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원가 저녁 거리풍경을 보노라면 평소보다 길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못하고 부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잠시 머뭇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면, 그러한 느낌은 해마다 철새처럼 찾아오는 대학입시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매년 이맘때쯤 되면 입시생들이나 학부모들은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기회를 오로지 대학입시에 두고, 갖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대학입시를 위해 밤늦도록 자율학습과 보충학습으로 불을 밝히고, 학원가는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입학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이중, 삼중고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소위 ‘문벌주의’의 확고한 틀에 아직도 갇혀 있다고 보여진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려시대에 6두품, 호족, 개국공신 등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문벌주의 사회를 형성하였다. 특히 과거제도 시행과 더불어 문벌귀족을 형성하기 위해 교육적 관심의 비중은 지대했다. 그들은 확고한 문벌체제를 구축하여 정치권력과 경제적 특권을 독점함으로써 그 시대의 모든 특권을 쥐고 있었다. 그 후, 고려사회는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사회현상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갈등으로 얼룩졌다. 즉 문벌귀족 체제의 모순 심화, 지배층의 정치적 분열, 무신 차별에 대한 무신들의 불만 등 지배 체제의 모순에 대항하는 새로운 무신 권력이 등장하여 국가·사회적 붕괴를 초래하였다. 입시철을 맞아 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입시 전형요강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들 대학의 입시요강에 따르면 내신을 50% 반영하되, 논술 비중을 높이고 자연계에 논술을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08년 입시부터는 논술이 대학 합격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논술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대학입시방향에 따라 학교는 학교대로, 학원은 학원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고민에 빠져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와 더불어 사교육비는 기하학적으로 증가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쳐 늘어질 뿐이다. 천년 전, 우리가 보아 왔던 ‘문벌주의’의 잔영(殘影)이 지금도 변함없이 ‘학벌주의’의 모습으로 투영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을 지우기가 어렵다. /윤완 안양벌말초교 교감 교육학 박사
오피니언
윤완 안양벌말초교 교감 교육학 박사
2006-09-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