하고 있다. 또한 외국 기업들의 신규 투자 감소를 가져 오고 경제성장률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근거없는 전망으로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다. 프랑스 국민들의 말처럼 고용불안의 미래를 갖고 있는 청년학생과 노동자 등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비정규직 법안의 처리를 어찌해야 하는가. /유 진 수 인천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천자춘추/‘오~ 필승 코리아’에서 ‘꼭짓점 댄스’까지

“오~ 필승 코리아”는 2002년 한반도의 남녘에서 울려 퍼졌던 월드컵 응원가이다. 이 노래가 젊은 세대는 물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온 국민을 하나가 되게 만들었다. 전국의 광장을 메운 거대한 인파 속에서 모든 차이는 사라지고 온갖 갈등도 자취를 감추었다. 해방 이후 최대 인파가 운집했던 거리응원을 통해 온 국민은 실로 오랜만에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일심동체가 되어 새로운 광장축제문화를 만들었다. 인간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져가는 도시공간에서 광장문화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이 소중한 경험을 살려야 한다. 사회가 살아 움직이려면 마음이나 몸이 서로 통해야 한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면 겉말과 속말의 차이가 줄어든다. 2006년 6월. 한반도 모든 광장뿐만 아니라 유럽의 광장 곳곳은 꼭짓점 댄스의 물결로 넘쳐 날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이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 주었다면, 2006년 월드컵은 ‘꼭짓점 댄스’를 외국인들과 함께 추면서 글로벌 시대 문화의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음을 자랑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꼭짓점 댄스는 단순한 춤 이상의 함의를 지니고 있다. 꼭짓점 댄스는 월드컵 공식 응원 춤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젊은 국회의원 몇 사람과 월드컵 응원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꼭짓점 댄스를 배우고 추자는 행사를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다. 꼭짓점 댄스를 일부 언론에서 ‘춤바람’으로 비하하며 조롱하는 것은 난센스이다. 국회마당에서 꼭짓점 댄스를 추는 것을 비하하는 것은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를 구분 짓는 잘못된 인식의 발상이다. 이에 뒤질세라 일부 정치권에서도 장단을 맞추고 있다. 국회 꼭짓점 댄스는 신바람 정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월드컵 관심과 열기를 고조시키는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꼭짓점 댄스를 추는 것조차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곡해하는 것은 월드컵 응원단에 대한 모욕이다. 꼭짓점 댄스는 독일 월드컵을 맞아 춤바람이 아니라 신바람이 전국에서 일고 있는 한국적 현상이며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 있다. 힘내라 KOREA. 다시 한 번 대한민국! /안 민 석 국회의원 (열린우리당·오산)

천자춘추/별명의 축복

필자가 어렸을 때 가족들로부터 별명을 받게 됐는데, 울보라는 별명이다. 울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평소 표현훈련이 잘되지 않는 탓인지 말로 표현해야 할 일들을 울음으로 대신 표현했던 것 같다. 필자는 이 별명을 혹처럼 안고 살면서 의식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열등감을 가리기 위해 될 수 있으면 남들처럼 표현을 잘하려고 애를 쓰기도 했고 말에 앞선 눈물을 참으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평생에 풀지 못한 과제가 아닌 은총의 선물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울보라는 별명, 별로 부끄러워 할 게 없다는 사실을 어느날 어린 나이 때 교회 목사님의 설교 가운데 발견하게 됐다. 하나님 앞에서 잘 우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가 빨리 회복되고 위궤양이나 잔병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심령이 답답하고 가슴에 상처를 안고 있을 때, 하나님 앞에서 몸부림치며 울고 나면 마음이 탁 트이고 하늘의 위로가 심령 가운데 함께함을 체험한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눈물을 흘리며 우는 일은 종종 있다. 남자와 여자의 슬픈 사랑의 영화나 연속극 등을 보면서 울 수도 있다. 때로는 남이 미워 울 수도 있고 최루탄 가스나 양파 껍질을 벗기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울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런 류의 눈물에는 인체의 생화학 작용 자체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방황하는 자신의 영혼을 붙들고 하나님 앞에서 몸부림치며 흘리는 눈물에는 고단위 단백질이 눈물 속에 섞여 함께 흐를뿐만 아니라 인체와 영혼의 폐기물들을 깨끗이 씻겨 내는 역할을 감당하므로 자연스럽게 육신과 영혼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한방울의 눈물 속에는 하늘의 신비가 들어 있다. 필자는 교회 강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무릎에 담긴 눈물의 기도와 애통 속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신비를 수없이 체험할 때마다 기쁨과 축복 등이 삶을 적셔주고 감싸줌을 고백하게 된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녀들을 위해 드리는 눈물의 기도나 이웃과 나라를 위한 눈물의 기도들은 우리의 영혼을 풍족하게 적셔 준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어진 무엇하나라도 버릴 게 없고 불필요한 게 없다는데 사람에게 주어진 별명도 하나님 안에선 축복의 여건이 돼 감사할뿐이다. 지금 기독교에선 사순절 고난주간을 맞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나아가 눈물을 흘리며 함께 고난에 동참하는 거룩한 한 주간을 보내고 있다. 아울러 더 큰 소망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죽음에서 살아나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함께 부활할 것을! /권 영 삼 수원영은교회 목사

