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즐거운 하루’라는 주제로 올해 삼성생명에서 주최한 청소년 미술작품공모전에 출품된 초등학생그림의 주인공은 대부분 ‘어머니’였다.
반면에 아버지의 모습은 그림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림에 간혹 아버지의 모습이 있다 해도 담배를 피우거나 TV를 시청하는 모습으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이라고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정적인 모습이었다.
“바쁜 직장 업무에 아버지가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역할이 커지는 사회적 현상이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것 같다”는 것이 심사위원의 설명이었다.
OECD 27개국 중 연간 노동시간이 제일 많은 나라의 한 단면인 것 같아 씁쓸하고 안타깝다. 직장과 일 중심의 조직문화와 함께 아버지들이 가족과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에 있어 서로 간의 소통의 부재도 이러한 결과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외교관이자 정치가였던 찰스 애덤스는 영국 주재 대사였던 어느 날 아내에게 등을 떠밀려 8살 어린 아들과 함께 낚시를 다녀왔다. 중요한 일들을 다 처리하지 못한 찰스는 일기장에 “아들과 함께 낚시를 갔다 하루를 낭비했다”고 썼다. 후에 유명한 역사학자가 된 아들 브룩스 애덤스는 우연히 아버지의 일기장에서 낚시 간 날의 일기를 읽고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아버지는 늘 바쁘고 저와 함께 할 시간이 없으셨지만 아버지와 함께 했던 낚시의 추억은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8살 어린 소년이었던 그가 쓴 일기장을 보내드렸다. 그날 아들의 일기에는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갔다 내 생애 가장 멋진 날 이었다”라고 쓰여 있었다.
아이들 그림 속에서 사라진 아버지들이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아이들의 추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어린 아이들의 기억 속에 아버지의 부재라는 사회적 우려의 큰 울림이 그림 속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오현숙 경기도여성비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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