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이여, 영원하라!

저 깊은 산골짝 샘으로부터 생명은 탄생한다. 물이다. 그 어떤 내(川)든 강(江)이든 시작은 맑고 깨끗하다. 그 물이 세상을 거치며 온갖 세파에 부대끼며 바뀐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맑은 물과도 만나고 더러워진 물과도 만나고 또 썩은 물과도 만나기도 한다.

 

풍파에 휩쓸리지 않고 제 길을 꿋꿋이 가는 물이 있는가 하면, 가던 길을 포기하고 멈춰서는 물도 있다. 어떤 물은 때 묻고 더럽혀진 물을 끌어안고 가다가 그러다가 같이 깨끗해져 먼 길을 함께 가기도 한다.

 

우리 인생도 물과 같다.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세상을 살아가지만, 자기 본연의 얼굴과 심성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나 그릇된 생각이나 실수로 자기를 잃거나 상처받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자기를 지켜내기도 한다. 자신이 주(主)가 되기도 하고 객(客)이 되기도 한다. 태어나고 살고 죽고 또 태어나고. 그렇게 순환하는게 우리이고 물이다. 다만 물은 인간과 달리 남을 간섭하거나 무엇을 바라는 법이 없다. 그저 묵묵히 세상을 품고 자기의 길을 갈 뿐이다. 그 길을 해(害)하는 건 오직 인간뿐이다.

 

생명의 뿌리인 물을 문명의 손으로 더럽히고 썩히고 주검으로 내몰기까지 한다. 그 결과가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 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이때에 자중자애해야 할 대상은 바로 ‘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의 하천으로 부활한 안양천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지난주 한 방송사가 주관한 ‘물환경대상’에서 안양시가 안양천 살리기 네트워크와 공동으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10년간 무던히 힘써온 결과다. 전국 최악의 하천에서 최고의 하천으로 변모하여 각종 동·식물과 인간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생태하천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죽음까지 갔다 정화되고 새 생명을 얻은 안양천도 감사하고 기뻐할 것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안양천에 은어가 돌아오고 전국의 모든 하천이 제2, 제3의 안양천으로 거듭나길 빌어본다. /김홍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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