천자춘추/공천의 바다, 꼴뚜기도 뛴다

열쇠는 닫혀있던 통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열쇠를 소지하고 있다는 건 어딘가로 이동할 수 있다는 특권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에서 보다 나은 집 열쇠, 차 열쇠, 직장 열쇠 등 좋은 열쇠들을 가지려고 평생동안 노력한다. 결국 삶에 있어 성공의 열쇠는 수고의 대가이고 인내의 열매인 셈이다. 최근 5·31선거를 앞두고 공천이란 열쇠를 서로 차지하려고 그 어느 때 선거보다도 전국이 뜨겁게 달아 있다. 도내 곳곳에서 전문직종인을 비롯, 다양한 직업인들의 후보들이 앞다퉈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지방의원들은 주민들의 정서를 잘 알고 있는 후보가 지역 발전을 위한 봉사차원에서 출마, 법률상 무보수 명예직으로 일을 해왔다. 그런데 유급제가 확정되면서 당선되면 5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유급제란 매력에 이끌려 많은 후보들이 지역 현안에 대해 무지하거나 봉사경력이 없는 무자격자가 출마를 선언하는 등 자질이 부족한 분별 없는 인사파동을 낳고 있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 보면 혜성과 같이 등장한 정치 지망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일각에선 “특정 당 공천을 받고 나면 저절로 당선된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돌면서 유력한 당에 줄을 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풀뿌리민주주의 꽃이란 지방자치로 가는 향로를 오도시키고 있다. 지방의원들은 마을 진입로에 있는 장승과 솟대와 같이 지역사회를 지키고 대표하는 얼굴이다. 그래서 후보들은 반드시 설득력 있는 명분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발전을 위한 건전한 대안과 비판이 있어야 한다. 정책적 명분이 없으면 말은 실언이 되고 실책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주민들의 피해로 다가오게 된다. 그러기에 후보들이 품고 있는 대의가 진실인지 아닌지 간파하는 게 중요하다. 더욱이 유급제로 바뀌는 건 세금이 지방의원들의 보수로 지출된다는 것인데, 이왕 우리가 낸 세금을 보수로 주고 일꾼을 선출하는 것인만큼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할 후보들을 당선시켜야 한다. 그런 후보가 당선돼야 당선 열쇠로 닫혀있던 지역과 주민들 사이에서 손과 발이 돼 의사소통을 열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5·31선거를 통해 꼴뚜기가 뛴다고 오징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 줘야 한다. /권 성 훈 시인·경기대 강사

천자춘추/하인스 워드의 방한이 남긴 것

하인스 워드 방한으로 국내 거주 혼혈인들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여당은 발 빠르게 혼혈문제에 대한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으며 ‘혼혈인’이란 용어를 아예 없애고 ‘결혼이민자의 자녀’로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환영하며 이러한 노력이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의식 전환과 법체계 개선 등으로 연결되길 기대한다. 우리나라처럼 혈통주의가 강한 나라도 드물다. 우리가 반만년을 이어온 단일민족임을 자랑해온 그 이면에는 다른 민족을 배척하는 경향도 그만큼 강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주변에는 우리와 다른 피부색과 생김새 등을 갖춘 이들이 들어와 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필자가 사는 광주에도 적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있다. 코시안(Kosian=Korean+Asian)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자녀가 이미 우리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뛰노는 우리의 이웃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현상을 애써 외면하고 또 무시해 왔다. 혼혈인들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단 한 차례 실태조사도 해보지 않았으며,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주지도 않았다. 이런 가운데 그들은 혈통을 앞세운 차별과 편견에 시달려야 했고 특히 그들의 자녀문제로 형언할 수 없는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우리는 하인스 워드의 성공을 우리의 일처럼 기뻐하지만 하인스 워드가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그만한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된다면 프랑스에서 있었던 이슬람계 청년들의 폭동 같은 일이 생기지 말란 법도 없다. 우리도 이젠 혼혈인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열어 그들이 우리와 함께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하인스 워드의 방한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정부가 혼혈인문제에 대해 정책적 관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해줬고 우리들에게도 혼혈인이 나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와 같은 사람, 우리의 이웃이란 인식을 하게 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내 거주 혼혈인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는 큰 선물을 줬다고 생각한다. 하인스 워드 그리고 결혼이민자의 자녀 여러분 화이팅! /정진섭 국회의원(한나라당 광주)

