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딜레마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 양상은 대학입시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대학입시정책에 따라 초·중등교육 방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오는 2008년 전국 주요 대학 입시안의 특징을 살펴보면 내신성적과 통합형 논술시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도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본고사 금지정책이 학교교육의 지나친 입시과열화와 이에 따른 학생들의 사교육 열풍을 잠재울 수 있는 대안으로 상당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반면, 대학들은 기존의 내신과 수능은 변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본고사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 착안, 각 대학들은 논술시험이란 새로운 학생선발방식을 선택하게 됐다. 물론 대학으로선 학생 선발권의 융통성이 전무한 가운데서도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묘안을 찾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각 대학들이 내년 입시부터 논술 강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초등학생들마저 특목고 입시지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특목고의 경쟁률이 특별전형은 물론 일반전형에서도 크게 치솟은 건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이 논술 비중을 강화하고 특기자전형을 확대할 계획을 발표해 특목고가 명문대 진학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은 이같은 논술형태의 입시부활에 따라 고민에 싸여 있다. 학생들은 사교육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지금 교육현장에선 논술지도에 전문성을 지닌 교사가 부족한 상태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수리·과학 유형의 논술능력평가를 이미 실시하고 있고 부산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초·중·고에 논술수업을 정규과정으로 편성해 논술교육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준비없는 수업과 평가가 학생들의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사 가운데 70% 정도는 학교에서 논술을 가르치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논술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 70% 정도는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술수업과 능력평가도 중요하지만 교사들이 논술을 전문성있게 지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연수지원이 시급하다. 학교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논술시험은 결국 학생들을 내신·수능과 함께 사교육의 광풍에 내모는 것임에 틀림없다. 정부의 속수무책인 입시정책의 틈바구니 속에서 학교 교육만 방황하고 있을 뿐이다. /윤완 벌말초교 교감 교육학박사

영원한 마음의 고향, 농촌 사랑하기

아버지 고향은 경기도 인근 농촌이다. 매년 추석 한가위가 지나면 우리 식구들은 다시 한번 고향 집을 찾는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가 생전에 심으셨던 은행을 따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에 매달린 은행들을 어떻게 그냥 보고 놔둘 수 있느냐. 다른 사람들 보기 ‘민구’스럽다”는 할머니 성화에 우리 식구들은 시골로 행한다. “그 돈 저희가 드릴테니 그냥 놔두시라”는 우리 말이 들리실리 만무하다. 7~8년 전만 해도 값이 괜찮아 은행을 파는 할머니의 재미도 솔솔찮았을 것이다. 지금은 거들떠 보는 이가 없다. 감나무에 주렁주렁 걸린 감이 마을을 붉게 물들여도 따가는 사람이 없다. 시골의 적막감만 더해 줄뿐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벌이가 시원치 않은 농촌, 이 농촌은 우리가 버리고 떠나야 할 대상인가? 한창 진행중인 한·미FTA협상이 타결되면 한국의 농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게 명약관화(明若觀火)하고 농민들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13년까지 119조원을 투입, 농업개방에 따른 농촌피해를 최소화하고 농촌경쟁력을 살리겠다고 한다. 농업의 체질 개선과 개별품목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농가소득 안정, 농촌복지와 지역개발 등을 통해 농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막대한 돈이 투입되고 온갖 농민들을 위한 정책들을 펼쳐도 국민들의 마음 속에 농촌과 농민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다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농촌은 우리가 살아가는 정신적 힘이요, 기둥이란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도시생활이 조금 바쁘고 힘들더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집이나 시골집을 자주 찾아야 한다. 농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대화 속에 농촌을 이해하고 농민을 사랑할 수 있다. 그윽한 시골의 아침 향기, 빛나는 밤별, 풀벌레 소리와 흙길….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감성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고향이 시골인 사람들, 시골에 주말농장이 있는 사람들은 더 할 나위 없겠지만, 주말여행을 온 가족이 함께 시골로 다녀오는 방법도 좋을듯싶다. 민박 하나 정해 하룻밤 자다보면 어제까지의 긴장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농촌은 내 마음의 고향이며 힘들고 지칠 때 나를 반겨줄 안식처이다. 젊을 때 보살펴주고, 아껴야 할 아내같은 존재가 아닌가. /신계용 경기도의회 의원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어느 집 할머니가 노인정을 다녀왔다. 아들과 딸을 앞에 두고 주머니에서 ‘9988234’라고 쓰인 종이쪽지를 펼쳐 보였다. 그리고 그 뜻을 설명했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 2일동안 앓고 3일째 되는 날 사(4)라진다”는 뜻이란다. 노인정에 모인 노인들이 이 얘기를 듣고 모두 공감했다고 한다. 이 말은 요즘 50~60대 술자리에서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사람이 건강하게 장수하고 품위 있게 늙어 가는 것 못지않게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전자는 나름대로의 투자와 훈련에 따라서는 가능하다고 하겠지만, 후자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의 이치다. 장수하는 조류로 솔개를 꼽는 경우가 많다. 솔개는 70~80세까지 수명을 누리는데 50세가 될 무렵에는 매우 고통스럽고 중요한 결심을 한다. 50이 넘으면 발톱이 노화돼 사냥감을 그다지 효과적으로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리가 길게 자라는데다 구부러져 가슴에 닿을 정도가 되고 깃털이 길고 두껍게 자라 날개가 매우 무거워져 날아 오르기가 힘들게 된다. 이때쯤 되면 솔개는 산 정상에 올라 고통스런 수행을 시작한다.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든다.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 후 새로 나온 부리로 발톱을 하나씩 뽑아 낸다. 새로 난 발톱으로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뽑아낸다. 반년 정도를 보낸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30년의 수명을 누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제일 빠르다고 한다.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지난해 9.1%에서 오는 2015년에는 12.9%, 오는 2030년에는 인구 4명중 1명이 노인인 24.1%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절제된 생활과 여건이 갖춰진다면 솔개처럼 고생하지 않고도 9988은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노인이 되면 오래도록 고상하고 품위있게 사는 것 못지 않게 ‘사라지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많이 하게 되나 보다. 그것은 가족을 고생시키지 않으려는 배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듯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달했어도 앓아누워 있는 기간, 사라지는 날 등을 정하는 건 불가능하다. 234까지도 가능한 날은 언제 올까? /박원식 농협 인천지역 본부장

