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와 엘리트

이병석 경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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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만 해도 엘리트란 단어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엘리트라는 말은 듣기 힘들어지고, 요즈음은 영재란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된다. 지난 2001년 영재교육진흥법이 제정, 발표되고, 이 법에 따라 부산과학영재고교가 설립됨에 따라 영재교육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재벌기업 총수가 천재 1명이 10만명을 먹여 살여야 한다는 천재경영론을 주장했다.

최근에는 8세 밖에 되지 않은 송유근이란 소년이 한 대학에 입학,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다는 기사도 보도됐다. 부모라면 모두 자신의 자녀가 영재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게 마련이고, 이로 인해 자연스레 영재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다. 요즈음 천재라는 단어보다는 영재란 단어를 더 자주 접하지만 아직도 영재와 천재를 혼용, 사용하고 있다. 영재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들조차도 영재와 천재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어원적으로만 차이를 간단히 살펴본다.

천재(Genius)는 유전자(Gene)란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유전적으로 뛰어난 정신능력을 가진 사람’을 천재라고 부른다. 우리가 말하는 엘리트도 지적능력에 있어 천재 정도는 되지 않지만 보통사람들보다는 아주 우수한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그래서 엘리트라고 하면 공부를 잘해 명문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서 출세한 사람들을 연상하게 된다. 반면, 영재(Ggifted)는 선물(Gift), 즉 ‘신이 내린 선물인 능력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엘리트는 주로 지적 능력에 초점을 두지만, 영재는 신이 내린 모든 능력이 해당된다. 지적 측면의 과학과 수학 분야는 물론 예능과 체능, 심지어는 목공, 요리, 마술 등 다양한 기술에도 영재는 있을 수 있다. 엘리트란 말을 들을 때 뭔지 모르는 부담감을 갖지만, 영재란 말은 그렇지 않다.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지적인 능력을 통치와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영재들은 자신들이 신으로부터 거저 받은 재능을 거저 사회에 돌려주는 주는 사람들이란 인식 때문이다.

거리 곳곳에서 또는 신문광고에서 영재교육을 한다는 기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영재교육 기관들이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 지식만 쌓아가는 엘리트들을 양성하지 않고, 자신의 Gift를 사회와 남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영재를 양성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다음 세대는 군림하는 엘리트들은 다 물러가고 봉사하는 영재들로 넘쳐나는 복받은 Gift 사회가 될 것이다.

/이병석 경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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