천자춘추/교육의 사회적 기능

최근의 혼돈과 혼란의 세상 속에서 교육의 기능은 과연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교육은 인간의 사회화 과정을 무시한 상태에서 존속할 수 없는 동시에 사회를 인격화하지 못하는 상태에선 교육능력을 상실할 것이다. 교육의 사회적 기능에는 사회구성원인 피교육자에게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교육을 전해 주는 것부터, 인류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범세계적인 지도자를 키우는데 이르기까지 폭 넓게 해석될 수 있다. 이런 교육의 사회적 기능은 첫째, 인간의 사고방식을 인류를 위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형성해주며 동시에 피교육자 스스로가 행위-자유-책임의식에서 행동하도록 인간의 사고와 행동 방식을 가르쳐 준다. 둘째, 사회집단 구성원의 삶을 형성시켜 주는 일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럴 경우 교육은 민족정신을 지도하며 민족혼을 불러 일으켜 국민을 철저하게 민주주의적으로 결속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 교육받지 못한 미숙한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의 삶과 미래를 긍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키워줘 자라는 세대들이 인류의 공통적 미래를 낙관적이고 희망적으로 가꿔 간다면 미래는 영원할 수 있다는 기술도 누구에게나 가르쳐야 한다. 진·선·미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만이 비판이 가능하다. 넷째, 우리는 인간이 자기 자신의 일상적 계획과 자신이 인정하는 개념 사이의 관계를 통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데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이 자기 자신의 희망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피교육자 정신을 모든 구속적인 힘으로부터 해방시켜 자유롭게 해줘 인간 스스로 자유·정의·평등과 같은 것을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대학은 주입식 교육이나 지식전달과 지식증가에 따른 교육이 아니라 피교육자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비판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교육자는 지식 전달자나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피교육자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방법과 스스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함양시켜 주는 것보다 더 위대한 과업은 없다. 학생들은 교수들로부터 먹이를 습득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참다운 교육이 되길 바란다. 이런 교육의 풍토이어야 민족의 미래를 열어주는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으며 대학은 교육의 참다운 기능을 살려 교육과 연구와 사회봉사를 하는 곳으로 그 기틀을 형성, 훌륭한 사회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참다운 교육에 온 힘을 써야 할 때다. /정 상 훈 수원여대 영문과 교수

천자춘추/전문지도연구회 연찬회를 다녀와서

우리 농민은 예로부터 논·밭에서 농작물을 생산하면서 생긴 부산물을 소와 돼지 등의 사료로 이용하고 가축을 키우면서 생긴 분뇨(糞尿)는 비료를 대신해 퇴비로 사용하면서 그렇게 자연적으로 자연순환형 복합영농을 영위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인구가 늘고 좁은 면적에서 많은 사람들의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비료·농약산업이 발전되고 그것으로도 먹거리를 해결하기는 턱없이 부족해 통일벼 개발 등으로 우리 국민의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떠한가? 세계무역기구 탄생으로 모든 산업의 무한경쟁시대가 도래되면서 외국으로부터 값싼 농산물이 들어오고 이에 맞서 우리 농산물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농산물 안전성과 품질의 고급화가 최대 과제로 대두되면서 시설의 현대화는 물론 전문지식 없이는 경쟁대열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농업 변화에 따라 농촌지도 공무원의 전문화는 필연적으로 절실한 과제가 됐다. 변화는 농업의 형태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다른 산업 발달로 농업이 차지하는 산업 비중은 점차 낮아져 지난 97년 지방직화 이후 농촌지도 공무원 수는 10년동안 26% 감축돼 적은 인원으로 농촌지도 내용의 전문화와 농밀한 접촉 이 두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됐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제시된 게 인터넷 등 대중매체를 이용한 교육과 품목별 농업인 연구모임 등 농업인모임의 조직과 조직을 통한 집단교육이었다. 필자는 며칠 전 농촌지도 공무원 스스로 전문지식 습득을 위해 자율적으로 조직한 전문지도 연구회 연찬회를 다녀와 우리 농업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다. 전문지도 연구회는 지난 96년 단체 15곳 회원 376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51곳 2천464명으로 확대됐다. 지난해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aT센터에서 소비자와 농업인,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생명농업 엑스포 개최를 통해 우리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 줬고 연구회별로 3~4회 과제교육과 회원별 연구논문 작성 등을 통해 전문기술을 키워 나가는 등 배움의 열기로 현재 기술사 129명, 기사 자격 소유자 1천714명, 산업기사 408명 등으로 모두가 전문기술자격을 취득하고 있다. 이같은 농촌지도 공무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농촌지도 공무원이 농업인과 합심, 우리 농산물 품질 고급화에 노력한다면 농산물 무한경쟁시대에 당당히 이겨 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하게 됐다. /이 충 현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천자춘추/아이는 부모의 거울