조셉보이스의 구멍난 청바지

현대미술의 한 단면을 이해하기 쉽게 다음의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필자는 무릎부분에 구멍을 낸 청바지를 2만달러를 주고 구입한 적이 있다. 물론 필자의 돈으로 산 건 아니고 전시행사의 일환으로 구입했던 것이다. 10여년 전 꽤 큰 규모의 권위있는 국제미술전시에서 실무를 맡아볼 때 일이었다. 당시 전시된 작품 중 조셉 보이스가 출품한 작품이 청바지였다. “청바지를 사실적으로 잘 그렸나보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린 게 아니라 실제 청바지, 즉 미술용어로 오브제 작품이었다. 조셉 보이스는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전위작가이며, 우리가 잘 아는 비디오아트 창시자인 백남준과 플룩서스 그룹에서 매우 가깝게 활동한 작가이다. 당시 미술전시를 후원했던 기업에 답례 선물로 산 게 바로 출품작 중 조셉 보이스의 청바지 작품이었다. 2만달러를 주고 구멍 난 청바지를 사는 게 아까운 생각이 들긴 했지만 선물을 받을 당사자가 고른 것이니 선물을 주는 사람은 그에 따르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구입한 청바지 작품을 가져다 줄 때도 쇼핑백에 덜렁덜렁 들고 갈 수 없어 할 수 없이 크기에 맞는 액자를 맞춰 그 안에 핀으로 고정시켜 건네 주었다. 그러나 현대미술 특성을 안다면 이러한 종류의 작품을 액자에 넣는다는 건 무지한 행위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이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를 박제로 만들고 거기에서 생동하는 아름다움을 느껴보려 하는 것과 같다. 현대미술에선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아름다움을 찾아 제시하는 것도 미술로 간주된다. 미술이란 저 높은 곳에 있어 근접하기 어렵고, 고상하고 귀한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발견되고 즐길 수 있는 것, 또는 신선한 감각, 신선한 충격을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그 개념이 확대된 것이다. 일상적인 사물을 엉뚱한 장소에 위치시켜 색다르고 신비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데페이즈망 기법을 사용하는 초현실주의,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이미지들을 그리거나 프린트하거나 그대로 제시하는 팝아트, 또는 신사실주의 등은 바로 미술의 개념을 확장시켜 자유로운 표현을 즐기는 현대미술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조셉 보이스의 오브제 작품 구멍난 청바지가 지금은 액자에서 나와 벽에 핀으로 걸려져 있는 본래의 모습으로 전시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박동수 의왕미술협회장

대학 개방과 평생교육

대학 신입생 선발을 위한 수시모집이 한창인가 하면, 졸업을 앞두고 취업열풍도 불고 있다. 고등교육의 투자와 생산성을 가늠하는 계절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양적 팽창을 거듭, 엘리트 중심에서 대중화 단계를 넘어 이제 보편화시대로 접어들었다. 내년도 입시시장을 보면 대학 모집정원은 다소 감소했고 고교 졸업인원과 재수생 등은 지난해보다 다소 늘었다. 구체적으로 전국 2~3년제 대학 152곳과 4년제 대학 200곳 모집정원은 64만3천278명이고 경기·인천지역은 12만19명으로 전체의 18.7%를 차지한다. 일반계와 실업계를 합친 고교 졸업인원은 58만2천181명으로 잠정 재수인원 24만명을 제외하면 대학진학률은 110%에 이르러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는 현실이다. 교육시장 구조는 과거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에서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으로 변신했으며 이미 1980년대 초반 예상됐던 학생소비자주의 시대로 치닫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전·충남·충북은 모집정원 대비, 거주지역 자원 부족으로 다른 지역 대학과의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이같은 대학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평생학습사회에 부응하는 대학 개방이다. 대학은 전통적으로 대학중심 교육체제를 유지해 왔고 최근 연구 진흥과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한 대학원 중심 교육체제가 강화됐다. 우리 대학들은 다른 한편으로 고등교육의 제3섹터로 등장한 평생교육 중심의 교육체제를 탐색해야 하는 시대적 전환점에 서 있다. 이미 19세기 후반 영국 캠브리지대를 필두로 옥스퍼드대,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뉴욕주립대 등이 고등교육의 보수성과 정체성을 개혁하는 자기변혁의 과제로 대학 개방을 시도했다. 오늘날 구미 선진국에서 대학의 평생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인원은 대학중심 교육인원의 4배 정도로 많다. 지식이 중심이 되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적응과제는 성인기 이후 노년기까지 삶의 필요충분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어느 기관들보다도 우수한 교육자원과 내용을 보유한 대학 개방은 평생학습사회에서의 당위성이다. 대학 졸업 학력구성비가 20% 정도에 지나지 않는 현실에서 자의든 타의든 고등교육 기회를 상실한 사람들에게 교육의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성인들의 학습욕구 또한 급증하고 있다. 대학은 일정한 선발과정을 거쳐 제공하는 교육체제는 물론 평생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 /김형수 (사)한국삶의질 연구원 이사

