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your life, Love your dream.’
얼마전 출근길 라디오에서 언뜻 들은 광고 한 구절이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뇌리를 맴돌았다. 미묘한 운율과 이미지가 어우러진 느낌도 좋았지만 삶의 의미는 꿈의 실현에 있다는 암시가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었다.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 원서를 쓰는 때가 되면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깝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직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대학이나 학과의 선택에 대해 뚜렷한 목적이나 이유를 갖지 못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장차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보다 점수에 맞추어 대학을 지원하고, 희망과 패기로 가득한 밝고 야무진 표정으로 공부하기보다 시험에 대한 강박으로 지쳐 있거나 무덤덤하게 그날그날 주어지는 일과에 따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기계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시험 점수나 석차에 대한 관심으로 자녀들을 몰아세우며 여기에 가세한다. 물론 시험이나 경쟁이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 지나친 이상주의라고 할 지 모르지만 본말이 전도된 듯한 현실이 안타깝고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키워주어야 할 어른으로서, 교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픈 것이다.
저마다의 꿈과 개성을 귀하게 여기고 그 실현을 위한 노력에 가치를 두는 삶이 보편화되려면 다양성이 존중되고 격려되는 사회이어야 한다. 정치적 원인에서이건 문화풍토 때문이건 그 어떤 원인에서건 획일적인 이데올로기가 이끌어 가는 사회에서는 집단 최면에 빠져있을 뿐 진정한 의미의 개인적인 꿈은 자리잡기 어렵다. 혹 우리는 말로는 세상이 다양화되었으니 저마다의 다양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부의 정도나 권세의 유무로 사람의 행·불행을 가늠하고, 속칭 웰빙을 갈구하면서 우선 잘 먹고 편히 즐기며 사는 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라나는 후세들에게도 그러한 틀 속에 갇히기를 은근히 강요하고,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며 자신들의 삶을 설계하는 법보다 현재 세칭 잘 나간다는 직업을 권유하면서 시험을 잘 치르고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열심히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강현재 구성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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