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가을이 왔음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지난 주말 충남 성환에 사는 여동생을 만나러 가는 가을 들판 길은 어느새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추수를 앞둔 논에는 고개 숙인 벼들이 풍요로움을 느끼게 했다.
들판에 벼들을 보면서 봄부터 모내기를 시작으로, 뜨거운 여름날 잡풀을 뽑아주고 비료도 주며, 병충해도 예방하며 가을을 기다린 농부의 수고로움을 생각해 보았다. 쌀 미(米) 자가 모내기를 해 쌀이 우리 식탁에 오를 때 까지 농부의 손이 88번이 가기 때문이라고 하는 말이 생각난다.
부지런한 농부의 논은 잡풀 하나 없이 깔끔하고, 그렇지 않은 논은 군데군데 피와 잡초가 자라고 있는 모습은 한 눈으로 보아도 비교가 됐다. 비록 잡풀이 많고 적음보다도 농부의 농사에 대한 애정과 정성이 얼마나 들였는지를 너무도 선명하게 알 수 있는 것 같다. 비단 농사 뿐만 아니라 사람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매사에 정성을 다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반면, 익지 못해 다른 벼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고개를 들고 서있는 벼들이 있다. 이것은 마치 우리들의 삶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 충실하며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사람들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나만 편하게 사는 사람을 간혹 만나는 경우가 있다.
옛말에 우리의 사회는 ‘독불장군은 없다’라고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말이다.
대인관계 속에서의 마음가짐은 예절의 뿌리이며 우리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예절은 남에게 행하기 앞서 정성스런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예스럽게 갖는 것이라 생각된다.
예의로운 마음을 가지면 말과 행동이 예스럽고, 마음 안에서 작용하는 예의정신과 밖에서 활용되는 언동이 일치 된다. 마음속에는 예스러움이 가득하지만 말과 행동이 바르지 못하면 남이 인정하지 않고, 마음으로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르면 위선이랄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타인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하며 더불어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마치 메뚜기가 더운 여름에는 초록에 옷을 입다가도 가을이 되면 누런들판과 같은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는 것과 같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가장 자연스런 삶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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