자생식물에 대하여

자생식물이란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자라온 식물들로 사람에게 국적이 있듯 산과 들에서 마주치는 식물들에게도 고향이 있다. 우리 고유 자생식물 중에는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밥풀, 개불알풀, 요강꽃, 복주머니꽃, 노루귀, 할미꽃, 은방울꽃 등 그 이름만으로도 정겹고 사연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꽃들이 많이 있다. 반면 토끼풀, 개망초, 달맞이꽃, 아카시아 나무 등은 우리에게 친근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외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들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우리나라 식물자원 종류는 4천200여종으로 이중 고유식물은 650여종이다. 이 땅에서 자라는 자생식물들은 모두 우리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데다 무한한 가치를 지닌 소중한 자원들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90년대 그루당 10달러 이상 주고 수입했던 미스김 라일락은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선풍적인데, 식물채집가인 미국인 미러가 북한산 기슭에서 정향나무 종자를 채집해 간 후 품종을 개량한 것이다. 식물들이 의약품으로 개발되면 부가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높아진다. 이미 쑥은 위염 치료제, 큰꽃 으아리는 관절염 치료제 등으로 개발됐으며 쥐오줌풀은 담배 맛을 좋게 하는 향신료, 엉겅퀴 뿌리는 간장 치료에 특효가 있다. 미국 처방 약제품의 25%는 식물에서 추출됐다. 식물자원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차린 미국 국립식물원 탐사대는 지난 80년대 중반 소청도, 백령도, 내장산, 진도 등지를 돌며 우리나라 자생식물 4천여점을 채집해 갔다. 두 눈 뜬 채 자원을 도둑맞은 셈이다. 화성시는 엊그제 오는 2008년 5월 개장을 목표로 154억원을 투자하는 자생화 식물원 기공식을 가졌다. 이 식물원이 완공되면 도시민들에게 볼거리를 동반한 휴식공간은 물론 학습체험, 원예치료, 자원화 등을 통해 우리 꽃의 이해와 우수성을 알리는 전국 제일의 명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자생식물들을 후손들에게 미래자원으로 물려주기 위해선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며 지속적인 보존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의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라도 소중히 지키려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김경배 화성농업기술센터소장

역발상의 메리트

1853년 미국의 오티스사가 처음으로 엘리베이터를 만들었을 당시 속도가 너무 느려 사람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속도를 빠르게 하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기술, 그리고 돈이 들기 때문에 고민에 빠진 회사는 한 여성 관리인 아이디어로 엘리베이터 옆에 거울을 설치했다. 거울을 설치한 후 거짓말처럼 이용자들의 불만은 크게 줄었고 기업의 경비 절감과 이용자들의 불만 해소도 동시에 해결됐다. 1950년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했을 때도 미군 수뇌부는 인천은 조수간만의 차와 항공지원의 항속거리 밖에 있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했으나 맥아더 장군은 “북한군 지휘관들도 당신들과 같이 훌륭한 장군이다. 여러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북한군 장군들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것이며, 따라서 인천은 방비가 소홀할 것이다. 바로 이 허점을 친다면 성공할 수 있다”며 강행, 결과적으로 대승을 거뒀다. 요즘에는 여자화장품에 남자배우를 등장시킨다든지, 치열한 경쟁시대에 오히려 옛날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나 음식점, 인터넷 등을 통해 성공을 거두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터무니 없고 사회통념을 뒤집는 획기적인 역발상 생각들이 충격을 넘어 개인과 기업에게 엄청난 광고효과와 이윤을 안겨주고 있다. 역발상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대 경영학 교수는 “역발상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건 바로 ‘냉소와 믿음 사이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선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필요하지만, 어떤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어떤 아이디어를 버릴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가 오면 냉소적인 태도로 자기가 만든 아이디어를 스스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늘날 성공한 기업들은 저마다 다른 철학과 행동 등을 갖고 있다. 어떤 기업가는 정해진 길을 걸어 성공의 문에 이르렀지만, 일부는 이단의 길을 통해 목적지에 도달한다. 오늘날처럼 변화무쌍한 시대엔 후자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그러자면 기업가는 자신의 의식이 형성해 놓은 범주에서 벗어나 늘 해 오던 일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직원들의 실패까지도 칭찬할 수 있어야 한다. 항상 의견이 같은 사람이 2명이 있다면 그중 1명은 필요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지점장 경제학 박사