올해 14세인 A군은 불량 친구들과 어울려 등·하교길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뜯다 경찰에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보호관찰처분을 받았으나 보호관찰기간동안 또 다시 가출, 소재불명인 채 몇개월이 지나자 이번에는 보호관찰 준수사항 위반으로 소년원에 가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A군 아버지는 3년 전 A군 친모와 이혼하고 A군 양육을 맡아 왔는데 이혼할 당시 앙금이 남아 있어 A군에게 친모와의 접촉을 금지시켰다. 그러자 A군은 친모를 그리워한 나머지 몰래 찾아가 만나다 이번에는 아예 가출하고 친모에게 가버렸다. 일이 이렇게 되자 A군 아버지는 아들을 소년원에 보내지 않기 위해 별 수 없이 A군이 친모와 동거하는 것을 허락했다. A군은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우등생이었으나 부모 이혼으로 불과 2~3년만에 보호관찰을 받는 비행소년으로 전락했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정에 애착을 느끼지 못하면서 동네 불량소년들과 어울리게 됐고 중학교 2학년을 중퇴한 후 오락실이나 길거리, 친구 집 등을 전전하는 등 바람직하지 못한 놀이문화에 심취하게 됐다. 자녀가 잘 되길 바라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부모가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다. 어떤 부모도 자녀가 잘 자라주길 바라지 않는 경우가 없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자녀들이 부모가 원하는 대로 성장해 부모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는가? 자녀들이 남부끄럽지 않게 자라 주길 원하면서도 부모들 자신은 부끄러운 일을 예사롭게 하고 잘못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부모를 둔 불행한 가정들이 많다. 부모가 된다는 사실은 이 세상의 어떤 일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부모가 되는 게 즐겁고 중요한 것처럼 부모의 역할도 즐겁고 중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부모가 될 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부모가 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참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아이들만 훌륭하게 돼라고 강요하는 부모들이 있다. 부모 역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으려 해도 교육을 시키는 기관이나 전문가도 없다. 내가 어떠한 부모인가를 알아보는 건 내가 기르는 아이가 돼 보는 것이다.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해 부모 자신이 자기의 자녀가 돼 봐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로 부모의 참 모습을 비춰 준다. 아이라는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 모습의 형체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게 먼저다. 아이의 모습이 곧 부모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임 종 호 수원보호관찰소장

천자춘추/희망의 산실, 경기교육

아동의 유괴 살인이나 성폭력, 또는 인륜을 저버린 행위와 같이 인간의 탈을 쓰고선 도저히 저지를 수 없는 잔인하고 난폭한 사건이 발생해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때라든지, 혹은 국가 경제가 침체돼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성토한다. 엄중한 언어로 교육의 현실을 비판하고 교육계의 안이함을 질타한다. 그러다가도 “그래도 교육이 희망이 아니겠는가”하고 교육계의 자성과 분발을 촉구하곤 한다.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만드는 비도덕적 사건들을 목격하거나, 교육을 목적이 아닌 부와 권력을 얻는 세속적 성공의 수단으로만 생각해 비교육적인 방법마저 동원하길 마다하지 않는 사회 일각의 지나친 교육열을 보게 될 때, 경기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우려와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교육의 본연이 모든 학생들을 홀로 고고한 동굴 속의 선비로 만드는데 있지는 않다. 생각의 속도가 빛의 속도를 넘나드는 시대에 그럴 수는 없다. 중요한 건 균형이다. 인성함양과 같은 교육의 본질적 가치와 함께 경쟁력 배양과 같은 교육의 현실적 필요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도외시한 채 현실적 필요만 충족하려고 한다면 남을 밟고라도 오로지 자기만 성공하고자 하는 레드 오션적 경쟁력만 길러 주게 된다. 이 시대가 요청하는 인재는 더불어 사는 지혜에 기초한 상생하는 블루 오션적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다. 김진춘 교육감이 수장으로 1천만 경기도민의 후원하에 10만에 가까운 교직원과 함께 2천개교에 육박하는 초·중·고교 현장에서 학생 200만명을 대상으로 펼치는 ‘희망 경기교육’의 교육적 인간상인 글로벌 인재가 바로 블루 오션적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다. 글로벌 인재의 경쟁력은 타인을 희생시키는 냉혹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세워주는 따뜻한 품성에서 나온다. 경기도교육청이 펼치는 100대 발전과제도 모두가 이런 인재를 기르기 위한 계획이요 노력이다. 이 시대의 희망인 글로벌 인재를 낳는 경기교육, 이것이 경기교육이 희망의 산실인 이유이다. /임 영 순 경기도교육청 교육정책과장

