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에 훤칠하고 앳돼 보이는 한 소년이 방문했다. 첫눈에도 그늘이 있어 보이는 소년의 모습에서 난 잠시 마음에서 저려 나오는 야릇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소년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어릴 적 부모가 했던 그 어떤 것들이 모두 머릿속에서 떠올라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소년의 인중이 조금 이상했다. 코 밑에 봉합된 흔적이 있었다.
소년의 중학교까지의 삶 속에 부모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가정은 여유로웠으나 부모와 함께 나들이를 나가 본적도 없으며, 심지어 초등학교 시절 소풍 때도 부모는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던 것이다. 또 학교가 가기 싫을 때 부모는 매를 들어 학교에 보냈고, 외로워 부모를 찾을 때는 바쁘다고 소년을 내몰았다고 한다. 그런 유아기를 지낸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왜 부모만 보면 화가 나는지 죽고 싶다고 했다.
자살 상담을 할 때면 마음이 아파온다. 소년의 무의식 속에 부모의 모습을 바꾸어 나가는 작업이 그리 쉬울 것 같지가 않았다. 이미 자살 시도를 했었고 이 문을 나서면 자신은 어디론가 가겠다고 한다. 왜 청소년들이 극한 상황을 쉽게 결정하고 시도하게 됐을까.
이제부터 난 소년의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 무의식 속의 부모의 모습과 소년이 화해하도록 해야 한다.
요즘 이런 성인아이의 모습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어린시절의 문제를 아직까지도 처리하고 있는 성인이다. 즉 어린시절이 지났는데도 어린시절 겪었던 그 감정에 의해 계속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말한다. 부모로부터 지지받지 못하고, 애정표현을 적절하게 받지 못한 자녀들은 자존감의 상실과 건강하지 못한 수치심을 갖게 된다.
아울러 성인아이는 이 수치심을 기반으로 정체감을 형성하게 된다. 성인아이는 수치심을 부정하고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알코올, 마약, 도박, 성 같은 것을 통해 자기 속에 갇혀 버리게 돼 사회의 질서를 파괴 하게 된다.
이제 그들이 상처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돕고, 공감하며, 공동체 속에서 대상모델이 되어 역할자로서의 가정을 형성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박정자 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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