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영면의 길로 들어섰다. ‘미스터 Toilet’으로 불릴만큼 화장실문화를 세계적으로 선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언론사들이 평가하고 있다. 수원 화성(華城)을 1997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장본인기도 하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각 나라의 문화유산을 제치고 우선적으로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배경에는 화성성역의궤를 들고 시장님이 직접 삼고초려를 했다는 설도 있다.
2002년 지방의회선거에서 처음 심시장님을 보았다.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서로의 공통점이 있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사겸 해서 선거사무실에 들렀다. 어렵게 독대한 자리에서 시장님은 다짜고짜 초면인 나에게 입고 있던 겉옷을 벗더니 와이셔츠 단추를 풀었다. 곧이어 다시 단추를 어긋나게 처음부터 잠궜다. “첫 단추를 잘못 잠그면 이렇게 모든 일이 어긋나는데 젊은 사람이 처음부터 올바른 정치를 하시라”며 덕담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셨다. 처음 출마하는 입장에서 시장님의 그런 모습은 신선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시장님은 중앙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지방의 독자적인 자치행정을 위해 노력하셨다. 지방의원공천제 법안이 입법 발의 되었을 때 혼자서 단식농성을 하셨다. 지방자치를 지키기 위한 외로운 싸움이였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금이야 그 폐단이 나타나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혜안(慧眼)이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
2년전 전립선암을 선고받았을 때 주변에선 미국에 가서 치료받기를 강력히 희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님은 몇 달 남지 않은 세계 화장실 협의회 총회를 앞두고 혼자서 치료 받을 수 없다며 총회가 끝난 후에 가겠다고 급구 사양하였고, 결국 적기에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럴줄 알았다면 강제로라도 치료받도록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크지만, 한가지 일에 열정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남은 후학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엊그제 빈소를 방문하고 고인의 마지막 유언을 지인에게 들었다.
“날씨가 추울테니 연화장에 빈소를 차리고 부조금은 절대 받지 말 것이며, 오는 사람들에게 성심성의껏 대접하라” 시장님 특유의 부드러운 시선과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한 생을 수원을 위해 헌신하며 수원화성의 복원과 세계 최고의 화장실 문화를 만드는데 노력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명욱 수원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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