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이 날개를 폈다

4월도 중순을 지났는데 아직 밖은 매운 바람이다. 하늘의 창이 열리자마자 창 밖 백목련이 한 마리 새처럼 날개를 폈다. 구만리 장천으로 날아가려는 붕새처럼 날개를 폈다. 그것은 바람에 날리는 흰 깃발이었다. 깃털을 달지 못하는 것은 죽은 새다. 그렇다. 현실의 무거운 날개를 달고 뒤뚱거리는 나는 백목련 앞에서 흰 구름을 향해 긴 울음과 함께 날아오르는 한 마리 붕새가 되고 싶다. 어디 백목련뿐인가. 봄이 오면, 특히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4월이면 쑥잎들이 자잘자잘 번져오른다. 하늘도 산도 온통 쑥빛이다. 복사꽃도 흐드러지게 핀다. 봄은 신비스러운 ‘생명 탄생’의 계절이다. 꽝꽝 언 대지를 뚫고 나오는 위대한 힘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춘약불경(春若不耕) 추무소망(秋無所望’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봄에 만약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로 봄을 마주하는 자세를 새삼 가다듬게 한다.

 

G20 정상회의가 오는 11월에 우리나라에서 열린다고 한다. 세계는 우리의 생각보다 한국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높다. 세계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앞줄에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에 뭉클한 것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보지만 번번이 우리보다 멋지게 사는 나라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 같은 결과는 근대화를 위해 피땀 흘린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민중을 단지 이끄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생적인 열망을 어떻게 포착해 어떤 목표로 집중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1950~60년대 우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못 사는 나라로 평가받았다. 외국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필자 역시 금산 벽촌에서 태어나 상경해서는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일했다. 그때 우리는 조국 근대화를 외치며 새마을운동의 씨를 뿌렸다. 또한 상상도 못할 공업국가의 첫 삽을 떴다. 그 가녀린 씨앗은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 한마음으로 땀을 흘린 결과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오늘 우리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는 눈부신 변화와 함께 국가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항상 시끄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보와 보수가 각기 주장하는 가치관과 윤리관들은 일반인들의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각기 생각이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통합을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우는 모습이 영 마뜩지 않다.

 

이건희 삼성회장은 얼마 전 경영에 복귀하면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일본 토요타 자동차의 ‘신화’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오히려 10년도 너무 길게 잡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큰 일을 벌이는 사람들은 1만 시간 이상 연구와 노력을 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는 하루에 3시간씩만 할애해도 10년이 걸리는 시간이다. 자기 분야에 최고가 되려면 스스로의 몸부림이 없으면 힘들다.

 

올 봄은 봄은 왔으되 봄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새 꽃잎을 떨구는 목련이 여름 맞이에 나선 자연의 섭리를 보게 한다. 더 늦기 전에 의지의 새 밭을 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에 맞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튼실한 열매를 거둘 수 있다.   /박무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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