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식물이란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자라온 식물들로 사람에게 국적이 있듯 산과 들에서 마주치는 식물들에게도 고향이 있다. 우리 고유 자생식물 중에는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밥풀, 개불알풀, 요강꽃, 복주머니꽃, 노루귀, 할미꽃, 은방울꽃 등 그 이름만으로도 정겹고 사연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꽃들이 많이 있다. 반면 토끼풀, 개망초, 달맞이꽃, 아카시아 나무 등은 우리에게 친근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외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들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우리나라 식물자원 종류는 4천200여종으로 이중 고유식물은 650여종이다. 이 땅에서 자라는 자생식물들은 모두 우리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데다 무한한 가치를 지닌 소중한 자원들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90년대 그루당 10달러 이상 주고 수입했던 미스김 라일락은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선풍적인데, 식물채집가인 미국인 미러가 북한산 기슭에서 정향나무 종자를 채집해 간 후 품종을 개량한 것이다. 식물들이 의약품으로 개발되면 부가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높아진다. 이미 쑥은 위염 치료제, 큰꽃 으아리는 관절염 치료제 등으로 개발됐으며 쥐오줌풀은 담배 맛을 좋게 하는 향신료, 엉겅퀴 뿌리는 간장 치료에 특효가 있다. 미국 처방 약제품의 25%는 식물에서 추출됐다. 식물자원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차린 미국 국립식물원 탐사대는 지난 80년대 중반 소청도, 백령도, 내장산, 진도 등지를 돌며 우리나라 자생식물 4천여점을 채집해 갔다. 두 눈 뜬 채 자원을 도둑맞은 셈이다. 화성시는 엊그제 오는 2008년 5월 개장을 목표로 154억원을 투자하는 자생화 식물원 기공식을 가졌다. 이 식물원이 완공되면 도시민들에게 볼거리를 동반한 휴식공간은 물론 학습체험, 원예치료, 자원화 등을 통해 우리 꽃의 이해와 우수성을 알리는 전국 제일의 명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자생식물들을 후손들에게 미래자원으로 물려주기 위해선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며 지속적인 보존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의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라도 소중히 지키려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김경배 화성농업기술센터소장
오피니언
김경배 화성농업기술센터소장
2006-10-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