천자춘추/과거와 현재의 ‘궁’

우리는 과거를 잊고 살아간다. 얼마 전 MBC 수목드라마 ‘궁’에서 묘사된 새로운 우리의 과거가 참 기풍이 있었다. 현대판 퓨전 왕실을 재현하고 화려한 의상 소품들이 바쁜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세트장은 오산에 위치한 부지 700평 폐공장을 개조해 만들어진 것이며 제작비 15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궁’안을 장식하고 있는 소품비용만 해도 4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야인시대’ 세트장처럼 관광 코스나 외국인, 어린이 등이 관람해 한국의 고유 정서를 알리는 것도 괜찮을듯 싶다. 과거의 아픔은 잊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산책에 도움될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 것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외국인들의 한류에 대한 매력을 좀 더 부각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가족들끼리 왕의 위치를 놓고 자리 다툼하는 옛 우리 왕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이 아주 우아하고 부드럽게 재현됐고 현실을 무시하지 못하는 조직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인내하는 모습과 자리를 지킬 줄 아는 한국인의 순수성이 깊이 내재돼 있었다. 역사의 변화가 한 시대를 열어 가면서 너무나 급변하는 현실에서 오히려 왕실에서 현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 보였으며 옛 것에 머물고 싶지만 변화하는 세상 물결에는 장사가 없다는 점도 느꼈다. 어른들이 왕실의 전통을 살리고 이어 가려고 노력하는 엄숙하고, 밥은 굶어도 품위는 잃지 않으려는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에 비해 달라지는 후손들은 기본의 틀을 깨고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는 연기에서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모습들도 엿볼 수 있었다. 우리의 문화재산 가치는 참 다양하고 볼수록 깊이가 있다. 이젠 여유를 갖고 우리의 문화나 풍습 등을 토대로 경제적인 가치를 창조하는데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가 세계인의 가슴을 열게 하고 느낄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듯 싶다. 디지털시대 한국의 매력과 옛 것을 잘 접목시켜 현대인들을 울리고 웃기는 희노애락의 고차원적인 지식산업으로 창출해 내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이 규 연 인천여성CEO협회장

천자춘추/한 철거민의 죽음

지난 3월 14일 아침,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향촌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지역에서 신모씨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신모씨는 향촌지구에서 세입자로 살고 있었으며, 세입자의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철거가 자행된 다음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대한주택공사는 만수 향촌지구에 지난 2002년 2천852호 규모의 주택을 새로 건설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실시하면서 세입자에 대한 실질적인 이주 대책없이 철거를 진행해 왔다. 철거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고, 빈 집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세입자의 자진퇴거를 위협하기 위한 폭력이 다반사로 이어지고 있었으며, 이제 30여 가구가 남은 세입자들은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자행된 일련의 폭력 속에서 철거민 신모씨는 목을 매 자살을 선택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철거민에 대한 사회적 소외를 피해 영혼이나마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갔으리라. 신모씨의 죽음으로 세입자의 주거권 문제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한다. 주택재개발지역이나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의 가장 큰 문제는 세입자의 이주대책 문제이다. 토지주와 건물주에게는 보상비와 함께 아파트 분양권도 주어지지만, 세입자에게는 이주비용 외에는 아무런 보상이 없는 실정이다. 길게는 수십년을, 짧게는 수년을 그 지역에 살면서 노점상이나 소공장 일을 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세입자들에게 ‘셋방’이란 최소한의 기본권을 유지 할 수 있는 공간, 보금자리이다. 그 자리마저 빼앗기게 되면 정말, 벼랑 끝에 서는 심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만수향촌 세입자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를 허용하라는 것과 가이주 시설을 건립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강제철거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만수향촌세입자의 70%가 월세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10만원 이하이고, 전세의 경우 500만원 이하의 열악한 주거생활을 하며, 또한 주민의 50%가 월수입이 50만원 이하라는 조사를 볼 때, 이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소형임대주택의 건설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살인적인 강제철거의 중단이다. 유엔 사회경제문회위원회도 한국에 대해 강제철거의 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한 철거민의 죽음으로 대한주택공사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신모씨의 죽음은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인 살 권리를 요구하는 철거민들에게 자행된 사회적 타살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유 진 수 인천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천자춘추/열린사회, 열린 광장을 희망한다

