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제 무대에 축구로 첫 얼굴을 내민 것은 지난 1954년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채 5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시대의 우리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단 국적기도 없이 취리히 월드컵 경기에 참가했다. 본선 무대에 오른 16개 팀 중 우리나라는 꼴찌를 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 무대에 출전했다는 것 만으로도 큰 경사였고 큰 의미였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2002년 우리는 월드컵 개최국이 되었다. 그리고 4강까지 진입하는 신화를 이룩했다.
2010년 2월 26일은 세계 피겨역사를 새로 쓴 날이었다. 김연아가 피겨여왕이 되던 날, 우리는 일손을 멈추고 숨을 죽이며 김연아의 뜨거운 눈물을 보았다. 온갖 고난 속에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고 악착같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딸의 손을 잡아 주었던 김연아 어머니의 눈물도 함께 보았다. 그것은 기적의 눈물이었고 우리를 마음껏 취하게 했다. 김연아는 죽도록 땀을 흘렸다고 했다. 수 없이 넘어지고 또 일어났다. 김연아의 발목은 멍이 들고 검붉은 상처로 얼룩졌다.
어디 김연아 뿐인가. 밴쿠버에서 태극기를 하늘 높이 오르게 했던, 그로 인해 ‘스피드 코리아’라는 외침이 울려퍼지게 한 선수들이 있다. 세계 정상에서 뛰고 있는 수많은 우리 건아들이 있다. 그리고 세계와 겨뤄 당당히 앞서가는 우리 기업들이 있다.
불가능의 벽을 무너뜨리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했다. 그들은 코리아의 이미지를 세계 만방에 떨쳤다. 개인과 기업을 넘어 국가차원에서도 이보다 더 큰 힘이, 더 큰 홍보 효과가 어디 있겠는가.
일본은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을 따라잡기에 숨이 차도록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세계를 주도하는 10개국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1.5%가 ‘한국은 잘사는 나라, 선진국’이라고 답했다 ‘한국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답한 해외인은 52%에 달했고 ‘코리아 제품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는 대답은 64.8%나 됐다. 우리들의 땀은 가속도가 붙은 낙수효과처럼 국력신장이 될 것이다.
요즘 신문과 TV를 통해 필자는 밝은 빛과 깊은 어둠을 본다. 코리아를 빛낸 자랑스러운 얼굴이 있는 반면에 세종시, 4대강을 둘러싼 정치권의 줄다리기가 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서 푸른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무엇인가를 새롭게 창조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성공과 실패는 공존한다. 실패가 두려워 우리가 울타리 안을 맴돌고 새로운 생각을 접어서야 되겠는가. 경부고속도로 시작할 때 금식하며 반대했던 사람들은, 중화학공업에 투자할 때 선진국 시늉만 낸다고 비아냥거렸던 사람들은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산은 오르는 자의 것이다. 우리가 가는 길에는 지름길이 없다. 땀으로 흠뻑 젖은 노력 안에 길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땀을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구심점과 목표가 마련되면 모두 한 마음이 된다. 우리에게는 붉은 악마의 저력이 있다. 우리 스포츠와 경제는 지난 반세기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그러나 1등을 하고 자신감에 넘쳐 자만하는 입 보다는 다시 나라의 현실과 미래를 위한 참된 땀이 필요하다.
새싹을 돋우고 꽃을 피우려는 산과 들에는 봄 기운이 가득하다. 푸른 생명들이 소리치며 일어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진실한 삶의 원형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새로운 땀을 흘려야 할 목표를 꿈꿔야 한다.
/박무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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