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위의 나비 한마리가 춤을 추면 태풍을 불러 온다는 말을 기억한다. 그 말을 믿을 수 없다해도 그리스의 재정악화가 세계의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수긍할 것이다. 요즘은 이런 이야기가 확대돼 골프장에서 아이언으로 뒤땅을 치면 “내일 남미에서 지진이 일어나겠다”고 농담을 건넨다.
요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IT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는 휴대폰이라면 삼성이나 LG의 기기가 성능이 좋고 디자인이 좋고 기능도 여러 취향에 맞춰 내놓아 세계 휴대폰 문화를 이끌어 갔으나 지난해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한국 휴대폰도 애플의 기능을 탑재한 전화기라는 부차적인 도구로 물러나고 있다.
이제는 주체가 애플이지 KT의 휴대폰 기기가 아닌 것이다.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도 주체는 삼성이나 LG 휴대폰의 구글 시스템이지 휴대폰 기기가 주체가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역 CATV든 지상파든 위성방송이든 소위 전파가 흘러나가는 정거장 격의 플랫홈 허가를 얻으려고 머리 싸매고 경쟁했으나 이제는 그런 플랫폼이라는 게 콘텐츠에게 밀리게 됐다. 이제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제공한다면 어떤 송출 장치라도 이용할 수 있게 제공돼야 하고 또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역행해 자기 영역을 고집하면 개방적인 유통 시스템에서 견딜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지상파든 위성이든 케이블 TV든 서로 대체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휴대폰 사업자도 통신망을 움켜잡고 폐쇄적으로 운영해 온 관행에 안주해 세계 추이에 뒤쳐지게 됐다.
앞으로의 시대가 기술과 기기의 시대가 아니라 콘텐츠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으나 이것이 이렇게 빨리 현실화 되리라는 건 우리나라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다. 그래서 김형오 국회의장은 얼마 전 인수위의 한 책임자로서 정통부 해체를 후회하는 의견도 피력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젊은 층이 아이폰에 뺏기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아이폰을 들고서 뉴스며 음악이며 영화를 보고 메일이며 통신을 하느라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 과연 아이폰은 단순히 기능이 다양해진 기기에 불과한 것인가. 교육현장에서 매질이 일어나면 앞으로는 그 장면이 중계될 것이고 사회 안에서 부조리들도 속속 현장에서 잡힐 것이고 직장 안에서도 윗사람이라고 부리는 권위도 많이 깎이게 될 것이다.
이제는 신문도 혁신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단순히 하루 한 번 전달하는 신문이 아니라 독자라면 아이패드를 통해 하루 서너번의 새로운 판의 신문을 받아 보게 될 것이다. 종이 신문은 다음 날 정리된 내용으로 받아보게 되는 제도로 바뀔 것이다.
광고도 프로그램 사이에 끼어 넣는 단순한 광고 체제에서 프로그램과 연동되거나 과학, 의학,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되는 제품이나 상품의 소개 등으로 전달 방법에서도 정보와 광고가 혼합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또한 제품 정보를 소개하고 플랫홈 사업자는 광고주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사업이 활성화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이폰은 전화기가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 스스로 플랫폼 사업자가 되는 정보산업 체계의 혁신이 실현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이나 기술 우위 산업에서 콘텐츠를 창출하는 많은 개인들이 애플리케이션 스토아를 만들어 정보 산업에 끼어드는 수평적 정보 산업의 기회가 속속 전개되고 있다. 휴대폰이 몰고 오는 사회 커뮤니케이션과 질서의 변화가 어디까지일지 예측하기 힘든 변화를 앞둔 시대다.
/김광옥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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