한 달 전쯤으로 기억한다. 서울시가 월드컵 기간동안, 거리응원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서울광장의 사용권을 SKT 컨소시엄에 판매하면서 서울광장 논란이 크게 일었다. 열린 광장으로써 시민 누구나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할 서울광장이 특정기업의 월드컵 마케팅 행사장으로 팔렸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어쩌면 올해 월드컵 때는 서울광장의 붉은악마를 보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다. 붉은악마는 2002 월드컵을 치르면서 ‘자율적 참여와 열정을 표출하는 거리응원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서울광장은 역사적·문화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공간이다. 87년 6월 민주항쟁과 이한열 추도식, 2002 월드컵 거리응원, 2003 효순이 미선이 추모집회 등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으며, 자발적 시민참여와 축제의 광장이다. 이렇듯 서울광장이 함축하고 있는 상징성이 이명박 시장은 유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는 열린사회 보다는 권위적이고 획일적이며 폐쇄적인 것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세력들에게는 서울광장의 역사성과 문화적 상징성이 눈에 거슬릴 것이다. 그래서인지 2004년 서울시청 앞 광장에 잔디마당을 조성하여 서울광장이라 명명하고 광장조례를 만들어 열린 광장을 서울시의 관청재산화 하였다. 시유지로써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청계천과는 달리 관청재산인 서울광장은 시청 소유의 청사 앞마당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시민이 마음껏 누리고 공유할 수 있는 광장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때문에 공개입찰이라는 절차의 공정성만 기하면 특정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권을 팔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성립한 것이다. 이명박 시장이 황제테니스로 또다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서울광장을 시청 앞마당으로 만들어 논란을 일으키더니, 시민에게 개방해야 할 테니스장을 황금시간대에 전용테니스장으로 독점하여 곤란을 겪고 있다. 열린사회는 시대적 흐름이다. 열린사회의 키워드는 다양성과 나눔 그리고 소통이다. 지금이라도 서울광장을 시민의 자율적 광장으로 돌려주고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되돌려야 한다. /안 민 석 국회의원 (열린우리당·오산)

천자춘추/케네디家의 교훈(말)

케네디 가문은 원래 중세 아일랜드의 명문이었다. 지금도 아일랜드 도처에 케네디족이 쌓은 옛 성들이 남아 있다. 케네디란 이름은 본래 ‘추한 머리’(Ugly Head)란 뜻이다. ‘추한 머리’는 ‘추해도 머리만 되면 된다’는 뜻일 수도 있다. 선조의 정복욕을 타고 났는지 족장 조셉 케네디는 자식들중 미국 대통령이 나오는 게 꿈이었다. 마침내 둘째 아들 잭(JFK)이 대통령직에 오름으로써 조셉의 꿈은 이뤄지는듯 했으나 존 F 케네디 암살로 물거품이 됐다. 잭과 동생인 법무장관 로버트 케네디는 도덕적으로 문제성 인물이었음이 사후 측근들의 글로 밝혀졌다. 많은 사람들이 케네디가를 부러워하지만 집안은 그림자처럼 저주가 떠나지 않았다. 잭 주니어도 패러세일링(Parasailing:모터보트나 자동차 등이 끄는 낙하산을 매달고 공중으로 날아 오르는 스포츠)을 즐기다 다리를 다쳤으며, “항공 드라이브는 여행중 가장 안전한 부분”이란 조 케네디 주니어의 말과는 달리 케네디들 중 다수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남편과 최소한 연 1회 동침하지 않으면 할리우드 여우에게 남편을 빼앗긴다”고 로즈가 말한 뒤 후손들의 염문이 끊이지 않았다. 형제자매가 연이어 변을 당하자 로버트는 “누군가 위에서 우리가 미워 못 견디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말이 씨가 되는 법이다. 성경은 “죽고 사는 게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잠언18:21)라고 말하고 있다. 성공한 삶의 배경에는 반드시 성공을 만들어준 말이 있다. 행복한 사람의 배경에는 반드시 행복을 만들어 준 말이 있다. 말은 보이지 않지만 무한한 창조력과 힘을 가진 인생 최대의 에너지이다. 케네디 가문에선 드물게 이런 진리를 일찍 깨우친 사람이 있다. 바로 제임스 케네디 박사이다. 코럴릿지 장로교회 목사인 그에게도 케네디 특유의 정복욕이 있다. 바로 잃은 영혼들을 정복해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욕망이다. 그의 저서 ‘현대전도’나 ‘전도폭발’ 등이 이를 입증한다. 그리고 그는 희망을 주는 복음이라는 말로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일에 지금도 전념하고 있다. 사람은 말의 열매를 먹고 산다. 오늘의 삶이 말의 결과이다. 말 속엔 크고 놀라운 비밀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권 영 삼 수원영은교회 목사

