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영국 수상을 역임한 바 있는 디즈레일리는 영국수상으로서 의회에서 연설할 때 통계수치를 많이 인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통계수치를 인용하여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의 신뢰성을 높이려 했던 것이다. 그렇게 통계를 잘 이용하였던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냥 거짓말(lie)과 새빨간 거짓말(damned lie), 그리고 통계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통계라고 해서 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전 건설교통부는 2006년 1월에서 6월 사이 신고된 주택거래 실거래가격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표하였다. 그 결과 일부 아파트들의 경우, 여러 부동산 가격정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가격과 실거래가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아파트 가격 관련 정보 중 과연 어느 것을 믿어야 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아파트라는 상품은 여느 상품과는 달리 단기간에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품이 아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수의 아파트라고 해도 층수, 전망, 방향, 급매물 여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므로 일률적으로 표준화된 가격을 매기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같은 아파트 세대라고 해도 평가자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평가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러므로 아파트 가격 데이터를 구하려면 여러 복잡한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법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파트 가격 산정의 문제가 그다지 간단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파트 가격 논란이 생기기 전까지 언론, 정부, 학계, 시민 대다수는 부동산 가격정보 사이트가 제공하는 가격 데이터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오염된 원료로 만든 음식이 식중독을 일으키듯, 아무렇게나 얻어진 데이터는 신뢰성의 위기를 가져오는데도 말이다.
통계는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다.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맬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쪼록 이번 논란을 통해 우리 사회가 결과로서 얻어지는 통계 자체뿐 아니라 올바른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의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하게 되길 바란다.
/박진우 통계대사·수원대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