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 소한집에 가서 얼어죽었다.’는 말이 있다. 지난 1월5일은 한 해의 가장 추운 날이라는 ‘소한’이었다. 새해는 이렇게 혹독한 추위로 시작됐다. 애꿎게 소한, 대한이라고 절기 탓을 해보지만 온몸으로 감지되는 ‘추위’는 올해에도 밝지만은 않다는 경제 상황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정부기관을 시작으로 대기업 등 사회 전반에서 감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공공요금과 생필품 가격은 크게 올라 소비 역시 주춤하고 있다.
설렘과 도약을 꿈꿀 새해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모두가 움츠러든 이때 감히 ‘희망’을 꿈꾼다면 그것은 ‘몽상’에 불가할까? 하지만 자신 있게 희망을 말할 수 있다. 그 희망의 근거는 바로 ‘농업’이다. 이에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마저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르겠다. 그만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농업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이나 산업경쟁력 등을 기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농촌’에서 ‘차마 꿈에든 잊힐리야’라고 한 시구처럼 아련함과 그리움을 연상한다. 이는 여전히 유효한 표현이지만 동시에 아쉬움을 동반하는 표현이다. 우리는 21세기 이 시점에서도 그곳을 여전히 노스탤지어의 공간, 딱 그만큼으로만 가둬두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농촌은 엄연히 현실의 공간이며 미래 선진농업을 이끌 ‘희망의 공간’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점차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3년이면 의무 감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농업은 바로 이런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능동적인 산업이다. 추가적인 시설투자 없이 물 관리나 유기물 사용방법 개선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녹색산업이다. 또한 농촌진흥청은 생명공학, 정보화기술을 접목해 농업R&D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농업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은 허황된 꿈이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쌀’의 자급을 달성하였듯이 LED, 바이오매스 등 농업에너지 분야에서도 녹색기술을 이용한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이렇듯 21세기 한국 농업은 친환경 녹색기술을 바탕으로 농업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으며 어두운 경제의 길목에 ‘빛’을 밝히고 있다. 이제는 우리 농업에 품고 있는 노스탤지어의 막연한 그리움에서 벗어나 ‘희망’이라는 생명력을 불어넣을 때다.
/조은기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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