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의 그늘

 

어느덧 높아만 가는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은 우리에게 풍성한 열매로 계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들녘은 어김없이 황금물결로 우리에게 겸손의 지혜를 알게 하고 저마다 고운 빛깔의 열매들은 한가위 명절을 더욱 더 실감나게 합니다. 고향집 지붕에는 우리네 어머님들의 얼굴 같은 둥글둥글한 호박이 늙어가고 멍석 위에는 붉은 고추가 가을 햇살에 여위어 갑니다. 이렇게 어김없이 계절은 지나가고 우리의 삶도 추억으로 쌓여 가고 있습니다.

늘 쳇바퀴 돌듯 바쁘고 분주함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하도 버거워 다들 지쳐갈 즈음 그래도 우리에게 명절을 통해 한걸음 쉬어가고 감사를 알게 했던 조상들의 지혜는 참으로 놀라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가정이 원만하지 못하거나 한부모 가정들의 경우는 조금 다른 명절을 맞게 됩니다. 오히려 명절일수록 허전함은 더하게 되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상황에 대한 서글픔으로 우울한 휴가를 보내게 됩니다. 우리는 단지 조금 분주하고 번거롭지만 그래도 가족들과의 즐거운 한때 일 수 있는 명절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되고 그늘이 되는 시간일 수 있음을 우리는 모르고 지나게 됩니다. 이번 명절을 보내면서 우리의 주변을 한번 둘러보면 어떨까 합니다. 혹여 우리의 이웃에 그런 가정이 있다면 음식이라도 같이 나누며 조금은 덜 외로울 수 있도록 살펴 볼 수 있는 이번 가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이런 가정을 지켜내는 힘은 여성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가정을 지켜내는 일은 미래의 인재들을 키워내는 일이고 또 그렇듯 가정의 따뜻함 속에서 성장하게 될 때 반사회적 행동의 사회적 범죄가 예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제 가족과 가정의 의미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혈연 중심의 가정에서 벗어나 비록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는 우리 모두가 가족일 수 있어야 하며 그렇게 어울려 함께하는 이 지역사회 자체가 커다란 가정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어린 시절 두레상에 숟가락 부딪히며 함께 저녁을 나누던 가족들의 모습이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박정자 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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