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유력인사가 최근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자살’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사회학의 창시자인 에밀 뒤르케임이 ‘자살론’에서 개인의 자살에 사회적 원인을 부여하기 시작한 이후, 자살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전개됐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하는 국제 기준에 따라 2년째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간은 왜 죽을까? 동물에게는 없으나 인간에게만 있는 것. 자살도 그중 하나이다. 위험한 행동은 있으나 동물들에게 자살은 없다. 심리·사회적인 고통이 개인의 취약성에 더해질 때 자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왜 높은 것일까? 거대한 아노미(anomie)현상이 우리사회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브리태니커 사전은 그것을 ‘가치관이 붕괴되고 목적의식이나 이상이 상실됨에 따라 사회나 개인에게 나타나는 불안정 상태’로 정의한다. 에밀 뒤르케임에 의해 제기된 이 용어의 근원을 로버트 머튼은 ‘사회 구성원들의 문화적 목적 달성을 위한 정당한 방법이 갖춰지지 않은 때문’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88만원 세대, 중년 실직을 경험하는 사오정 세대, 불평등 조건의 고용 상태의 노동자와 여성, 경제적 자립의 여지가 없는 노인 세대 등에 자살이라는 사회 조정 능력 상실의 결과가 밀어닥치는 것이다. 생애 주기별로 광범위하게 자살 위험군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40명이라고 할 때, 이미 자살자 수는 1만명을 넘고 있다.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면, 높아만 가는 우리 사회의 자살 현상이다. ‘사회적 현상을 사물로 대하라.’ 뒤르케임의 유명한 경구다. 교통사고보다 많은 자살 문제에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할 때이다. 수원시자살예방센터와 같은 전문기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영문 아주대의료원 정신건강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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