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창조성·소프트 웨어

하루가 다르게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아이티 지진이라는 자연재난에 PIGS라고 해 이름도 돼지 떼를 연상시키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 적자의 여파가 우리나라까지 밀려오고 있다. 지진재해나 인공재난이나 지구반대쪽에서 일어난 일이 마치 쓰나미 밀려오듯 집 앞까지 밀려드는 세상이 돼 버렸다. 여기에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사태 등 여러 나쁜 징조들이 우리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마치 나는 건강한데 지금 이 순간에도 몸 안에서 나쁜 바이러스가 암세포를 만들어 나를 공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형국이다. 이 일련의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일등이라고 자만하지 말며 과거에 살던대로 미래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근간에 우리 산업은 IT산업의 발전과 콘텐츠 산업, 즉 소프트웨어 진흥이라는 방향에 진로를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 의료, 문화 등으로 그 가지를 뻗어 가자는 것이다. 과연 이런 창작적 자질을 우리 민족은 가지고 있는 것일까. 설날 주간을 앞두고 우리나라 공휴일을 통해서 우리의 영성(靈性)과 창조성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출 가능성의 관계를 풀어보자.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정치형태에서 새로운 종교를 이념으로 삼았다. 고려가 불교를 그리고 조선이 유교를 앞세운 것은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그런데 그 이전의 단군조선은 동양적 신화인 설화의 모양을 가지고 태어났다. ‘홍익인간’은 만물을 다같이 사랑하라는 이념에 다름 아니다. 곰과 사람이 다같이 소중한 어우름의 시대였던 것이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천주교와 19세기말 기독교를 통해 이 땅에서는 기독교 문화가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우연히도 기독교 신자인 이승만 대통령의 집권으로 크리스마스가 휴일이 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음력 설날은 집안에 따라 다례를 지내고 어른을 찾아뵙는데 이는 유교적 성격의 축일인 셈이다. 4월 초파일은 당연히 부처의 탄생일이고 음력 8월 추석은 고대 이래의 샤머니즘적 농경축제인 셈이다. 그리고 개천절은 개국 신화 그리고 앞서 말한 크리스마스로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종교 성자들의 탄생일이나 기념일을 휴일로 세우고 있다. 그만치 영성에 근거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한 예로 이웃 일본의 공휴일은 일왕의 탄생일이나 자연 사상의 ‘녹색의 날’ 그리고 ‘바다의 날’, 태양에 관계된 춘분, 추분 등 애니미즘적 정령신앙의 태양숭배사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창작력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패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스티브 잡스야 말로 개인용 컴퓨터며 아이팟 등에 이어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IT 시대를 열어가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새로운 IT시대에는 모든 새로운 기기는 새로운 발명보다는 여러 기능들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많다. 모든 사물을 앞에서가 아니라 뒤에서 그리고 뒤집어 보는 눈과 정신적으로 열린 마음이 필요한 시대다.

 

영성에 기반을 둔 우리 민족은 영적 영감을 통해 창작이나 창조의 능력을 잠재적으로 잘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며 휴대폰, LED 등 IT기기에 기반을 갖춘 우리나라의 산업이 앞으로 중소기업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진흥에 3년간 1조를 투입하겠다고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선택과 집중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은 게임이나 한류 등으로 기초는 닦여져 있다. 앞으로 아바타에 못지않은 3D며 의료, 예술, 건축, 관광 등 여러 부문에서 창조적 소프트웨어가 이 땅에서 태어나리라 믿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설 휴일을 맞고 싶다. 우리민족의 자유로운 영감이 힘을 발휘하지 않겠는가.

 

/김광옥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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