안아드려요

대체로 즐거움을 주는 소리는 자연의 소리이다. 물 흐르는 소리, 천둥 번개 치는 소리, 빗방울소리, 풍경소리, 북소리, 바람 소리…. 이런 소리들은 녹음해서라도 가끔 듣고 싶은 소리이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신선한 소리를 신문에서 보게 됐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된 ‘안아드려요’ 운동이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운동은 2년 반 전 ‘후안 만’이란 청년이 시드니 거리에서 ‘안아드려요(Free Hugs)’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포옹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처음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나도 따갑고, 경비원들에게 쫓겨나기도 했다”고 어려움을 밝혔지만, 포옹한 후에는 정말 감동적이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 서로 사랑하고 웃고 행복해 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일 매스컴을 장식하는 학교폭력, 왕따, 결손가정, 이혼가정 등으로 우리 사회는 점점 콘크리트화돼 가고 있는 모습들을 본다. 우리 사회, 특히 우리 자신들은 이러한 메마른 사회 속에서 물질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으로 힘의 논리에 따라 흘러가고,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의 삶이 맑은 공기가 그립듯 서로 나누고, 포용하는 마음이 따뜻한 사회가 그리워진다. 그런데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사를 읽은 것이다. 스킨십을 통해 딱딱하게 굳어 있는 몸과 마음을 나누는 운동, 서로에게 다가가는, 의미 있는 운동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동양적 사고 속에 사는 장년층의 우리는 ‘안아준다’는 게 참으로 어색하고 부자유스럽다. 주위를 둘러보면 서로의 관계들이 영양 결핍된 아이처럼 허약하다. 젊은 기성층은 내면조차 컴퓨터 속으로 온종일 떠돌고 있다. 기계음을 만들고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양·애정결핍을 치유하는 길은 존재적 차원에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안아 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병원 진료실 풍경도 마찬가지이다. 의사는 환자의 눈을 마주보면서 시진과 촉진, 문진 등으로 환자의 질환을 읽어내는 건 전설이 됐다. 기계적인 장치들이 온갖 자료를 제공, 따뜻한 의사의 손이 환자를 어루만지는 게 아니라 기계들이 환자의 몸을 살피고 있다. 최신 시설과 의료기기 등을 자랑하면서 기계들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건조한 세상 속에 몸으로 만이 아닌 마음과 정신까지도 서로에게 다가서는, 안아주기운동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병원에서도 아픈 이의 육체적 지지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안정과 나눔의 전인적인 차원의 ‘안아드려요’ 운동이 일어나길 희망한다. /차영미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장

담장없는 열린 세상

담장 양쪽에 붙은 철제대문을 열고 2~3중 잠금장치 현관문을 통과해야 거실에 앉을 수 있는 게 요즘의 주택구조이다. 일반주택에서도 담장을 헐면 정원도 넓어지고 일조량도 많아져 좋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확 트인 앞뜰에 나무 몇 그루도 심고 조그만 화단이지만 화초까지 가꾸는 전원주택 같은 집은 상상만 해도 아름답지 않은가? 그런데 담장에 갇혀 사는 이유는 사생활 노출보다는 좀도둑이 들기 쉽다는 선입견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높은 담장은 오히려 범인들의 은폐용으로 이용되는 반면, 차라리 담장이 낮거나 없다면 통행인들이 감시자의 역할을 하는데 괜한 기우는 아닐까. 집 주변을 빙 둘러 친 담장은 자신만의 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웃과의 단절과 차별 선언이다. 이때문에 담장을 허문다는 건 닫힌 마음에서 열린 마음으로, 나만의 개인적 공간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 공간으로의 전환이다. 때늦은 후회이지만 담장을 쌓는 건축경비만으로도 아담한 화단이나 정원도 그럴싸하게 꾸밀 수 있다. 집집마다 나름대로 개성 있는 이미지를 연출한다면 다양한 부가 효과도 당연히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는 건축허가를 내줄 때 아예 담장이 없는 조건을 갖춰야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고 한다. 최근 경기도청 담장도 헐었다. 경기도청 마당을 공원처럼 주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담장 철거의 취지였다. 말뜻 그대로 공공기관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열린 공간이다. 이처럼 관공서가 솔선해 담장을 허물기 시작한다면 학교나 아파트,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은 물론 공영기관이나 산업체 등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마음까지도 툭 터놓는 담장 없는 열린 세상이 될 것 같다. 요즘 세상살이가 너무도 갑갑하고 문득 담장 생각이 나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도 써본다. /이원규 시인·테마기행예술제운영위원장

재미있는 학교

미국 국무성은 세계 각국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교환학생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매년 학생 1천~2천명이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에 간다. 1년간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자원봉사로 홈스테이를 하는 가정에 머물며 학교는 공립학교에 다닌다. 필자의 세 자녀 중 두 명이 이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이들로부터 미국 학교생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학교생활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도대체 왜 학교생활이 재미있었을까. 첫째, 과목 선택이 자유롭다. 미국 고교생들도 대학과 같이 수강신청을 한다. 필수과목은 몇개 되지 않고 대부분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한다. 1개월 정도 수강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강신청을 정정할 수도 있다. 자신이 선택했으니 책임감도 생기고, 학생 스스로 난이도를 고려, 선택하니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쉬워 재미없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둘째, 학교는 학과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미국 고교에선 학과공부는 물론 예·체능활동도 강조한다. 따라서 상당수 학생들은 운동·예술클럽에 가입, 활동한다. 운동클럽은 학교 내 시합, 다른 학교와의 시합 등 실전 위주로 운영된다. 체육활동이 끝나면 예술활동이 시작된다. 예술활동 역시 음악발표회나 미술발표회 등 실전 위주로 운영된다. 셋째, 선생님이 친구같다. 미국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매우 친절하고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심지어 학생들이 선생님의 애칭이나 First Name(이름)만 부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다정한 관계는 교사와 학생간 상호작용을 활발하게 해줘 학습효과를 높여주고 정서적 평안함도 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과공부만 주입시키는 학교, 너무 어려운, 또는 너무 쉬운 내용만 가르치는 학교, 모든 행동을 감독하는 무서운 선생님들이 버티고 있는 학교…. 이런 학교를 학생들이 좋아하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학생들은 아직 배움의 재미를 모르기 때문에 재미를 교육과정 속에 잘 녹여 넣어야 한다. 마치 당근을 싫어 하는 아이에게 당근을 잘게 다져 아이가 좋아하는 햄버거에 넣어 주듯 말이다. 교육개혁을 거창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모든 학교를 재미있고 행복한 학교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이병석 경민대 교수

