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된장이야?

이정진 오산대 이벤트연출과 교수
기자페이지

“아침에 일어나 밥은 먹지 않아도 비싼 샴푸로 머리 감고 진하게 화장하고 가짜일망정 명품 브랜드 핸드백을 들고 밥값보다 비싼 유명 외국 브랜드 커피를 마시고….”

젊은 여대생 일상을 희화화했던 ‘된장녀’ 논쟁에 우리 전통 장의 대명사격인 된장이 치명상을 입고 있다. 때 아닌 ‘된장녀’ 논쟁은 우리 사회 문화적인 비틀림 현상을 넘어서 급기야 된장공장 사장의 항의성 푸념까지 터져 나오게 한다. “우리 된장이 어째서, 왜 하필 된장이야?”라고 말이다.

‘된장녀’라는 표현이 마초이즘(Machoism:남성우월주의)의 표출이라거나 성차별적인 표현이란 페미니즘적인 논평이 보인다. 일부 여성에 국한된 현상을 여성 전반의 보편적인 의식으로 확대 해석, 여성들을 폄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논쟁은 궁지에 몰린 남자들의 ‘희생양 찾기’이고 성대결을 부추기는 치졸한 행위라며 ‘된장남’이나 ‘고추장남’ 등으로 반격한다. 사실 네티즌 전선은 이미 치열한 성대결로 확전되고 있다.

우리 사회 허영과 무분별한 트렌드의식 반영이란 냉정해 보이는 문화사회학적인 진단도 보인다. 논쟁이 멈추지 않고 확대되는 건 이 현상에 대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이는 엄연한 문화현상이라는 것이다. 뉴욕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면서 뉴요커를 흉내 내는 한심한 문화사대주의자들이라는 식의 비판이다.

그러나 정작 이 치열하고 현란한 문화비평 속에서 새우등 터진 격으로 한없이 추락해버린 우리 문화 ‘된장’에 대한 변호는 보이지 않는다. 된장이 최고의 항암효과를 지녔다거나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식품이라는 등의 과학적인 논증은 지금의 문화적 논쟁에 어울리지 않는 엇박자일 것 같아 논외로 해야 할 듯하다.

하지만 ‘된장’은 혐오스러운 것이란 함의를 지닌 언어적인 표현방식은 분명히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기비하의식이 적잖게 담겨 있는 게 분명하다. 한 된장공장 사장은 최근에야 겨우 우리 전통음식에 대한 이해와 선호가 높아지고 있던 상황에서 ‘된장’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 이미지를 추락시켰다고 푸념한다.

애써 우리 전통식품 우수성을 개발, 보존하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지켜보겠다는 된장공장 사장의 소박한 신념을 굳이 ‘된장녀’ 논란에 결부시키는 건 지나친 논리비약이고 수구적 문화의식인가? 도대체 된장이 어쨌기에….

/이정진 오산대 이벤트연출과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