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고 미래의 희망을 싹터가며 살아가고 있다. ‘산넘어 남촌’이나 ‘저너머’, 신들이 사는 ‘북풍의 언덕’ 또는 ‘에덴의 동산’처럼 먼 어떤 곳에는 인간이 이루지 못할 신비함과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는 경이로운 세상이 있을 것이란 동경과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노화와 죽음’에 대해선 고금을 막론하고 생로병사의 숙명적인 자연의 섭리를 외면한 채 장수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그래서 불로장생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신화나 성서에 기록돼 있다. 스메리아 신화에 나오는 라멕 왕은 2만8천년을 살았고 아담과 노아는 900세를 넘게 살았다. 프랑스 사람 레옹은 ‘청춘의 샘’을 찾아내고 이 생명수를 마신 많은 사람들이 회춘해 살았다는 전설도 있다. 우리나라도 평균수명이 77세를 넘어 긴 노년기가 일생의 비중 있는 단계로 자리잡게 됐다. 노인집단을 연령구조로 파악한 미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보통 노인의 연령을 75세 이상으로 보고 있으며 85세 이상이 돼야 고령노인으로 인식한다.
평균수명이란 77세 나이로 김을분 할머니는 세간의 주목을 받은 가족영화 ‘집으로’의 성공적인 주인공이 됐고 올해 고입 검정고시에서도 같은 나이의 정영환 할아버지가 최고령 합격의 영광을 차지했다. 장애인축제에 참가, 77세 고령으로 17일동안 600㎞를 완주한 황일주씨 등도 노익장을 과시했다. 도쿄에선 77세 노모가 아들의 폭행으로 죽음에 이르렀고 전 필리핀 대통령 부인인 77세의 아벨다 마르코스는 마닐라 시장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다.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다면 노인문제에 대한 접근도 달라질 수 있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는 영원히 죽지 않는 인간이 태어나는 ‘럭낵’이란 나라가 소개된다. 이 나라 사람들은 불멸의 인간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반문하고 있다. 신이 내려준 인간의 생존 가능수명 120세를 극복하기 위한 게놈 프로젝트 등 인간의 한계수명에 도전하는 생명공학 발전은 눈부시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노년기에 대한 준비는 더 신중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행복한 노년은 ‘저 너머’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니라 학습을 통해 스스로 마련하는 일이다. 노년은 사회적 책무로부터 벗어난 자유의 세계이며 자아실현의 욕구를 성취하는 인생의 황금기가 될 수 있다.
/김형수 ㈔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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