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겨울을 재촉하는 듯, 찬 기운을 실어 내리는 가랑비가 거리에 떨어진 낙엽을 촉촉이 적시고, 외투의 옷깃을 한층 더 여미게 한다. 그럼에도 수원 종합운동장 앞 광장에는 커다란 배추더미가 장관을 이루고, 초록색 앞치마와 빨간 장갑의 바쁜 손놀림은 역동적으로 물결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수원시 새마을 부녀회원 900여명이 소년소녀가장과 무의탁노인분 및 어려운 이웃과 새터민들에게 전달 할 1천70세대 분량의 김장 김치를 담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따뜻한 온정을 나눌 수 있는 우리의 김치 담그기 문화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봤다.
김치에 관한 구체적인 문헌으로는 고려시대 이규보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에 ‘순무를 장에 넣으면 여름철에 먹기 좋고, 청염에 절이면 겨울 내내 먹을 수 있다’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김치의 역사는 고려시대 이전부터라고 추정되는 게 정설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가정에 김치냉장고가 있어 계절에 상관없이 김치를 담그는 가정이 많지만, 십여 년 전만해도 김장김치를 ‘겨울의 반 양식’이라 하여 입동(入冬)을 전후하여 어느 가정에서나 김치 담그는 일은 필수적인 연례행사였다. 또한 품앗이 형태로 동네 부녀자들이 모두 모여 김장김치 담그는 날의 풋풋한 정이 넘치는 모습은 필자의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그러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김치포기마다 사랑과 정성을 담고 있는 새마을 부녀회원들의 김치 담그기 행사를 보면서, 예전 모습과 또다른 의미의 따뜻한 사랑에 행복한 감동을 받았다.
해가 거듭될수록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피부로 절감하는 서민물가가 날로 치솟고 있고, 한줄기 온기를 전해 줄 연탄값 마저 크게 올라 민생고의 겨울 문턱은 더욱 높아만 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위해 한시라도 서둘러 물가안정의 근본적인 대책이 정착되어 서민들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가안정의 실현 등 갖가지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를 두고 살아가는 동안,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시시때때 봉사정신을 발휘하여 정이 담긴 김장김치는 물론, 희망을 선사하고 있는 나금숙 회장님을 비롯한 새마을 부녀회원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응원의 갈채를 보내고 싶다. /홍기동 수원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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