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

하석용 인천시민회의의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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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 카피가 유행어가 되었던 적이 있다.

굳이 전자제품 하나 고르는 일이 아니라도 인간의 하루는 선택과 결정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아침에 옷걸이 앞에서 셔츠와 넥타이를 골라 입는 일 따위 사소한 선택으로부터, 고객과의 상담과 회사의 재무계획을 세우는 일 같이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일까지 모두가 선택의 문제이고 결정의 과정이다. 또한 이러한 결정의 결과들은 유감스럽게도 항상 인간의 예측을 벗어나는 영역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의 삶은 늘 피곤하고 위험하다.

개인의 삶이 이럴진대, 사회라는 집단적인 삶의 영역에서 이러한 선택과 결정의 문제는 훨씬 복잡하고 심각하게 진행되기 쉽다. 개인의 문제라면 위험을 감수해버리면 그만이고 때로는 체념으로 덮어버리면 그만일 만한 일들도 일단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나면 그렇게 간단히 묻고 가기가 어렵다. 워낙 다양한 이해관계와 천차만별의 개성과 두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에게는 어떠한 난제라 할지라도 시간의 진행과 함께 모두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기실 인간이 푼다고 하기 보다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성도 싶긴 하지만 어쨌건 모든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인간이라는 사실에 틀림이 없다. 이렇게 인간이 집단적인 결정을 만들어내는 힘을 요즘 일단의 학자들이 ‘집단지성’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생태학에서 쓰이던 용어가 인터넷의 정보가치를 설명하는 용어로 쓰이게 되고 차츰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이제 집단 대 집단의 생존경쟁은 결국 집단지성의 경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지성을 효과적으로 형성하고 능률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집단이라야 현명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고 전 지구적인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근자에 들어 인천사회가 별로 신통치 않은 집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일관해 왔다면 인천의 집단지성의 수준이 신통치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떻게 해야 이 도시에 지성적인 분위기가 넘쳐나게 만들 수 있을까. 경인운하 따위 그야말로 냉철한 지성으로 풀어야할 일들을 정치적인 선무당의 춤판이 끌어가는 듯한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는 무기력한 지성이 괴롭다. 순간의 선택이 영원을 좌우할 수도 있는 법이거늘.

하석용 인천시민회의의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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