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

김태균 분당서울대병원관절센터교수
기자페이지

무릎관절 전공인 나의 진료실은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로부터 80세를 훌쩍 넘긴 노인까지 넓은 연령층이 찾는다. 진료실에 새로운 환자가 들어설 때 마다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이 나이다. 왜냐하면 같은 증상이라 하더라도 나이에 따라 그 원인 및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영상검사에서 나타나는 객관적인 소견은 육신의 나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그 병으로 인한 증상의 정도는 마음의 나이에 따라 오히려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영상검사에는 관절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심한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은 육신의 나이보다 마음의 나이가 많은 경우가 많고, 인공관절을 필요로 할 정도로 심한 병을 앓고 있는 분이 별다른 고통 없이 행복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분들은 예외 없이 젊은 마음 나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육신의 나이와 함께 마음의 나이를 고려하는 것이 치료방침을 정하고 치료 결과를 예측할 때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육신의 나이는 생년월일로 쉽게 알 수 있지만, 마음의 나이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동안 진료실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마음의 나이를 결정하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하여 진료의 지표로 삼고 있다. 육신의 나이에 비해서 마음의 나이가 젊은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언제나 밝고 긍정적이어서 매사를 희망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무릎 아픈 것을 얘기하면서도 입가에 웃음을 잃지 않는다. 둘째,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 규칙적인 운동시간을 갖는다. 셋째, 주어진 시간에 대해서 너무 길게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즐거운 계획을 세운다. 10년, 20년 후의 먼 훗날의 일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늘, 내일 또는 이번 달, 다음 달을 멋지게 보낼 계획을 세운다.

언제부터인가 내 스스로도 육신의 늙어감을 느끼게 되면서 마음 나이를 묻게 됐다. 나에게 있어 마음 나이의 척도는 이즈음 하게 되는 새해 다짐이 그 척도가 되는 것 같다. 내가 바라는 새해 소망은, 올 한 해 하루 하루가 좀 더 맑고 넓고 깊어지는 세월이 됐으면, 그리하여 내 진료실이 단순히 무릎의 병을 고치는 장소에 머물지 않고, 지금 우리 모두의 시련이 세상의 허와 실을 살피고, 앞날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기회임을 깨달을 수 있는 마당이 됐으면, 언제나 밝고 희망찬 하루를 살 수 있으면, 육신의 나이에 관계없이 그는 늘 청년임을 깨달을 수 있는 도량(道場)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김태균 분당서울대병원 관절센터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