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한류, 캐릭터 콘텐츠가 주도한다

김병헌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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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중국의 모 일간지가 명명한 한류, 한국 대중문화의 거대한 물결은 이미 중국과 일본을 강타하고, 2006년에 이른 지금 동아시아의 새로운 대중문화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등 몇몇 국가의 제도적 반발과 이로 인한 반한류, 혐한류 움직임도 우리 대중문화의 크리에이티브와 역동성 앞에 만리장성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나친 상업화에 꽃피우지 못한 채 제풀에 잦아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긴 했지만, 공공 부문이 개입한 한류우드 조성 사업으로 인해 한류의 확산이 현재의 각개격파식에서, 시스템화된 모델로 변모하게 되면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앞으로의 문제는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대중문화산업의 형태 변화에 한류가 어떻게 적절히 대응하느냐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의 한류는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이른 바 사람이 연기하고 공연하는 스타 콘텐츠 위주로 형성되어 왔다. 배용준과 이영애, 비가 한류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고, 그들을 활용한 스타 마케팅이 한류의 확산을 이끌어 왔다. 그런데 디지털기술의 발전,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창조된 인물이 연기하는 콘텐츠, 즉 캐릭터 콘텐츠의 르네상스를 몰고 올 것이 분명하고, 한류도 이러한 콘텐츠의 위력에 힘입어 확대되리라는 것이 필자의 예측이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콘텐츠가 양산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대중문화의 핵심 소비층이 M-TV의 등장으로 형성된 영상세대에서, 인터넷과 휴대폰 문화를 향유하며 성장해 가상세계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포스트 디지털 세대로 이전하게 되면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디지털 게임산업의 성장은, 여가문화의 개편을 몰고 올 정도로 보편화되었고, 만화와 애니메이션도 디지털 기술 없이는 제작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

다소 우려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의 캐릭터 콘텐츠 업계가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적절히 적응할 수 있는가이다. 다시 말해 영화와 드라마, 음악에 비해 영세한 기업구조, 마케팅 능력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기업들이 산업을 주도하는 핵심세력으로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는가가 미래 한류의 성패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성장하는 청소년에게 인생의 방향을 조언해 줄 훌륭한 멘토가 필요하듯, 캐릭터 콘텐츠 업계에도 성장과 시장 적응을 도울 멘토가 필요하다. 공공 부문이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김병헌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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