통합교육의 가치추구

인간은 시대의 사회적 규범 속에서 삶을 영위해 간다. 교육은 인간으로 누려야 할 지극히 당연한 권리이다. 사회는 구성원인 개인이 어떠한 조건을 가졌더라도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마땅히 책임을 다해 교육해야 한다. 개인의 조건이 열악하면 열악할수록 사회는 그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마련하고 지원해줘야 한다. 이러한 교육의 필요를 절실히 느끼는 구성원들이 바로 장애인이다. 그런데도 사회는 편의와 이질감이라는 다수 중심의 논리를 앞세워 최근까지도 이들의 교육을 분리하거나 소홀히 해 왔다. 장애인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것도 별개가 아닌 다른 보통 학생들과 같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건 무엇보다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인권 존중의 사고이다. 장애를 입어 특별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규범적인 환경으로부터 배제, 일탈된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건 그들의 존엄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장애학생도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하기에 일반학생과 격리된 상태에서 특수한 장애보상교육을 받기보다는 처음부터 일반학생들과 더불어 학습하고 일반적인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게 그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해주는 길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한 생활과 직업을 유지하도록 하자는데서 시작된 사고들이 교육으로 옮겨진 게 바로 통합교육이며, 이는 바로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인정하는 교육이념이다. 즉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을 일반학교에서 분리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비장애학생들과 동일한 학급에 배치, 그들의 특별한 욕구를 지원해주며 교육하는 것이다. 통합교육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새뮤얼 오덤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는 “통합교육시설의 일반학생들은 장애우를 배려하는 과정에서 관용성·협동심·리더십·사회성 지수가 크게 높아지고 특히 일반학교의 문제인 또래들간의 왕따현상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사회는 이들의 교육을 어떤 구성원들보다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지원해줘야 한다. 통합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장애 학생에 대한 일반학급의 교사와 학부모 등은 물론 일반학생들의 적극적인 배려와 참여가 요구된다. 나아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등의 전폭적인 지원과 전문교사의 양성·배치, 전문 프로그램 개발 등 사회적 준비가 더욱 필요하다. /윤완 벌말초교 교감 교육학박사

故 오중정 총영사와 인하대

최근 모 언론사가 실시한 전국대학평가에서 인하대가 9위로 복귀했다. 이번 평가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 서울대, 포항공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서강대 등 대부분 서울의 유수 대학들이 톱10 반열에 들었다. 학문의 세계화와 외국학생 유치 등 치열한 대학간 우위경쟁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치닫고 있다. 인하공대로 출범, 반세기를 넘긴 인하대가 옛 명성의 맥을 이으며 고등교육 선진화를 지향하는 모습은 지역의 자부심으로 우리 모두 눈여겨 볼 일이다. 선진국 사례에서도 우수한 인적·물적자원이 풍부한 고등교육 발전은 지역의 발전과 긴밀하게 연계됐기 때문이다. 인천은 그동안 지역사회의 사회·문화적 성과 때마다 일치된 환호를 보냈다. 격려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이러한 지역 주민들의 애향심만큼 국내 우수 대학으로 성장한 인하대의 결실에도 지역사회의 인색하지 않은 격려의 박수가 필요하다. 인하대 창학배경은 하와이 첫 이민의 역사와 함께 한다. 인하대 설립과 관련, 제물포항을 떠나 미국 하와이에 정착한 하와이 동포들의 정성과 지역사회 성원은 지울 수 없는 인천의 역사다. 이곳에서 먼 이국의 땅으로 이민을 간 선조들의 발길을 담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인천과 하와이의 첫 음절로 ‘인하’란 교명을 지었으며, 숙명적으로 인천에 고등교육기관이 설립됐다. 이승만 대통령은 ‘인하공과대학 설립에 즈음하여’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고 망명생활에서 운영한 한인기독학원 부지와 재산 등을 매각, 얻은 15만달러를 인하공대 설립자금으로 조성했다. 이 돈은 당시 하와이의 오중정 전 하와이 총영사(재임기간 1951~1960년)를 통해 전달됐다. 이러한 역사의 질곡을 가슴에 두고 살았던 오중정 전 총영사가 지난 8일 하와이 퀸스병원에서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인하대는 송도캠퍼스 조성사업 등 새 비전들을 제시하고 있다. 고등교육 한세기를 향한 인하대의 제2 창학의지와 기대, 그리고 오중정 전 총영사 역할 등이 지역의 자긍심으로 다시 이어져야 한다. 작고 직전까지 이승만 대통령 숭모회 고문을 맡았던 그의 영결식은 21일 한인기독교회에서 한인사회장으로 열린다. 민족과 지역의 대학, 세계의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인하대와 제물포항을 가슴에 담았을 오중정 전 총영사의 영전에 꽃다발을 바친다. /김형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 교육학박사

자식 앞에 장사 없다

이 세상에서 누구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중 하나가 자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식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격언처럼 전해지는지도 모른다. 부모 입장에선 누구나 부모의 의중대로 자라고 행동하길 바란다. 자신이 낳았기 때문에 은연중 자신의 의지대로 키우려는 욕심이 있다. 심하면 모든 것을 부모의 뜻대로 따라 주길 원한다. 낳아 주고 길러 줬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자식이 성장해 머리가 커지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보다 힘이 약하거나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자식이 부모에 대한 사랑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 자식간 사랑을 내리사랑이라고도 한다. ‘콩쥐팥쥐’에 나오는 계모는 자식을 이긴다. 그것은 내리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무조건적인 자식에 대한 사랑이 노후에 부모에게 짐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일전에 ‘노후의 가장 큰 적은 자식’이란 기사를 봤다. 경매가 넘어가는 집의 20%, 한해 8만여건이 자식 빚 보증 서느라 잡힌 경우라고 한다. 힘들게 가르치고 기둥뿌리 뽑아 결혼시키고 집 장만해주고 사업자금 대주고 이제 끝났나 싶자 근근이 남긴 노후자금까지 자식이 말아 먹는다. 주위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자식들의 불행이 안타까워, 또는 자식의 청을 들어주고 싶다는 사랑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아무리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만 부모된 죄 치고는 너무 심한 것 같다. 최근 공무원들이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는 비율이 95%까지 급증했다고 한다. 목돈으로 받았다 자식들이 거덜 내는 예를 본 탓일 것이다. 노령화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고령자현황에 따르면 10명중 1명은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20년 후에는 5명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초(超)고령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한편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44.6%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이제 우리도 부모의 자식에 대한 의무와 도리가 서양처럼 성년이 된 다음에는 부모의 도움 없이 자립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원식 농협 인천지역본부장

