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마음의 거울

박원식 농협 인천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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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병사 두 사람이 택시를 탔다. 한참을 가다 신호등에 걸려 서있는데 다른 차선에 있던 택시기사가 물었다. “손님 몇명 태웠어?” 이 택시기사는 흑인 병사들이 못 알아들을 줄 알고 이렇게 말했다. “응. 연탄 두 장.”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하니 요금 1만원이 나왔다. 그런데 흑인 병사들은 800원만 주고 내리려고 했다. 택시기사가 “1만원”이라고 말하자 돈을 건넨 흑인 병사가 말했다. “연탄 두 장 값 맞는데요.”

말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게 하는 중요한 도구이면서 한편으론 잘못 쓰면 듣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흉기가 된다. 무심코 건넨 한마디 말이 상대방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안겨준 사례를 많이 보았다. 초급 직원 시절 모시던 직장 상사에게 인사 상담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직장 상사에게 들은 “자네는 가방끈이 짧아 안돼”란 말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끔히 가시지 않고 있을 정도로 말로 인한 상처는 오래 간다.

문병이나 조문을 가 위로한다고 한 말이 오히려 상처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병문안을 가 농담 삼아 누워 있는 환자에게 “팔자 늘어졌네”라고 말하거나, 조문을 가 위로한다고 한 말이 긁어 부스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정 할 말이 없으면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하던가, 아니면 그냥 손만 잡으면 될 것을 “살만큼 사셨다”거나, “고생만 하더니 차라리 저 세상이 낫겠지” 등의 말들은 악이 없이 좋은 뜻으로 한 말이라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서운할 수 있다.

말은 사람의 마음의 지표이며 거울이다. 더 의미를 두라면 그 사람의 인격이다. 아무리 학식이 뛰어나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어도 그 사람의 입에서 저속하고 비열한 말만 나온다면 학식과 지위는 인정받지 못한다. 상대방이 듣거나 말거나 항상 횡설수설 한다든지 쉽게 흥분하고 심지어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다면 다시 보게 된다. 반면에 초라한 행색에 내세울만한 학식은 없지만 자신의 의사를 또박또박 조리있게 표현한다면 호감이 간다. 인격은 외모나 학식으로만 평가되는 게 아니다.

/박원식 농협 인천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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