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표정이 다원화되면서 문화를 선택하고 즐기는 방법과 종류들이 많아 졌으며 그에 맞는 다양한 문화적 상품이 필요한 시기다. 그러나 전통예술은 표현방식과 선택의 폭이 일반 대중문화에 비해 제한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전통예술을 하는 지역 예술인들은 창작 작업과 더불어 지역의 미시적이고 향토적인 민속 문화들을 재해석하고 특색있게 구성하는 작업에 중심을 둬야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한강지역 민속놀이 중 하나인 12바탕 잉어놀이가 소멸되어 가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남의 두미강변을 중심으로 사는 사람들은 주위 여건상 농토가 거의 없고 주위가 돌벼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는 북한강이나 한강 강변 사람들 또한 비슷한 여건을 지니고 있다. 이에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丁若鏞) 선생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뽕나무 심기를 사람들에게 권장했다고 한다.
한말의 ‘황성신문’ 1900년 3월1일자를 보면 두미강 근처의 하도면 구선동(현재의 와부읍 월문리 구성동)에서 뽕나무 수십만 그루가 키워졌다는 기록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렇듯 두미강 주변 사람들은 농업을 대신해 나무를 하거나 뽕나무를 심어 생계를 이어나갔으며 이 뽕나무에서 키운 누에에서 나온 실로 잉어몰이를 하는데 사용하는 그물을 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1973년 팔당댐이 생기면서 잉어놀이는 사라졌다.
최근 각 지자체들은 고기잡이행사나 낚시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는 이 지역 축제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무엇을 위해 행해지는 지는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 문화의 세기라 불리는 21세기, 지역의 고유하고 소박한 문화적 자산은 삶의 다양한 가치를 창조해 내고 더 나아가 지역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에서 지역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지역의 독특한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것은 한마디로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위다.
지역에는 각 지역의 특색에 맞고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가꿔왔던 우리 선조들의 슬기가 담긴 지역 고유의 민속놀이들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가 지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행사들을 가꿔 나갈 때야 비로소 우리의 무형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면서 현재 삶의 질을 높이고 독창적인 지역문화상품으로 거듭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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