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과 빈곤 탈출

김영준 경기실버인력뱅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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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교육을 계층 상승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보는 인식이 팽배하다. 가난한 집의 자식도 교육을 충분히 받는다면 부유한 집의 자식 못지않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의 어른 세대부터 널리 퍼져 자기 자식의 손에는 흙을 묻히지 않게 하려고 소를 팔고 밭을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새로 마련한 학자금 대출 제도인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도(ICL)는 앞서 말한 교육에 관한 인식이 얼마나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ICL이 시행되면 기존에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게 지급되던 교육비가 줄거나 없어진다고 한다. 대신 학자금을 대출해줄테니 취업을 하게 되면 갚으라는 것이다. 빈곤층도 대학만 졸업하면 학자금을 갚으면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생활이 보장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책결정자들의 시각이 너무나 어처구니없다.

많은 연구 결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교육과 계층 상승, 교육과 빈곤 탈출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즉 적어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빈곤층의 자녀가 부자가 될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설사 ICL이 빈곤층에게 지원되던 교육예산의 부담을 낮추면서도 빈곤층 자녀들의 교육수준을 끌어 올리고 취업동기를 촉발시키는 효과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빈곤층 자녀들의 계층상승과 빈곤탈출에는 많은 장애물들이 남아있다. ICL이 시행된 후 대출금으로 대학을 졸업한 빈곤층 자녀들은 이자 지원이 중단돼 4년간 수천만원의 대출금 상환 부담을 져야하고, 또한 모자가정의 경우 자녀가 대학 졸업 후 128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으면 기초생활급여가 중단돼 어머니의 부양비를 책임져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대학졸업이 곧 빈곤 탈출의 실마리를 마련해주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ICL은 계층 상승과 빈곤 탈출의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에게 썩은 동아줄과 같다. 섣불리 이 동아줄에 자신의 미래를 매다는 사람들은 언제고 더욱 깊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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