끊임없는 선택으로서의 삶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오늘 아침에는 어느 옷을 입을까, 점심은 무엇으로 먹을까, 자동차는 어느 회사 어느 차종으로 살 것인가, 배우자는 어느 사람을 택할 것인가, 어느 대학에 진학할 것인가, 자식들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 일상생활의 자질구레한 선택으로부터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눈만 뜨면 어쩔 수 없이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가 직면하는 이러한 선택의 종류는 크게 갈등이 없는 선택과 갈등을 수반하는 선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갈등이 없는 선택이란 예를 들면 사과를 먹을 것인가, 배를 먹을 것인가, 빨간 넥타이를 맬 것인가, 파란 넥타이를 맬 것인가 등과 같은 경우로 얼마든지 개인에 따라 자유롭고 선택의 갈등도 일지 않는다. 이 경우는 개인의 기호와 개성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갈등을 수반하는 선택 중 자신에게만 문제가 관련된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담배를 피울 것인가, 끊을 것인가, 체면과 안전을 위해 비싼 차를 살 것인가, 아니면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싼 차를 살 것인가 등의 문제는 선택에 따라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바람직한 자세는 자신의 건강상태, 경제적 여건, 신체적·정신적 능력, 기질 등을 고려해 상황에 알맞는 최선의 것을 선택해야 한다. 끝으로 자신을 포함해 남에게 영향을 끼치는 선택의 경우이다. 이 경우가 가장 힘들고 신중해야 하는 선택이다. 자신의 선택이 자신을 포함,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만큼 가장 올바르고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 때 자신의 선택이 사회적 법규나 보편적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가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종종 자기 중심적인 편견이나 자신의 욕구에 판단이 흐려져 중대한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디까지가 사회적 법규와 객관적 가치의 범주에서 판단할 부분이고, 어디부터가 자신의 재량과 판단에 맡겨진 부분인가를 올바르게 파악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무인도에 산다면 어떤 행동이나 판단도 허용되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듯이 사회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아야 한다. 요즈음 우리 삶의 주변 상황을 볼 때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할 내용이다. /박동수 의왕미술협회장

쌀의 미학

요즘 들녘은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가을걷이 가운데 벼 수확은 우리 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1년중 가장 중요한 작업이며 한때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쌀을 뜻하는 한자 ‘米’는 상형문자로 벼 이삭을 본뜬 것인데 어떤 이는 ‘八+八’로 쌀을 생산하는데 88번의 손길이 간다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얼마 전 발표한 올해 쌀 생산량은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지난해보다 86만섬(2.5%) 줄어든 3천225만섬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1인당 쌀 소비량도 지난 70년 136㎏에서 급격한 감소를 보여 올해는 사상 처음 80㎏ 이하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쌀 소비량이 줄어든 건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식문화 서구화로 인스턴트 식품과 빵, 피자 등의 소비 증가와 바쁜 직장생활로 인한 아침 결식, 건강, 미용을 위한 다이어트 때문으로 나타났다. 언제부터인가 생활수준이 나아지고 한끼 식사가 콘프레이크와 우유, 치킨과 스파게티, 피자와 콜라 등으로 바뀌면서 방부제와 표백제에 절은 수입 밀가루로 만들어진 빵과 고기 등을 즐기는 동안 우리 주변은 비만과 당뇨,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이 만연하게 됐다. 흔히 쌀을 비만의 주범인 것처럼 식탁에서 외면하는데 하루 세끼 밥을 먹어도 우리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65% 밖에 안되고 실제 비만에 이르는 건 쌀 식사 대신 육가공 식품 과잉 섭취와 군것질 등이 원인이다. 쌀에는 여러가지 유용한 성분들이 많이 함유됐는데 단백질은 체내 이용률이 높아 콜레스테롤이나 중성 지방의 농도를 낮추고 비타민 E 등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방지한다. 특히 쌀밥은 빵이나 국수와 달리 식후 혈액 내 인슐린 수치를 서서히 증가시켜 세포 내 지방 축적을 억제한다. 최근 새로운 성분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가바(GAVA)라고 불리는 물질은 혈액 내 중성지방을 줄여 고혈압을 개선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며 IP6 물질은 현미의 식이섬유에 많은데 대장암 예방에 중요한 작용을 하며 지방간이나 동맥경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쌀밥을 먹어야 한다. 쌀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생명원이며 식이섬유는 물론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을 풍부히 공급해 주는 에너지원이다. 이처럼 건강에 좋은 쌀을 우리가 지키고 먹어야 함은 당연하며 전통 음식에 길들여져 온 우리의 몸은 언제나 생명이 살아 숨쉬는 쌀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김경배 화성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신호발송의 해석