천자춘추/인체의 테러를 막아라

세계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사람들은 다이어트와 교전중이다. 우리나라도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비만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살빼기 작전에 돌입했다. “못생긴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배나온 사람은 용서받을 수 없다”라는 유행어를 남길 정도로 다이어트는 신종 전염병처럼 확산돼 현대인의 신조어가 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허리띠를 졸라 매고 살던 시절 다이어트는 미용의 문제였고 일종의 사치였다. 거북스러울 만큼 뚱뚱하지 않는 이상, 비만이 건강을 크게 해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것보다 먹지 못해 생기는 영양실조가 더 큰 문제였다는 사실은 시대적 흐름과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이어트 열풍은 체중 감량이란 이름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각종 매체와 채널을 타고 운동기구, 보조식품, 치료제 등을 선보이며 실시간 날개 돋친듯 팔리는 반면 많은 사람들은 굶거나 식사량을 줄이고 육류를 섭취하지 않고 채소를 먹고 저녁은 오후 5시 전 먹는 등 다이어트 성공비법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개그맨 김형곤씨의 돌연사로 자신의 신체조건을 무시하고 운동이 몸에 좋다고 살을 빼면 건강을 해치고 죽음을 부를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사망 원인이 다이어트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급격한 체중 감량이 몸에 무리를 줬다는 게 강론이다. 비만한 사람들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 성인병들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비해 무리하게 운동해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과 식사요법을 강행하는 경우,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지면서 유발된 심근경색이 김형곤씨의 죽음을 불렀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국민들에게 해학과 웃음을 선사하던 김형곤씨 죽음은 ‘다이어트의 부작용’에 대해 “잘못된 논리는 테러보다 위험하다”란 말처럼 무리한 체중 감량 병폐가 개인은 물론 집단의 심각한 오해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현재 무분별한 다이어트 열풍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비만과의 전쟁이 아닌 얼짱·몸짱 신드롬 등을 부추기는 연예인 따라 잡기식의 잘못된 사고에서 비롯돼 체중 감량으로부터 인체는 오히려 무차별적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건강한 삶을 생각한다면 자신을 움직이고 있는 인체가 과연 무엇을 원하는가를 느끼고 이해할 때가 아닌가 싶다. /권 성 훈 시인·경기대 강사

천자춘추/여성의 정치참여

노무현 대통령이 한명숙 의원을 총리로 지명, 우리나라 첫 여성총리 탄생의 길을 열었다. 아직 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으나 필자는 여성총리 탄생을 환영하며 이를 파격적이라고 보기보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여성 진출이 그만큼 활발해진 결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하고자 한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여년동안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여성의 사회 진출은 놀라울 정도로 확대됐다. 그리고 어느덧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상위그룹을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 심지어 금녀구역이었던 사관학교에서도 여생도들이 상을 휩쓸고 있다. 특히 스포츠분야에선 우리나라 여성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첫 우주인도 아마 여성이 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여성의 정계 진출은 매우 저조한 편이었다. 물론 박순천 당수를 비롯해 박근혜 대표에 이르기까지 걸출한 여성지도자들이 탄생됐고 또 활동하고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유럽은 물론 심지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도 정상급의 여성 정치지도자들이 탄생한 것에 비춰 보면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여성총리 지명은 우리나라의 여성 정치참여 확대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그리고 각 정당들로 하여금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후보를 얼마나 공천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속한 한나라당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회도 비상이 걸려 여성후보를 한 명이라도 더 공천하기 위해 숙의에 숙의를 거듭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여성시장 공천문제다. 비록 첫 번째 논의에서 의견 모으기에 실패했지만 곧 논의를 재개해 대도시급에서 적어도 한 군데는 여성시장후보 공천을 위한 특구를 지정해 여성들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또 하나의 계기를 만들 계획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우선은 여성특구 지정에는 찬성하면서도 자신의 지역을 여성특구로 지정하는데 동의하는 국회의원이나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등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당선가능성에 대한 확신 부족이 깔려 있다. 어쨌든 대통령의 이번 여성총리 지명이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고려라고 하더라도 다시 한번 환영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꼭 청문회를 통과해 첫 여성 총리가 돼 국정 운영을 그의 이름대로 이 나라를(韓) 밝고(明) 맑게(淑) 해주기를 기대한다. /정진섭 국회의원(한나라당·광주)

