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과 로맨스의 차이

장금석 인천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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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불륜이란 인간의 도리가 아닌 것을 뜻한다. 즉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짓이다. 그러나 ‘로맨스’하면 서정성 있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떠올린다. 같은 상황에서도 혹자는 불륜으로, 또 다른 이는 로맨스라는 상반된 해석을 낳기도 한다. 법적 기준이나 도덕성 등에 초점을 맞추면 불륜이겠지만 진정성에 초점을 맞추면 로맨스가 된다.

얼마 전 이와 매우 흡사한 일이 일어났다. 수해 당시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났던 국회의원들의 문제를 처리하는 열린우리당의 모습이 그것이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홍문종 전 의원이 수해 당시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친 게 문제가 돼 한나라당으로부터 제명조치를 당하자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호우경보가 내려진 수해기간동안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자당 국회의원들에 대해선 경고라는 솜방망이 수준의 징계를 결정하고 자발적인 당직 사퇴를 권고했다. 열린우리당이 밝힌 이유는 여행을 떠난 시점에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수해상황이 아니었고 여행에 참가한 의원들이 여행경비를 개인적으로 부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회 건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호웅 의원을 포함한 열리우리당 의원들이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 지난 달 12일은 이미 전국적으로 물난리를 겪은 시점이며 당일 기상청은 호우경보를 발령했다. 이들의 지역구인 인천에서도 수해가 발생했다. 열린우리당 윤리위는 여행경비를 의원 개인이 부담했다고 밝혔으나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현지에서의 골프비용을 포함한 유흥경비는 누가 부담했는지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보좌관 경비를 부담한 지역 건축업계 관계자와 국회 건교위원장을 포함한 의원 일행과 떠난 여행은 휴가를 겸한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사무국 유치를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열린우리당 윤리위원회의 발표내용은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정치사는 그동안 정책과 신의를 기반으로 지지를 획득하기 보다는 상대 정당의 실책에 따른 자살골의 효과로 생명을 연장해 왔다. 차떼기나 탄핵주도라는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로 집권에 성공한 열린우리당 역사가 이를 잘 입증한다. 그런데도 이를 교훈 삼기보다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의 열린우리당의 조사결과 발표 내용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발표내용을 접하며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을 떠올리고 있음을 열린우리당은 알고 있는지….

/장금석 인천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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