정책당국과 연구기관들은 정책방향이나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통해 시장 참가자들에게 수시로 신호를 발송한다. 정보경제학에선 정보를 갖고 있는 경제주체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려는 행위를 신호발송(Signaling)이라고 부르고 반대로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갖지 못한 경제주체가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상대방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행위를 선별(Screening)이라고 일컫는다. 즉, 신호를 보내는 주체는 정보 보유자이고 선별하는 주체는 정보 비보유자이다. 그동안 정부당국과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각종 통계를 보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 경기전망 역시 다소 비관적일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최근 기업이나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지표가 연일 추락, 우려했던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3대 지표는 수개월째 성장탄력을 잃고 있다. 문제는 정보 비보유자인 기업이 이러한 정보 보유자의 신호발송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대출을 억제하고 투자를 보류, 최대한의 긴축경영으로 나아가려 할 것이다. 반대로 소수이긴 하지만 이럴 때야말로 또 다른 호기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기업들도 있을 것이다. 신호발송 해석은 이처럼 기업들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계적인 부를 이룬 기업가는 후자처럼 항상 불황기에 싸게 사 호황기에 비싸게 팔아 막대한 이윤을 축적했었다. 그리스 해운왕인 오나시스는 해운업에 진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중 건조한 규격수송선인 리버티선을 싸게 사들여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금융기관들은 기업 대출에 대한 추가 금리인상에다 선별적인 기업 지원으로 대응할 것이다. 이는 지금처럼 금융기관이 기업대출에 적극적일 때 미리 자금한도를 확보해 두라는 신호를 기업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경기가 어려우면 값싸고 매력적인 원재료나 공장 등의 매물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막상 기업들이 이를 사려고 해도 자금이 없거나 금융기관 대출통로가 막혀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보보유자가 보내는 갖가지 신호발송에 대한 해석은 이를 선별하는 기업가 몫이란 점을 결코 잊혀서는 안 된다.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지점장 경제학박사

추석 한가위 풍경 단상

한가위 고향길은 편리한 고속 열차를 타고 달려가도 좋겠지만, 멀미하며 몸살을 앓으면서도 고속도로나 국도 등으로 거북이걸음으로 가는 것도 맛이 있다. 차와 사람들로 콩나물시루 같은 도로에서 쉬엄쉬엄 가는 길옆으로 붉게 물들어 가는 자연을 바라보기도 하고 교통방송도 들으면서 민족의 대이동에 몸을 담그는 게 추석의 맛이 아닌가 한다. 추석명절은 짧은 만남을 위해 긴 기다림의 시간을 준비해 온 정성이 고마운 날이다. 이날만이라도 고향에 계신 노부모를 찾아뵙고 조상님과 한해의 수확을 보살핀 자연과 하늘, 땅 등의 자식으로 감사의 제사를 지내는 아름다운 우리네 고유 명절이다. 신발이 벗겨질듯 뛰어나오시는 부모와 손자들의 고운 한복이 단풍처럼 아름다운 명절이다. 고향의 부모는 땅의 마음으로 자녀들에게 추수한 곡식과 열매를 자랑할 것이다. 이처럼 많은 비에도 곡식은 잘 영글었고 과일도 최고의 당도라며 감동하신다. 설령 다른 해보다 좀 못하다한들 괜찮다고 그분들은 말할 것이다. 먹거리들이 적당히 풍성하며 땀 흘려 거둔 수확들은 모두 너희 몫이라고 하시며 욕심 없이 흐뭇해하실 것이다. 시름을 이런 넉넉한 마음으로 전환할 줄 아는 농부가 고향의 부모이고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다. 때가 돼 회귀하는 연어처럼 부모님과 고향땅이 기다리는 곳으로 민족의 대이동에 참여하는 게 바로 감사의 제사이고 우리 민족의 아름다움이라고 느껴진다. 그런데 이처럼 고향을 찾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요즈음은 단순한 휴가의 의미로 즐기기 위해 해외 관광을 떠나는 이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명절연휴가 되면 이들로 공항이 콩나물시루가 된다는 뉴스를 접한다. 어쩔 수 없이 고향을 찾지 못하거나 잃은 이들이 있지만, 가족이나 고향이란 단어의 중요성이 퇴색되고 상실돼 개인주의, 핵가족적인 사고방식 등으로 변질되고 있다. 우리 정서 안에 때가 되면 흐르는 고향으로의 회귀본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점점 고향과 부모를 잊고 흙의 겸손을 상실한 이들이 허공에 발을 딛고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욕심과 쾌락과 물질적 부에 가치를 두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 못함이 안타깝다. 고향을 잊은 이들이 점점 생명을 잃어 가는 게 아닌가. /차영미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장