천자춘추/‘空權力’의 명과 암

총리와 교육부차관의 골프 접대 이외에도, 서울대 S모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서울대 교수직 파면), 전 한나라당 최모 국회의원의 여기자 성추행(그날 유흥비 및 식대 500만원 육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사건, 경기도 S시 공무원들의 접대 골프, 20초 정도의 CF 한편 출연에 몇억원씩 받는 연예인들이 사회적으로 일으키는 물의 등 이 모두 소위 사회에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모범적이어야 할 공인들의 행동이다. 물론 예외도 인정한다. 공인(公人).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는 정치인, 학계 종사자, 유명 스포츠인, 유명 연예인 등을 공인이라고 부른다. 사실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과연 이들에게 어떠한 처벌이 내려질지. 권력을 가진 그들에게 처벌도 약하겠지만 그들은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여론이 잠잠해 지거나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져갈 무렵 구렁이 담 넘어 가듯(그동안 공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스스로 생각하는지) 다시 자기 일에 복귀해선 너무나 당당해하며 예전보다 오히려 부와 명예를 더 누리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 왔다. 그들이 누리는 부와 권력의 향연. 과연 이들 권력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이런 공인들과는 대조적으로 보도에 따르면 수원중부경찰서 소속 장용석 경장은 생일보다 경찰의 날 오히려 더 축하를 받고 싶다고 한다. 그는 폭력현장에 출동, 피의자에게 폭행당해 1년 9개월째 휴직 상태로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지만 오는 25일이면 질병휴직기간이 끝나 직권면직, 즉 퇴직해야 한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울먹이며 “일을 하다 다친 사람에 대해 이렇게까지 하니 다시 다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아직은 물·심적으로 아빠의 손길이 필요한 철모르는 남매는 그저 아빠의 사진을 들여다보고만 있다. 우리 사회에 어디 가슴 아픈 사연이 이뿐이겠냐마는 앞서 본 부류의 사람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 아닌가? 이들의 아픔과 고통이야 말로 정말 우리 사회의 정의롭고 의로운 고통이 아니겠는가?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조금 더 가진 자들의 허망된 빈 공권력(空權力). 이젠 좀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동물의 본성은 철저한 약육강식에(弱肉强食)에 의해 서열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모든 것들(먹는 것과 번식 등)이 힘을 가진 우열의 서열에 의해 정해진다고 한다. 단순한 동물적 본능이 인간의 삶에도 적용돼야 하는가? /정 상 훈 수원여대 영어과 교수

천자춘추/합리적인 대화의 장

주위를 한번 빙 둘러보면 무엇하나도 남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 가구, 시계, 책 그리고 먹을 것, 입을 것 등등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는 잠시도 생활을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사람은 고립해 홀로 살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 공동생활을 하면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존재란 뜻에서 하이데거는 “인간의 존재는 다른 사람과의 공존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공동생활을 슬기롭게 영위하려면 무엇보다 대화가 중요하다. 인간은 대화를 통해 공감하고 이해한다. 대화가 잘 이뤄지기 위해선 남의 말이나 의견을 귀담아 새겨 듣고 이해하고 옳은 점이 있다면 이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어야 하며 남의 생각이나 주장이 나의 그것과 다를 수도 있다는 전제를 토대로 자기의 견해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재나 근거가 충분하고 명백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한해 전인 선조 24년 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황윤길과 김성일의 귀국보고에는 상반된 견해가 개진됐었다. 황윤길은 반드시 왜의 침범이 있을 것이라고 했고 김성일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리하여 당시 조정은 병화가 있겠다·없겠다 등으로 나뉘어 극명하게 다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당시 그렇게 판단하게 된 선명하고 충분한 근거를 알지 못한다. 요즘 지도층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대화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막상 주장하는 바를 들어보면 합리·이성적 논거는 찾아 볼 수 없고 현란한 언어로 상대를 공격하거나 여론을 부추기는데만 급급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대사에도 차분한 대화의 장은 커녕 일방적인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편을 갈라 대립하다 결국 강행, 투쟁 일변도의 상황으로 치닫고 만다. 그래서 쟁점이 되는 내용이 무엇인지 보통사람들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가상적으로 김성일과 황윤길이 오늘날 대화의 광장인 세미나에 초청받아 당시 문제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다면 대화는 어떻게 진전됐을까? 훌륭한 대화가 진전될만큼 충분한 근거가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세계화를 지향하는 현대사회는 거친 파도를 헤치고 가는 커다란 배와 같다. 우리는 한배를 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정치·경제 지도자가 군림하던 과거와는 달리 여러 분야 지도자들이 두터운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는 오늘날의 다양화된 사회에선 충분한 논거를 갖춘 합리적인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 /임 종 호 수원보호관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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