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가치 높이기

이병석 경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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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요즈음의 사회가 점점 각박해져가고 있고, 전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잔인한 범죄가 만연하고 있다고 걱정스레 말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GDP(국내총생산) 세계 11위를 차지할 정도의 부강한 나라가 되었으며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숨겨진 증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최근 자원봉사자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자원봉사자들의 수는 일본, 홍콩에 이어 세계 3위라고 한다.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의 한 방법으로 자원봉사를 권장하고 있으며, 자원봉사를 한 실적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 자원봉사 실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대학도 있다. 또한 많은 대학에서도 사회봉사활동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고 있어 자원봉사자의 숫자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자원봉사를 가장 많이 하는 연령층은 주로 30~40대의 중년층이라고 한다. 이것은 대학입시의 혜택을 받고자 하는 ‘이기적인’ 목적의 자원봉사자보다 순수한 동기의 자원봉사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어사전에는 자원봉사(自願奉仕)를 ‘스스로 나서서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들 자원봉사는 일방적으로 ‘힘을 바쳐 애쓰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은 시간이나 물질 등과 같은 외적인 것을 바치지만, 반대급부로 보람이라는 내적인 보상을 받게 된다. 이 내적 보상은 자아실현의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일정한 기간 동안 소비되는 재화의 수량이 증가할수록 재화의 추가분에서 얻는 한계 효용은 점점 줄어든다는 법칙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다. 시간의 사용에도 이 법칙이 적용된다. 어느 정도까지는 시간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지만, 그 이상으로 시간이 남으면 그 시간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시간이 과거라는 쓰레기통에 버려지기 전에 남을 위해 재활용하므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즉 삶의 가치를 업그레이드 시킨다. 주 5일제가 정착되면서 자원봉사자의 수가 늘어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종종 어려운 환경에 있으면서도 남을 도와주는 분들의 기사를 보게 된다. 이런 분들은 남는 시간과 물질이 아니라 꼭 필요한 시간과 물질을 쪼개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의 삶은 어떤 법칙으로 설명 할 것인가를 고민해 본다.

/이병석 경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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