폐교는 잡초만 무성하고

도심과 아파트가 밀집된 신도시는 학생들이 넘쳐나는데, 개발제한으로 묶인 벽지의 학교는 폐교 위기이거나 폐교돼 일반인들에게 유상 임대되고 있다. 현재 학교로서 수명을 다한 폐교가 전국적으로 3천여곳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사회교육 및 평생교육시설 등으로 80% 정도는 재활용되고 있다. 폐교는 대부분 마을에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다. 조경이나 전기, 수도 등의 기본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이에 따라 건물 그대로 각종 수련캠프나 향토교육자료실, 특기·적성교육센터, 대안학교 등의 교육목적사업과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창작실, 주말농장, 유기농재배 등 농업생산시설은 물론, 노인학교나 예절교실 등 유용한 공간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익성과 무관한 임대자의 개인사업장이 되거나 건축 자재의 야적장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용료를 지불하고 임대했다고 임대자의 소유는 아니다. 폐교는 문자 그대로 문을 닫았을뿐 분명히 학교다. 한때는 지역 문화 중심지로 지역 주민들의 꿈과 희망의 발상지였던 곳이다. 이때문에 아직 임대가 이뤄지지 않은 폐교는 해당 교육청이 당연히 관리해야 하겠고 임대됐어도 임대자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 감독에 소홀해선 안된다. 이미 임대입찰 때부터 허용사업으로는 교육용, 주민복지시설이나 농업생산시설, 문화예술 사업을 위한 공간, 사회복지시설 등 공익을 위한 활용으로 분명히 제한되고 있었다. 폐교의 문제는 사후관리에 있다. 폐교 임대자들의 당초 계획이 날이 갈수록 희미해지게 마련이다. 공익의 기치를 내걸고 임대했으나 수익성이나 실효성 등이 떨어지면 자금 압박을 받게 마련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조차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문제가 있는 임대자이다. 최근 보도에 제주도 내 폐교시설이 전통문화와 인성교육센터로 탈바꿈해 눈길을 끌고 있다고 한다. 올해 교육특별자치구가 된 제주도의 첫 작품이다. 경기도도 현재의 폐교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면 애물단지가 아닌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의 터전으로 탈바꿈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규 시인 테마기행예술제운영위원장

자녀교육을 분담하는 아빠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가 넘어서면서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하는 횟수가 늘고 해외로 유학이나 연수를 가는 학생수가 1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교육·문화적 혜택도 많이 누리게 됐다.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이니 4인 가족의 경우는 6만달러(6천만원)를 벌어야 평균소득이 된다. 아빠 혼자 일해선 평균수준의 경제생활을 꾸려가기가 힘들어 일을 하는 엄마들이 많아지고 있다. 급기야 교육인적자원부와 고출산 고령사회위원회는 ‘일하는 아빠’와 ‘가정주부 엄마’처럼 남녀 역할을 고정시키는 교육사례를 수정해 나가겠다고 한다. 구체적인 예로 학습소재 및 삽화 등에 나오는 기존의 고정적인 남녀 역할을 주입하는 ‘일하는 아빠’나 ‘가정주부 엄마’ 등의 표현이 ‘일하는 엄마’와 ‘가사 돌보는 아빠’ 등으로 바뀐다고 한다. 일하는 엄마가 많아짐에 따라 가정에서 부모의 교육적 역할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아빠는 엄격하고 엄마는 자애로워야 한다는 엄부자모(嚴父慈母)가 이상적인 것으로 인식됐었다. 전업주부인 엄마는 자상하게 자녀의 교육을 챙기고 아빠는 돈 버는 일로 바쁘니 아이들이 엄마 말을 잘 듣지 않고 말썽을 부릴 때만 엄하게 혼내는 역할을 감당해왔다. 그러나 이젠 엄마도 바쁘다. 아빠가 가끔 혼내는 역할만 해선 안된다. 아빠는 엄마의 가사를 도와주는 이외에도 엄마가 하던 교육적 역할도 일정 부분 감당해야한다. 최근에는 학생이 맞춤형으로 입시를 준비해야 할 정도로 입시제도가 다양해지고 있다. 고교도 인문고와 자립형 사립고, 실업고, 특목고, 국제고, 대안학교, 외국유학 등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처럼 다변화된 교육상황에선 바쁜 엄마가 자녀교육문제를 혼자 결정하는 건 힘든데다 잘못된 결정을 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진학정보 수집, 진로나 학교생활에 대한 대화, 선생님과의 면담 등 교육적 가사일을 아빠도 분담해야 한다. 많은 교육학자들은 “엄마로부터는 생활습관을 많이 배우지만 자녀의 가치관과 도덕은 아빠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이 또한 아빠가 자녀교육을 분담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동안 자녀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했던 아빠들이 막상 자녀교육을 분담하려고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자녀교육은 대화로부터 시작되는만큼 대화의 기회를 포착, 그들의 말을 듣는 것부터 시작하자. 자녀와의 대화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무작정 함께 산책하는 건 어떨까? /이병석 경민대 교수

노인 이해의 시작

지난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요즘 65세이면 ‘젊은 오빠’ 또는 ‘젊은 언니’이지만 인구학적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인구 100명당 9.5명이 노인인구인 고령화사회에 살고 있다. 사회가 노령화되면 노동력의 부족 내지 감소, 사회복지비용의 증가, 정년 조정 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과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국가는 노인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 이처럼 국가가 노인문제와 노인복지 등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수 있는 근거는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에 있다. 즉 노인을 사회의 부담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의 발전을 주도하는 계층으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경제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는 존재가 아니라 소비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나라 개인 금융자산은 1천167조원으로 이중 65세 이상 노인들이 300조원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강한 구매파워를 갖고 있는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는 고도의 숙련을 바탕으로 생산에도 기여할 수 있는 계층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도 강조돼야 한다. 앞으로 고연령층을 많이 고용한 회사나 단체 등에 대해선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화해야 된다. 또 하나가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자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계층이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학창시절,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수필이었기에 ‘청춘예찬’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땐 청춘이 아름다운줄 몰랐고 행복한줄도 몰랐다. 불만이었고 경쟁해야 했었다. 빨리 나이들어 있음을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청춘과 노인의 중간 시기를 살고 있는 지금 필자로선 지나간 청춘시절에 대해선 아쉬움, 다가올 노년시절에 대해선 불안함과 기대감 등이 함께 한다. 끝으로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수필 가운데 한 문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를 나무라지 마라. 지나온 길인데. 노인을 비웃지 마라. 가야할 길인데. 지나온 길 가는 길, 둘이서 함께하는 여행 길.” /신계용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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